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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pr 18. 2024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작사 자이언티 작곡 자이언티, 쿠시, 전용준 서원진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자이언티(Zion.T)'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vfDb8 uTp2 DU? si=aKxcoMDCBJiOXaxY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그래


-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가사 중 -




아빠도 엄마도

두 누나도 있었지만

난 어릴 적

집에 혼자 일이 많았지


아버진 택시 운전사셨지

일 나간 아버지에게 전화하면

늘 양화대교라고 답하셨지


혼자 남은 내가

늘 안타까우셨는지

잠자는 내 머리맡에

별사탕과 라면땅을

늘 준비해 주셨어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나는

우리 집의 귀염둥이


아버지보다

아버지의 주머니를

더 기다리는 우리 집 막내


그런 내가

어느새 부쩍 자라

돈을 벌게 되니

이젠 내가 가장 행세


양화대교에 있다는 말이

이제야 실감이 나네

그게 무슨 뜻이었는지

그 다리를 건너는 기분을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자이언티는 싱글 'Click me'로 2011년 가요계에 데뷔했습니다. R&B 가수이자 래퍼, 프로듀서입니다. 본명은 김해솔입니다. 자이언티는 자이언이 '시온'을 뜻하고 T가 십자가를 상징해서 '예루살렘의 성지'라는 뜻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그림에 소질이 있어서 화가 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었지만 이 노래 가사처럼 집안 형편상 돈이 많이 드는 미술을 접고 음악을 선택했다고 하네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교회 악기를 다루며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요. 첫 싱글을 낸 후 아메바 컬처에 들어가서 사이먼 도미닉과 프라이머리 등 동료들의 음악을 피처링했습니다. 크러시와도 <뻔한 멜로디>를 발매했고요. 2016년에는 테디 씨가 설립한 YG 엔터테인먼트 산하 레이블로 이적했죠.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14년 발매한 싱글입니다. 자이언티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폭넓게 각인시킨 곡이죠. 자이언티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래는 모든 가족들로 확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노래가 기존에 들던 음악과는 색깔이나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제 레이다에 걸렸더랬죠.

꾸준하게 음악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실력파입니다. Mnet의 쇼미 더머니 프로그램에도 종종 출연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트와이스의 채영과 열애설을 인정하기도 했더군요. 이쁜 사랑 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노래도 쭉 들어봤는데 과거보다는 좀 밝아진 듯하기도 하고 많이 세련된 느낌이었어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양화대교'입니다. 전 서울 사람이 아니라서 한강 다리에 대해 좀 검색을 해 봤습니다. 2020년 7월 기준으로 31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고 하네요. 와~ 생각보다 많다. 그중에 4개는 철교, 나머지 27개는 대교라고 하네요. 서쪽부터 보면 양화대교는 8번째 다리입니다. 경기도 여의도 부근에 있는 다리네요. 하하하. 노래에서 양화대교는 단순한 다리의 의미보다는 '가장의 무게' 정도를 은유한 말이 아닐까 싶은데요. 같이 가사를 톱아보시죠.

'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양화대교"가 첫 가사입니다. 첫 가사는 노래 마지막 부분 가사와 같이 보면 의미가 확 다가옵니다. '그때는 나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몰랐네/ 그 다리 위를 건너가는 기분을/ 어디시냐고 어디냐고/ 여쭤보면 아버지는 항상/ 양화대교, 양화대교/ 이제 나는 서있네 그 다리 위에' 부분입니다.

어린 시절 집에 홀로 남아 심심하던 차에 혹은 일 나간 아버지가 보고 싶어 연락을 하면 돌아오는 답변이 양화대교였죠. 시간이 한참 흘러 그런 양화대교를 성인이 된 지금 화자 자신이 그 위에 서 있죠. 대교를 뜻하는 다리라는 것이 사람의 다리가 중첩되어 있습니다. 무언가 무거운 것을 버티고 지켜내야 하는 역할을 담당하죠. 예전에는 그 역할이 아버지였고 지금은 본인 자신이 되었다는 의미일 겁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놓인/ 별사탕에 라면땅에/ 새벽마다 퇴근하신 아버지/ 주머니를 기다리던/ 어린 날의 나를 기억하네/ 엄마 아빠 두 누나/ 나는 막둥이, 귀염둥이/ 그날의 나를 기억하네/ 기억하네' 부분입니다. 아버지와 각별한 사이였던 모양입니다. 일 나가시기 전에 막내인 화자의 머리맡에 놓아주신 간식이 그걸 말해주죠. 그런데 엄마와 두 누나는 어디 가고 늘 그리 혼자 있었던 것일까요? 궁금하네요.

