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VAYA Jun 28. 2024

유해준의 <미치게 그리워서>

작사/작곡 유해준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유해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RohCNV-amBc? si=uSCJtnw0 akBBq419

아주 가끔가끔 

미치게 그리워서

멍하니 하늘에 기대어 

너의 안부를 묻곤 한다


너도 가끔 조금 

내 생각나긴 하니

듣는 이 없는 이 노래를 

혼자 오늘도 불러본다.


- 유해준의 <미치게 그리워서> 가사 중 - 




어둠이 내리고

거리의 불빛이

내 가슴을 친다


추위와 싸우다 잊어버린 

빈 사랑의 두려움

내 몸을 파고든다


쓸쓸한 걸음 속

문득 떠올려 본 너

허전함 달래 보려

술 한잔에 기대 본다


전화기 속 너의 이름

지우며 다짐해 봐도

너란 기억은 끝내

어쩔 수가 없더라


아주 가끔

미치게 그리워

벙어리 하늘에

너의 안부를 물어


미치도록 보고 싶은

그 순간이 오면

이 노래를 

혼자 흥얼거려 봐


지치고 힘들 때

너까지 모지라져

원망스럽기도 해


가진 건 쥐뿔도 없지만

모든 걸 주었던 너에게

세상은 너무도 잔인하네


넌 가끔 조금

내 생각은 나니




유해준은 이종원과 듀오 CAN을 결성하여 1998년 데뷔했습니다. 가수 데뷔 전인 1997년 박상민 씨의 4집 앨범 타이틀 곡 '애원'과 '무기여 잘 있거라'를 작곡하며 작곡가로서 활동을 먼저 시작했죠. '천상연'이 삽입된 CAN의 1집을 끝으로 가수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작곡가로 본격 활동하죠. CAN은 배기성 씨가 이어받고요.

박완규(천년의 사랑), 클릭비(백전무패), 정재욱(잘 가요), JK김동욱, 컨츄리꼬꼬 등 내놓라 하는 가수들 음반 작업에 참여했고요. 겨울연가'나 '마왕' 등 메가 히트 드라마의 OST에서도 작곡가로 활동했습니다. 정식 음반을 발매하진 않았지만 OST 삽입곡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담기도 했는데요. '프라하의 봄'에 삽입된 '단 하나의 사랑'과 '다 함께 차차차'의 '나에게 그대만이'가 대표적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 역시 2015년 tVN 일일 드라마 '울지 않는 새'에 삽입된 OST곡으로 본인이 직접 불렀습니다. 2012년부터는 유해준 밴드 활동을 이어오고 있고요. 앨범은 주로 싱글 형태로만 간간히 발매하고 있는데 적중률이 꽤 높은 편입니다. 

가수들 공연할 때 밴드로 참여해 기타를 쳤던 것으로 봐서 연주 실력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단독 콘서트도 2~3번 가졌던 것으로 나오고요. 최근에는 너튜브 활동을 주로 하시는 듯합니다. 노래보다는 작곡가로서 입지가 단단한 것 같은데요. 이 노래를 보면 작사가로서도 능력이 출중하신 듯 보이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미치게 그리워서'입니다. '미치게'와 그립다는 단어가 붙어서 극한의 감정 표현이 예상되는 노래입니다. 얼마나 그리우면 '미치게'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걸까요? 자 가사를 톱아보시죠.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가사가 참 아름답습니다. 

'땅거미진 거리에 어둠이 잦아들면/ 저 거리 불빛 가슴을 친다/ 찬 바람에 무뎌진 사소한 두려움이/ 빈 사랑에 남겨져 내 몸이 아파온다'가 첫 가사입니다. 밤이 되고 하나 둘 켜진 거리의 불빛이 화자의 가슴을 내리칩니다. 잠시 잊고 있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신호탄 같은 것이죠. 겨울이었나 봅니다. 추위를 피하느냐고 정신이 없어서 누군가가 떠난 자리를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이내 사랑의 빈자리로 인한 고통이 화자의 몸을 파고듭니다. 참 가사가 좋은 거 같아요. 표현이 시적이고 보기 드물다고 해야 할까요?

