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은 남자 솔로 가수로 1996년 데뷔했습니다.8개월가량 연습생 생활을 했다고 하네요. 서지원의 뒤를 이를 발라더로 주목받았습니다. 이승기, 이기찬, 양파와 함께 활동하기도 했죠. 두꺼운 입술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죠. 교회 오빠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그의 1집 타이틀 곡입니다.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할 정도로 꽤나 인기가 있던 곡이었습니다. 댄스 가수로도 활동을 했는데요. 이때 공연도중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오르면서 큰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 여파로 군대까지 면제되죠. 당연히 댄스 가수로서의 꿈도 거기서 멈추고요.
발라더로 돌아와서 2000년 중반까지는 활발한 활동을 합니다. 신혜성 씨와 <인형>이라는 명곡을 내기도 했고요. 강타, 신혜성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S를 결성해 <I swear>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연기자로의 활동을 시작하는데요.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고 2006년부터는 뮤지컬에도 도전해서 좋은 성과를 거둡니다. 2021년 결혼을 발표했는데, 상대가 일본인이었죠. 한국에서 공부해 통역번역사까지 하고 있어서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네요. 요즘 보니 부부 예능 프로그램에서얼굴을 비취더군요.
2008년에 정규 앨범 6집을 발매했고요. 2021년 데뷔 25주년과 결혼을 맞아 디지털싱글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기독교를 모태신앙으로 하고 있고 대학에서는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런 그가 학창 시절에는 싸움 좀 하는 사람이었다고 하죠. 만능엔터테이너의 역량이 충분한 만큼 이제 가정도 만들었으니 전보다 훨씬 왕성한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특히 가수로서도 말이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왜 하늘은'이죠. 하늘에 대한 원망의 표현입니다. 일명 '하늘도 무심하시지'라는 말과 동의어로 받아들이면 될 듯합니다. 이 노래의 화자는 왜 이토록 하늘을 원망하게 되었을까요? 그 사연을 따라가 보시죠.
'여기서 끝낼 순 없어/ 이런 건 날 위한 게 아냐/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끝까지 함께 있을게/ 그렇게 포기하지 마/ 나의 손을 잡아줘/ 부탁이야'가 첫 가사입니다. 아마도 상대가 불치병에 걸린 것은 느낌입니다. 얼마 안 있으면 삶을 마감해야 하는 상황 말이죠. 상대를 사랑하는 화자를 위해서 이제 여기까지만 하자로 말한 듯합니다.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원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요. 하지만 화자는 그게 자신을 위한 길이 아니라며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손을 잡아달라고 부탁을 하죠.
'너와 나 이 세상에서/ 마지막 여행을 떠나자/ 아무도 없는 곳으로/ 아픔은 가슴에 묻고/ 되도록 많은 세상을/ 보여 주고 싶은데/ 함께 나눌 시간이 모자라' 부분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싶은 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둘이 아픈 척하지 않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죠. 물리적 시간의 제약을 걱정하며 더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바람을 담아 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왜 하늘은 널 데려가는지/ 한없이 착하기만 한 너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모습이/ 너무나 초라해 미칠 것 같아/ 너 떠나는 날 흐르던 눈물/ 다시는 널 안을 수 없기에/ 너를 따라가고 싶어/ 니가 없는 세상에/ 혼자 남을 자신이 없어' 부분입니다.
이제야 하늘을 원망하는 이유를 알겠네요.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상대를 왜 하늘나라로 데려가려고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죠. 화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상대가 사라진 세상에서 눈물을 흘릴 뿐이죠. 마음만은 사랑을 따라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살아나갈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이죠. 이 정도면 감당하기 버겁겠죠?
음. 오늘은 '하늘'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예로부터 하늘은 신의 공간이었습니다. 비가 오지 않을 때 혹은 바라는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 일명 태양이나 달을 향해 의례를 올렸습니다. 농경 사회가 시작되면서 비교적 국가와 같은 큰 조직이 생기고 왕이 탄생하게 되었는데, 이때 왕은 하늘의 움직임, 별, 달, 태양 등을 면밀히 살펴서 풍요로운 농업 사회 구현에 힘을 쏟아야 했죠. 그런 행위가 왕권 강화에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그러던 하늘이 과학적인 사고에 의해 그 신비로운 장막이 하나씩 걷칩니다. 우리가 보는 태양이, 달이, 별이 어떤 운행 원리와 우리와 어떤 관계로 존재하는지를 알게 된 것이죠. 그래서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더 이상 물을 떠놓고 기도를 드리는 행위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 사라지게 되었죠.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태양신은 '아폴론'입니다. 아폴론은 올림푸스 12 신 중 하나로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났고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와 음악의 명인 오르페우스를 나았습니다. 서양에서도 하늘은 뜻하는 태양은 모든 서사의 출발 지점에 위치해 있죠.
