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VAYA May 26. 2024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

작사/작곡 박진영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Ue-YbJZQPaw? si=bGjKe56 EE5 YYoTjR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봐도


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고


너를 너무 잊고 싶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리 애를 써도 넌 내 안에 있어


-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 가사 중 -




태양을 걷어치워

나 우는 모습

만천하에 드러나는 게 싫어

왜 우냐고 묻지도 마


괜찮은 척

사람들 속에서

웃고 떠들어 봐


하지만 아직도

너의 미소, 너의 두 손

그리움 떠나질 못 해


깊이 박힌 가시

상처는 자명해 보여

지우는 거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한 너


눈물이 강을 이뤄

쓸려 보내고 싶어

너를 잊고

제대로 살고 싶어


하지만 넌 태양처럼
아무리 도망쳐도

늘 내 머리 위

아무리 발버둥 쳐도

늘 내 가슴속




비는 6인조 아이돌 댄스그룹 <팬클럽>의 멤버로 1998년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정지훈'입니다. 활동명 비는 모든 사람들 곁에 내리는 음악을 하고 싶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해외 활동 시에는 RAIN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2번의 오디션에 떨어진 후 박진영 씨를 만나면서 JYP 연습생으로 들어갑니다. <팬클럽> 데뷔를 시도했으나 1년 만에 해체되는 굴욕을 맛봅니다. 이후 박지윤 등의 백댄서 활동을 병행하며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게 되죠. 그리고 2003년 '나쁜 남자'로 솔로 데뷔를 하게 되죠.

2014년 6번째 정규 앨범 <Rain Effect>까지 꽤 오랜 리스너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 사이 박진영과 음악적 결별을 선언하기도 했고요. 2018년 발매한 미니앨범에 실린 <깡>이라는 노래가 그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기도 했죠. 최근에는 콜라보 싱글 앨범에만 가뭄에 나듯 참여하고 있어 보입니다. 노래보다도 댄스 실력이 발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03년 발매된 2집 <Rain2>에 실린 타이틀곡입니다.

사실 비는 가수 못지않게 연기자로서도 꽤 성공했다고 봐야 합니다. 2009년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 <닌자 어쌔신>의 단독 주연을 맡았고 아시아 최초 첫 단독 주연 액션 스타상을 거머쥐기도 했죠. 국내에서도 <풀하우스><이 죽일 놈의 사랑> 등 꾸준히 연기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화인가 스캔들>이라는 작품이 예정되어 있네요. 톱스타였던 배우 김태희 씨와 결혼해서 세간을 놀라게 하기도 했고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태양을 피하는 방법'입니다. 제목이 참 특이하죠? 제목만 보고도 무슨  노래일지 궁금해집니다. 화자는 왜 태양을 피하고 싶었을까요? 태양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이었을까요? 함께 노래 가사를 쫓아가면서 태양의 정체를 밝혀 보시죠.

'울고 있는 나의 모습/ 바보 같은 나의 모습/ 환하게 비추는/ 태양이 싫어 태양이 싫어/ 누군가 날 알아보며/ 왜 우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해줄 수가 없는 게/ 너무 싫었어'가 첫 가사입니다. 왜 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하죠. 우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없어서 물어보는 조차 싫다고 말합니다.

'아직도 너의 그 미소/ 나를 만졌던 그 두 손/ 그리워하는 게/ 너무 싫어서 너무 싫어서/ 많은 사람들 속에서/ 웃고 얘길 나누면서/ 잊어보려 했지만/ 또다시 눈물이 흘렀어' 부분입니다. 헤어진 상황이 분명합니다. 헤어진 누군가를 잊어보려 애써보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모두 다 내가 잊은 줄 알아/ 하지만 난 미칠 것 같아/ 너무 잊고 싶은데/ 지우고 싶은데/ 그게 안돼 yeah' 부분에서 보면 꽤나 연기를 잘 한 모양입니다. 슬퍼도 슬프지 않은 척, 이별을 하고도 괜찮은 척 말이죠. 하지만 화자의 마음은 그와 정반대인 상황이죠. 그래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봐도/ 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고/ 너를 너무 잊고 싶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리 애를 써도/ 넌 내 안에 있어' 부분입니다. 자. 이제 태양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알아채셨나요? 네. 사랑하는 님을 의미합니다.

노래의 서두에서는 물리적인 태양을 언급하고 있지만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피하고 싶은 태양은 사랑하는 임을 뜻하죠.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피해 지지 않는 상황을 어느 곳에 있어도 내려쬐는 태양으로 은유하고 있네요. 심지어는 그 태양이 화자의 마음속에 있는 상황이니 피할래도 피할 수 없는 거겠죠?

랩 가사를 살펴볼까요. '너무 깊이 박혀 뺄 수 없는 가시같이/ 너무 깊이 다쳐 나을 수 없는 상처같이/ 너라는 사람 도무지 지워지질 않지/ 헤어져도 같이 살아가는 것 같지/ 눈물로 너를 다 흘려서 지워버릴 수만 있다면야/ 끝없이 울어 내 눈물 강을 이뤄 흐를 정도로 많이/ 울어서라도 너를 잊고 제대로 살고 싶어/ 제대로 살고 싶어 제대로 살고 싶어' 부분입니다. 그토록 잊기 어려운 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네요.


