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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pr 26. 2024

금잔디의 <여여>

작사/작곡 공정식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금잔디'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v8 jSC_Ef2 Ic? si=yJwj_ZesQW74 vpOC


돌아보면 아쉬운 듯 살아가야지

살면은 그 얼마나 우리 산다고


일일희비 아등바등 그 세월 속에

오늘도 우리 인생 분주로구나


오늘은 오늘이라 좋은 날이고

내일은 내일이라 좋은 날일세


마음속에 무거운 짐 던져버리고

오늘도 웃음으로 살아나 보세


가진 사람 못 가진 사람

애당초 뭣 하나 달랐더냐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가야지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우리 인생 여여지


- 금잔디의 <여여> 가사 중 -




금잔디는 2000년 '영종도 갈매기/젖은 유리창'으로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박소희라고 합니다. 박소희란 이름도 괜찮긴 한데 임팩트면에서는 금잔디가 더 낫네요. 예전에 F4 나오는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이름이 금잔디였죠. 경력에 KAC 한국예술원 K-트롯 과정 교수로 나오는 게 특이했습니다. 활동명 금잔디는 한 철학과 교수님이 추천해 주신 것 중에 고른 것이라고 하네요.

지금처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을 당시였는데 지방 방송 라디오에 출연한 것을 들었던 것이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된 시점이었습니다. 그때 제 감상평이 '참 열심히 한다. 언젠가는 되긴 하겠다'였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2012년 '오라버니'와 '신사랑고개'로 연달아 히트를 치더군요. 무명이 그만큼 길었던 셈이죠.

상당한 워커홀릭이라고 하네요. 장윤정 씨에 비견될 정도로 많은 행사양을 소화한다고도 합니다. 인터뷰 기사에 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고 기억하고 있네요. 이론. 2017에는 공황장애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도 무대에 섰다는 후문입니다. 일을 즐기지 못한 것 같다고 되뇌더군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14년 발표한 '어.쩔.사(어쩔 수 없는 사랑)'라는 미니 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타이틀 곡은 당연히 '어.쩔.싸'였지만 나중에 더 사랑받은 곡은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었답니다. '여여(如如)'는 있는 그대로라는 의미로 '타타타'와 같은 불교 용어라고 하네요.

이젠 숨 좀 돌려가면서 여유를 가지고 음악 활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너무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노래에도 삶에도 여유의 순간이 보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길게 음악활동 했으면 하고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여여(如如)'입니다. 저도 검색해 봤습니다. '우주만유 진리의 집 자체가 본성이다'라는 풀이가 달렸네요. 어렵죠. 하하하. 제가 이해한 바로는 '우주 만물 중 특별한 어떤 것도 없으니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 그러니 어딘가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라' 정도가 되더군요. 이해가 되셨나요? 가사에 이런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돌아보면 아쉬운 듯 살아가야지/ 살면은 그 얼마나 우리 산다고/ 일일희비 아등바등 그 세월 속에/ 오늘도 우리 인생 분주로구나'가 첫 가사입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조금은 모자란 듯한 느낌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길지도 않은 삶을 살면서 노심초사하며 분주하게 살 필요가 뭐 있겠냐는 표현이죠.

2절에서는 '오늘은 오늘이라 좋은 날이고/ 내일은 내일이라 좋은 날일세/ 마음속에 무거운 짐 던져버리고

오늘도 웃음으로 살아나 보세'가 나옵니다. 오지도 않을 미래에 자신의 삶을 걸며 사는 인생이 아니라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은 삶을 추구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걸 방해하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자신의 마음속의 무거운 짐이라고 말하고 있죠. 그걸 걷어치우고 웃을 수 있는 삶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가진 사람 못 가진 사람/ 애당초 뭣 하나 달랐더냐/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가야지/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우리 인생 여여지' 부분입니다. 부자와 빈자를 나누는 것은 돈이죠. 그 돈을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쥐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죠. 그러니 모든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공평할 수밖에요. 불교에서는 이 세상에 특별한 사람이란 것은 없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여여한 삶의 태도를 말하고 있죠.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요. 있는 사람에 집착할 필요도 없으며 없는 사람에 우쭐할 필요도 없이 지금 자신의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여여한 삶의 태도지요. 여러분은 여여하시고 있나요? 


