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은 3인조 그룹인 E.O.S의 멤버로 1993년 데뷔했습니다. 유희열과 함께 토이에서도 활동한 바 있습니다. 이 노래 역시 유희열이 작사와 작곡을 맡은 이유입니다. 2011년에는 토이의 객원 보컬을 맡았던 김연우 씨, 변재원 씨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 프렌즈에서 활동하기도 했죠.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03년 <Kim Hyeong Joong 1>에 담긴 타이틀 곡입니다. 유희열이 김형중에게만 주려고 만든 노래라고 하네요. 우울하고 찌질한 곡만 자꾸 주는 유희열 씨에게 김형중씨가 왜 그러는 거냐고 묻자 유희열씨가 너 보면 그런 곡만 생각난다고 했다는 후문이 전해집니다.
원래 성우를 꿈꿨다고 하고요. 우연히 학교에 가수 및 연예 기획사 직원이 와서 그가 속한 동아리 사람들이 오디션을 보게 되었는데, 그게 계기가 되어서 가수에 데뷔까지 했다고 하네요. 참 쉽죠~. 윤상 씨 2집에 객원 보컬로 참여하여 '소년'이라는 곡을 수록했습니다.
<좋은 사람>, <그녀가 웃잖아> 등 히트곡도 제법 있습니다. E.O.S 데뷔 25주년을 맞아 <25>라는 음반을 발매하기 했습니다. 베스트 앨범까지 포함하면 5집까지 발매를 했고요. 2019년부터 KBS 월드 라이오 <김형중의 음악세상> 진행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아내가 SBS 음악PD인 점도 이색적이죠.
목소리가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고음이 다소 약하기도 하고 떨리는 음정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서입니다. unique한 측면에서는 합격점이죠. 이 노래는 요즘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의 OST로 삽입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그랬나봐'입니다. 뒤늦게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느낌이죠. 이 노래에서는 자신이 상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죠.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지 가사를 한 번 같이 톱아보시죠.
'많은 친구 모인 밤/ 그 속에서 늘 있던 자리에/ 니가 가끔 보이질 않을 때/ 내가 좋아했던 너의 향길 맡으며/
혹시 니가 아닐까/ 고갤 돌려 널 찾을 때/ 우연히 너의 동넬 지나갈 때면/ 어느새 니 얼굴 자꾸 떠오를 때'가 첫 가사입니다. 상대의 존재가 보이다가 어느날 갑자지 보이지 않을 때 궁금해지죠. 상대를 떠올리는 것은 그때뿐이 아닙니다. 상대가 좋아하던 향기를 맡았을 때도 그렇고요. 우연히 상대가 살던 동네를 지날 때도 그러렇죠. 문득문득이라고 가사를 쓰고 '지독할 정도로' 생각난다고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2절에서는 '우연히 너의 메일을 알게 되면서/ 모니터 앞에 널 밤새 기다릴 때/... 말하지 못한 막막함을 너는 알고 있을까/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랑/ 내 앞에 숨쉬고 있는 걸' 부분입니다. 예전은 예전이네요. 상대의 메일을 기다리다니요. 카톡도 아니고. 하하하. 이쯤 되면 단순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상사병 수준이라고 진단을 내려야 할 것 같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그랬나봐/ 나 널 좋아하나봐/ 하루하루 니 생각만 나는 걸/ 널 보고 싶다고 잘할 수 있다고/ 용기내 전활 걸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돼 바보처럼' 부분입니다. 이제서야 자신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네요. 좀 둔하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렇게 이거저거 보면서 상대를 떠올렸으면서도 그 감정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니.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이제 행동할 타이밍이죠. 하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고구마 한 박스 배달이요~). 그래서 자신을 바보 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후렴구를 살펴보죠. '넌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하지/ 지금보다 더 좋은 남자 되고 싶다고/ 널 만나러 가는 이 시간 난 연습해/ 그토록 오랜시간 가슴속에 숨겨왔던 말/ 사랑해' 부분입니다. 네 지금보다 좋은 남자가 꼭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냥 냅두면 고백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죽을 것 같은 분위기니까요. 그래서 연습이라는 것을 한다고 하는데요. 뭔 또 연습을....하~~~. 당연히 사랑하는 마음이야 고추장 된장처럼 오랜기간 엄청나게 숙성이 되어 있을 것이 자명해 보이네요. 하하하.
