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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r 11. 2024

한혜진의 <갈색추억>

작사 정욱 작곡 정풍송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한혜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REHyhfav2 eU? si=xAp_9 rA3 zmnQSXXn


희미한 갈색등불 아래

싸늘히 식어 가는 커피잔
사람들은 모두가 떠나고

나만 홀로 남은 찻집


아무런 약속도 없는데
그 사람 올 리도 없는데
나도 몰래 또다시 찾아온
지난날 추억 속의 찻집


우리는 나란히 커피를 마시며
뜨거운 가슴 나누었는데
음악에 취해서 사랑에 취해서
끝없이 행복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대는 떠나고
갈색 등 불빛만 남아
외로운 찻잔에 싸늘한
찻잔에 희미한 갈색추억




한혜진은 1985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습니다. 1987년에 MBC 강변가요제, 1988년 MBC 신인가요제에 입상하며 1988년 <가슴 아픈 말 하지 마>라는 곡으로 가요계에 인문 합니다. 1990년과 1991년 두 차례 신곡을 발표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1993년 오늘 소개해 드릴 <갈색추억>이라는 노래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트로트 가수로서 인정을 받게 됩니다. 1999년 <서울의 밤> 그리고 2003년 <너는 내 남자>가 그녀의 대표곡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21년까지 계속해서 신곡을 발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네요.

서울 예대 영화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녀가 공채 탤런트가 된 이유가 이해가 되시죠. 가수 박미경 씨와 나이도 같고 대학 동창이라고 하네요. 전혀 다른 길을 간 것을 보면 인생 참 모를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가수 김용임 씨하고도 친구 사이라고 합니다. 후배 김호중 씨와도 각별히 지내고 있죠.

허스키 보이스이고 목소리에 힘이 있는 스타일로 명불허전입니다. 예전에 이은하 씨 정도가 떠오르고요. 최근에는 박혜신 씨가 그런 보컬 라인에 속하죠. 깊은 목소리가 딱 트로트에 어울리다고 할까요. 개인사는 그다지 잘 풀리지 않은 듯합니다. 훌훌 털어버리시고 앞으로도 히트곡 많이 만들 어심 좋겠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갈색 추억'입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빛바래져 간다는 의미일까요? 노래 가사를 해석해 보면서 한번 그 갈색의 의미를 각자 찾아보시죠.

'희미한 갈색등불 아래/ 싸늘히 식어 가는 커피잔/ 사람들은 모두가 떠나고/ 나만 홀로 남은 찻집'이 첫 가사입니다. 먼저 쓸쓸함을 담은 가사인 듯하죠. '희미한 갈색 등불'과 '싸늘히 식은 찻잔', 그리고 '홀라 남은 찻집'이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화자의 허전함을 그리고 있는 듯합니다.

'아무런 약속도 없는데/ 그 사람 올 리도 없는데/ 나도 몰래 또다시 찾아온/ 지난날 추억 속의 찻집' 부분입니다. 떠난 버린 임에 대한 미련이 느껴지는 가사죠. 자신도 모르게 그와의 추억이 남긴 찻집을 찾는 모습이고요. 그렇다고 떠난 임이 돌아올 거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우리는 나란히 커피를 마시며/ 뜨거운 가슴 나누었는데/ 음악에 취해서 사랑에 취해서/ 끝없이 행복했는데' 부분입니다. 화자와 상대는 그 커피숍이 아지트 같은 장소였던 모양입니다. 마주 보고 가 아니라 나란히 앉아 있을 만큼 살갑고, 음악에 사랑을 담아 뜨거운 가슴을 나누는 사이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 봐야 하는 가사는 '끝없이'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 당시에는 그런 좋은 시절이 지속될 거라 일명 착각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동시에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하네요.