음. 오늘은 '회피'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사전 찬스를 써 보죠. '몸을 숨기고 만나지 아니함, 꾀를 부려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지지 아니함, 일하기 꺼리어 선뜻 나서지 않음'이라고 쓰여 있네요. '도피'라는 유사어도 있죠. 도피는 실제 하는 위험을 벗어나는 것인데 반해 회피는 가상의 위험에 대한 반응이라고 하네요.

이 노래에서 태양을 피하는 것은 도피보다는 회피로 봐야겠죠? 그렇다면 가상의 위험은 뭘까요? 사랑했던 사람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은 채 평생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상황일 겁니다. 노래 가사를 보면 '가시처럼 너무 깊이 박혀 나을 수 없는 상처가 되는 것처럼 너라는 사람은 도무지 지워지지가 않고 헤어져도 같이 살아가는 것 같다'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회피라는 단어에서 몇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데요. 첫째는 책임입니다. 흔히들 이 두 단어의 조합으로 '책임 회피'는 말을 하잖아요. 그 일에 책임을 느끼고 의무를 다해야 하는 당사자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죠. 물론 누구의 책임인지 불명확한 경우도 상당히 많지만요.

두 번째는 '자유의지'인데요. 자유의지는 '개인의 자연적인 성향을 따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능력'을 말하는데요. 뭔가를 먹어야 하거나 숨을 쉬어야 하는 것처럼 살기 위해서 안 하면 안 되는 일들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 행동은 자유의지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자유의지 대로 행동하면 회피는 있을 수 없죠.  

하지만 생계를 위해 회사에 가야 하고 입맛이 안 당겨도 뭔가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죠. 자유의지에 반하는 상황이죠. 이럴 때 우린 회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음은 집에 두고 회사에 간다든지 먹는 것도 아니고 안 먹는 것도 아니게 애매하게 접근하는 식이죠. 적극적 회피도 있지만 소극적 회피도 있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자유의지로 결정된 일이죠.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누군가와 헤어지는 일까지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만나는 일은 자유의지 대로 하고 헤어지는 일은 내 자유의지가 작동하지 않았으니 거부하겠다 이런 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오히려 헤어지는 상황이 되었을 때 상대를 어떻게, 얼마나 빨리 정리할 것인지가 자유의지 사항이 되죠. 그런 의미에서 이 노래의 화자는 자유의지를 빼앗긴 상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화자가 뭘 어떻게 하든 그 결과는 정해져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 빼박 상황을 '태양'이라고 표현한 것 같고요. 그래서 제목도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라고 정한 듯 보이네요.  

흔히들 회피를 말할 때 '피할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꺼냅니다. 혹자는 피할 수 없는 일을 어떻게 즐기기까지 하냐며 아예 상대를 안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이 노래처럼 피할 수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죠. 그걸 피하기 위해 애초에 연애를 안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잖아요.

이 말에서 '즐겨라'는 말이 좀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이는데요. 저는 '수용'의 의미로 읽습니다. '피할 없다면 받아들여라' 이렇게요.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피할 수 없으면 적극적으로 대응해라'가 가능하다면 더 좋겠지만요. 이별의 고통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으니 자신이 받아들이는 수밖에요.

마지막으로 회피는 '가상의 위험'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 주목해 봐야 할 것 같네요. 발생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죠. 이 노래 속의 화자는 진짜 평생토록 떠난 임에 발목 잡혀 연애 한 번 못해보고 슬프게 살았을까요? 아닐 겁니다. 감정의 정점인 순간에 한 생각이 계속 이어질리는 만무하죠.

안 될 것 같으니까 힘들 것 같으니까 회피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우리 삶에서 힘들지 않고 성장하는 경우는 드물죠. '성장통'이라는 말이 그걸 입증하고요. 나중 일을 지금 시점으로 예상하고 판단하는 값은 실제 값과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피하지 말고 일단 그냥 해 보는 게 나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에게 '태양'은 어떤 것인가요? 인생 전반을 통틀어 여러분들의 곁을 떠나지 않아 회피하고 싶은 대상 말이죠. 지긋지긋한 가난, 부정적인 마인드, 매사 소극적인 태도 등등. 이 노래에서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각자 그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잘 찾아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여러분이 되시길 응원해 봅니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의자 바퀴가 왔네요. 글 쓰는 안정감을 되찾았습니다. 그런데 급한 마음에 5개 1묶음을 못 보고 5묶음을 신청해 버렸네요. 하하하. 덕분에 평생 의자 바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네요. 저에게 태양은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시간이 없으면 마음이 조급해지거든요. 그러면 일을 망치기가 쉽고요. 그래서 인생을 통틀어 '시간을 잘 관리하며 사는 것'이 저에겐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 될 것 같네요. 아침에 일어났더니 날씨가 죽일 정도로 좋네요. 살이 탈 수 있으니 오늘만이라도 태양을 잘 피해서 다니시길 바라봅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NO.305)

매거진의 이전글 윤종신의 오르막길(feat. 정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