음. 오늘은 '돌아보면 아쉬운 듯 살아가는 삶'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우린 아쉬움을 남기는 삶을 극도로 싫어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완벽할 수 없는 인생길에 뭘 얼마나 잘한다고 해서 아쉬움이 남지 않는 삶이란 게 있을까요? 저는 아쉽기만 하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살면서도 자신이 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일 따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도 잊은 채 삶의 우선순위에서 가장 위에 놓는 경우가 있죠. 흔히들 워커홀릭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이 부류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물론 세상은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동시에 잘 한 몇 사람에 의해서 발전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혹은 잘하지 않아서 발전하지 않는다고 가 문제가 되는 걸까요?

자본주의 사회는 '최저 투입량으로 최대 생산량'을 만들어 내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우리가 길을 간다고 했을 때 목적지까지 최단 경로를 찾는 것과 같죠. 그런데 우리 인생길은 어떤가요? 빙빙 돌아서 갑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다행이다 이렇게요. 동의하시죠?

그렇다고 그 길이 의미가 없나요? 아닙니다. KTX 타고 서울에서 출발해서 부산에 가는 최단 코스와 비교했을 때 다양한 경험과 사유가 싹트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많은 실수를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도 하고요. 우리나라 교통 체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지역마다 사람들은 어떻게 다른지, 어느 지역엔 어떤 건물이 많은지 등 다양한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됩니다. 도착해서 돌아보면 아쉬움은 남습니다. 그때 그럴걸 저 때 저럴걸 하면서요. 그 속에 오늘 노래 제목인 여여한 삶의 자세가 담겨 있다고 보면 어떨까요?

너무 딱딱 들어맞는 삶의 여정을 겪은 사람들은 실패로 인해 좌절하기 쉽습니다. 공부 잘한다는 사람들이 들어가는 서울대나 과학고에서 수재들이 겪는 흔한 경험이죠. 반대로 이리로 갔다가 이길 아닌가 봐 하며 돌아서기를 수십 차례하며 대기만성한 사람은 어떨까요? 뒤늦게 지금 온 길 빼고 다 아닌 길들로만 다닌 셈이죠. 하지만 그 시행착오가 지금의 길을 만들었으니 지금의 길이 좀 어려워진다고 쉽게 흔들리진 않을 겁니다.

좀 부족하고 그래서 더 채우고 싶은 정도가 딱 좋은 형편이 아닐까 합니다. 불판에 구워진 고기를 배불러서 못 먹고 남기며 가게를 나오기보단 조금 부족한 듯 먹어야 다음에 또 오고 싶은 생각이 들 테니까요. 사실 우린 숨이 붙어 있는 한 실패도 성공도 없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지금 성공한 것은 재앙이나 마찬가지죠. 그 상태로 죽을 때까지 쭉 살아야 하니까요. 잘못하면 떨어질 일만 남은 셈이죠.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살아갑시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부족한 것을 바라보는 불만족이 문제겠죠. 부족한 것은 좋은 겁니다. 있는 것도 좋은 겁니다. 다만 그걸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만이 고스란히 남아 있죠. 있어도 더 있으려 하거나 없어서 불만족인 상태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앨범 재킷이 거의 걸그룹 수준입니다. 하하하. 트로트 가수 콘셉트와 너무도 달라서 처음에 보고 빵 터졌네요. 예전에 몇 천년을 인류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고 공존하는 종교에 심취한 적이 있었습니다. 3대 종교라는 이슬람, 불교, 기독교를 탐독했지요. 그래서 제 첫 책 <지구복 착용법>에도 한 챕터로 '종교'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 세 종교가 인류에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바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죠. 개인적으로는 불교의 사유를 높이 평가합니다. 학문적으로도 굉장히 견고하고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쉽게 여러분들에게 소개해 보도록 하지요. 오늘도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시어요. See you. Coming Soon-(NO.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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