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무정한 세계
정인경 / 스튜디오 코스모스
드디어 <독서유감>을 시작하게 되었네요. 짝짝짝~ 제가 첫 책 <지구복 착용법>을 내면서 가장 많이 반성했던 부분 중에 하나는 그동안 제가 책을 너무 막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책의 목차나 지은이가 누구인지, 출판사는 어디인지 그런 것에 하나도 관심이 없었거든요. 단순하게 영상을 보다가 그 사람이 궁금해진다거나 책 제목에 끌린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표지 디자인이 눈에 확 들어온다거나 등등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방법으로 책을 선택했더랬습니다.
그러니 책을 많이 읽은 반면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았지요.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책을 내고 나서는 좀 바뀌었습니다. 무슨 책을 읽을까 하고 책을 선택하는 또 하나의 일이 생겨버렸죠. 좋은 일이긴 하나 귀찮은 일이기도 하죠. 그만큼 이전보다 성공률은 엄청 좋아졌습니다. 그중 한 책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참고로 저는 책의 내용에 대한 소개 등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순수하게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봐야 할 거리에만 집중하려구요.
<뉴턴의 무정한 세계>. 제목부터 좀 난해했습니다. 읽어보신 분 있으신가요? 뉴턴은 알겠고 무정한 세계는 또 뭐지? 이 책은 2012년에 출판한 책이었는데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온 거더라고요. 이렇게 10년을 넘은 책이 내 손에까지 오는구나 하고 좀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10년 전에 낸 책이 이렇게 퀄리티가 높다는 점에 다시 한번 놀랬죠. 개정판을 발행할만하다는 당위성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이름을 알고 있는 4명의 과학 거장들, 뉴턴, 다윈, 에디슨, 아인슈타인을 한 챕터씩 다룹니다. 생뚱맞게도 이광수의 무정,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소설가 구보시의 하루, 이상의 날개와 같은 문학 작품을 매치시켜 화두를 던집니다. 근데 이야기의 얼개가 제법 맞아떨어집니다. 제가 이 책의 형식과 관련해서 기획력에 박수를 넘어 찬사를 보내고 싶은 부분입니다. 자 그럼 생각거리로 함께 가 보시죠.
최근 유시민 씨가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라는 책을 출간했죠. 저도 읽어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별을 그다지 많이 주기는 어려웠습니다. 이에 반해 <뉴턴의 무정한 세계>의 저자는 과학저술가입니다. 과학만 말하는 게 아니라 역사를 기반으로 과학을 말하는 거죠.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국어책에서 봤던 위의 문학작품은 일제 강점기 즈음에 쓰인 책들입니다. 왜 저자가 일제 강점기를 대표하는 문학작품을 꺼내 들었냐 하면 우리나라에 서구 중심의 과학이 소개되었을 때 힘의 논리라는 부분이 위세를 떨친 나머지 오독된 채로 흡수되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저자의 시각을 담기 위해서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저도 40대 전에는 과학책을 읽지 않은 인문주의자였는데, 어느 날 문화부 기자분과 대화를 나누다가 연예인 이경규 라인으로 알려진 이윤석 씨가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다가 과학책을 읽고 그 벽을 넘었다는 이야기를 건내들은 것이 출발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과학책을 두려움 없이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죠. 아직도 어렵기는 하지만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과학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였는지 등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과학의 거장들이 왜 과학사에서 그리도 주목을 받고 계속 언급이 되는지가 궁금했을 따름이죠. 이 책은 그런 차원에 저에게 신선함이라는 단어를 선물해 주었네요. 제가 느낀 감정을 여러분과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뉴턴의 과학과 과학주의
뉴턴하면 사과 이야기만 기억해도 사는데 큰 무리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뉴턴은 과학사에서 수학적이고 실험적인 방법으로 과학의 기초를 세운 과학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원인까지는 모른다고 해도 반복적으로 같은 결과를 얻는 현상이라야 과학이라고 말한 것이지요.
이러한 과학적 방법론의 힘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돈다와 같은 과학적 사실들이 이전의 세계관으로 형성된 사회시스템을 붕괴시켰거든요. 인간이 신을 대체한 르네상스와 같이 말이죠. 하지만 문제는 그 자리를 과학주의 혹은 계몽주의가 대체하게 된 것이죠. 과학은 옳은 것이고 세상을 계몽할 것이라는 믿음을 양산한 것이지요. 이는 근대시대에 서구가 전 세계로 무한 확장 전략을 취하는 명분이 되어 주었습니다.
뉴턴은 태양계의 운동을 말했는데, 서구는 과학을 아는 자기들이 과학을 모르는 식민지를 지배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삼았던 것이죠. 최근 일본의 해양 오염수 사태를 보면 과학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을 보게 되는데, 이 책에서 이 부분이 굉장히 데자뷔 되었습니다. 과학과 과학주의의 구분요.
*세계와 인간은 독립적
다윈 하면 종의 기원 책으로 유명하죠.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자연선택설과 성선택설이 떠오르고요. 제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색터였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저 자신을 발견했다고 할까요? 제가 지금까지 최고로 치는 고전이 노자의 도덕경인데요. 도경과 덕경으로 이루어진 도덕경은 '자연에서 도를 찾아 인간사에서 덕을 펼쳐라'는 것이 요지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자연에 도가 있긴 한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다원의 주장의 핵심은 '자연에는 목적이 없다'이거든요. 자연 역시 그냥 우연으로 이루어진 것일 뿐 그 속에 도 따위가 없다는 논리였죠. 이 상충되는 두 대가의 주장을 두고 머릿속에서 박이 처졌더랬습니다. 이런 질문을 던진 것만으로도 이 책은 저에게 책 값을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죠. 결론은 '자연과 인간이라는 각각의 우주는 무심하다' 정도로 생각을 수정했습니다. 그래서 저자가 세계와 인간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이 부분은 좀 더 농익을 수 있도록 사색과 사유를 덧붙여 나가보려고 합니다.
기타 3장과 4장에서는 각각 우리나라의 과학 발달을 늦췄던 일제 강점기,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썼던 과학자들에 대한 재조명, 아인슈타인을 초정하려 했다가 실패했다는 역사적 사실, 우리나라 보다 근대화가 앞섰던 일본이 노벨상을 타게 된 배경과 경위 등이 언급되어 있었습니다만 딱히 저에게는 어떤 생각 거리를 주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박학다식을 추구하시는 분들이라면 관심이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자. 첫 번째였는데 어떻게 읽으셨나요? 마음에 드시나요? 생각한 것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책을 읽은 지 1주일 밖에 안 지났는데 머릿속을 엄청 뒤적거렸네요. 역시 쟁겨두면 안 되는 스타일인가 봅니다. 하하.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전 무교입니다. 하하)는 말로 저 자신에게 기운을 북돋우면서 첫 번째 독서유감을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