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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y 20. 2024

강승모의 <무정브루스>

작사 박건호 작곡 김형광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강승모'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jerTNNW5X7 A? si=QKYWdvAht6 tpCLgY

이제는 애원해도

소용없겠지

변해버린 당신이기에


내 곁에 있어달라

말도 못 하고

떠나야 할~ 이 마음


추억 같은 불빛들이

흐느껴우는 이 밤에


상처만 남겨두고

떠나갈 길을

무엇하러~ 왔던가


자꾸만 바라보면

미워지겠지

믿어 왔던 당신이기에


쏟아져 흐른 눈물

가슴에 안고

돌아서는~ 이 발길


사랑했던 기억들이

갈길을 막아서지만


추억이 아름답게

남아 있을 때

미련 없이~ 가야지


- 강승모의 <무정부르스> 가사 중 -




강승모는 1집 앨범 <강승모>로 1983년 데뷔했습니다. DJ 이종환이 운영하던 음악 카페 셀부르에 걸여있는 가수들의 사진을 보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합니다. 졸업과 동시에 이종환 씨를 찾아가서 오디션을 보고 바로 합격해 쉘부르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었다네요. 이종환 씨는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강승모가 결혼할 때 사회를 봐주실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나 봅니다.

1980년대를 수놓은 가수 조용필. 강승모는 조용필 모창을 그렇게 잘했다고 전해집니다. 조용필 노래 부르는 걸 들어봤더니 '히든싱어' 조용필 씨 편 나오면 1등 하실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그러나 1983년 1집 앨범을 발표하게 되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여기에 실린 곡입니다. 이후로도 많은 앨범을 내놨지만 1집만큼의 영광은 없었죠. 원히트원더 쪽이 더 맞을 것 같네요.

2013년 18세 연하의 바리스타였던 아내와 결혼을 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미사리 라이브카페를 비롯해서 문래동에서 소규모 공연을 이어오기도 했습니다. 트로트가 주 장르이지만 공연에서는 록과 메탈에 가까운 곡도 선보인다고 하네요.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가수라기보다는 예술가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됐네요. 그간 예술을 고집하며 너무 외골수로 살아온 삶에서 이어지는 생활고와 좁아지는 무대 등에 대한 언급을 보면서요. 40년 넘게 지금 까지지 노래를 한다는 것이 그의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겠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무정브루스'입니다. 무정은 '이별상황에서 상대에 느끼는 감정'을 뜻하는 것 같고요. 뒤에 블루스는 약간 늘어진 박자에 슬픔과 한을 담은 음악 장르를 뜻하죠. 내용도 형식도 우울한 이라는 의미의 영어 'Blue'를 흠뻑 담은 곡이 아닐까 싶네요.

'이제는 애원해도/ 소용없겠지/ 변해버린 당신이기에'가 첫 가사입니다. 네. 사람이 변한 것처럼 무서운 상황은 없겠죠. 변했다는 것은 외모가 아니라 마음이겠죠. 사랑했던 사이가 사랑하지 않는 사이가 되어 버린 것이죠. 그러니 다시 사랑하자는 말이 무색할 수밖에요.

'내 곁에 있어달라/ 말도 못 하고/ 떠나야 할~ 이 마음' 부분입니다. 더 함께 하자는 말을 꺼내고 싶지만 상황이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것을 아는 화자의 입장에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착잡한 마음만을 간직한 채 상대로부터 등을 돌리는 안타까운 장면이 그려지네요.

'추억 같은 불빛들이/ 흐느껴우는 이 밤에/ 상처만 남겨두고/ 떠나갈 길을/ 무엇하러~ 왔던가' 부분입니다. 가사가 참 좋죠? 활활 타오르다가 언제 가는 꺼져가는 불빛을 사랑으로 생긴 추억으로 은유하고 있습니다. 불빛이 타오르는 모습에서 흐느껴 우는 모습을 떠올린 것 같죠? 사랑의 상처만 남길 이 죽일 놈의 사랑을 왜 시작했냐고 묻고 있죠.

2절입니다. '자꾸만 바라보면/ 미워지겠지/ 믿어 왔던 당신이기에/ 쏟아져 흐른 눈물/ 가슴에 안고 / 돌아서는~ 이 발길' 부분입니다. 견물생심이라고 했지요. 보면 갖고 싶은 마음이 드는 까닭에 마음은 그대로지만 달라진 상황에서 상대를 바라보면 그 부조화가 극에 달하며 미움의 감정이 느껴집니다. 마음과 같지 않은 현실이 눈물을 부르게 되지만 이 마저도 가슴에 품고 돌아설 수 밖엔 없는 것이죠.

