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VAYA Aug 15. 2024

김광진의 <편지>

작사 허승경 작곡 김광진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광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ts6a_GAoghA? si=QuMmixryUzX9 Pf0 O

 

오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 가오


- 김광진의 <편지> 가사 중 - 




김광진은 싱어송라이터로 1991년 데뷔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음악인을 꿈꿔왔지만 대학 시절 MBC 강변가요제와 MBC대학가요제에 출전했지만 예선에서 탈락했다고 합니다.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 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아 펀드매니저 겸 애널리스트로서도 활동했다고 하네요. 신기하네요.

그는 1991년 가수 한동준 씨의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를 작곡하며 데뷔했습니다. 솔로 음반인 <Virgin Flight>를 발매하지만 그냥 묻혔습니다. 그리고 데뷔 당시부터 키보드와 편곡 등을 함께 했던 키보디스트 박용준 씨와 '더 클래식'이라는 그룹을 결성합니다. 1994년 1집 '마법의 성'이 발표되죠. 이 앨범이 130만 장이 팔리면서 초대박을 칩니다. 이 음반의 제작자가 바로 가수 이승환 씨였습니다. 모두가 안 해 준 걸 이승환 씨가 도와준 이유로 SM 쪽에서 이승환 씨가 있는 소속사로 이동합니다.

1995년 2집 <여우야>를 거쳐 1997년 <해피 아_워>를 발표하고 '더 클래식'을 해체하며 솔로 활동에 집중합니다. 1998년 솔로 2집 <My Love My Life>를 거쳐 2000년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담긴 3집을 발매하죠. 이 노래 작사가가 아내분입니다. 그 사연은 밑에서 소개하죠. 많은 가수 분들이 커버한 유명한 곡입니다. 

2014년에 첫 미니 앨범을 발표했는데요. 이때가 더 클래식 2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올해가 30주년인데 30주년 콘서트도 서울과 부산에서 열었다고 하네요. 워낙 곡을 잘 쓰시는 분으로 이소라의 <기억해 줘>, 이승환의 <덩크슛>, 한동준의 <사랑의 서약> 등을 작곡했습니다. 박효신, 성시경, 아이유하고도 작업을 했고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편지'입니다. 의례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 편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텐데요. 이 노래 사연을 좀 찾아보니 같이 유학 가자고 제안을 했지만 퇴짜를 맞은 남자 A가 여자분에게 전해주라고 남자 B에게 전달한 편지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남자 B가 김광진 씨고 여자분은 지금의 아내분이자 작사가죠. 두 분의 사연이 담아 작사, 작곡을 맡으셨으니 노래가 잘 될 수밖에요. 하하하.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부분입니다. 떠나는 남자의 담담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아름다운 체념이라고 할까요? 유학을 함께 떠나자는 제안을 거절한 상대의 의사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이네요.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 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부분입니다. 더 설득을 해 보고 싶은 마음도 마음을 돌려보고 싶은 마음도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마저 놓아버리는 모습이 보이죠. 사람의 마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움직이기 힘들다는 걸 알아서일까요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 두겠소/ 행여 이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부분입니다. 제안을 하고 끝내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으로 보이죠. 침묵의 답을 받은 화자는 NO가 아니라 침묵을 택하며 자신이 상처받게 하지 않으려고 애썼던 사려 깊은 상대를 배려하는 의미로 근심을 접어두라 말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오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 부분입니다. 미래를 같이 하지 못하지만 지나 온 과거가 상대의 존재가 있어 견딜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과거가 되어버린 사람을 기억하는 아름다운 태도네요.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 가오' 부분입니다. 마지막 가사는 당부인데요. 좋은 사람 만나라, 사는 동안 본인을 잊고 살아라, 행복해라, 자신의 사랑했던 마음을 간직해라 이렇게요. 전 마지막 가사 '이 맘만 가져 가오'에서 화자가 사랑했던 마음을 두고 떠나겠소라고 읽히네요. 마지막 어미가 오로 끝나는 하오체의 가사가 특정인데요. 가사가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음. 오늘은 노래와 관련된 책 이야기를 좀 해 볼까 합니다. <50에 읽는 주역>이라는 책이죠. 제가 이 책을 읽어서 소개해 드리는 것은 아니고요. 저자가 나오는 너투브를 보다가 필이 팍 꽂혀서 몇 자 기록해 두려고요. 하하하. 여러분들은 주역 읽어보셨나요? 쉽게 읽기 힘든 책이죠. 저는 도올 선생님이 쓴 <주역 강해>라는 두꺼운 책을 보다가 그만 중도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얇은 책을 읽던 두꺼운 책을 읽던 제 나름대로 그 책이 뭘 전달하기 위한 책인지 한 줄만 머릿속에 떠오르면 된다 주의인데요. 그때 그 책을 읽고 제가 찾은 한 줄은 '사람이 물러날 때와 나서야 할 때를 아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분께서 제가 놓친 부분 몇 가지를 해설해 주시는 걸 보고 아차 싶었습니다. 먼저 이 책의 탄생 배경과 관련한 내용인데요. 흔히들 주역을 통계학이라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그 통계에 사용한 콘텐츠의 양이 엄청 긴 기간 적게는 500년에서 3,000년가량을 대상으로 합니다. 거의 모든 인간사가 기록되어 있어서 오차 범위가 있어도 엄청 작은 수준이라는 말이죠.

