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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y 18. 2024

김길중의 <사랑했지만>

작사/작곡 김길중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길중'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rqX6 Hy-2Qf8? si=H5 RUjcQTRamIW_g6

아무 소용없는 걸 아는데


술에 취해 


널 찾다 잠들곤 하지


이젠 떠나버린 너에게


버릇처럼 하는 말...


- 김길중의 <사랑했지만> 가사 중- 




너무 보고 싶어서

너의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려


너무 듣고 싶으면

그때를 떠올리려

수화기를 들지


미련인 거 알아

이제 와서 아무 소용

없는 것도 알아


이제 끝인 건가

이제 잊어야 하는 건가


너의 떠나는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못한 나야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어

매일매일 술의 힘을 빌려


너는 이젠 떠나고 없지만

난 술기운을 빌려 

그런 너를 찾아 헤매


부디 잘 살아줘 

보고 싶다




김길중은 2004년 드라마 OST곡으로 데뷔했습니다. 학창 시절 친구와 노래방을 갔다가 그 어렵다는 'She is gone'을 가볍게 부르는 친구를 보고 자존심이 상해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목소리를 두껍게 내는 창법을 구사하게 되었다고 하고요.

2000년대 국내 최대 규모의 락커뮤니티였던 '락타운 21'에서 한 때 연규성 씨와 함께 투톱으로 추앙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마추어 가수가 자신의 노래 영상을 올리고 평가받는 게시판이었죠. 김길중 씨는 실용음악과 전공인데 지도 교수가 가수 김연우 씨입니다. 김연우 씨가 김길중 씨에게 '마이클 볼튼'의 음악을 추천했다는 후문입니다. 좀 비슷한 느낌이 나죠?

그가 공식적으로 데뷔한 건 2004년 드라마 <오! 필승 봉순영>의 OST인 '멋대로 맘대로'라는 노래였죠. 이후에 프로젝트 그룹인 스플래쉬 로맨스를 결성해 활동했는데요. 3년 가까운 준비를 거쳐 첫 번째 앨범 <Time to fly>를 발매했는데,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이 앨범에 수록된 대표곡입니다. 

저는 그를 <너목보> 출연 영상에서 처음 접했는데요. 그때 기억이 하도 강렬해서 잊히지 않았습니다. 2023년에는 <싱어게인 3>에도 출연했죠. 워낙 호불호가 강한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어떤 때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기가 막히다가도 어떤 때는 과한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명품곡이 새로 나와서 업데이트되기를 희망하는 바입니다.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사랑했지만'입니다. 뒤에 붙은 '만'이 보여주듯이 슬픈 결말이 예상되죠. 네.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한데 그 사람과 이별한 슬픔 감정을 노래에 담았습니다. 

'사랑했지만/ 끝내 잡을 수가 없었어/ 돌아서버린 너의 뒷모습을/ 보고야 말았어'가 첫 가사입니다. 이별 앞에서 무기력한 화자의 모습의 보이시나요? 돌아서버린 상대의 모습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화자. 그 애끓는 슬픔이 담긴 가사가 아닐까 싶네요.

'잊어야 하는 건가 봐/ 이렇게 넌 가나 봐/ 마지막이니 네 모습 보는 게' 부분입니다. 체념의 내음이 나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마지막 모습을 보며 잊고 싶지 않은 사람을 지워하냐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너무 보고파서/ 사진 보며 눈물 흘려/ 또 어떤 날은 목소릴 듣고파서/ 늦은 밤에 수화길 들지' 부분입니다. 상대를 떠나보내는 현실과는 대조되게 사랑하는 마음은 아직 그 자리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날은 너무 보고 싶고 어떤 날은 상대의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은 심정이죠. 그래서 같이 찍었던 사진을 보고 수화기를 들어보지만 상대는 과거 속에 머물러 있을 뿐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 구간은 '아무 소용없는 걸 아는데/ 술에 취해 널 찾다 잠들곤 하지/(후렴 : 그래 많이 사랑했던 것만큼/ 더 많이 아파해야겠지)이젠 떠나버린 너에게/ 버릇처럼 하는 말/ 잘 살아줘(보고 싶다)' 부분입니다. 

