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VAYA May 21. 2024

녹색지대의 <준비 없는 이별>

작사 이희승 작곡 김범룡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녹색지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Qd57 HgfUkaI? si=c4 mVIqxz5 gI_ci2C

하루만

오늘 더 하루만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게 줘


안돼 지금은

이대로 떠나는 널

그냥 볼 수는 없어


차라리 나
(차라리 나)

기다리라 말을 해


- 녹색지대의 <준비 없는 이별> 가사 중 -




행복했던 지난 시절

좀처럼 떨어지지가 않아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만나야 할 것만 같아


이러면 안 되는데

떠나는 사람의 마음만

무겁게 할 뿐인데


그리 쉽게 지워지는 거라면

이리 애달프지도 않겠지

컴컴한 밤이 되어도

기억들은 더욱 선명해져


그러면 안 되는데

미운 기억이라도

쌓아놓을 걸 그랬나 봐


너무 갑작스럽잖아

조금만 나에게

준비할 시간을 줘


지금 이대로 떠나면

난 못 견딜 것 같아


차라리 못 돌아오더라도

기다리라는 거짓말이라도 해서

나를 안심시켜 줘




녹색지대는 남성 듀오로 1993년에 데뷔했습니다. '바람 바람 바람'으로 유명한 가수 김범룡 씨가 프로듀스 한 그룹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노래 역시 김범룡 씨가 작사에 참여했습니다. 원래 트로트풍을 추구했는데 그걸 덜어낸 것도 김범룡 씨라고 하네요. 오~ 다행.

미성의 곽창선 씨와 거칠고 터프한 음색의 권선국 씨가 멤버입니다. 1994년 <사랑을 할 거야>를 발표했지만 첫 반응은 시큰둥하다가 1년 후에 입담을 타고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다음 해인 1995년 2집을 발매했고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바로 여기에 실려 있습니다.

X JAPAN의 곡과 유사하다는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사태가 수습되고 1997년 3집을 발매했지만 예전 같지 않았죠. 그래서 1998년 권선국 씨가 솔로 활동을 이유로 탈퇴합니다. 그리고 객원 멤버로 김알음 씨가 합류했지만 반응은 냉랭했죠.

2003년 권선국 씨가 다시 합류해서 6집을 냈지만 그것이 끝이었습니다. 꺼진 불씨를 살려보고자 곽창선 씨는 조원민 씨를 영입해서 2009년 7집을 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죠. 참 안타깝죠.

보기 드문 그 시절 듀오였죠. 미성과 탁성의 조화가 무엇보다도 매력이었죠. 권선국 씨는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다가 트로트 가수 진시몬 씨의 도움으로 잘 헤쳐 나온 것 같고요. 권선국 씨는 시골에 내려가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1층은 라이브 카페, 2층은 주거를 하고 있다고 나오네요. 다들 행복하시길~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살펴보죠. '준비 없는 이별'입니다. 대략 난감하겠죠. 어제까지 잘 지내고 별 탈이 없다가 다음 날 보자마자 '우리 헤어져'라고 말하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아니면 뭔가 크게 잘못한 것을 들켜버려서 이별까지 간 상황이라고 봐야 할까요? 그 사연을 쫓아가 보시죠.

'지난 시간 내 곁에서 머물러/ 행복했던 시간들이/ 고맙다고 다시 또 살게 돼도/ 당신을 만나겠다고/ 아 그만해야 할 텐데/ 떠나는 그대라도/ 편하게 보내줘야 할 텐데'가 첫 가사입니다. 이별의 순간이 어김없이 찾아오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상대를 순순히 놔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대와 있을 때 가장 행복했기에 다음 세상에 태어나도 그런 사람을 못 만날 것 같거든요. 하지만 화자 자신만의 욕심만을 채울 수는 없는 법이죠.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과 편하게 보내주고 싶은 마음 사이에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눈을 감아 지워질 수 있다면/ 잠이 들면 그만인데/ 보고플 땐 어떡해야 하는지/ 오는 밤이 두려워져/ 아 그댈 보낼 오늘이/ 수월할 수 있도록/ 미운기억을 주지 그랬어' 부분입니다. 헤어짐이란 그 자체로 안 끝나니 문제입니다. 상대는 사라져도 그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은 고스란히 남아 있죠. 그래서 눈말 질끈 감으면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사라져 버리는 상황을 꿈꿉니다. 어둠이 내려앉아도 상대한 대한 기억은 더욱 선명해지기에 어두움을 상징하는 밤이 오는 것이 이처럼 두려울 수가 없는 것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하루만/ 오늘 더 하루만/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게 줘/ 안돼 지금은/ 이대로 떠나는 널/ 그냥 볼 수는 없어/ 차라리 나/ (차라리 나)/ 기다리라 말을 해' 부분이죠. 마음의 준비가, 이별할 준비가 안 됐다고 하루만 연장하자고 말하죠. 아마 시간을 충분히 준다고 해도 화자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서니까요. 그런데 감정이 정리되길 기다린다는 건 가지 말라는 말과 같죠. 그래서 거짓말이라도 기다리라는 말을 남겨달라고 대안을 제시하네요.

