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는 남성 댄스그룹 '이글 파이브'의 구성원으로 1998년 데뷔했습니다. 그때 나이가 14살이었다네요. 본명은 이대용이고요. 2000년 뮤지컬 배우로 잠시 활동하다가 2집이 폭망 하면서 그룹이 해체되며 어린 나이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입니다. 뮤지컬 배우로는 2008년까지 활동한 것으로 나옵니다.
2001년부터 예명을 리치로 바꾸고 솔로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그의 첫 번째 솔로 앨범 타이틀 곡입니다. 솔로 4집까지 발매했지만 그다지 알려진 곡이 없어서 이 노래가 원히트원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슈가맨>은 물론 <복면가왕>에 2번이나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재미교포 출신이고요. 골프선수로도 활동했다고 나오는데, 골프방송 볼 때 본 적은 없습니다. 2017년 리치월드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2019년 여성 4인조 '여고생'이라는 걸그룹을 만들었으나 코로나 19와 맞물리며 큰 반향은 없어 해체했습니다.
2018년 일반인과 결혼했고요. 워낙 이른 나이에 데뷔한 만큼 지금 나이가 38세로 나오네요. 본인 음악 못지않게 후배 양성에도 힘쓰고 있으니 더 좋은 음악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사랑해 이 말 밖에'입니다. 화자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길래 '사랑해'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는 걸까요? 이 노래는 그 연유를 파헤지면 마스터가 될 것 같군요.
'그렇게 싫었니/ 웃는 날 보며 말할 만큼/ 너무 갑자기라 눈물도 말라/ 흐르지 않나 봐/ 보내주고 싶은데/ 널 위해 그래야 하는데/ 네가 없는 내 모습 걱정이 돼서/ 너무 잘 알아서 쉽지가 않아'가 첫 가사입니다. 이별하는 상황인 듯 보입니다. 화자가 웃고 있는데 상대가 화자에게 싫다고 말하고 있죠. 갑자기 받은 이별통보에 어안이 벙벙해서 눈물도 흐르지 않고 말도 안 나옵니다. 납득은 되는데 혼자 남겨질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두렵습니다.
'나를 봐 어쩌면 늦었겠지만/ 니 마음은 저만치 가버렸겠지만/ 그래도 한 번만 내 얘길 들어줄래' 부분입니다. 이대로 끝난다면 뒤돌아서서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을 예감했을까요. 마음이 떠났더라도 화자의 말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들어달라고 애원합니다.
2절을 보실까요. '다 잊고 싶은데/ 그래야 나도 편할 텐데/ 늘 함께 있어도/ 그립던 너를 하루도 비워낼/ 자신이 없어/ 지금이 끝인 걸 알고 있지만/ 그 어떤 말도 너에게는 소용없겠지만/ 그래도 한 번만 내 얘길 들어줄래' 부분입니다. 사람을 잊으면 그만이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죠. 게다가 화자는 그럴 자신도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매달려 보죠. 어떤 말이든 꺼내서 마음을 돌려야 할 텐데요. 무슨 말이 통할 수 있을까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I don't cry never cry/ 눈물은 보이지 않을게/ 늘 너에게 부족했었기에/ 미안함 뿐인 걸/ Still with me Still with you/ 이대로 널 보낼 순 없어/ 단 하루라도 내게 기횔 줘/ 널 지킬 수 있도록' 부분입니다.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상대가 떠나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헤어지는 이 순간조차 눈물로 찌질이임을 증명하고 싶진 않은 마음이죠. 그래서 생각해 낸 묘수가 하루만 이별을 늦춰달라는 것인데요. 거 참. 하루 가지고 될까요? 반전이 찾아올까요?
후렴구를 보시죠. '참아야만 해/ 하지만 이젠 내 마음을 어쩔 수 없어/ 네가 없는 세상을/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어/ 사랑해 사랑해/ 난 이 말 밖에 못하지만/ 그 수많은 날을 너만 보며/ 살아왔었잖아/ 미안해 하지만 이렇게라도 잡고 싶어/ 단 하루라도 내게 기횔 줘/ 그럴 수만 있다면/ Baby just say I love you' 부분이 나오는데요. 제 예상인데 아마 상대는 안 돌아올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자신이 상대를 사랑했음을 말할 뿐 상대의 입장에 대한 생각이나 배려가 보이지가 않아서요. 마치 배 떠났는데 손 흔드는 격이죠. 단 하루는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의미 같은데요. 과연....
