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VAYA May 06. 2024

패티김의 <그대 내 친구여>(feat. 은가은)

작사/작곡 하광훈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패티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OrlzsMj-iU4? si=TpMrRXMwj8 mgOTXT

어둠 속에서 혼자 울고 있을 때

나의 손을 꼭 잡아 준 사람

비, 바람 불어도

늘 곁에 있어 준 사람

그건 바로 당신이였오


내 삶이 때론 노래가 되고

때론 서글픈 사랑이 돼요

황금빛 노을 붉은

파도 위를 달리는

바람이 되고 싶소


내 친구여 내 사랑아

나 죽어도 그대 잊지 않으리

평생을 사랑해도 아직도

그리운 사람 그대는 내 친구여


- 패티김의 <그대 내 친구여> 가사 중 -




패티김은 1956년 국무총리배 판소리 경영대회에 입상하면 데뷔했습니다. 2013년 긴 가수 생활을 은퇴했죠 가볍게 데뷔 50년을 넘기며 60년을 바라보던 시점이었습니다. 아마 전 세계 통틀어서 이 정도면 Top of top 수준이 아닐까 합니다. 거의 기네스 기록 수준이죠. 그냥 대한민국 대중음악사가 그녀의 몸 안에 다 담겨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하네요.

미국 여가수 패티 페이지와 같은 명가수가 되고 싶어서 활동명을 패티김으로 바꾸었습니다. 본명은 김혜자입니다. 활동기간이 긴 만큼 각종 기록도 무궁무궁합니다. 일본 시장 첫 진출 가수, 한국 여가수 최초 미국 카네기홀 공연,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공연 등 한국 K팝의 할머니 정도 되시겠습니다.

<초우><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서울의 찬가> 등 수많은 히트곡도 남겼죠. 가수 이미자 씨와 데뷔 시기도 같고 나이대도 비슷하여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미자 씨는 트로트, 패티김 씨는 이국적인 외모만큼이나 팝 위주의 세련되고 서구적인 분위기의 노래를 주로 불렀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08년 '꿈의 여정 50년 카타빌레'라는 50주년 기념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음반의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기서 말하는 친구가 저에게는 그녀를 사랑했던 팬들을 일컫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이클 잭슨과 휘트니 휘스턴을 좋아하시고 조영남 씨와 절친 사이라네요.

매일매일 5km씩 걷고 수영을 1,500m씩 한다고 하시는데 정말 철저한 자기 관리의 모습이죠. 그만큼 롱런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 아닐까 합니다. 히든싱어에서도 출연 제의가 왔었지만 은퇴 후여서 성사가 안 됐는데, 많이 아쉽네요. 상당히 흥미진진했을 것 같은데. 다시 해 주면 좋겠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그대 내 친구여'죠. 어떤 일을 50년 정도 꾸준히 했을 때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그 사이 매니저나 의상, 코러스 등 그녀의 주변을 형성했던 사람들이 바뀌기를 수차례였을 겁니다. 팬 중에서도 다른 가수로 갈아타고 다른 음악으로 이동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죠. 서두에도 말씀드렸지만 그래서 이 노래의 친구는 '찐 팬'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둠 속에서 혼자 울고 있을 때/ 나의 손을 꼭 잡아 준 사람/ 비, 바람 불어도/ 늘 곁에 있어 준 사람/ 그건 바로 당신이였오'가 첫 가사입니다. 어둠 속에서 혼자 울고 있다는 상황을 생각해 보죠.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상황입니다.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슬픈 외로움이 몸서리 처지죠. 이때 어둠을 밝히는 소중한 촛불을 들고 나타난 사람이 있다면 생명의 은인과도 같겠죠.

우린 살다 보면 우산 없이 비도 맞고 강한 바람에 몸이 휘청거리기도 합니다. 내리는 비를 막아주거나 부는 바람을 멈추게 할 수 없어도 같이 비와 바람을 맞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일명 살맛이 나겠죠. 그렇게 변화무쌍한 인생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곁은 지켜준 사람이 바로 당신이겠죠.

