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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pr 19. 2024

최유리의 <밤,바다>

작사 문성욱 작곡 문성욱, 임영우, 방민규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최유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o43-59 RGpCc? si=1 PZiQBEteUgH-PNV

가끔은 넘어질 거야


오늘은 괜찮을 거야


흐트러진 마음을 쏟아내도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넌 말없이 그냥 울어도 돼


흐린 맘이 남지 않게


내가 너의 바다가 되어줄게


- 최유리의 <밤, 바다> 가사 중 -





고요한 밤바다

소란한 맘

잔잔해지고


낮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

한숨 소리조차

품에 안지


세상 풍파 속

놓쳐버린 많은 것들


지친 커다란 몸

감추기에도

너무 커버린 나


그날의 너란 존재

내겐 한 줄기 위로였어

그날의 너란 마음

내겐 큰 힘이었어


느려도 쉬어가도

날은 밝아 올 거야

하루만큼 우린

어른이 될 거야


이번엔 내가 널 사랑할게

니 옆에 있을게

 

너의 지친 마음

감싸 안을 수 있는

그런 밤과 바다가 될게


니가 선물해 준

어린 시절

밤의 바다처럼




최유리는 미니앨범 '동그라미'로 2020년 데뷔한 싱어송라이터입니다. 2018년 제29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가수로서의 재능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작사 작곡한 '푸념'이라는 곡이었죠.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실용음악학부에서 작곡을 전공했습니다.

한 마디로 음색이 깡패죠. 지친 일상 속 잔잔한 위로를 전하는 곡에 딱 어울리는 목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에 동료 가수들이 엄지 척을 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메이크 앨범과 일부 OST를 제외하면 모든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작년 10월 말에 발매한 싱글 앨범이고요. SBS 음악 여행 프로젝트 여행 플레이리스트 OST곡입니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서서 신곡으로 선보인 곡이죠. 최유리 씨의 곡 중 저의 최애곡입니다. 그녀의 노래는 모창가수가 출연하는 '히든 싱어'가 안 될 만큼 독보적이라고 인정할 수밖에요.

저는 유튜브에 검색을 하다가 알게 되었는데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뤄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주말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OST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 '맞다. 하기로 했었지'하면서 이번에 다루게 되었네요. 하마터면 놓칠 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밤, 바다'입니다. '밤바다'가 아니라 밤 다음에 콤마를 찍고 바다라고 한 이유가 심히 궁금해지네요. 발음을 해 보시면 알겠지만 붙여서 읽는 것과 떨어뜨려서 읽는 어감 차이가 어마어마합니다. 그걸 알고 이렇게 제목을 붙인 것이겠죠?

'우린 고요한 밤바다를 좋아했지/ 소란한 맘을 감춰줬으니/ 낮게 부서지는 잔잔한 노래에/ 가끔 한숨을 잊기도 했지'가 첫 가사입니다. 너무 좋죠? 고요한 밤바다를 보는 것만으로 마음에 평온함이 찾아오고 잔잔한 파도소리가 밀려오는 소리를 들으면 한숨을 쉬는 것처럼 잊곤 하죠. 대자연의 힘입니다. 그 앞에서 작게만 느껴지는 우리들이죠. 지지고 볶고 니가 잘났나 내가 잘났나 논쟁이 다 묻혀버리는 마법이죠.

'내게 불어온 바람은 퍽 차가웠지/ 이미 많은 걸 놓쳐 버렸지/ 지친 나무 틈에 몸을 숨기기엔/ 너무 커버린 내가 미웠지' 부분입니다. 세상의 풍파 속 잃어버린 것들, 창피해서 엄마의 바지 가락이라도 잡고 뒤로 숨고 쉽지만 이미 커버린 몸이 서러워지는 것이죠. 한 마디로 고단한 삶 속 기댈 곳 없는 위태로움이 느껴지죠.

'문득 돌아보면 그날에 네 마음이/ 내겐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와 '나도 몰랐었던 그날의 내 마음에/ 너는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부분입니다. 그런 시절에 화자의 손을 잡아 주었던 너란 존재. 애틋하고 소중할 수밖에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가끔은 넘어질 거야/ 오늘은 괜찮을 거야/ 흐트러진 마음을 쏟아내도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넌 말없이 그냥 울어도 돼/ 흐린 맘이 남지 않게/ 내가 너의 바다가 되어줄게' 부분입니다. 그 시절 고마움을 너의 바다가 되어준다는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위로의 신이라고 해야 하는 가사죠.

후렴구에는 '조금 늦어져도 괜찮아/ 쉬어가도 좋아/ 내가 너를 사랑할게/ 다시 아침이 오면/ 조금은 괜찮을 거야/ 하루만큼 우리가 어른이 됐으니까/ 내가 옆에 있을게/ 넌 말없이 내게 기대도 돼/ 지친 맘이 닿는 곳에/ 내가 너의 그 밤이 되어줄게/ 고마웠어 내 어린 밤들아' 부분이 나옵니다.

