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VAYA May 04. 2024

조항조의 <돌릴 수 없는 세월>(feat. 안성훈)

작사 박도현, 조항조, 혼수상태 /  작곡 알고 보니, 혼수상태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조항조'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Ds6 qWDRdcTI? si=brOwtaav1 kCONSUC


곤히 잠든 그대 모습

지긋이 바라봅니다


함께한 날들 모두가

멈춘 것만 같아요


꽃다운 날 나를 만나

모든 걸 맡긴 사람


때론 속고 속는데도

떠나지 않은 사람


왜 이리 작아졌나요

늘 맘조린 탓인가요


왜 이리 가벼운가요

돌릴 수 없는 세월에


눈물이 나요

눈물이 흘러요


당신이 나를 살게 한 사람이요


- 조항조의 <돌릴 수 없는 세월> 가사 중 -




조항조는 미군 무대 등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활동을 하다가 1978년 '서기 1999년'의 리드보컬로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홍원표입니다.  52년 생으로 70세가 넘었는데 너무 young 한 모습에 나이가 이 정도였는지는 몰랐네요. 80년대에는 그룹 판타지에서 리드보컬로 활동하다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게 됩니다. 미국에서도 'New Wave Band'를 결성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1990년데에 귀국해 국내 활동을 재개했죠.

1997년 대중가수를 본격화하면 낸 곡이 바로 '남자라는 이유로'입니다. 사실 이 노래는 최진의 씨의 '미워도 말야요'를 리메이크한 곡이었습니다. 당시 외환위기인 IMF때여서 일자리를 잃고 어깨가 축 쳐진 남자들을 크게 위로했다는 후문입니다. 이후 <사랑 찾아 인생 찾아><고맙소> 등의 히트곡을 냈죠.

이번 노래는 2021년 발표된 싱글 앨범입니다. 젊었을 때부터 자신 때문에 마음 고생한 이 세상 모든 아내들에게 써 내려가는 가슴 시린 편지글 같은 가사라고 하네요. 후배 가수들이 자주 커버하는 노래입니다.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 아내보다는 어머니가 생각나더군요.

트로트 가수지만 발라드 곡도 꽤 많이 부르는 편입니다. 젊은 발라드 가수 노래를 리메이크하기도 했죠. 원래 록가수였지만 작곡가인 손목인 씨의 영향으로 트로트로 전향한 케이스죠.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 온 점이 그의 동안 얼굴에 비결은 아닐까 싶습니다.


자. 본업의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돌릴 수 없는 세월'입니다. 시간의 불가역성을 말하고 있죠. 앞으로만 진행될 뿐 뒤로는 돌아갈 수 없는 점 말이죠. 지난 시간에 후회라는 단어를 남겨놓고 왔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이겠죠. 어떤 사연이 있는지 같이 톱아보시죠.

'곤히 잠든 그대 모습/ 지긋이 바라봅니다/ 함께한 날들/ 모두가 멈춘 것만 같아요/ 꽃다운 날 나를 만나/ 모든 걸 맡긴 사람/ 때론 속고 속는데도/ 떠나지 않은 사람' 부분입니다.

긴 세월이 흐른 후 삶의 고단함으로 곤히 잠에 빠져든 누군가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그동안 함께 했던 산전수전들이 데자뷔 되며 많은 감정들로 점철되죠. 그 사람에도 리즈 시절이 있었지만 화자를 만나면서 빨리 막을 내렸습니다. 그 리즈 시절의 조기 종료만큼이나 좋은 시절을 보내게 해 주고 싶었지만 그동안 그 사람의 속을 썩이는 날의 연속이었죠. 하지만 그 사람은 한 번도 화자를 등지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켜주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하는 지점의 한가운데 화자가 서 있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왜 이리 작아졌나요/ 늘 맘조린 탓인가요/ 왜 이리 가벼운가요/ 돌릴 수 없는 세월에/ 눈물이 나요 눈물이 흘러요/ 철없던 날 나를 만나 속 많이 썩은 사람/ 그 모두가 날 떠나도/ 믿어준 단 한 사람/ 당신이 나를 살게 한 사람이요' 부분입니다.

