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진은 인디음악을 하는 가수로 2019년 데뷔했습니다. 2016년 MBC <듀엣가요제>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습니다. 실제 가수와 일반인이 함께 노래를 부르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2018년 부잣집 아들 OST 10번 트랙을 불렀고요. 2019년 싱글 앨범 '후회'를 발표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21년 발표한 싱글 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많은 리스너들에게 호평을 받은 노래죠. 이 노래 하나로 누적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했다고 하네요. '나의 하루'와 함께 범진이라는 가수를 대표하는 곡입니다. 2년이나 지나서 역주행한 것이 다소 의아할 정도입니다.
같은 해 채널A 오디션 <청춘스타>와 2023년 MBN 오디션 <오빠 시대>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입담도 좀 있는 편이고 무엇보다도 허스키한 보이스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난 괜찮아'로 유명한 가수 진주 씨가 친누나라고 밝히기도 했죠. 음악의 피가 흐르는 집안인 것 같습니다.
2024년에는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 해당 회차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그룹 파란의 '첫사랑'이라는 곡을 리메이크한 음원과 '같은 하늘 다른 시간'이라는 음원을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와 '나의 하루'라는 곡을 대표곡으로 꼽습니다. OST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웰컴투 삼다리'와 '소방서 옆 경찰서' 등이 있죠. 미니 앨범이나 음원만 발표하고 있는데 1집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해 보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인사'입니다. 작별 인사를 뜻하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가사가 트로트처럼 매우 짧습니다. 1절과 2절의 가사가 똑같이 반복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줄 한 줄 꾹 눌러서 해석을 덧붙여 보겠습니다.
'돌아서는 너를 보며/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슬퍼하기엔 짧았던/ 나의 해는 저물어 갔네' 부분이 첫 가사입니다. 떠나는 상대를 보며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하는 화자가 보입니다. 왠지 오늘을 의미하는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자신의 사랑도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가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죠. 이런 느낌을 '슬퍼하기에는 짧았던'이라고 표현한 듯합니다. 상대와 함께 있어서 좋았던 시절은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지만 끝이 났고 그 상대와 헤어지는 순간은 너무도 짧게만 느껴지죠.
'지나치는 모진 기억이/ 바람 따라 흩어질 때면/ 아무 일도 없듯이 보내주려 해/ 아픈 맘이 남지 않도록' 부분입니다. 은유가 많이 들어간 가사입니다. 지난 추억이 발목을 잡고 있다가 언젠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를 떠올려 봅니다. 지금은 이별한 직후로 즐겁고 사랑스러웠던 기억이 지배하는 시간이지만 그걸 극복하는 시점은 올 것이고, 그때서야 비로소 상대를 진정으로 떠나보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안녕 멀어지는 나의 하루야/ 빛나지 못한 나의 별들아/ 차마 아껴왔던 말 이제서야/ 잘 지내 인사를 보낼게' 부분입니다. 자신을 위로하는 가사처럼 보이는데요. 힘겨운 이별을 하고 떠나보낸 수많은 나의 하루에 작별 인사를 합니다. 이어지지 못한 사랑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자신의 별들을 다독거리고요. 자신의 마음을 추스른 다음에야 상대에게 안녕이라는 작별 인사를 고합니다. 상대가 떠난 자리에는 이별이라는 단어를 안고 있는 자신이 남죠. 그 자신을 잘 돌 본 뒤에라야 진정한 이별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읽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음. 오늘은 제목인 '인사'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인사는 만나거나 헤어질 때 하는 행위죠. 일반적으로는 작별의 의미보다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얼굴을 다시 보게 될 때 빈번하게 하죠. 더 나아가서 은혜 따위를 입었을 때 이에 대해 예의 자세를 갖춘 행동이나 말을 뜻하고요.
