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이희승, 작곡 keisuke Kuwata
https://youtu.be/bzNpFIi-e8A? si=Gt28 qPDeSlGlocYs
그녀는 모르죠
나 얼마나 그녈 많이 사랑한 지
그녈 위해선 아마 더한 버릇도
내가 다 고쳤을 텐데
그녀는 모르죠
내 모자란 자존심에
말 못 했던 수많은 얘기
눈으로만 말한 걸
아마 듣지도 못하고 가나 봐요
- 브이원의 <그런가 봐요> 가사 중 -
브이원은 더 믹스의 멤버로 1997년 데뷔했습니다. 그룹 활동이 시원치 않아서 1999년 강현수라는 이름으로 솔로로 나섰습니다. 무명의 설움을 날려버리기 위해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끌어 올렸죠. 신입가수로는 이례적으로 <게릴라 콘서트>에 출연했지만 게릴라 콘서트 1호 탈락 가수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2003년 브이원(V.One)으로 이름을 바꾸고 얼굴 없는 가수로 가요계에 복귀합니다. 브이원은 '하나의 목소리'라는 뜻으로 예능인으로 활동하던 티를 안 내기 위해서 선택한 이름이었다고 하네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개명을 하고 나선 1집 음반에 실린 타이틀 곡이죠. 이 노래는 일본의 록밴드인 사잔 올 스타즈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곡입니다.
검색하다 보니 몇 가지 특이점이 발견되는데요. 최진영 씨의 '영원'이라는 곡에서 랩을 맡은 것과 1996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것 그리고 1988년에는 스톰 신인모델선발대회에서 1등도 했네요. 그리고 화룡점정은 개명의 달인이었더라고요. 하유신->강현수->박우진-> 이수겸 -> K -> V.One 이렇게요. 근데 웃긴 건 본명은 '이상진'입니다. 하하하.
2010년부터 할인 구매 사이트를 운영해 단기간에 큰 매출을 올리며 포문을 열더니, 연예인 섭외 에이전시 회사를 운영하며 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입시 전문 방송아카데미를 열기도 했고요. 아내와 함께 음식점을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참 다재다능한 분인 듯싶네요. 노래도 포기 마시길....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그런가 봐요'입니다. 고분고분한 느낌의 답변이죠? 뭔가 관조적이 느낌도 있습니다. 자신의 일을 남의 일 대하듯 하는 느낌 아닌 느낌이요. 왜 화자는 이런 태도를 취하게 되었는지 가사를 들여다보시죠.
'고맙다는 그 말 잘 못하는 사람/ 미안할 땐 괜히 더 화내는 사람/ 통화하다 먼저 끊는 사람/ 지난 사랑 얘길 늘 하는 사람/ 미리해 둔 약속 잘 어기는 사람/ 했던 얘기를 또 물어보는 사람/ 괜찮다고 걱정 말라하면 그 말 믿는 사람/ 그게 나래요'가 첫 가사입니다.
한 마디로 형편없는 사람이죠? 딱 차여도 변명할 것도 없는 수준입니다. 개별 사항에 대한 진실 여부를 떠나서 이렇게 잘못된 부분만 쭉 배치해 놓은 것에 눈이 가는데요.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면도 있기 마련인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부정적인 면만 언급한 걸 보면 작정을 한 것 같죠?
'그녀가 말했죠 여자를 떠나게/ 만드는 남자들을 아냐고/ 그 이유 다 갖춘 사람/ oh 다 나래요/ 그래서 날 떠나갔죠' 부분입니다. 네 그래서 이런 가사로 이어지네요. 못난 화자 때문에 떠나는 거라는 결말이죠. 아마 우리 중 누군가가 이런 말을 들는다면 '으아악' 상상도 하기 싫네요.
2절을 보시죠. '말하지 않아도 내 맘 아는 사람/ 약속에 늦어도 웃어주던 사람/ 작은 선물 뜻 없이 건네도/ 좋아하던 사람/ 그게 그녀죠' 부분입니다. 그렇게 손절을 당하고 화자는 오히려 상대에 대해 좋은 이미지만 늘어놓습니다. 그만큼 착한 성격일까요? 아니면 미련이 남아서 일까요?