이어지는 가사는 '어느 날 갑자기 그대는 떠나고/ 갈색 등불빛만 남아/ 외로운 찻잔에 싸늘한 찻잔에/ 희미한 갈색추억'입니다. 네. 끝없이 행복할 거라 믿었던 사랑이 갑자기 떠나갑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갈색 등불'과 '외롭고 싸늘한 찻잔' 뿐이죠. 님을 만날 때도 등불과 찻잔은 있었지만 님이 떠나고 난 후 그 갈색은 더 또렷이 보이고 찻잔은 따스함을 잃어 싸늘하게 변해가고 있죠. 변화하는 인간의 혹은 사람의 마음과 다르게 그 자리에서 그대로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는 특정 사물의 모습을 매치시키며 '무상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왜 갈색인지 이제 이해가 되셨나요? 하하하.


음. 오늘은 '무상함'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무상함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은 물론이고 우리의 생각과 사랑조차 영원하지 않은 것이죠. 물론 우리는 언젠가는 죽는 유한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그렇지만 그것을 차치하더라고 우린 늘 변하는 존재입니다. 20살 때 생각으로 40살을 살진 않잖아요.

인생무상을 가장 많이 느끼는 장소가 장례식장이 아닐까 하는데요. 누군가의 죽음 앞에 서면 그동안 잘 살려고 발버둥 치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고, 왠지 부질없음을 느끼게 되곤 하니까요. 그만큼 인생무상이라는 단어를 만나게 되면 우린 집착과 욕심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너무 달고 산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장례식장을 나와서 다시 삶의 공간으로 돌아오면 며칠 사이에 다 잊곤 하지만요.

제가 이 노래에서 '끝없이 행복했는데'라는 가사에 꼬친 이유는 화자가 그 무상함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시점에 했던 사랑이었고, 지금에서 되돌아보니 그게 아니었구나를 알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추정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걸 알게 되어서 이 노래의 제목을 '갈색 추억'이라고 지은 게 아닌가 하고요.

제가 무상함과 관련하여 가장 소름이 끼쳤던 말은 박문호 교수님이 하신 말씀인데요. '이 세상에는 사건만 있지 사물은 없다'라는 말입니다. 모든 게 변하지만 우리는 눈으로만 세상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까닭에 늦게 변화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것만을 변한다고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느리던 빠르던 세상 모든 것들은 변화 중입니다.

또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시 세계의 변화는 잘 감지하지만 그 반대편에 놓인 미시 세계 영역은 우리가 변화를 느낄 수 없죠. 머리에 흰머리가 나고 주름이 생기면 '아! 나도 늙는구나'라고 말하지만 일분일초 우리 몸에서 세포가 노화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미시세계도 늘 변화 중입니다.

그 변화가 보이지 않고 느리다고 해서 수수방관하다 어느 날 갑자기 흰머리가 보이고 누군가가 죽는 모습을 보면 허망함을 느끼게 되죠. 부지불식간에 벌어진 일이라고 느껴서입니다. 하지만 내가 눈치를 못 챈 것뿐이지 그 사이에 변화는 꾸준히, 한 치의 오차가 없이 진행되어 온 것이죠.

살면서 무상함이 허망함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합니다. 그렇기 되지 않으려면 눈에 보이지 않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야 합니다. 그중 하나가 글쓰기와 책 읽기죠. 무상함이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잘 알아차리는 여러분이 되길 기원하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로 <가사실종사건> 트로트 편 10번째 브런치가 완성되었네요. 나름 의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 갈길이 멀기는 하지만요. 순전히 이건 제 감인데요. 트로트가 사랑받는 것과 살기 팍팍해진 것 사이에는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치 립스틱이 잘 팔리면 경제 성장이 잘 된다는 신호이듯이요. 그런 의미에서 트로트가 다른 장르보다 도드라지는 것이 탐탁지 않은 마음도 있습니다. 걸그룹이나 보이그룹처럼 너무 어린 나이부터 트로트를 부르는 친구들을 볼 때도 많은 생각들이 들고요. 트로트에 담긴 무상함이라는 삶의 깊이를 생각한다면요. 하하하. 그럼 내일 만나요.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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