'내 삶이 때론 노래가 되고/ 때론 서글픈 사랑이 돼요/ 황금빛 노을 붉은 파도 위를 달리는/ 바람이 되고 싶소' 부분입니다. 우리 삶은 콧노래가 흥얼거리는 때도 있고 목숨같이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질 때도 있죠. 그런 인생의 풍파를 겪고 나서 저 멀리 바다 위에 해가 저무는 모습이 보입니다. 황금빛 노을이 보이고 바다도 써 뻘겋게 물들며 파도조차 붉게 보이죠. 그 위를 시원한 바람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해가 뜨고 지고 바다가 파랗고 빨개지고 와 상관없이 바람은 불고 싶을 때 불고 멎고 싶을 때 멎을 수 있는, 누군가의 부름이나 간섭을 받지 않는 '절대 자유'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요? 화자는 그런 바람이 되길 꿈꿉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내 친구여 내 사랑아/ 나 죽어도 그대 잊지 않으리/ 평생을 사랑해도 아직도/ 그리운 사람 그대는 내 친구여' 부분입니다. '나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는 어떤 시가 떠오르네요. 죽어도 잊지 않겠다는 것은 그만큼 현생에서 고마움을 느낀다는 표현이자 그 크기가 너무 커서 남은 시간 동안 리턴하기 어렵다는 것을 나타내죠. 그래서 평생을 사랑해도 그립다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음. 오늘은 '바람'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최근에 <강신주의 장자수업>이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거기에 보면 바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대붕이야기도 그렇고 바람소리가 나는 것을 설명하면서 관계성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더군요.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강신주 씨는 제가 좋아하는 철학자입니다. 그래서 그의 책이 나오면 빠뜨리지 않고 보는 편입니다. 하하하.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장자가 자유주의자인지를 처절하게 느꼈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을 볼 때보다는 전율의 정도가 낮았지만 그래도 노자와 장자가 어떻게 다른지 정도는 어디 가서 이야기할 정도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자. 각설하고 이런 질문으로 시작해 보죠. 여러분 바람이 어디 있나요? 바람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네. 눈으로는 보지 못합니다. 다만 깃발이나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보며 추측하는 것이죠. 좌에서 우로 혹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불고 있구나라고 말이죠.

예전에 흔들리는 깃발을 보며 화두를 던지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한 사람은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라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깃발이 움직인 것이라고 하다가 바람과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뭐 이런 일화였죠. 의미심장하죠?

<강신주의 장자수업>에서는 깃발이 없으면 바람도 없고 바람이 없으면 깃발이 흔들릴 일도 없다는 관계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다른 말로는 타자성이라고도 하는데요. 홀로 독고다이로 설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뭐 이런 이야기인 셈이죠.

그런데 바람은 누구와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파도를 만나면 파도를 평소보다 성나게 하고요. 깃발을 만나면 깃발을 날리고요. 구멍 모양의 사물을 만나면 소리를 내기도 하죠. 네 바람은 관계의 자유를 지니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만날 수 있는 것이죠.

또 하나는 그 관계를 형성할 때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적도 지방에 내가 좋은 게 많으니 적도에만 불지도 않고요. 극지방을 좋아한다고 해서 극지방에만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죠. 이처럼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만 그 관계를 구별하지 않는 바람의 속성이 마치 장자의 사유와 결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노래에서도 화자는 바람이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준 사람이 부르면 한걸음에 달려갈 수 있어서 일 수도 있지만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인생사의 흥망성쇠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라고 보면 어떨까요?

무언가를 더 가지고 취하면 삶이 좀 더 자유로워질 줄 알았지만 인생의 황혼기에 바라본 세상은 그런 그림이 아니었겠죠. 물질적인 것이 정신적인 것을 보듬어 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나이일 테니까요. 그래서 화자는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지향하는 삶을 염원합니다. 그게 바로 바람이죠.  

우리가 Wind를 말할 때도 바람이고 나의 기대나 소망을 말할 때도 바람인 것이 신기하죠. 둘 다 속성이 비슷한 측면이 보이나요? 이 노래에서 화자에게 당신이라는 존재는 힘들고 어렵고 비와 바람이 휘몰아치면 나타나는 존재죠. 두 사람은 그런 관계성 기반 위에 있는 것이죠. 그러니 그 관계를 뒤바꾸려면 한평생으로는 모자라고 다른 생을 기약해 보는 수밖에요. 그래서 화자는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기만 한 것이겠죠.


PS. 트로트가 반응이 좋습니다. 하하하.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쭈뼛쭈뼛했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실 줄 알았으면 진즉에 할 걸 그랬나 봐요. 트로트와 남자 아이돌 부분이 다른 섹터에 비해 뒤처져 있어 당분간 좀 안배를 해 나가도록 해보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자유와 우정을 가장 중요한 인생 키워드로 상정하고 살아갑니다. 물론 앞으로 더 좋은 말이 나오면 언제라도 바꿀 생각은 있습니다. 자유롭게 우정 가득한 연휴의 마지막 날을 보내시길 바라 봅니다. See you. Coming Soon- (NO.285)

매거진의 이전글 조항조의 <돌릴 수 없는 세월>(feat. 안성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