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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y 13. 2024

진성의 <동전인생>(feat. 마이진)

작사 진성 작곡 김도일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진성'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UTdCjTjcJuQ? si=jIA8 i0 FlJYBcbiQV

바람 바람 끝자락

매달려 흘러간 청춘


돈이건만 값어치 약한

동전 같았던

내 과거 그 누가 알까


자존심을 내 목숨보다 더 사랑한

지난날 아픔 속에는


눈물방울 삼키며

오늘을 위하여

모진 세월

추억 밟고 나 여기 왔다


다시는 울지 않으리

인생은 지금부터야


- 진성의 <동전 인생> 가사 중 -




진성은 1994년 데뷔한 트로트 가수입니다. <태클을 걸지 마><안동역에서><보릿고개> 등 현역 남성 트로트 가수로서는 많은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으며, 후배가수들이 시시때때로 커버를 하고 있는 가수입니다. 2016년 큰 수술을 하고 완치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성 트로트 가수인 김용임 씨와 친한 사이죠.

그의 노래는 대부분 음악을 냈을 때보다 역주행하며 히트한 경우가 많았다고 보이네요. 특히 대표곡인 <안동역에서>는 2008년에 발매되었지만 실제 인기를 끈 것을 4년 뒤인 2012년이었습니다. 이 노래로 안동역에서는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고 하죠. MBC <놀면 뭐 하니>에- 출연해서 유재석의 트로트 가수명인 '유산슬'이라는 예명을 지어준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SBS <트롯신이 떴다>와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할 만큼 방송계를 종횡무진하고 있습니다.

건강 문제를 겪었던 만큼 몸소 텃밭을 가꾸며 건강 식단 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식당을 경영한 경험으로 <신상출시 펀스토랑>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여 요리 실력을 뽐낸 적이 있죠.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히든싱어 6>에 출연했지만 3라운드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죠.

어린 시절은 불우했습니다. 아마도 그 시절 기억이 그가 부르는 노래의 깊은 맛을 더해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네요. 아버지의 술 문제로 3살에 집을 나간 어머니, 아버지마저 연락이 끊겨 할머니와 같이 살았지만 얼마 안 돼서 돌아가셨죠. 초등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이런 파란만장한 삶이라니. 오죽했으면 부모 없는 보육원 고아들이 부러웠다고 회고에서 참 짠하더군요. 트로트를 부를 수 없는 운명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말 밖에는 다른 말이 떠오르질 않네요. 유년 시절과는 정반대의 노년 시절을 기원합니다.


자.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살펴보죠. '동전 인생'입니다. 의미 심장하죠. 굳이 비교를 하자면 '지폐 인생'이 반대편에 있는 것이겠죠. 그만큼 보잘것없는 청춘을 보낸 인생을 돌아보며 지금부터라도 다른 인생을 살겠다는 다짐을 담은 노래입니다.

'바람 바람 끝자락/ 매달려 흘러간 청춘/ 돈이건만 값어치 약한/ 동전 같았던/ 내 과거(설움) 그 누가 알까'가 첫 가사입니다. 가사는 짧지만 참 의미심장하죠? 바람은 인생에서 불어닥친 고난 따위를 상징하죠. 그 바람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삶이 많이 흔들리기도 했고 위태로웠다는 의미일 겁니다. '돈이건만' 부분은 '사람이건만'을 비유한 것으로 보이고요. 일명 쓸모가 적은 사람을 값어치 약한 동전 같았다고 표현한 듯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처참한 청춘의 시간과 상처를 누가 알아주고 이해해 줄 수 있냐고 묻고 있죠.

이 노래는 하이라이트는 '자존심을 내 목숨보다 더 사랑한/ 지난날 아픔 속에는/ 눈물방울 삼키며/ 오늘을 위하여/ 모진 세월 추억 밟고 나 여기 왔다/ 다시는 울지 않으리/ 인생은 지금부터야' 부분입니다.

쉽게 현실고 타협하며 안락한 삶을 추구할 수도 있었지만 화자는 자존심을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만큼 모난 세월은 아픔으로 화자의 가슴 한가운데에 남아 있으리라 생각되네요. 서러워 울 일도 많았겠고 눈물을 삼키며 참아야 했던 세월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세월은 화자를 누구보다도 모질게 대했고 화자는 그 시간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쌓였겠지요.

죽지 않고 버티는 자가 이긴다는 말처럼 살아서 지금 여기에 온 것이죠. 그러면서 다짐을 합니다. 이대로 계속 세월에 휘둘리며 살지 않겠다고요. 이제 화자 자신도 웬만한 바람에는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내공을 지니고 있는 상황이 되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앞으로의 인생은 지금까지의 인생과 다를 것이라는 선언을 하죠.

