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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ul 15. 2024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

작사 이건우 작곡 미정(안치행)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태진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xg4 hnT4 AdoY? si=K6 o54 MW63 bmy2 JJJ


사랑은 아무나 하나

눈이라도 마주쳐야지


만남의 기쁨도 이별의 아픔도

두 사람이 만드는 걸


사랑은 아무나 하나

흔히 하는 얘기가 아니지


만나고 만나고 느끼지 못하면

외로운 건 마찬가지야


어느 세월에 너와 내가 만나

점 하나를 찍을까


사랑은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 가사 중 -




태진아는 트로트가수로 1972년 데뷔했습니다. 활동명 태진아는 배우 태연실의 태, 남진의 진, 나훈아의 아를 따서 만들어졌다고 하네요.(저도 몰랐네요) 4남 3녀 중 사남으로 태어나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초등학교만 졸업을 하고 서울로 상경해 생계를 위해 영화 단역 배우 등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1972년 작곡가 서승일 씨의 권유로 <내 마음의 특급 열차>를 발매했지만 그다지 반응은 없었고요. 다음 해 낸 <추억의 푸른 언덕>이 알려지면서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인기가수상을 수상하게 됐죠. 후속 음반 실패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납니다. 거기서 남진 씨의 소개로 '옥경이'인 이옥형 씨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4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2개의 앨범을 트라이했지만 이번에도 실패. 생뚱맞게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뉴욕 교포 격으로 성화봉송 주라로 나섰답니다. 하하하. 근데 그걸 음반제작자 양승국 씨가 보게 되고 1989년 <옥경이>를 탄생시키죠. 원래 이 노래는 나훈아 씨를 위해 만든 노래였고 제목도 <고향여자> 였다는 후문입니다.

무려 데뷔 16년 만에 처음 제대로 히트한 노래였죠. 첫 수문이 열리자 히트곡이 봇물처럼 터집니다. 1990년 <거울도 안 보는 여자>, 1991년 <미안 미안해> 등이었죠. 

1993년부터는 진아기획을 설립하고 프로듀서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가수 성진우 씨가 1호 가수였죠. 이후 김자옥 씨의 <공주의 괴로워>를 비롯해서 보이그룹 에이알티(A.R.T)도 만들었고요. 견미리 씨와 아이오아이, 워너원도 있고요. 2012년에는 비와 함께 <LA SONG>을 불아 비진아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00년에 발표한 곡입니다. 트로트곡 사상 처음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서 화제가 되었죠. 태진아 씨는 송대관, 설운도, 현철 씨와 함께 트로트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송대관 씨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죠. 지금까지 받은 트로피만 218개에 이르는 레전드입니다. 그 피를 이어받은 아들 이루 씨 역시 가수로 인지도를 가졌고요. 저는 무엇보다 16년 동안 인내한 그의 집념이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기다린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사랑은 아무나 하나'입니다. 재밌죠? 일상생활에서 좀처럼 연애를 못 하는 사람들이 구시렁 거리는 말이 떠오르는데요. 이 노래는 왜 이런 제목을 달게 되었을까요? 가사를 뜯어보면서 이 이유를 파헤쳐 보시죠.

'사랑은 아무나 하나/ 눈이라도 마주쳐야지/ 만남의 기쁨도 이별의 아픔도/ 두 사람이 만드는 걸' 부분이 첫 가사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죠. 손뼉이 맞아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잖아요. 혼자서 사랑하고 이별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왜 이런 당연한 소리를 가사에 담은 걸까요? 

2절을 보시죠. '사랑은 아무나 하나/ 흔히 하는 얘기가 아니지/ 만나고 만나고 느끼지 못하면/ 외로운 건 마찬가지야' 부분이 나옵니다. 이 부분 가사는 잘 해석이 안 됩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는 말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건데요. 다시 말해 사랑은 누구나 하는 거잖아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하지만 화자에게만은 예외의 상황인 것이죠. 누군가를 만나도 느끼지 못해 안 만난 것 같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어느 세월에 너와 내가 만나/ 점 하나를 찍을까/ 사랑은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부분입니다. 마지막 가사를 보니 퍼즐이 맞춰지시나요? 화자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 혼자 짝사랑을 하고 있는 모아양입니다. 눈길을 보내도 무시당하기 일쑤고 전혀 자신에게 관심이 보이지 않는 상대로 인해 외로움 마저 느끼는 상황이죠. '어느 세월'에 가사가 바로 '얼마나 기다리면'으로 읽히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말하죠. 누가 사랑이 쉽다고 말했냐고요. 화자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보이는 사랑이니까요.