음. 오늘은 '궁색하다'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저도 처음 건드려 보는 단어라 어찌 풀어가야 할지 대략 난감이네요. 여기서 사전 찬스! '아주 가난하다'는 아닐 테고 '말이나 태도, 행동의 이유나 근거 따위가 부족하다'가 맞겠네요. 한자로는 곤궁한 기색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네요. '다할 궁'에 '빛 색'을 쓰는데요. 다할 궁에 '다할'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모두 투입하여 더 이상 투입할 자원이 없다는 의미네요. 한 마디로 대안이 없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네요. 뒤에 빛 색은 그런 기색을 보인다일 거고요
이 노래에 화자의 상황과 어울리죠. 상대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이 '사랑해' 밖에 없다고 하잖아요. 다른 대안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죠. 그래서 지금이 아니라 이번이 아니라 하루 지난 후 혹은 다음번까지 한 번의 기회를 줄 수 없냐고 애걸복걸하고 있습니다.
한자어를 살펴보다 보니 같은 '궁'을 쓰고 뒤에 '다스릴 리'자를 붙인 '궁리'는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헤침이라는 뜻이 되네요. 궁색해지지 않으면 평소에 궁리를 도모해야 한다 이렇게 연결시켜 보면 어떨까요? 감당할 수 없는 고민이나 불행, 이 노래에서는 이별이죠. 그런 것들은 한 방에 소리 소문 없이 오는 경우는 드물죠.
아마 상대도 이별의 가능성을 평소에 여러 루트를 통해서 내비쳤을 겁니다. 화자도 그걸 모르고 있지 않았던 눈치고요. 그런데도 아무 행동도 안 한 듯 보이죠. 그러니 당황해서 말도 못 하고 눈물도 흐르지 않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 아닐까요?
평소 상대가 왜 그러는지, 이별이라는 단어를 입에서 꺼내지 않는 상황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궁리해서 실행했다면 이 정도 상황까진 오지 않았을 텐데요. 눈이 조금 쌓일 때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면 쉽지만 눈이 엄청 많이 온 다음 마당을 쓰는 것은 쉽지 않죠. 마치 우리의 고민이나 불행도 그런 것 아닐까요? 평소에 위험을 감지하고 선제 대응을 하거나 지나치지 않고 마주하면 될 문제를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 일이 산더미처럼 커지는 것을 방치하다 한방에 훅 가는 상황 말이죠.
그때가 되면 아마도 궁색해질 겁니다. 평상시 나눠서 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한 번에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 테니까요. 궁리의 부재에서 기인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건강염려증처럼 너무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것도 문제지만 미래의 위험을 그대로 방치는 하는 것도 바람직한 길은 아닐 겁니다.
여러분들은 어느 때 궁색해지시나요? 저는 책 읽기를 게을리하여 브런치에 쓸 말이 없을 때 궁색해집니다. 채우는 것이 없으니 나오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저 자신을 채근하게 되거든요. 무언가를 공부하면서 글을 쓰기보다는 공부한 것을 가지고 있다가 글을 쓰는 타입이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하하하.
우리 모두 궁색해지지 않도록 평소에 궁리를 많이 하면서 지내보아요. 그러실 거죠? 오늘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글이 그래도 술술 써진 것 같은데 저만의 착각일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언어에 관심을 많아서인지 글이 안 풀리면 그 단어의 어원 같은 것을 뒤적거려 보곤 합니다. 그러다가 오늘처럼 글을 풀어가는 열쇠를 발견하곤 하죠. 특히 한자는 각각의 글자를 분리시켜 보면 이래서 이런 뜻이구나 하며 감탄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다할 궁(窮) 자는 위에 '구멍혈'자에 아래 '몸신'자와 '활궁'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몸신과 활궁'자를 합치면 '몸궁'자가 된다고 하네요. 이는 사람의 등뼈가 이어져 있는 모양을 본뜻 것이라고 하고요. 정리하면 뼈가 앙상한 사람이 동굴에 있는 모습을 표현한 글자입니다. 그래서 어려움에 처하다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나 봅니다. 재밌죠?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