일명 나이는 못 속인다는 표현이 떠오르네요. 어른스러운 척을 할 수 있어도 실제 어른과는 다른 느낌을 주죠. 책으로 배운 공부로 아는 것과 실전에서 부딪히며 아는 것이 다르듯이요.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수세 상황을 꿋꿋이 견디며 반전의 기회를 엿보던 화자가 마침내 지금부터 보여줄 반전이 기대되는 가사입니다.


음. 오늘은 ' 돈이건만 값어치 약한 동전 같았던'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저는 이 노래를 처음 접했을 때 제목에 있는 동전을 보고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글쓰기를 하면서 가끔씩 생각하는 에피소드인데요. 브런치에 좀 소개해 볼까 합니다.

제가 유일하게 학창 시절에 논술 학원을 다녔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선생님이 내 준 논술의 제목이 '10원과 코딱지'였거든요. 한동안 멘붕이 와서 뭘 쓸지도 모르고 급당황했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이야 머릿속에서 뭐라도 끄집어내서 대충 종이 한 장은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땐 너무 버거웠죠.

여러분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10원과 꼬딱지'라는 주제가 주어지면 뭘 쓰실지 말이죠. 물론 해당 주제로 쓸 수 있는 글은 무궁무진할 겁니다. 그때 선생님은 10원은 동전 중에 가장 값어치가 낮은 동전이지만 그것이 없으면 상호 간에 정확한 계산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코딱지는 참 지저분하고 더럽다고 생각하지만 외부의 이물질이 우리 몸에 함부로 못 들어오도록 걸러던 흔적이라고 말씀하시면 이 둘의 공통점이 보이느냐고 되물으셨죠. 네 언뜻 보기엔 값어치 없어 보이지만 그것이 존재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피해는 상상 이상 인 우리 삶의 소중한 것들 정도가 이 주제를 풀어갈 수 있는 열쇠였던 셈입니다.

저는 선생님의 부연 설명을 듣고는 무릎을 딱 치게 되었죠. 알고 나니까 쉬운데 왜 이걸 생각하지 못했나 하면서요. 당시 글쓰기는 것을 어렵게는 생각하지 않던 저였지만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은 분명합니다. 어떤 사물이나 물건들 사이의 유사점을 찾고 비유나 은유로 연결시키는 방법을 어렴풋이 맛본 것이었으니까요.

예전에 입담이 좋으셨던 노회찬 의원의 연설을 보면 6411번 버스 편이 많이 회자되었죠. 모두가 잠든 새벽 첫 버스를 타고 어두컴컴한 세상을 뚫고 높은 빌딩이 즐비한 서울의 한 복판에 내려서 사람들이 사무실에 출근하기 전까지 청소를 해 주시던 분들이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에 그들을 '투명인간'으로 생각하며 그들의 존재를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가 담겨 있죠.

네. 요즘 미국에서는 굴뚝 청소부가 그리도 시간당 페이가 높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가 온전히 돌아가려면 일명 3D(힘들고 위험하고 더럽고)를 기꺼이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AI를 가장 먼저 적용해 봐야 하는 분야가 이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 몸을 떠올려보면 사소한 발톱이라고 신경을 꺼두고 살면 발톱이 부러져 피가 나고 심지어는 곯기도 하죠. 심지어는 걷기도 힘들 정도가 되기도 하고요. 물론 심장만 쿵쾅쿵쾅 띠면 살아 있을 수 있지만 온전한 몸 상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우리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사소한 것, 미천한 것도 잘 살펴보면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이죠. 그것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다면 동전과 같은 삶을 잘 견뎌내고 지폐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그런 시선으로 산다면 인생은 지금부터 달라지지 않을까요? 하하하


PS. 지금 제가 그때 선생님이 내 준 문제를 받는다면 '생명력'이라는 공통분모를 뽑아낼 것 같습니다. 동전 같은 삶은 지폐 같은 삶에 대비해서 거친 아스팔트를 구른다고 해도 크게 변형될 것 같지 않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고요. 코딱지는 인간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생명력을 뜻하는 증거일 수 있으니까요. 또는 교환이라는 개념을 꺼내볼 수 있겠네요. 거래를 완성해 주는 동전과 숨을 통해 외부세계와 내부세계를 교환해 주는 증거인 꼬딱지 말이죠. 하하하. 그때 보단 제가 조금은 성장한 것이겠죠? 오늘도 편안한 저녁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NO.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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