음. 오늘은 재목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서 착안해 '요즘 사람들이 사랑을 안하거나 못하는 것'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데이터 컬설팅 기업 피앰아이 조사결과 미혼자 10명 중 6명이 현재 연애를 안 하는 것으로 나왔다는데요. 연애를 안 하는 이유로 '혼자가 편해서'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답니다. 어제 소개했던 디아크의 <빛>이라는 노래를 들려줘야 할까 봐요. 하하하. 

그다음으로 나온 게 '만날 여건이 되지 않아서', '주위에 맘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귀찮아서' 등이었다고 하네요. 그렇게도 방송에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많은데도 왜 이러는 걸까요? 사랑을 안하거나 혹은 못하는 둘 중에 하나에 해당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진짜 사랑을 아무나 하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요? 이 노래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상대로 인해 이 말을 내뱉고 있지만 요즘은 사랑할 수 없는 환경과 기회가 개인의 감정 영역까지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네요. 그만큼 사랑을 논할 만큼 삶이 녹록지가 않다는 반증이니까요.

연애가 줄고 결혼이 줄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비단 우리나라 일만은 아닙니다. 동남아나 가까운 중국을 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인간이 사랑을 하려면 일정한 수준의 삶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그게 지금 안되고 있는 상황임에 분명합니다.

이제 연애는 소수자만이 누리는 희소성 있는 일이 되는 걸까요? 생각을 뒤집어 봅니다. 연애라는 게 애초에 필요 없는 일일 수도 있었을 거라고요. 누군가가 인력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연애를 지상 최대의 과제인 것처럼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하고요. 연애를 해야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그래야 인구가 늘어나고 소비하며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굴러가게 할 테니까요. 너무 허무맹랑하고 발칙한 상상일까요?

저는 최소한 결혼 제도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제가 읽었던 <결혼의 종말>이라는 책을 보면 앞으로는 결혼이 섹스 로봇 등 다양한 형태의 대체제가 생김으로써 소수의 전유물로 남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요.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우리 세대는 몰라도 몇 세대를 지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럼 연애는 어떨까요? 요즘처럼 혼자 사는 인구가 늘어나고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자란 세대들은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요? 아마도 결혼과 마찬가지로 연애가 필수가 아니라 선택 사항이라는 생각에 도달하지 않을까요? 연애를 하기에 유익하지 않는 지금과 같은 환경이 지속된다면 연애 역시 결혼의 뒤꽁무니를 따라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진정 사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게 되는 것일까요? 저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성을 대상으로 한 연애가 실종된 사회는 왠지 우울하네요. 태어날 때부터 연애가 선택이었던 세상에서 살아보지 않아서 생긴 반응일까요? 하하하.

사랑은 단순히 누군가와 결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진 않지만 그 안에서 배워야 할 점이 무궁무진한데요.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활동 중에 그만한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그 속에서 타인을 기쁘게 해 주는 방법, 다툼 속에서 화해하는 방법 등 인간이라면 응당 갖춰야 하는 많은 콘텐츠가 편함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가 되는 상황이 전 영 마뜩치가 않네요.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수밖에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태진아 씨는 미국으로 가기 전 현대건설 사장 부인과 간통죄로 엵힌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로서는 간통죄가 법 테두리 안에 있을 시점이었죠. 그다음 현대건설 사장에 부임한 인물이 이명박 씨였답니다. 세상 참 얄궂죠? 해당 사건은 사장 부부가 이혼을 하면서 종결되었는데요. 이후 달라진 사회상은 간통을 법 밖으로 꺼냈죠. 도덕적 의무만 있지 법적 의무는 옅어졌습니다. 사랑을 너무도 안 해서가 아니라 사랑은 너무도 해서 감당할 수 없었던 까닭은 아닐까요? 그런 이유였다면 법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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