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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y 02. 2024

배치기의 <눈물샤워>(feat. 에일리)

작사 배치기, 탁, 무웅 / 작곡 이지호, 랍티미스트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배치기'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oGj_yW9 OdgM? si=UxaLe2 AW_RO7 JxiQ

그대 눈에 보였죠

넘실거리는 슬픈 내 눈물이


아직 가슴에 차고 남아

한 없이 두 볼에 흐르고 있죠


아무 일 없는 듯 웃고 싶어요

날 감싸는 추억이 또 날 붙잡죠


이 눈물이 그대의 두 눈에도

흐르고 있을까요


- 배치기의 <눈물샤워> 가사 중 -




지지리도 궁상 울상

내 처량한 모습

내 불쌍한 모습


울컥, 치면

눈물이 와르르

흐를 것 같아


널 잡지 못한 후회

더 나은 사람이 되지 못한 한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자책


이기적인 가슴

다른 설렘을 원하고

그 와중에 밥은 넘어가


한 방울 한 방울

그러다 왈칵


쥐뿔도 없는

형편없는 신세

꼬질한 내 모습

눈물로 씻어낼 수밖에


청승맞게

불 끄고 이불 덮고

베개 위에

눈물 샤워




배치기는 2005년 데뷔한 2인조 힙합 그룹입니다. 무웅과 탁이 멤버죠. 동네 친구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에 클럽 공연에서 우연히 MC스나이퍼를 만나 자연스럽게 Buddha Baby 크루의 창립 멤버가 되기도 합니다. 처음엔 4인조였는데 팀원 두 명이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면서 2인조 체제가 되죠.

배치기는 스나이퍼 사운드의 창립으로 체계적인 활동을 준비하며 1집 <Giant>를 발매하죠. '반갑습니다'가 타이틀 곡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죠. 2006년 두 번째 앨범 <마이동품>을 , 2008년 3번째 앨범 <Out of Control>을 차례로 발표합니다. 3집부터는 MC스나이퍼의 협업에서 벗어나 외부의 아티스트와 합을 맞춥니다.

멤버가 군대를 다녀온 후 소속사 스나이퍼 사운드를 떠납니다. YMC 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죠. 2013년 새 앨범인 <4 part 2>가 발매되는데, 데뷔 이래 처음으로 가요 프로그램 1위를 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 주인공이 된 곡이 바라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 <눈물 사워>입니다. 에일리 씨가 피처링했죠. 아마도 이때가 배치기의 전성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후 배치는 367이라는 자체 소속사를 차렸죠. 현재는 탁 혼자서 솔로 곡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무웅의 휴식기가 길어지면서 해체나 은퇴설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공식적으로 선언한 적은 없습니다. 저는 배치기의 노래보다는 가사 만드는 실력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되네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눈물 샤워'입니다. 눈물을 얼마나 흘렸길래 샤워를 할 만큼이라고 표현한 걸까요? 가사 내용에 보면 상대가 다른 사람을 향해 떠나가고 있는 상황이 그려져 있습니다. 힙합이어서 가사가 상당합니다. 주요 부분만 언급하는 선에서 해석을 해보려고 합니다.

'지지리도 궁상이지 애써 짓는 미소조차 이리 울상인지/ 글썽이는 두 눈에 맺힌 내 처량한 모습 이리 불쌍한지

/ 자꾸 멍해져 목젖부터 울컥거리는 게 툭치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애/ 내가 나를 알기에 널 잡지 못했던 후회 속에 질질 짜는 못난 놈/ 왜 난 너에게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없었는지에 대한 한탄 속에/ 왜 난 떠나가는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수밖에 없던 자책 속에/ 마지막엔 알아야 했어 너의 이기적인 가슴은 다른 설레임을 원한 걸/ 우는 와중에도 밥은 넘기는 거 보니 그래도 계속 살고 싶긴 한가 보네' 부분입니다.

가사가 익살스럽죠. 특히 마지막 가사요. 그런다고 죽지는 않아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요. 이별 상황에서 눈물을 가까스로 참으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신세한탄을 하고 있습니다. 한탄과 자책 속에 있는 것이죠. 그리고 상대가 떠나는 이유를 알게 되죠. 그 덕분일까요. 슬픔에 꺾여 죽고 싶다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죠.

2절에서는 '쥐뿔도 뭐 없는 내 꼴을 알기에 아쉬움도 갖지 못해 한탄을/ 아직도 남은 네 존재를 억지로 떨궈낸 내 속이 타는데/ 냉정히 날 두고 떠나갈 만큼 나 형편없는 남자였나/ 기다려 달란 말도 지친다 기약 없는 말/

더는 널 묶어둘 자신도 모면할 핑계도 댈 수가 없어서/ 더 감추지 못한 채 모자란 모습만 네게 보이고 마는/

지지리도 못나고 꼬질한 내 모습 눈물로 씻어내 보낸다' 부분이 나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떠나는 상대를 지켜만 보는 작아진 자신의 모습을 꼬질하다고 표현하고 있죠. 그 모습을 눈물로 씻어내는 발상이 참 이색적이고 좋네요.