'내가 돈을 버네, 돈을 다 버네/ "엄마 백 원만" 했었는데/ 우리 엄마 아빠, 또 강아지도/ 이젠 나를 바라보네/

전화가 오네, 내 어머니네/ 뚜루루루 "아들 잘 지내니"/ 어디냐고 물어보는 말에/ 나 양화대교 "양화대교"' 부분입니다. 이제 이 집의 경제를 이끌어 가는 사람은 바로 화자 자신입니다. 격세지감이죠. 자식을 건사했던 부모님의 시대가 저물고 그 무거운 짐을 화자 자신이 건네받은 느낌이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부분입니다. 화자는 행복을 뭐라고 정의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몸이 아프지 않은 상태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평생 자식을 위했던 부모님의 다리가 고장 난 모습이 연상되네요. 아~~ 슬퍼~~~~~


음.  오늘은 무제입니다. 하하하. 주변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분들이 종종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있을 때 좀 더 잘해 드릴 걸'입니다. 아마도 다른 세상으로 가신 다음에 부모님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합니다. 살아생전에 후회 없이 해 드릴 거 다 해드렸다고 말하는 이를 전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상태는 일찍 철이 드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는 삶의 어려운 지점을 지날 때면 부모님 생각을 종종 해보곤 합니다. 그분들도 분명 이처럼 힘든 기간이 있으셨을 텐데 어쩜 지금은 저리도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으신지 하고요. 특히 자녀가 속을 썩이면 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부모님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한 움큼 올라오곤 하죠.

우린 누군가의 보호를 받다가 역으로 누군가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 다시 말해 역지사지가 되면 어렵지 않게 나를 보호했던 부모님 등에게 고마움을 느끼곤 합니다. 그 쉽지 않은 길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온 삶의 흔적이 쪼그라진 어깨와 깊이 파인 주름 그리고 함박눈을 맞은 듯한 머리색에 오롯이 묻어있죠. 하지만 내 삶의 고단함을 뒤로하고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늘 표현하며 살기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여자분들은 남자분들이 군대와 축구 이야기, 더 나아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도 재미없다고 하죠. 하하하. 그런데 군대만 놓고 봐도 저희 아버님 세대는 36개월을 가득 채웠고 저의 경우는 26개월, 그리고 지금은 18개월로 복무기간이 단축되었습니다. 어떤 보직을 맡았느냐에 따라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군대라는 곳이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듯이 1개월이라도 오래 근무했던 분들이 고생을 해도 더 했을 겁니다. 물론 지금 세대는 18개월도 힘들다 말할 거지만요.

태어날 때부터 핸드폰을 모르던 세대, 살다 보니 핸드폰이 생긴 세대, 태어나자마자 손에 핸드폰이 쥐어진 세대가 함께 공존하며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세상입니다. 한 세대를 30년이라고 가정하면 30년을 주기로 세대는 그 자리를 위로 한 단계씩 오르며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신세대를 만나게 됩니다.

휴대폰이 출연했다고 모든 세대의 휴대폰을 사용 정도가 같진 않습니다. 너무 늦은 나이에 휴대폰을 만나면 전화 거는 것 이상의 기능을 활용하는 게 어렵게 되죠. 무슨 말씀을 드리는가 하면 우린 앞 세대와 뒷 세대를 어림짐작으로 공감하는 것일 뿐 그 세대를 명확히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린 늘 윗세대에게 고마움을, 반대로 아랫세대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져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을 일군 윗세대와 저성장으로 인해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아랫세대를 보면서, 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부자가 세금을 좀 더 내야 문제 풀이가 쉬워지듯 중간 세대가 좀 마음을 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마음만으로라도

누군가의 지금이 우리의 미래가 되고 우리의 모습이 어떤 이들의 미래 모습이 된다는 생각을 조금만  보자구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얼마 전 선거가 끝났죠. 동서로 갈라졌던 표밭이 이번에도 확고부동하게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부산에서 파란당이 광주에서 빨간당이 당선되기를 바라는 1인입니다. 다양성이 사라지는 세상 속에서 인구 소멸과 노령화로 인한 연금 개혁, 사회 개혁 등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치는 자신에게 유익한 후보를 뽑는 것이지만 부분이 아닌 전체를 생각하는 시민의식은 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이니 정권 지원이니 프레임보다 지역과 세대를 뛰어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로 보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오래간만에 미친 소리 좀 했습니다. 하하하.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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