이유는 이렇습니다. 예전 중국 은나라에서는 점괘를 가장 잘 보는 사람이 왕이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은나라는 기원전 1,600년경에 존재했던 최초의 왕조입니다. 점괘의 정확성이 왕권과 동일시되니 모든 힘을 이 점괘를 잘 뽑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겠죠. 그래서 가능한 모든 인간 삶을 모으고 이를 분류하는 작업이 계속되는데요. 거기서 살아남은 놈들만 모아서 64괘를 뽑은 것이라고 하네요. 뭐 이쯤 되면 64괘를 벗어나려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발상 정도가 동원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너튜브 영상에서 맘에 쏙 들었던 부분은 과거-현재-미래와 의미라는 저의 오랜 숙제에 대한 주역의 해석 부분이었는데요. 저는 의미가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 있다고 생각해 오고 있었던 거 아시죠. 그런데 저자의 멘트를 붇다가 오래간만에 무릎을 딱 치게 되었습니다. 

의미는 언제 생기는가? 바로 변화해야 생깁니다. 아무것도 없던 상황에 무언가가 나타나면 의미가 생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전에 못 보던 무언가를 지금에서 본다면 의미라고 표현할 겁니다. 엄청 열심히 공부만 하다가 고시 같은 데 합격하는 공고를 보게 된 순간 같은 것 말이죠. 의미가 생기는 지점이죠.

그런데 의미는 앞으로 어떻게 사는지에 따라 그 값이 바뀐다고도 생각해 왔습니다. 어제까지 살인자가 개과천선하면 의인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요. 그런데 이 지점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과거에 대한 해석을 바꾸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이라고요. 어제까지 살인자라는 과거의 해석이 개과천선하는 행위를 통해 살인자였지만 의인으로의 재탄생 이렇게 해석의 변화가 생기게 되죠.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저는 과거를 고정된 박제로 생각했고 그 위에 현제에서 미래로 시제를 덧대서 의미가 변화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저자의 말에서 과거도 그 자체로 해석이라는 영역에서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접근이 괜찮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마치 과거의 고생이 그냥 개고생이라고 해석되는 상황과 오늘의 보람으로 해석되는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부정적 해석에서 긍정적 해석으로 진입할 때 의미가 발생되는구나 싶었던 거죠. 좀 어렵나요? 하하하.

이 노래에서 떠나는 화자는 과거를 힘겨운 날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상대 덕분에 잘 견뎌왔다고 말하며 감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대한 부정적 기억이 지배할 수도 있었겠지만 상대의 존재로 인해 긍정적 기억으로 탈바꿈된 것이죠. 그래서 그에겐 과거의 시간이 못 이루어질 사랑에 대한 허튼짓이나 시간 낭비가 아니라 아름다운 사랑 그리고 사랑과 이별을 통한 한 인간의 성숙으로 의미의 변주가 벌어진 것이라고 보면 어떨까 싶네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올림픽이 끝나고 주변에서 물어봅니다. 이제 무슨 낙으로 사냐고요. 하하하. 스포츠야 관심의 문제이지 사지사철 하고 있답니다. 종목별 세계선수권 대회는 꾸준히 열리고요. 조금 있으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도 있고요. 유럽 축구 리그도 이제 시작되고요. 더불어 음악 공연도 찾아다니기 바쁩니다. 학교 다닐 때 음악, 미술, 체육을 묶어서 예체능이라고 말했는데, 이제야 그게 우리 인생에서 왜 그리 중요한지를 알아가고 있다고 할까요. 아직 체육->음악->미술 순으로 저는 진행 중입니다. 지금은 음악에 빠 져있고요. 오늘은 이만^* 즐거운 하루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매거진의 이전글 브이원(강현수)의 <그런가 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