저는 '다시 아침이 오면/... 하루만큼 우리가 어른이 됐으니까' 가사를 이 노래에서 최고의 가사로 뽑겠습니다. 어두운 밤 육안으로 식별이 어렵지만 멀리서 계속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귀가를 간지럽히죠. 그러는 사이 밤은 저물고 아침의 태양은 뜹니다. 그 복잡했던 마음이 무심한 시간의 흐름 속에 담겨 바다를 향해 있던 두 사람을 하루만큼 어른으로 만들어 준다고 해석해 보고 싶네요. 캬~~~~~


음. 어제 무제로 브런치를 했으니 정신을 바짝 차려볼까 합니다. 하하하. 오늘은 '위로'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위로의 사전적 의미는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입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따뜻한 말과 행동 잘하시는 편이신가요? 저는 잼뱅이입니다. 하하하. MBTI 성향 T보다는 F가 이런 위로에 더 유리할 것 같긴 합니다.

지금까지 들었던 말 중 어떤 말이 최고의 위로가 되던가요? '괜찮다. 다 괜찮아질 거다' 이런 부류의 말인가요? 아니면 '다 지나간다. 그 이꺼' 이런 류인가요. 음. 저의 경우는 T답게 이런 감정적 위로 메세지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태의 핵심을 콕 짚어서 다른 시각을 선사해 주는 게 백배 천배 좋습니다.

역으로 제가 누군가를 위로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그렇게 생각하면 화가 날 일인데, 이런 방향으로 생각해 보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지 않아?'라고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합니다. 가끔 위로에 특화되어 있지 않은 타입이라서 핀잔을 받곤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제가 F를 본받아 흉내라도 내야 하는 걸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F를 찾아갈지 T를 찾아갈지를 정하는 센스 정도는 위로 당사자의 몫으로 남겨둬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요. F에게 가서 T를 찾고 T에게 가서 F를 찾으면 어쩌란 건지요.

네. 최소한 살면서 우린 모든 사람과 상황에 맞추며 살 순 없습니다. 고기가 먹고 싶을 때는 A랑, 생선이 먹고 싶으면 B랑 만나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가족이라는 이유로 동료라는 이유로 곁에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위로의 순간에도 잘해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한다면 곤란하죠.

비빌 언덕을 보고 비비라고 진심으로 위로를 받고 싶다면 먼저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없는 말 있는 말 다 짜내서 위로했더니 위로가 안 된다는 말이 돌아와 누군가를 난처함에 빠뜨리지 않으라면 말이죠.

결론적으로 저는 T방식의 위로 모드를 여전히 작동시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누군가를 어설프게 위로하려고 나서지 않습니다. 위로를 요청하는 상대가 찾아오면 물어봅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생각의 위로야. 마음의 위로는 아니야. 마음의 위로를 찾는다면 번지수 잘못 찾아온 거야. 맞게 찾아온 거야?'라고요. '내 말이 아플 수도 있어. 그래도 들어볼래'라고요.

누군가에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곁에 있어주는 것이 최고의 위로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무티를 안 내고 평상시처럼 대하는 것이 위로 일  있습니다. 저마다 취향이 다른 것처럼 생각하는 최고의 위로 방식도 다를 수밖에요. 그런데 어떤 방식이 자신에게 가장 좋은 위로의 방식인지를 말하지 않고 상대가 그렇게 해 주기만을 바라서는 안 되겠죠? 우리의 변덕스러운 마음이 그날따라 다른 위로를 원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본인의 위로가 먹혔든 안 먹혔든 저는 결과주의보다는 상대를 진심으로 위로를 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설픈 연기를 내려놓고 각자가 잘하는 방식으로 하자고요. 위로받아야 하는 분도 사람 가려서 부디 본인이 소구하는 바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위로가 많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다들 고단하고 힘들죠. 다른 누군가보다 자신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고안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노래를 듣거나 멍을 때리거나 책을 읽거나 샤워를 하거나 등등요. 일상의 위로로 마음을 가볍게 해야 큰 위로를 받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찾으셨나요? 위로는 '여유로운 마음'에서 나온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제 주변에는 고민 상담하는 이는 많아도 위로받으려고 찾아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하하하. 다들 아는 거겠죠? 아주 현명한 선택을 하는 주변인들입니다. 저 역시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는 일이 자주 없고 익숙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위로하는 방법을 찾거나 평소 위로받을 일을 안 만드는 쪽에 공을 더 들이는 편이랄까요? 위로도 정도가 지나치면 누군가의 감정노동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서로에게 위로가 필요하긴 하지만 잦은 위로가 필요한 사회는 그다지 반길 일은 아닌 듯하네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See you. Coming Soon-(NO.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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