이 노래에는 내레이션이 나오는데요. '아무것도 미안해하지 마/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나는 괜찮아/ 그래도 사는 동안/ 함께 나눈 추억이 있잖아/ 다행이야 감사할게' 부분인데요. 전혀 화자의 진심과는 먼 표현들 일색이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상대를 안심시키고 싶은 만큼 사랑하는 거라 이해해야겠죠?


음. 오늘은 '준비'라는 것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여러분들은 어떤 상황에 대해 준비를 잘하시는 편이신가요? 예전에 보니까 어떤 연예인 같은 경우에는 화재에 대비해서 가정 내 소화기를 점검하기도 하고, 어떤 연예인은 전쟁 날 것에 대비해 전투 식량 같은 것을 챙겨두고 그러던데요. 하하하.

그냥 이렇게 쉽게 생각해 보죠. 학생 시절 준비물 잘 챙겨가셨나요? 잠들기 전에 다음 날 준비물을 가방 속에 고이 챙겨두고 주무셨나요? 네. 저는 그런 타입이 아니었습니다. 야간 자율 학습하려면 두 끼의 도시락을 챙겨가야 했는데 등하교 봉고차의 경적 소리만 들으면 가방만 들고 냅다 달려가는 바람에 제 도시락을 어머니가 그리도 드셨다는 후문을 남겼죠. 하하하. 전 J 성향으로 나오는데 왜 이런 건지. 쩝

물론 물리적인 무언가를 챙겨놓는 버릇이나 습관 속에 준비하려는 마음도 담겨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지점은 이런 물리적 준비가 아니라 정신적 준비입니다. 설사 도시락을 못 챙겨서 갔다고 해도 옆 친구 밥 뺐어 먹으면 되고 매점을 이용할 수도 있고 정 안 되면 굶는 것도 방법이죠. 하지만 정신적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닥친 어려움이나 불행은 큰 상흔을 남기는 법이죠.

이 노래에서 말하는 '준비 없는 이별'이 대표적인 경우일 겁니다. 연애를 하고 있지만 '우린 헤어지는 일은 절대 없어'라는 생각을 갖기보다는 '누구든 마음이 바뀌면 떠나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이별이라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준비 없는 이별'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정신적 준비는 '마음공부'라는 말이 될 것 같습니다. 인생이 우리를 힘들게 할 때, 바닥까지 내던질 때 그 비참함과 처참함을 딛고 다시 일어서서 나아가려면 평소에 마음공부가 필요하죠. 막상 상황이 닥쳐서 누구의 좋은 말을 가져다 쓴다고 해결되지 않으니까요.

철학과 인문학 류의 책들은 평소 마음을 단디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죠. 물론 책만 읽는다고 해서 어려움을 바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빠져나오는 속도는 좀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심지가 곧은 만큼 흔들릴 일도 적고요. 평소에는 그런 노력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지만요.

준비를 잘한다는 건 다른 말로 하면 예측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겠죠. 하늘의 먹구름을 보고 비가 올 것 같으니 우산을 미리 챙기는 것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준비 없는 이별'의 주인공인 화자는 하늘의 먹구름을 보지 못했거나 혹은 보고도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인생의 모든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없습니다. 맑은 하늘에 떨어지는 비 같은 것도 있으니까요. 준비를 너무 많이 하면 지금의 삶보다 미래의 삶을 더 들여다보게 될 수 있고요. 그러니 그런 예측 불가능한 비는 그냥 맞으며 허허허 이렇게 웃고 지낼 수 있는 마음의 품을 필요로 하는 것이겠죠.

노년에 혹은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라고 여기저기서 난리입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될 것 마냥요. 그리고 그 초점은 모두가 돈으로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건강이 받쳐주는지, 지근거리에 친구가 있는지 등등 일지도 모르는 데도요. 막상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무언가는 늘 있을 거고요. 그러니 적당히 준비하고 마음의 품을 키웁시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가사실종사건>을 하면서 전 따로 준비 같은 거 안 합니다. 안 하려고 합니다. 브런치 할 시간 정도만 확보해 놓으려고 하죠. 제 머릿속에 담긴 생각이란 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걸 보는 재미랄까요. 곡도 주제도 다 정해 놓으면 왠지 숙제하는 것 같거든요. 글을 쓰면서 주제를 정하고 몇 자 끄적여 보면 제 부족한 점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그 느낌이 좋습니다. 더 분발해야 한다고 저를 채찍질하거든요. 그게 제가 거르지 않고 책을 읽게 하는 원동력이 되곤 하죠. 여러분들은 브런치를 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시나요? 하하하. See you. Coming Soon-(NO.300)

매거진의 이전글 배치기의 <눈물샤워>(feat. 에일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