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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y 22. 2024

윤종신의 오르막길(feat. 정인)

작사 윤종신 작곡 윤종신, 이근호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윤종신'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kgpqoa2 ME4 U? si=8060 ZDWl2 AJ2 mp_q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 윤종신의 <오르막길> 가사 중 -




평지가 있으면

오르막도 있는 법


숨이 거칠어지다 못해

턱턱 막히고

땀은 끈적끈적

웃음기 확 사라지고

힘들어 말도 걸기 어려워


우리 인생은 마치

평지의 아름다운 추억을 안고

그 미소를 기억하며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일지도 몰라


즐기기보다 견디는 삶

평지만 걷게 해 주겠다는 약속

무색할 만큼 아득한 저 끝


고난의 행군

나를 바라봐 주는 너


멀리 봐

풍광이 잠시

힘듦을 잊게 해


가끔 땀을 식혀주는

바람 한 자락이

우릴 위로해


당황하지 마

중간에 설사 손을 놓쳐도

좀 헤매더라도


서로의 발걸음은

결국 정상에서 만나게 돼


그때 소리쳐

사랑한다고




윤종신은 015B 1집 객원 보컬로 1990년에 데뷔했습니다. 연세대 미래캠퍼스 가요제에서 금상으로 입상한 후 과 동기로부터 정석원 씨를 소개받아 015B 객원보컬이 되었는데 당시 장호일 씨는 비주얼 문제로 반대를 했다는 후문입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위기를 돌파하며 데뷔앨범을 시작으로 6집까지 참여했죠.

1991년 솔로 1집을 발매합니다. <너의 결혼식><오래전 그날><환생> 등 솔로로서도 성공한 케이스죠. 4집부터는 작사, 작곡뿐만 아니라 프로듀싱도 맡아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했는데요. 객원보컬로 시작해서 프로 작사작곡가로 인정받은 사례는 윤종신 씨가 유일하다고 하네요.

제대 이후 내놓은 7,8집이 연달아 망하면서 한 때 연기로 눈을 돌리기도 했고요. 2001년 여름 하면 생각나는 '팥빙수'라는 노래를 만들어 히트시켰죠. 2000년대는 가수보다는 예능인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라디오스타><패밀리가 떴다><나는 가수다> 등에 활약했고요. 2008년 11집을 내놓았지만 별 반응이 없었죠.

그랬던 그가 201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제작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죠. 바로 매달 1곡 이상을 발매하는 음악 실험인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였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바로 여기서 나온 히트곡이죠. 가수로서의 야망을 포기하지 않고 낸 2017년 '좋니'가 좋은 반응을 보였고요. 2020년 무려 20집을 냅니다.

국문과 전공자답게 작사 실력은 발군입니다. 이번 노래도 본인이 작사한 노래죠. 노래 가사가 참 아름답습니다. <슈퍼스타K>, <팸덤싱어>, <슈퍼밴드>, <싱어게인> 등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역으로 자주 얼굴을 비추고 있습니다. 전 다른 건 몰라도 윤종신 씨의 음악적 열정에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오르막길'입니다. 이 노래에서는 인생에서 찾아오는 시련을 은유하고 있죠. <본능적으로>라는 노래와 더불어 <월간 윤종신>에서 쌍두마차를 이루는 곡입니다. 화자가 그 시련에 대처하는 법을 가사를 통해 살펴보시죠.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 두자/ 오랫동안 못 볼 지 몰라'가 첫 가사입니다. 뭔가 훅 들어오는 느낌이죠. 오르막을 앞에 두고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이 그려집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숨 턱턱 막히는 상황이죠. 그래서 발걸음을 내딛기 전에 좋았던 기억이라는 무기를 장착합니다. 한동안 그 기억을 벗 삼아 힘든 상황을 이겨내야 하거든요.

'완만했던 우리가 지나온 길엔/ 달콤한 사랑의 향기/ 이제 끈적이는 땀 거칠게 내쉬는 숨이/ 우리 유일한 대화일지 몰라' 부분입니다. 오르막길을 오르기 전 걸어온 길은 평평하거나 완만한 길이 었겠죠. 그 속에서 두 사람은 사랑도 꽃피웠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시간과 공간을 뒤로하고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죠. 땀을 뻘뻘 흘릴 것이고 서로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힘든 시간이라고 예상하고 있네요.

'한걸음 이제 한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 마/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견디겠어' 부분입니다. 오르막을 오르기 전 대응 방법을 제시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뛰지도 말고 급하게 가지도 말고.

끝을 보지 말고 평탄한 길을 걸을 때처럼 서로를 바라보면 덜 힘들게 느껴진다고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오른다면(크게 소리쳐 사랑해요 저 끝까지)' 부분입니다. 가사가 참 좋죠.

