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첫 책 <지구복 착용법>은 인문학 책입니다. 세월을 크게 타지 않는 점을 감안해서 첫 책으로 인문학 책을 쓰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주변에서 책 내용은 너무 좋으나 개인 브랜딩을 너무 안 하고 첫 책을 냈다고 엄청나게 타박을 받고 있습니다. 혹자는 나중에 역주행할 책이라고 저에게 힘을 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어떤 방식으로든 첫 책을 내봐야 저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가 여실히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책의 판매고와 상관없이 그 속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발견하고 있는 것에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늦게나마 예비 독자들에게 저를 알리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하게 됐죠. 아시다시피 2~5번째 책을 맛보기로 쓰고 있습니다. 2번째는 이직 에세이 <참을 수 없는 이직의 가벼움>이고, 3번째 책은 <가사실종사건>인데 노래 가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반응이 꽤 괜찮습니다. 못 보셨다면 한 번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4번째 선보이는 프로젝트는 가제 <독서유감>입니다. 쉽게 말해 책을 읽은 독후감입니다. 이런 책들 시중에 적지 않게 있는 것을 잘 압니다. 저는 속독을 하는지라 일 년에 신간 중심으로 세 자릿수 책을 읽습니다. 물론 출판 업계의 추락을 조금이라도 늦춰보려고 다 오프라인으로 새 책을 구매해서 읽습니다. 연간 2~3백만 원 내고 지식 여행을 다녀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니 특정 구절을 기억하거나 두 번 읽지는 않습니다. 300페이지가 되었든 1,000페이지가 되었든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어떤 책을 구매했는지 기록도 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하는 것은 제가 소름이 돌 정도로 괜찮은 책은 중고로 팔지 않고 집에 보관합니다. 아마도 50~100권 정도 읽다 보면 1~2권 정도가 그런 경우인 것 같습니다. <독서유감>은 이런 정도의 책은 많은 분들과 공유하는 일이 어떤 방식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저는 책을 많이 읽기도 하지만 책을 발간하는 지식 생산자이기도 해서 두 개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리어카의 두 바퀴와 같이 동시에 돌아갑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쓸 게 없어지고 쓰려면 읽어야 합니다. 물론 글을 대하지 않는 시간에는 영상을 수도 없이 찾아봅니다.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에 할애하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거나 쓸 때 고민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기준이라면 2번째 이직 에세이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라 제가 그리 선호하는 부류는 아닙니다.
책을 선택할 때도 이런 기준을 똑같이 적용합니다. 그래서는 트렌디한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베스트셀러도 제 눈을 쉽게 사로잡지 못합니다. 또 어떤 특정인이 한 번만 말할 수 있는 책을 그다지 반기지 않습니다. 특히 연예인들이 높은 인지도를 빌어 내는 책들은 표지도 안 봅니다. 하하
반면 제3번째 <가사실종사건>과 4번째 프로젝트 <독서유감>은 일정 부분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노래를 참 좋아하고 많이 듣습니다. 죽을 때까지 들어도 지금까지 나온 노래도 지금부터 나올 노래도 다 듣지 못할 겁니다. 책도 늘 곁에 두고 삽니다. 일 년에 100권 읽어도 50년 동안 5천 권 정도 읽는 게 전부입니다. 1년에 국내에서 나오는 책의 권수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죠.
이 둘은 끊임없이 누군가에 의해 생산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일정한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그 노력에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3번째 프로젝트는 작사가, 4번째 프로젝트는 작가에게 보내는 제 마음의 표현이자 응원입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없어도 물리적인 세계를 사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돈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을 쓰게 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왜 브런치에 돈도 안 되는 글을 쓰고 남의 글을 그토록 열심히 읽는지를 아시는 여러분들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우리 몸을 튼튼히 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우리의 정신을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것이 우리가 여타 동물과 다른 인간임을 입증하는 고귀한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려서 그리 책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공상이나 망상을 즐기는 타입이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겁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예나 지금이나 사랑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결혼하고 나서는 이런 부분 때문에 와이프에게 당연히 많이 혼났습니다. 지금은 그녀가 포기해 주었습니다. 하하
설사 그 시간에 할 일 없이 보낸다고 해도 저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인생을 사는데 가장 소중한 시간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타구가 될까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 저는 나름 높은 사회성을 지니고 있어서 그리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주변에 아는 지인도 꽤 많습니다. 하하.
저는 정보 전달하거나 인용이 많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보 전달은 글보다 유튜브 같은 매체가 훨씬 생산적인 듯 보입니다. 또 인용을 많이 하다 보면 본인 생각을 말하는 건지 누군가의 생각을 해석하는 건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책들에는 손이 잘 안 갑니다.
저도 30대 초반에 1,400페이지 정도 되는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 그 책을 쓴 저자에게 앞도되어 아무 질문도 못하고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5~6년쯤 지나서인가 개정판이 나와서 뭐가 달라졌나 다시 사 봤는데 페이지가 1,700페이지인가 더 늘었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신기했던 건 그때는 벙어리 같았던 저의 생각이 점점 질문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나 하고 의문을 갖는 저 자신을 발견한 것이지요. 그동안 제가 꾸준히 책을 읽으며 또 사회 속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지식인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만큼 내공이 생겼구나 하고 생각하며 저 자신에게 기특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책을 읽고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를 마지막으로 언급하면서 프롤로그를 마칠까 합니다. 차별화입니다. 저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책과 관련한 독후감은 저 아니어도 차고 넘칩니다. 그런 가운데 제가 여러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를 계속 고민 중입니다. 그리고 그 첫 발을 내딛으려고 합니다. 무슨 책들이 나올지 좀 궁금해지시나요?
먼저 한 가지 양해를 구할 것은 그저 그런 책들 혹은 명저 등은 소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나름 눈높이가 꽤 있는 편이라 <독서유감>에 넣을 책을 선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 후속 편을 올려드릴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그 대신 올린 글의 퀄리티는 확실할 거라고 자신감을 내뿜어 봅니다. 하하. 그럼 저의 다른 콘텐츠를 즐기시면서 선물처럼 나타날 첫 책 소개를 기다려 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