2절을 보시죠. '나 쓸쓸히 걷다가 문득 너 생각나서/ 허전한 맘에 술 한잔 한다/ 내 손에 쥔 전화에 니 이름 지워봐도/ 넌 지우지 못하고 일어나 집에 간다' 부분입니다. 시간은 어둑어둑 해진 밤, 바람은 제법 차갑고 화자 혼자 쓸쓸히 걷다가 문득 그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이내 찾아오는 허전한 맘을 달래기 위해 선술집을 찾죠. 신세 한탄을 하다가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휴대폰을 꺼내서 그 흔적을 지워봅니다. 하지만 머릿속에 남아 있는 그 사람의 기억을 도대체 해결난망입니다. 그래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집으로 향하게 되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아주 가끔가끔 미치게 그리워서/ 멍하니 하늘에 기대어 너의 안부를 묻곤 한다(사는 게 지치고 힘들다 모진 너를 원망해 본다)/ 너도 가끔 조금 내 생각나긴 하니(바보 같은 내가 정말로 사랑한다)/ 듣는 이 없는 이 노래를 혼자 오늘도 불러본다(너밖에 없는 나에게는 정말 세상이 잔인하다)' 부분이죠. 

떠난 누군가가 미치도록 그리워서 허공에 대고 안부를 물어봅니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을 위로하는 노래 한 자락을 뽑아보죠. 유독 힘든 삶의 시간을 겪을 때면 그걸로는 성이 안 풀려서 모진 그 사람에 대해, 잔인한 세상에 대해 원망도 해 봅니다. 

후렴구에서는 '가진 건 없지만 남은 내 사랑을 다 준 한 사람/ 너에게 미쳐 사랑이 미쳐 너에게로 달려간다... 미칠 듯 사랑한 기억에 죽을 만큼 널 보고 싶다' 부분이 나오는데요. 물리적인 달림이 아니라 마음의 달림이라고 봐야겠죠. 이 노래의 제목이 '미치게 (사랑했고 그 기억에) 그리워서'의 줄임말은 아닐는지 싶네요. 


음. 오늘은 가사 중 '듣는 이 없는 이 노래를 혼자 오늘도 불러본다'에 착안하여 '쓸모'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00의 쓸모라는 제목의 책이 한 때 서점에서 많이 보이던데요. 그만큼 책을 통해 뭔가를 알게 되고 그것을 써먹어야 한다는 실용적인 측면을 부각한 제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는다는 것은 듣는 다른 누군가를 전제로 합니다. 혼자 노래를 연습하는 경우에도 언젠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줄 것을 전제하고 있죠. 그런데 이 노래 가사에서는 가수지망생도 아닌데 듣는 이 없는 노래를 혼자서 불렀다고 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쓸모없는 행동인 셈이죠.

장자 편에도 보면 쓸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잘 키워진 동물의 쓸모는 결국 죽음으로 귀결된다는 내용이죠. 제사상에 올려져야 하니까 그리도 지극정성으로 키우게 되는 셈이죠. 이쯤에서 이런 질문을 던져 봅니다. 과연 세상사는 데 쓸모라는 것이 꼭 유용하기만 한 것인가 하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쓸모는 돈이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그걸 한다고 떡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는 핀잔이 따르죠. 브런치 활동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너튜브는 조회수가 일정한 수준으로 오르면 정산을 해 주지만 브런치는 그런 시스템도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계속에서 글을 써서 올립니다.

전혀 쓸모없는 행동이죠. 혹자는 1년에 10명 정도는 이걸로 책도 내고 또 몇몇은 출판사 같은 곳에서 연락을 받는다는 희망회로를 돌리곤 합니다.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 수에 비하면 거의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수준이죠. 왜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그 쓸모 없음은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일까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명대사 아시죠? '의술, 법률, 사업, 기술, 이 모두 고귀한 일이고 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다' 명언이죠? 네. 전자는 쓸모가 있는 일이고 후자는 쓸모가 없어 보이는 일들입니다. 그런데 삶의 목적은 후자에 있다고 하죠. 우리가 살아가며 활동하는 중에 쓸모가 없는 일이 오히려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동의하시나요?

다시 이 노래의 가사로 돌아가 보죠. '듣는 이 없는 이 노래를 혼자 오늘도 불러본다'는 가사는 고귀한 일도 아니요. 생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엔 사랑이 있고 그리움이 있고 낭만이 있습니다. 그 리고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는 자기 정화라는 것이 엿보이고 합니다. 

우린 쓸모의 세계에 너무 빠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쓸모와 쓸모없음을 이분법적 사고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철학이 애플이라는 회사로 연결되고 쓸모없어 보이는 음악이 음반 산업을 만들고, 쓸모없어 보이는 미술이 경매 산업을 탄생시킨 것은 아닐까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쓸모없는 일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요즘 말의 어감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직업적으로 글을 써야 하는 탓에 그동안 제 안에 있는 언어의 민감성을 소홀히 다룬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봤답니다. 뭔가 자신이 뜻한 바를 이왕이면 적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글 쓰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꿈꾸는 것이겠지요. 영어 3,000 단어만 알면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그 이상을 알면 비일상도 경험해 보게 되지 않을까요? 자신만의 언어집을 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요즘이네요. 그럼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매거진의 이전글 리치의 <사랑해 이 말 밖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