'청승맞게 불 꺼 놓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 놓고/ 베개 위에 얼굴 엎어 놓고 샤워해 샤워 눈물 샤워/ 청승맞게 불 꺼 놓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 놓고/ 베개 위에 얼굴 엎어 놓고 샤워해 샤워 눈물 샤워' 부분입니다. 혼자 방 안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는 장면이 연상되죠. 그걸 '눈물 샤워'라고 표현하고 있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 가사가 좋더라고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그대 눈에 보였죠/ 넘실거리는 슬픈 내 눈물이/ 아직 가슴에 차고 남아/ 한 없이 두 볼에 흐르고 있죠/ 아무 일 없는 듯 웃고 싶어요/ 날 감싸는 추억이 또 날 붙잡죠/ 이 눈물이 그대의 두 눈에도

흐르고 있을까요' 부분입니다. 에일리가 피처링한 부분이죠. '넘실거린다'는 가사가 참 마음에 듭니다. 눈물이 눈가에 고여서 식별이 안 되는 상황을 '넘실거린다'라고 은유한 게 아닌가 싶네요. 물론 울음을 멈추고 웃음을 짓고 싶은 화자의 마음이지만 지난 추억이 발목을 잡고 놔주지 않고 있죠.


음. 오늘은 '샤워'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여러분들은 하루에 샤워를 몇 번이나 하시나요? 한번, 두 번 하하하. 저는 샤워하면 생각하는 몇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요. 오늘은 그걸 좀 정리해 볼게요.

첫 번째는 보통 샤워라고 하면 뭔가를 씻는 청결 행위를 꿈꾸죠. 영어로는 'Wash'라고 하고요. 차를 세차하다라고 할 때도 'Wash'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Wash의 빈도가 누군가의 청결 정도나 성격 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하죠. 술 취해도 이는 꼭 닦고 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때는 예외로 하며 생활의 융통성을 발휘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여러분들은 어떤 부류에 속하나요?

예전 회사에 있을 때 외국물 많이 먹은 친구들과 일하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 자주 들었던 단어가 '브레인 워시(Brain Wash)'였습니다. 전 이런 단어가 실제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그 단어가 의미하는 것이 기존 생각의 변화나 고정관념 타파 정도로 이해하고 있죠.

무언가를 씻는다는 것은 불필요한 혹은 무용한 무언가를 주체로부터 떼어내기 위한 행위죠. 먼지가 될 수도 있고 때가 될 수도 있고요. 그걸 우리의 사고로 비유해 보면 바로 잘못된 생각 혹은 고정관념, 선입관 같은 것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분야의 대가와 대화를 나눈다거나 그들이 쓴 책 등을 읽는 행위 속에서 일명 깨달음이 있다면 이것이야 말로 Brain Wash라고 불러도 좋겠네요. 이런 거 꼭 필요하겠죠?

두 번째는 어느 귀농마을 이야기인데요. 몇 가구가 마을 회관을 공동으로 짓고 누구라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는데요. 이 귀농마을은 누구라도 문제점을 제기하면 공동으로 합의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운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날 올라온 안건은 '샤워 후 배기구에 쌓이는 머리카락'이었다고 하네요.

여러 사람이 공동 샤워실을 사용하다 보면 일명 뒷정리가 잘 안 되는 문제가 있을 법한데요. 그 마을에서도 머리카락이 배기구에 쌓이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이것을 안건으로 올렸고 누가 치우는 것이 정당한가? 이것에 대한 회의가 열렸다고 하네요. 결론이 어떻게 났을까요? 궁금하시죠?

보통 다 같이 쓰는 공용 공간이니 순번을 정해서 청소를 실시한다 같은 식상한 답이 나왔다면 제가 브런치에서 소개할 이유가 없겠죠. 네. 회의의 결론은 '보기 싫은 사람이 치운다'였다고 하네요. 사람마다 더러움에 대한 감수성이 다른 바 그걸 못 보겠는 사람이 치우는 게 옳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죠. 이해가 되시나요?

어떤 사람은 하루 정도 안 씻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꼭 한 번은 씻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장훈 씨 같은 깔끔이는 샤워를 한 시간가량 한다고 하죠. 뭐가 정답은 없습니다. 환경보호 관점에서 보면 물을 적게 쓰는 사람이 워너가 되겠지만요.

이 노래에서는 눈물로 '못난 자신의 모습'을 씻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죠. 여러분들의 각종 샤워는 무엇을 씻어내기 위한 행위인가요? 그 정도는 적절하다고 보이나요? 너무 과하거나 너무 무감각하진 않나요? 전 몸은 하루 정도 못 씻어도 브레인 워시는 멈출 수가 없는 1인입니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여러분들은 최근에 눈물을 언제 흘려보셨나요? 나이가 들수록 울 일이 참 드물죠. 저는 아주 가끔 드라마나 영화 보다가 엄마 역 연기가 절정해 오를 때 눈물이 핑 돌곤 하는데요. 주말에 눈물 많은 사람들 보면 '나이가 몇 살인데 맨날 이렇게 질질 짜' 이렇게 응수하곤 합니다. 감정 표현에 어느 정도 솔직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서 눈물을 좀 흘려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세상에 다 울릴 천진데, 우린 너무 눈물을 참고 사는 것은 아닌지 싶네요. 특히 누군가와 헤어질 땐 이 노래처럼 눈물 샤워할 수 있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바라 봅니다.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NO.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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