그 긴 세월을 함께 해 온 상대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허리도 굽고 몸무게도 많이 빠졌죠. 남자로 치면 풍채가 예전만 하지 못한 모습이죠. 그래서 화자는 그 사람에 대한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이 앞을 가리죠. 신체가 작아진 것이 화자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살아서가 아닌지 되묻고 있는 것이죠.

그러면서 서글픈 마음이 밀려옵니다. 좀 더 잘해 줄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과 회환의 감정이 드는 것이죠. 철없던 시절 그 사람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삶에 대한 반성과 자성이 이어지며 눈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리죠. 만약 그 사람이 없었다면 화자가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아찔하기까지 하죠. 바로 그 사람이 모든 사람이 등을 돌릴 때 남아 있던 한 사람이었으니까요.


음. 오늘은 '돌릴 수 없는 삶'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우리 삶을 지배하는 시공간. 그중에서도 시간은 참 오묘합니다. 그 시간의 오묘함이 탄생시킨 단어가 바로 '일회성'이죠. 두 번이 없는 삶은 그래서 늘 우리 자신에게 '선택'이라는 단어를 던져주죠. 그리고 그 선택은 늘 우리로 하여금 후회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죠.

대체로 나이가 들면서 우린 철이라는 것이 들게 되고, 그 시선으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잘못된 수많은 선택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오죠. 아마도 그 선택의 결과를 알게 된 시점에서 그 선택의 결과를 몰랐던 시점을 바라보기 때문에 드는 당연함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삶에서 한 점의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우린 지금, 현재, 여기를 오롯이 느끼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죠. 하지만 불완전한 인간이 그렇게 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죠. 어느 정도 선에서 만족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어야 내일 또 잠자리에서 일어날 게 되니까요.

'후회'라는 감정이 주는 감정이 전해주는 몇 가지 메시지에 주목해 봅니다. 먼저 후회는 반성 혹은 자성하는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수한 감정이죠. 일명 지난날들에 대한 반추가 가능해야 후회라는 것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후회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인간다움을 나타낸다고 생각되네요.

다음으로 후회는 지난날에 반성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난날을 후회하는 일을 넘어서 미래를 위한 다짐 따위로 이어지죠. 살면서 놓친 지점을 돌아보는 것은 남은 생애에 그런 유사 지점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후회를 안 하는 삶이 아니라 후회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하는 삶이 보다 현실적이고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후회는 일회성으로 점철된 우리 삶을 반영하는 단어입니다. 단 한번뿐인 시간을 걷는다는 사실을 이 단어보다 확실히 보여주는 단어는 없죠. 후회하는 시점이 되면 이미 그 사안은 되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인생의 한 부분도 허투루 대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인드셋을 가능하게 하죠.

이 노래처럼 이런 후회의 시간을 거쳐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임이 분명할 겁니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의 연속에서도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준 사람이었으니까요. 내 인생의 밑바닥을 보면서도 다시 일어서길 기다려준 사람일 테니까요.

그런 사람이라면 분명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챙기며 자신을 돌볼 겨를이 적었을 겁니다. 가사처럼 그 사람의 신체 변화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 사람의 마음에서 그 사람의 신체변화를 하루빨리 읽어낸다면 그 후회의 크기와 상실의 아픔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우리에게 후회 없는 삶이란 불가능합니다. 그 크기를 줄여본다거나 그 후회 속에 특정인과 엮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정도가 최선이겠죠. 시간이 후회라는 놈을 관장한다면 '지금 아니면 안 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드려 보고 싶네요. 여러분들의 선택은 '일회성'에 초점이 맞춰 있으신가요? 후회가 적은 삶을 위해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나를 살게 하는 사람만은 외면하지 맙시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어느 책에서 본 인생의 4가지 후회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오늘 브런치를 마무리해 볼까 합니다. 첫째, 삶의 안정적인 인프라를 만들지 못한 기반성, 둘째 성장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대담성, 셋째 양심적이지 못한 일에 대한 도덕성, 넷째 더 사랑하고 손 내밀지 못한 관계성입니다. 저는 둘째와 넷째가 가슴에 확 와닿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위 4가지 중에 어떤 부분이 후회의 핵심이신가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오늘이네요. 하하하. 즐거운 연휴 보내고 계시죠.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니 오늘 야외활동 당겨서 하심 좋을 듯요. See you. Coming Soon- (NO.283)

매거진의 이전글 금잔디의 <여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