'사랑했던 기억들이/ 갈길을 막아서지만/ 추억이 아름답게/ 남아 있을 때/ 미련 없이~ 가야지' 부분입니다. 쉬이 발걸음이 떨어질 리 없겠죠.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아름다웠던 추억마저 잃을까 싶은 거죠. 그래서 미련이라도 남기지 않으려 발거음을 재촉해 봅니다.


음. 오늘은 딱히 노래와 관련해서 쓸 말이 떠오르질 않네요. 하하하. 대신 최근에 읽은 책 이야기를 좀 해 보죠. 여러분 '화두'라는 단어 아시죠? 불가의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참구(참선하여 진리를 찾음)하는 문제를 가리키는 불교 용어입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을 보며 화두를 제시합니다. '이것은 바람이 흔들리는 것인가? 깃발이 흔들리는 것인가?'라고요. 그러면 '바람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요. 나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 같은 적절한 대답을 찾는 것이죠.

화두는 교종과 선종 중 선종의 수행방법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교종은 쉽게 말해 엘리트 집단을 중심으로 깨달음에 대한 공부를 중시했다면 선종은 현실세계에서의 실천에 초점을 맞췄죠. 그래서 임제 스님처럼 기이한 인물이 많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많이 남기곤 합니다.

화두가 주어졌을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을 '간화선'이라고 하죠. 처음 흩어져 있는 화두를 모았을 때 1,700여 개가 넘었는데 그것을 100개로 줄이고 무문 스님이라는 분이 48개의 화두로 정리해서 해설한 <무문관>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저는 48개 화두 중에 아는 것도 있었지만 거의 못 풀었네요. 하하하. 그걸 강신주 씨가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있는가?>라는 제목의 책으로 10년 전에 출판한 것을 이번에 전자책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재미 삼아 하나만 예를 들어 볼까요? 어느 스님이 최근 사찰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스승님께 가르침을 구합니다. '스승님 저에게 가르침을 좀 주십시오' 이렇게 말했겠죠? 그랬더니 스님이 '아침 죽은 먹었는가?' 이렇게 묻자 '아침 죽은 먹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그럼 발우(그릇)나 씻게'라고 말합니다. 그 순간 어느 스님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뭐 이런 식입니다. 이해하셨나요? 하하하.

이쯤에서 가사를 한 구절을 살펴보죠. '자꾸만 바라보면/ 미워지겠지/ 믿어 왔던 당신이기에' 부분 말이죠. 상대가 앞에 있어도 볼지 안 볼 지는 내가 결정하죠. 미운 것은 그 사람인가요? 아니면 미워하는 나의 마음인가요? 상대를 믿은 건가요? 아니면 상대를 믿는 나를 믿은 건가요? 심오하죠? 하하하.

제가 이 책을 보면서 가장 감명 깊었던 그래서 마음에 새기고 싶었던 내용은 '깨달음은 자신이 주인공임을 아는 것이고, 해탈은 조연의 삶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자신의 삶에 주인공이신가요?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놀고 싶을 때 놀고 있나요? 아니면 최소한 내가 싫은 일은 하지 않을 자유를 가지셨나요? 네 대부분의 사람. 깨닫지 못한 상태의 우리들은 자신의 삶에 주인공이 아닐 겁니다. 다만 주인공이 되기를 꿈꾸며 한 걸음 한 걸음 삶에 던져진 화두를 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단독화(Singularization)'이라는 단어가 있는데요. '부처를 보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보면 조사를 죽인다'는 말에도 그 의미가 잘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의 추종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찾아가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고도 말하고요.

떠난 사람은 조연에 불과합니다. 남아 있는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죠. 님이 떠난 자리에서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우리 각자의 삶은 다른 모습을 띨 겁니다. 비슷할 수는 있겠지만 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가사인 '미련 없이 가야지'라는 가사가 참 좋습니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홀연히 떠나는 어느 스님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거든요.

각자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자유롭고 평안한 삶을 살아봅시다. 잘한다는 사람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의 주변을 기웃거리지 말고요. 그냥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내 삶에 놓인 화두를 하나씩 풀다 보면 깨달음까진 아니어도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오늘은 이것으로 브런치를 마치겠습니다.


PS. 오늘에서야 구독자 100명을 달성했네요. 1년 안에 달성했으면 하는 수치였는데 한 달 정도 빨리 왔네요. 뭐 안 됐어도 크게 실망하거나 좌절하진 않았을 거지만요. 저도 한 때는 구독자가 많은 브런처가 궁금했고 이걸로 책을 내신 분들도 궁금해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다 이런 마인드여서 딱히 궁금해할 것도 따라 할 것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가사실종사건>이라는 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려고요. 노래 가사에 담긴 화두를 하나씩 풀기에도 벅찹니다. 하하하. See you. Coming Soon-

PS. 근데 앨범 재킷 너무 센세이션 하지 않나요? 무섭기도 하고요. 하하하.(NO.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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