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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y 28. 2024

이현우의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

작사 이지영 작곡 신재홍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현우'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_OrPmJOZFiI? si=t8 ipZPmiAzT1 AoGi

그대 곁을 이제 떠나는 것을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댈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대만을 사랑하는 걸

잊을 수는 없지만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


- 이현우의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 가사 중 -




텅 빈 마음

그 자리를 파고드는

창가에 불어오는 가을 바람


새벽하늘

멀리서 밝아오지만

차가워진 벽에 기대 있어


태연하게 웃으며

걷고 있는 사람들 속

나에게 가을 하늘은

차갑고 낯설게만 느껴져


나를 누구보다도

포근하게 감싸주었던

이제 너를 떠나가야 해


어두운 가운데서도

네가 눈물 흘리는 모습이

선하게 보여


너를 사랑하지만

너에게 상처가 될 걸 알지만

이 순간이 너무 힘들지만

엔젠가 이해할 날이 있기를 바라


후회할지 몰라

하지만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말을 믿어줘


슬픔을 머금고

너를 지워야만 하는 거겠지

내 사랑아 안녕




이현우는 1집 앨범 <Black Rainbow>로 1991년 데뷔했습니다. 이때 노래가 바로 그를 대표하는 <꿈>이었죠. 미국 국적의 교포 출신으로 세련된 옷차림으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그만큼 특유의 말투가 회자되기도 했죠. 이 노래는 음악적으로 현대적인 미국식 댄스음악의 시초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데뷔곡 <꿈>은 이현우 씨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입니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하고요. 1988년 미국 뉴욕에서 언더그라운드 록 음악 가수로 활동했습니다. 1989년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잠깐 놀라왔다가 당시 가수 강수지 씨의 소개로 소속사 매너저를 소개받아 <꿈>이라는 싱글 음반을 발매했고 이 곡을 포함해서 1991년 정식 데뷔했죠.

기획사에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옆방에서 임재범 씨가 노래하는 것을 듣고 크게 좌절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후에 두 사람은 같은 소속사 소속이 되기도 하죠. 텔렌트 이경영의 오촌 조카라고 하네요.

2003년부터는 연기자를 겸업하기도 했죠. 일명 실땅님 전문 배우로 자주 출연했습니다. 2007년에는 뮤지컬에도 데뷔했고요. 2012년 MBC <나가수>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해당 프로그램이 종영되면서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었죠. 2018년은 라디오 DJ를 맡기도 했고요. tvN의 <수요미식회>에도 고정 패널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2007년까지 아름아름 10집의 정규 음반을 발매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1집 앨범에 2번 곡으로 실린 노래인데요. 당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K팝스타>에서 정승환과 윤하 씨가 리메이크를 해서 유명해진 곡이죠. 들을수록 끌리는 맛이 있는 노래가 아닌가 싶네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입니다. 시적이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기 싫은 마음이지만 어쩔 수 없이 등을 저야 하는 사연을 노래에 담았습니다.

'창가에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텅 빈/ 마음을 스쳐 가는데/ 차가워진 벽에 기대어/ 멀리 밝아오는/ 새벽하늘 바라보아요'가 첫 가사입니다. 여기서 가을바람은 선선한 느낌이 아닙니다. 시린 느낌의 겨울바람을 연상시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바람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님을 보낸 쓸쓸함'을 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추정해 봅니다. 벽이 차가워진 이유도 같은 맥락이고요.

'보고 싶지만 가까이 갈 수 없어/ 이젠 그대 곁을 떠나가야 해/ 외로웠었던 나의 메마른 그 두 눈에/ 크고 따뜻한 사랑을 주었던' 부분입니다. 여기서는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날 수밖에 없는 화자의 심정을 표현한 듯하죠. 상대를 만나기 전과 후가 화자의 삶을 180도 바꿔놓을 만큼 큰 사건이었고요.

2절을 살펴보죠. '눈부신 햇살 아래/ 많은 사람들은 웃음 지며 걷고 있지만/ 차갑게만 느껴지는/ 가을 하늘처럼 먼 세상이 낯설게 보여' 부분입니다. 이별 당사자인 화자의 세계와 그 외의 사람들이 사는 세계는 다른 세계죠. 마치 화창한 4월의 날씨가 직장에 몸이 묶은 누군가에게는 잔인한 4월로 느껴지는 것처럼요.

후렴구를 보죠. '사랑하지만 떠날 수밖에 없어/ 이젠 이 순간이 너무 힘들어/ 어두웠지만 나는 알 수 있었어/

그대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나 그대에게 상처만을 주지만/ 언젠간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지' 부분입니다.