음. 오늘은 '그랬나 봐'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해석의 후행성'에 대해서 말이죠. 우린 지금 자신이 한 행동이나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 노래에서 화자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그걸 뒤늦게 알게 되는 것처럼요.
저는 이런 현상을 '해석의 후행성'이라고 말하고 싶은데요. 지금 벌어진 일의 해석은 지금 하는 것이 아니라 그걸 객관적으로 멀리 떨어뜨려 볼 수 있는 나중 시점에 하는 것이 온당하다 뭐 그런 말입니다. 사랑으로 깨가 쏟아질 때는 그게 삶의 전부로 보일 수 있지만 해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지나침이라고 볼 수 있죠. 또 헤어진 시점에서는 죽을 것 같아도 그 헤어짐이 있었기에 다른 사랑도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 저런 일들을 다 겪고 나서 한 평생 파란만장했다 이렇게 뭉뚱그려 표현하기도 하고요. 이처럼 해석은 몇 발짝씩 느리게 작동합니다.
왜 그럴까요? 어떤 사건이 벌어진 시점에는 감정이라는 변동성으로 인해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어렵죠. 그리고 그 다음에서는 계속 해석의 바탕이 되는 사건, 사고 등이 덧대지기 때문입니다. +,-,-,+..... 뭐 이런 식으로 진행하다 보면 해석은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그 값이 들쭉날쭉하죠.
어떤 사건이 다른 사건으로 종결된 시점. 예를 들어 이별 이슈가 종료되고 결혼이라는 것을 하게 된 시점 정도면 어떨까요. 이 정도 시점이 되면 어떤 사건에 대한 해석이 제대로 가능해지죠. 하지만 다른 사랑을 진행중이라면 만나는 사람의 호불호에 따라 해석값은 달라질 것이 불보듯 뻔합니다.
어쨌든 그렇게 한 사건이 종결되는 시점 즈음에 우리가 내뱉을 수 있는 말이 바로 '그랬나봐'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말에 짙은 아쉬움과 회환 같은 것이 뭍어 있죠. 당시에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대한 석연치 않은 감정 때문이죠. '그랬어야 했어'라는 말보다 어감이 약하면서 인간의 한계를 보듬는 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해석의 후행성을 들여다 보면, 어긋난 현실 인식과 성급한 판단을 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요.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특성으로 인해 '어긋난 현실 인식'을 극복하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다만 '이건 이거야'라고 단정짓는 것만은 막을 수 있고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게 '연애가 다 그렇지', '남녀가 다 그렇지''이쁘고 잘 생긴 놈, 년들이 다 그렇지' 등등 이렇게 단정지으며 성급한 판단으로 결론을 내버리는 일일 겁니다. 그것으로 인해 다음 연애나 삶에 상당한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못하는 조급함도 있고요.
제 첫 <지구복 착용법>에도 '유보'의 자세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한 바 있는데요. 세상엔 그런 행동을 하는 본인조차가 왜 자신이 그렇게 행동했는지 설명 못하는 게 부지기수입니다. 그런 걸 가지고 그 사람을 따지고 분석해봐야 나온 결론이 정답이 될 수 있을까요?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좋아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상대의 의사도 안 물어보고 자신 혼자서 결정해 버리고 등 돌리는 일이 비일비재 하잖아요. '그랬나 봐'의 어감에는 좀 둔해보이는 구석도 보이지만 뭔가 빨리 결정을 내리려고 약삭빠르게 행동하지 않는 유보의 자세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좀 구수하다고 해야 할까요. 여러분들은 어떤 것들에 대해 '그랬나 봐'라는 첫 마디를 시작하시겠습니까?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은 비교적 브런치가 쏜살같이 완성이 되었네요. 저는 브런치를 쓸 때 물 흐르듯이 한번에 쭉 이어가는 타입이라 철자나 오타 이런 거 신경을 안 쓰거든요. 그래서 제 글에 오타가 작렬입니다. 감안해 주시고요. ^* 그러다 이따금 여유가 생기면 예전 글들을 읽어보면서 그때 오타를 수정하기도 합니다. 글을 많이 쓴다는 건 그만큼의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가는 것이기에 일단 1,000곡까지는 이 방식으로 내달릴 수 밖에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두번째 책이 완성되면 좀 나아지길 기대하면서. 하하하. See you. Coming Soon-(NO.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