이어지는 가사는 '그녀는 말했죠/ 이별한 후에 더/ 차가운 여자 맘을 아냐고/ 만날 때 후회 없었던/ Oh 그 이유라/ 미련조차 없다 했죠' 부분입니다. 어찌 됐건 화자의 마음과 별개로 상대의 마음은 냉소적으로 변했고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희박해 보이는 상황이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그녀는 모르죠/ 나 얼마나 그녈 많이 사랑한 지/ 그녈 위해선 아마 더한 버릇도/ 내가 다 고쳤을 텐데/ 그녀는 모르죠/ 내 모자란 자존심에/ 말 못 했던 수많은 얘기/ 눈으로만 말한 걸/ 아마 듣지도 못하고 가나 봐요' 부분입니다.
아직도 사랑하고 있음을, 본인이 사랑에 서툴렀음을 뒤늦게 고백하는 내용인데요. 당연히 눈으로만 하는 이야기를 단박에 알아차리는 이는 없죠. 자신의 잘못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 떠나는 그녀를 보면서도 제삼자인 것처럼 잡지 못하고 그냥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음. 오늘은 '그게 나래요'와 '그게 그녀죠'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마디로 입장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노래의 화자는 자기 객관화가 아주 안 된 타입인 것으로 보입니다. 상대방이 말로 고치라 했음 열두 번도 고쳤을 것이라는 둥 눈으로만 레이저를 쏘며 마음을 표현했다는 둥 말이죠.
저는 왠지 이 노래에서 상대가 참다 참다 폭발한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명 화병이 난 것은 아닌지 염려되는데요. 평상시에 좀 모자란 화자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해 주고 정상적이면 화를 내고도 남는 상황에서 웃음을 보여주잖아요. 그런 상대가 한 말이 '이별 후에 더 차가운 여자 맘'을 언급하는 것으로 봐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화자는 자기 항변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고칠 버릇이면 진작 고치고 자존심이 문제였음 그걸 고쳐서 알아듣게 말로 했어야 한다고 반성 모드가 아니라 현실로 나타나지 않은 자신의 마음을 또 알아주었으면 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날도 더운데 화딱지 나네요. 하하하.
이 노래처럼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서로의 입장차는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 언제나 존재하죠. 한 시도 서로의 입장이 같은 경우가 없는데도 세상이 온전히 유지되는 것을 보면 그 입장차를 누군가는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누군가의 헌신 혹은 배려가 입장차의 크기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린 그 점을 쉽게 간과하는 듯합니다. 그냥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으면 자신이 잘못한 일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곤 하죠. 그러다가 문제가 촉발되는 지점은 그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부터입니다. '난 맨날 치우는 사람이야'라는 든가 '넌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뭐 이런 살발한 멘트가 나오곤 하죠.
그때서야 뒤늦게 '아뿔싸'라는 감탄사를 내질러봐야 이미 뚜껑이 열린 누군가의 분노를 주워 담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그 정도면 다행이고 아무 일도 없는 상황에 익숙해진 탓에 '오늘 재가 왜 이러지, 컨디션이 안 좋은가'라는 정도의 반응을 보이다면 이건 뭐 답도 없는 상황이죠.
아마도 평상시에 역지사지하는 마음을 내는 습관이 형성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입장만으로 자신의 시선만으로 그 상황값을 내려버리는 것이죠. 그러니 실제값과 자신이 파악한 상황값이 틀어지거나 그 지점에서 누군가가 버럭 한다면 그제야 뒤늦은 수습을 하느냐 진땀을 뺄 수 있습니다.
이 노래의 화자 역시 연애 시절 역지사지는 꿈도 못 꿨을 거고 이별 후에도 저러고 있는 걸 보면 역지 사지가 순간이 아니라 습관이 안 든 것이라고 봐야겠죠. 그러면 결론은 '불통'이죠. 남의 입장을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관계가 쌓여갈 텐데 화자는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그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하진 않는다는 점 정도죠.
나의 자리에 타자를 놓는 일은 한 마디로 어렵습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감력도 키워지고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되니까요. 누구에게나 입장은 있습니다. 다만 표현하지 않을 것일 뿐이죠. 가능하다면 표현하지 않거나 못하는 누군가의 입장까지 헤아려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네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최근 주식시장에서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일이 있었죠. 지수인지 개별 종목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등락이 커진 상황 말이죠.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저는 '엔화'를 1순위로 꼽습니다. 모두가 금리를 올릴 때 마이너스였던 일본이 언젠가 한 번 크게 사고를 치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아마도 이번 일은 그 지점에서 촉발이 된 것이 아닌가 싶네요. 각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환율을 대하는 입장차는 존재하지만 엔화처럼 큰 괴리를 보이면 결국 시장과의 불통 현상이 이처럼 나타나는 게 아닌가 싶네요. 다들 코 안 베이게 조심조심. 하하하. 그럼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