우리말에 인사로 대표적인 표현이 '안녕(하십니까)' 이죠. 가장 보편적인 인사말입니다. 편안할 안과 편안할 녕이라는 한자의 조합으로 무탈한지를 묻는 표현인데요. 이 표현이 등장하게 된 것은 마땅히 먹을 게 없어서 하루하루 생사를 다투던 보리고개 시절이라고 하네요.
외국에 나갈 때 '감사합니다'와 함께 가장 먼저 익히는 말이 바로 인사말 '안녕하세요'죠. 그만큼 새롭고 낯선 곳에 가면 그 나라 인사말을 익혀서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음식이나 서비스를 받은 후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건네며 감사의 뜻을 표하는 것이 필수적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말에는 만날 때도 안녕이고 헤어질 때도 안녕이죠. 영어는 만날 때는 'Hi'이고 헤어질 때는 다시 만날 것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는 'See you'가, 다시 볼 일이 없을 것 같은 관계에서는 'Good bye'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인사말이 달라지고 거기서 의미를 파악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안녕이라는 말로 퉁을 칩니다. 그래서 인사말 자체보다 상황이나 맥락을 이해해야 만남의 인사인지 헤어짐의 인사인지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건 순전히 제 느낌이지만 영어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안녕의 표현을 쓰지만 왠지 그 안에 담긴 감성은 그만큼 약한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안녕은 어떤 상황에서든 상대방의 편안함을 기원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죠. 만나는 사람에게도 헤어지는 사람에게도 그 사람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는 '회자정리 거자필반'의 사상이 배어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네요.
인사는 가장 기본적인 예의 모습입니다. 예라는 한자는 음악을 뜻하는 악과 대조를 이룹니다. 예의를 갖추는 관계라는 것은 일정한 거리감을 표현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예의를 갖춰 인사를 건네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이기에 적당한 거리를 전제로 합니다. 상사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상하간이라는 거리감을 표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악은 술 한 잔 거하게 하고 춤을 추는 모습을 연상시켜 보면 빈부의 격차나 직급의 차이 등을 초월하여 서로가 흥이 나서 뒤엉켜 노는 모습을 연상시키죠. 거리감을 뜻하는 예의 모습이 많아지는 사회는 딱딱하고 개인화가 강화된 모습이지만 악의 모습이 많아지는 사회는 그 반대의 모습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별에서 인사는 예의 모습이고요. 한 몸 같았던 악의 모습에서 예의 모습으로 전환을 뜻하죠. 그래서 다시는 이전처럼 가까워질 수 없는 상대와 일정한 거리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 손을 흔들며 상대의 안녕을 빌어주는 모습은 가장 멀어질 수 있는 상대를 향한 마지막 예의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 격의 없이 지내는 사이를 우리는 우정이나 애정이라고 말합니다. 정이라는 것은 서로에 대해서 친근한 마음을 느끼는 것으로 서로의 아픔을 같이 끌어안을 수 있는 관계죠. 예를 갖추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예의 모습이 강화되면 좀처럼 그런 관계를 꿈꿀 수 없게 되니까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처음과 끝에는 늘 예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일정한 거리감을 확보하지 않고 불쑥 들어갔다간 상대방에게 많은 오해를 사기도 하죠. 처음과 끝의 사이에는 악이 설 자리가 보입니다. 몰랐던 사이가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는 시간이니까요. 예로 시작해 악으로 진행하다 다시 예로 돌아오는 관계의 아이러니함이 만남, 사랑, 이별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여러분은 예를 구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악을 구하시겠습니까?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언젠가 한 번은 다뤄야지 하고 생각했던 노래를 오늘에서야 <가사실종사건>에 담아 봅니다. 개인적으로 관계에서 예를 갖추고 격식을 차린 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음의 문을 닫고 서로를 파악해 조금이라도 상대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모습은 마치 전쟁하는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하죠. 일종의 신뢰 비용이 낮은 사회는 법으로 해결하고 예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노래와 흥으로 악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데요. <가사실종사건>이 여기에 눈곱만큼이라고 기여를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네요. 하하하.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시와요. 오늘은 그럼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