동양을 볼까요. 동양 역시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을 3가지 요소로 세상을 바라봤습니다.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잘 어우러져야 평온한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죠. 우리나라의 동학사상은 그러한 그동안의 사고를 뒤집고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파격적인 선언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천상은 지상과 대조를 이룹니다. 신이 사는 공간이죠. 선녀와 나무꾼에서 선녀가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가는 곳이 천상이고, 손오공도 천상에 가서 오래 살 수 있는 복숭아를 그리도 따 먹는 설정으로 나오는데요. 그만큼 천상의 세계는 늙지도 않고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선의 총집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땅은 그냥 현실 그 자체를 뜻합니다. 싸우고 지지고 볶고 울고 불고 뭐 그런 인간사가 펼쳐지는 장소죠. 그래서 예로부터 동서를 막론하고 하늘은 긍정의 세계로 땅은 부정의 세계로 묘사해 왔습니다. 그 중간 어딘가에 서 있는 사람은 하늘의 뜻과 대지의 뜻을 잘 살펴서 살아야 온전한 삶이 된다고 본 것이죠.
이 노래에서처럼 '왜 하늘은' 혹은 '하느님 아버지' 등의 표현은 '신'을 부르는 행위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비극을 맞았을 때 신의 힘을 빌어 그 위기 상황을 넘기고자 하는 사람의 바람이 묻어 있는 것이죠. 실제로 신이 그런 사람의 바람을 실현시켜 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요.
자연 역시 신의 반열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하늘뿐만 아니라 인간을 제외한 세상 만물에 신이 길들여 있다고 본 것이죠. 그래서 산이나 나무, 바다를 향해 예를 올리곤 했죠. 그중에서 가장 생명력 있게 살아남는 것이 하늘이 아닐까 합니다. 그만큼 하늘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지식이 아직 훨씬 많기 때문에 신비의 옷을 걸치고 있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크지 않은 까닭일 겁니다.
언젠가 말씀드린 바 있지만 하늘을 포함한 자연의 운행 원리는 우리 인간사와 하등의 연관이 없습니다. 우리가 뭘 어찌한다고 사계절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요. 환경오염을 무진장 일으켜 자연을 성내게 하면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으로 변하는 것도 자연의 어떤 의지나 처벌로 인한 사항은 아니죠.
그런데도 우린 잔혹한 운명을 겪을 때 이 세상에 원망할 누군가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 하늘을 원망하거나 기댑니다. 왜일까요? 그런 행위는 지금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듣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크게 소리치는 상황처럼 자신의 감정을 순화하는 기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어찌 보면 가장 만만한 게 하늘일지도 모릅니다. 내 불만과 불안을 다 담아낼 수 있는 크기를 가지고 있고 무슨 말을 해도 대답을 들을 수는 없지만 삽시간에 흩어져 비밀 유지까지 해 주니까요. 무언가를 기대하고 바라는 사람보다야 수 백배, 수 천배는 낫다고 보이죠. 그래서 앞으로도 하늘을 향한 사람의 수많은 불만과 갈망은 쉽사리 없어지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 대안을 찾기 전까지는 말이죠.
여러분들은 하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셨던가요? 너무 막막할 때, 공들인 어떤 일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저마다 하늘을 향하는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그걸 통해 마음에 쌓인 울분의 감정을 내려놓는 효과는 보셨으리라 생각되네요. 자주 하면 안 좋겠지만 가끔은 풀리지 않는 인생의 길목에서 하늘을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5일 연휴의 마지막 날이네요. 잘 들 쉬고 계신가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 수준에 따라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점을 보러 다닌다거나 의지할 대상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정 병에 걸린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으니 중간에 신이 개입한 것인가 하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하고요. 저는 인간의 무지가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좀 더 과학의 영역이 늘어날수록 그 무지의 영역이 줄면서 인과관계가 명확해지는 날이 오길 기대하면서.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