평지를 걷다가 오르막길이 보이면 냅다 등 돌리고 떠날 수도 있는데 그 길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는 감사한 일이죠. 그런 상대이니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고요. 화자는 그 상대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씻겨줄 시원한 바람과 답답한 마음을 뚫어줄 먼 풍광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일 겁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서로가 어긋나는 일이 있더라도 모든 길은 정상으로 통하니 당황하거나 헤매지 말고 그 믿음으로 위를 향해 걸어오면 된다고 말합니다. 정상에서 만나 서로를 부둥켜안고 사랑해라고 크게 소리쳐 보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음. 오늘은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것이 진짜 사랑, 우정' 뭐 이런 것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죠. 흔히들 결혼식은 안 가도 상갓집은 꼭 챙긴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본인이 즐겁고 행복할 때는 타인이 곁에 없어도 그 자체로 충분하죠. 하지만 본인이 곤궁에 처했을 때 방문하는 타인은 그만큼 힘이 되어줍니다.

예전에 어떤 가수분이 유방암 수술을 받고 나서 TV에 다시 나와 인터뷰를 했던 장면이 생각나는데요. 수술 전과 후에 가장 바꾼 게 뭐냐는 질문이었죠. 그분은 '인간관계가 싹 정리되더라'는 한 줄의 답변을 토해내더군요. 말인즉 본인이 건강하고 왕성하게 활동할 때는 주변에 사람이 많았지만 수술을 받을 만큼 건강이 안 좋아지고 활동을 전면 중단하게 되니 그 많았던 사람들이 다 없어지고 진짜 남을 사람만 남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수술이 병도 고쳤지만 사람을 솎아내는 역할도 한 셈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네. 빵이 100개 있는 사람이 하나쯤 주는 것이 뭐 어렵겠습니까? 한 개의 빵을 상대와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친구고 사랑이겠죠. 이성을 만나면 사계절을 지내보라거나 그 사람을 알려면 여행을 같이 가봐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에도 이런 비슷한 뜻이 숨겨져 있죠.

오락 프로그램에서 왜 재미 삼아 지인들에게 돈을 꾸는 미션을 주는 적이 있죠. 몇 백에서 몇 천까지 혹자는 몇 억을 전화 몇 번으로 모으는 것을 보면서 보는 사람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하곤 하죠. 뭔가 친구와의 우정을 돈의 액수로만 평가하는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그 안에도 실낱같은 우정 냄새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힘들 때 나와 같이 함께 해 줄 친구가 얼마나 될까 가 아니라 누군가가 힘들 때 그 곁에 나는 있어 줄 수 있나? 하는 생각 말이죠. 그만큼 누군가를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사람이라야 그 반대급부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우리 인생에서 큰 위기 한 두 번쯤은 누구든 찾아옵니다. 그때 내 곁에 있던 사람들 중 누가 내가 가진 신분이나 재산 등이 아니라 나란 사람을 사랑한 사람들이 극명히 드러나죠.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속담에서도 어려움을 같이 극복한 사이는 꽃길만 걷던 사이와는 확연히 다른 관계의 끈이 이어지죠.

우린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이 반대의 상황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을 배은망덕이라고 말하죠. 은혜를 입었으면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을 품앗이해야 사람다움 것일 겁니다. 제비도 지 다리를 고쳐주면 박 씨를 물어다 주며 은혜를 갚는데, 검은 머리를 한 사람이 그보다는 나아야겠지요.

중국에서 발생한 유명한 법정다툼이 떠오르는데요. 지나가던 노인이 넘어진 걸 보고 일으켜 세워주고 택시까지 태워 보내주었는데, 노인 측에서 소송을 걸었다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건 자신을 구해준 누군가가 자신을 밀쳐서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이 노인에 손을 들어주었다는 겁니다. 사회 통념상 넘어진 노인을 보며 한 행동치고는 사회 통념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죠.

각개전투식 삶 밖에 다른 대안이 없는 사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이 남더군요. 타인의 힘듦을 모른 척하는 사회에서 과연 인간미라는 것이 발휘될 여지가 있는지 의문이더군요. 꼭 다른 이들로부터 품앗이를 바라지 않더라도 어려운 이를 보면 도울 수 있는 측은지심이라는 인간 본성 한 자락은 인류가 지속되는 동안 어떤 형태로든 생존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이 정확히 <가사실종사건> 300회입니다. 20집을 낸 윤종신 씨의 근면 성실함을 본받아 400회, 500회 , 1000회의 금자탑을 쌓아 올려보겠습니다. 보잘것없는 제 브런치를 늘 읽어주시는 그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이 되어보렵니다. 그때까지 여러분들도 잘 살아남아 주세요. 하하하. 저도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브런치를 쓰는 동안 부지런히 읽고 생각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영화 300의 서브 타이틀이 '제국의 부활'이더군요. <가사실종사건>의 르네상스를 만들어보죠. 하하하. 오늘은 그럼 이만. See you. Coming soon-(NO.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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