화자 자신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압니다. 뭘 해도 떠난 상대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도요. 그래서 그 슬프고 아픈 현실을 잊기 위해 술의 힘을 빌려보는 거죠. 사랑의 크기만큼 이별의 아픔도 정비례로 커지는 가운데 술에 취해 정신줄을 놓고 취중진담으로 상대에게 보내는 마지막 말은 '잘 살아줘'와 '보고 싶다'입니다. 짠하죠?


음. 오늘은 '사랑은 왜 이토록 이루어지지 않는가'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로 시작해 보죠. 제 기억에는 <항연>이라는 작품에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원래 사람은 남자와 여자가 등을 맞대고 있는 동그란 구에 가까운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네 발로 서고 눈도 네 개여서 앞뒤를 다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모습을 구라고 생각했다고 하네요. 그러니 사람은 자신감이 충만한 나머지 신에게 도전했더랬죠. 

그러자 신이 분노하여 등 부분을 반으로 쪼개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한 사람을 저 먼바다 한가운데 던졌다네요. 그래서 우린 평생 자신의 반쪽을 찾기 위해 사랑을 갈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처음은 아닌 사람을 그런 사람으로 착각하게 하는 일명 콩깍지가 씌면서 저항을 낮춰줍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이 사람이 이 사람이 아닌가 봐'라는 것을 알게 되는 비극을 겪게 됩니다. 사랑은 할 수 있지만 그 사랑으로는 충만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까요? 딱 이 노래 제목이죠.

남녀 간의 사랑을 뜻하는 에로스는 궁핍의 신 '페니아'와 풍요의 신 '포로스' 사이에서 나은 아들입니다. 궁핍과 풍요가 만나니 얼마나 짜릿하겠어요? 말장난 같지만 처음엔 궁핍이 풍요를 만나면 부족분을 채우면서 반대로 풍요로 넘치는 것을 덜어내면서 각각은 행복할 겁니다. 그렇게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죠. 하지만 그 이후는 서로가 더 이상 결핍과 풍요를 갈망하지도 않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죠. 

마치 연애할 때는 서로에게 잘 보이려고 잠깐 얼굴을 비추는 상황에서도 거울을 수십 차례 보다가도 결혼이라는 선을 통과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보이려는 노력도 안 하게 되는 것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사랑이 시작되는 지점, 사랑이 정점을 찍는 지점, 사랑이 식어가는 지점, 사랑이 끝나는 지점에 따라 궁핍과 풍요의 신은 모습을 바꿔가며 인간의, 사랑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하다가 답이 찾아지지 않으면 디폴트 값을 바꿔보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이별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사랑은 이상적인 상태를 상징하고 이별은 현실적인 상태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이별한 상황 즉 혼자인 상태로 있다가 가끔씩 사랑을 하는 것이 정설이라면 가끔씩 불어오는 사랑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겠죠. 결핍이 풍요를 만났을 때처럼요. 이 노래의 제목 '사랑했지만'은 '사랑했다'와 '그렇지만'이 합쳐진 표현일 겁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바대로 '그렇지만'에 담긴 의미, '사랑은 할 수 있으나 그 끝은 보장이 안 된다, 한계가 있다'가 이 노래를 포함해서 많은 이별 노래들을 탄생시킨 연유가 아닐까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올해처럼 날씨가 좋았던 5월은 제 기억으로는 처음인 것 같아요. 아침에 늦잠을 자는 게 미안할 정도거든요. 1년 내내 날씨가 좋은 미국 캘리포니아 같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오히려 비가 오는 날씨를 반긴다고 하죠. 우리나라 사람은 날씨가 변화무쌍하다고 생각하지만 적도 지방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진 의문이네요. 날씨도 사랑과 같은 거 아닐까요. 결핍이 있어야 사랑도 성립하는 것처럼요. 사랑할 수 있으나 계속 그 날씨로 살다 보면 사랑을 잊어버리는 뭐 그런 거요. 하하하. 즐거운 주말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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