어두움 속에서도 사랑하는 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눈물 흘리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보다 더 애잔하게 느껴지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그대 곁을 이제 떠나는 것을/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댈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대만을 사랑하는 걸/ 잊을 수는 없지만/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사랑하는 그대여 안녕)' 부분입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는 상황인 걸까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별이 화자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상대의 안녕을 위해 이별을 선택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어서입니다. 그 결론이 슬픔을 머금고 상대를 기억 속에서 지우는 일로 귀결되죠.


음. 오늘은 '많은 사람들은 웃음 지며 걷고 있지만/ 차갑게만 느껴지는'에 대해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우린 동시간대를 살고 있죠. 여러분이나 저나 같은 시간 즉 2024년 5월 28일 몇 시 몇 분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혹은 지구라는 곳에서 살고 있죠.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80억 명의 사람들이 저마다 무언가를 하면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이 동시간대에 사는 사람들을 세대라는 잣대로 나누면 10대, 20대, 30대... 뭐 이런 식이 되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2024년 현재 10대인 사람과 40대인 사람이 보는 세계는 같은 세계일까요? 내가 태어났더니 휴대폰이 컴퓨터인 시대와 휴대폰이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시대에 태어난 경우 말입니다. 우린 세대 간에 같은 세계를 보고도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세대 차이라고 표현하죠.

그렇다면 이번엔 잣대를 장소로 해 볼까요. 아마존에 사는 부족이 보는 세계와 메트로폴리탄 도시의 한가운데 사는 사람이 보는 세계는 같은 걸까요? 아마존에 있는 사람도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사람도 서로의 세계를 동시에 볼 수 없으니 같은 세계라고 하기엔 뭔가 좀 찜찜하죠.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한 집에 사는 가족 말이죠. 각각 방에게 본인 일들을 보고 있습니다. 한 집에 살면 같은 세계가 펼쳐질까요? 커피숍에 아는 지인을 앞에 두고 혼자 딴생각을 합니다. 같은 세계에 있는 걸까요?

여러분 '시뮬레이션 우주론' 들어보셨나요? 우리가 아는 우주뿐만 아니라 다른 우주가 수없이 존재한다는 가정이죠. 우리 각자가 바라보고 생각하는 우주는 그 우주 중의 하나에 불과할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바로 옆에 앉아있는 누군가와 완전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는 게 참 신기하지 않나요?

이 노래에서 화자는 이별을 하며 감정의 밑바닥을 훑고 있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며 걷고 있습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딱 좋은 환경이죠. 화자의 세계와 거리를 웃으며 걷고 있는 세계는 물리적으로는 같은 세계이지만 그 세계를 보는 관점에 따라 완전 다른 시뮬레이션 우주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요? 하하하.

그런 차원에서 사랑은 전혀 다른 우주와 우주의 만남 혹은 충돌이고 이별은 우주와 우주가 다시는 만날 가능성이 없는 곳으로 가버리는 일일 겁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 우주에 나타난 확률도 거의 불가능한 수준인데 그렇게 태어난 존재간의 상호작용은 그 수준을 훨씬 뛰어넘죠.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우주를 경험하는 우주여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주가 다른 우주에게 말을 걸고 그 우주와 사랑에 빠지고 이별을 하고 이렇게요. 그냥 산다고 하는 것보단 훨씬 아름답죠? 누군가를 사랑했던 과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우주로 떠돌다가 아주아주 희박한 확률도 다시 만나는 기적을 선보이는 경우도 있고 말입니다.

그러니 그 우주의 기억을 함부로 지우지 맙시다. 그냥 받아들이자고요. 또 압니까? 미래의 우주와 시뮬레이션될지. 하하하. 같은 시간대를 살아도 전혀 다른 우주를 경험하는 우리들. 여러분들의 우주여행은 어떠신가요? 다른 우주를 얼마큼 만나셨나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은 그토록 소중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브런치를 했네요. 동료가 커피 한 잔 하러 가자는 제안도 뿌리치면서요. 하하하. 제 우주꺼내보고 있습니다. 물리적 우주가 아니라 생각의 우주가 더 끌리는 건 저만 그런가요? 가사는 작사가와 작곡가의 우주를 간접 경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슬프도록 아름다운 언어의 우주, 멜로디나 화성의 우주를 만나는 일은 저를 즐겁게 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우주에 끌리시는지요? 오늘은 이만 ^^. See you. Coming Soon-(NO.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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