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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ul 26. 2024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서>

작사 최정훈 / 작곡 최정훈, 김도형, 유연현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잔나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GpQ222 I1 ULc? si=Mqm1 Gx0x1 BXL_0IQ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가사 중 -




잔나비는 3인조 남성 밴드로 2014년 데뷔했습니다. 보컬을 맡은 최정훈 씨와 기타를 맡고 있는 김도형 씨, 그리고 키보디스트 유영현 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잔나비는 원숭이라는 뜻을 가진 우리말이라고 하네요.(저도 몰랐네요) 작곡, 작사, 편곡까지 자체적으로 가능한 밴드죠. 초반엔 작곡은 최정훈과 김도형 씨가, 작사는 처음엔 모두가 참여하다가 갈수록 최정훈 씨가 전담하고 있습니다.

2011년 3인 남성 밴드를 결성해 실력을 쌓아오다가 2013년 <슈퍼스타 K5>에 출전합니다. 슈퍼위크에서 탈락하고 최정훈 씨만 추가 합격자로 살아남죠. 이때 멘토로 참여했던 신사동 호랑이와 인연이 닿아서 2014년 <로켓트>를 발매하며 데뷔식을 치르죠. 2015년에는 베이시스트 장경준과 드러머 윤결이 합류하며 5인조로 탈바꿈하지만 두 멤버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다시 3인조가 됩니다. 장경준 씨가 활동을 중단하면서 지금은 최정훈과 김도형 이렇게 2인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19년 발매한 정규 2집의 타이틀 곡이죠. 강렬하진 않지만 잔잔하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밴드입니다. 발매한 노래 중에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 않은 우리 함께 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라는 제목의 길이가 무지막지한 곡이 있네요. 하하하.

처음에는 본인들에게 영향을 준 퀸 등 유명한 가수를 따라했지만 점점 자기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다른 가수들과 차별화된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정도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밴드가 많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쪽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서'입니다. 곡 소개를 보니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마지막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가꺼이 사랑에 속여 주려 하는, 청춘의 한 장면을 노래한 곡'이라고 나오네요. 신해철 씨의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해'가 떠오릅니다. 가사 해석이 참 난해합니다. 이상의 시를 보는 듯한 느낌이네요. 그래서 제 맘대로 해석을 시도해 봅니다.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쓰윽 훑고 가셔요/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지/ 머물다 가셔요 음'이 첫 가사입니다. 사랑에 미숙한 화자여서 일까요 아니면 급사빠가 되는 화자여서일까요 자신을 읽기 쉬운 마음이야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마음이 잘 열리는 타입이라고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사랑에 유독 약한 사람들 있잖아요. 그 이유는 인간이 느끼는 고유한 외로움 때문일 텐데, 그런 자신을 너무도 잘 알기에 여지가 있다면 자신의 곁에서 잠시라도 머물다 가기를 제안하네요.

'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빛으로/ 그댈 비춰 줄게요' 부분입니다. 사랑을 통해 뭘 주고 싶고 받고 싶은지를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2절을 볼까요. '나의 자라나는 마음을 /못 본채 꺾어 버릴 수는 없네/ 미련 남길 바엔 그리워 아픈 게 나아/ 서둘러 안겨본/ 그 품은 따스할 테니' 부분입니다. 뭔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감정을 고백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지죠. '서둘려 안겨본'이라는 가사에서 풋풋함과 미숙한 사랑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마주 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부분입니다. 그날은 이별을 뜻하는 것으로 읽히고요. 뒤돌아보지 말고 뒷걸음치면서 헤어지는 장면을 연출하자는 게 참 독특하네요. 새로운 이별 방법 같은 걸까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왜 남몰래 펼쳐봐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내밀한 사랑의 흔적이라는 의미일까요? 누군가에도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랑 말이죠.

저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가 마지막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피고 지는 마음을 알아요/ 다시 돌아온 계절도/ 난 한 동안 새 활짝 피었다 질래/ 또 한 번 영원히/ 그럼에도 내 사랑은/ 또 같은 꿈을 꾸고/ 그럼에도 꾸던 꿈을 미루진 않을래' 부분입니다. 사랑에 실패하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또 꿈을 꾸겠다 정도로 해석이 되거든요. 대부분의 가사가 이 주제로 모아지지 않는 다소 괴이한(?) 작사라고 평하겠습니다. 하하하


음. 오늘은 가사 중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에 대해 썰 좀 풀어볼까요. '갈피'말이죠. 책갈피를 말하죠. '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하나하나의 사이 또는 그 틈'이란 뜻이죠. 여기서 파생된 말이 '갈피를 못 잡겠다'인데요. '일이나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어름을 모르겠다' 정도로 해석이 됩니다. 노래 정도 되면 두 번 들어서는 내용이 뭔지가 전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고 표현해도 것 같네요.

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일까요? 사심이 생겨서 일까요? 저는 삶의 복잡성, 더 나아가 세계의 복잡성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제도 습관을 들이려면 단순화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지금 시대는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들이 주변에 즐비하죠. 그만큼 복잡성을 헤치고 갈피를 잡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나 주식 시장을 말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이 불확실성이 아닐까 합니다. 삶과 세상의 복잡성이 높은 단계로 진입하다 보니 지금의 예측이 맞을 확률이 점점 낮아지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경영이라는 것이 복잡한 주변 환경을 이겨내 예측가능성을 심어주는 활동이다라고도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인간의 삶 자체가 불확실하죠. 나의 의지로만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몇 분 몇 초 후에 발생할 일도 가늠하기 어렵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삶에 확실함을 요구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자기 인생을 놓고 경영을 하듯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전환하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불확실성과 비슷한 단어가 불확정성이죠. 양자 역학을 말할 때 튀어나온 말인데요. 불확실한 것을 넘어서 확정할 수 없다니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떨구어지고 패배를 인정해야 하는 수준이죠.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이 고정되어 있는 운명설 같은 것에 기댈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조금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워낙 삶이 복잡다단하다 보니 그 반대급부로 불확실함을 넘어서 예측가능성을 향한 끊임없는 탐구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하루 한 끼를 먹을까 말까 했던 태초의 인류에게는 무지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의 영역이 크게 작용했을 테지만 오히려 지금보다는 불안의 수준은 낮은 상태였지 않을까 싶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에 대응할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반대로 지금은 컴퓨터가 AI가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만큼 날씨도 예측해 주고 다양한 수학적 계산을 통해 확률로도 예측을 해 주지만 우리의 불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아니러니가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좀 뭘 알게 되니 모르는 영역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일까요? 아니면 확실한 몇 가지를 알게 되니 더 많은 확실함을 갈구하기 때문일까요? 어느 쪽일까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습득해서 예측가능성을 높이려고 발버둥 칠수록 더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 정보의 홍수 속에서 믿을 만한 정보 못지않게 믿지 못할 정보도 늘어났고요.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를 뛰어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오묘함의 영역이 아직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는 아닐까요? 자연이나 우주 같이 인간보다 더 큰 덩어리의 움직임의 일부만을 우린 파악하고 해석하는 수준에 불과할 테니까요.

불확실성의 일부는 불확정적으로 남겨 두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AI가 나왔다고 인류의 모든 문제가 삽시간에 해결되지 않는 것처럼 AI와 함께 하는 미래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둘 다 열어놓는 사고 말이죠. 새로운 발명이나 발견은 인류에게 늘 양자적인 모습을 드러냈으니까요.

갈피를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거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날씨가 부쩍 더워져서 컨디션이 엉망입니다. 퇴근을 하면 초저녁 잠을 청합니다. 그래야 글 쓸 체력이 생겨요. 너무 습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하하하. 한 마디로 날씨 이 놈 갈피를 못 잡겠어요. 맑은 하늘에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현상도 기가 차고요. 이제 중복을 지나 말복으로 향하고 있으니 10일 정도만 어찌어찌 버텨보죠. 제 경험상 말복이 지나면 그래서 저녁나절에는 좀 견딜 만 해지더라고요. 여러분들도 건강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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