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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Sep 24. 2024

정동하의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아>

작사 문성욱 작곡 문성욱, 방민규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정동하'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khGHeUaJRjw? si=mH09 z0 IKe057 grnQ

멍하니 혼자 남아

나도 모르게 널 그리워하다

떠오르는 네 생각에 하루를 살아


선명했던 우리의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아

여전히 너를 사랑하게 하나 봐

그날처럼


- 정동하의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아> 가사 중 -




정동하는 그룹 부활의 보컬로 2005년 데뷔했습니다. 퀸의 노래에 감명을 받아 가수가 되기로 했다고 하고요. 9번째 부활 보컬로 최장기간 활동했습니다. 5년 단위로 계약을 했는데, 재계약까지 성공하며 총 8년을 부활에서 몸 담았었습니다. 10집, 11집, 12집, 13집을 같이 했죠.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를 졸업했고요. 학창 시절 밴드부에서 얼떨결에 보컬이 되었다고 하고요. 2014년 솔로가수로 전향합니다. 본인 노래가 흥행했다기보다는 각종 가요 프로그램에서 좋은 모습을 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죠. 그리고 가창력을 살려 뮤지컬에도 도전하고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21년 발표한 곡입니다. 이별 감정을 잘 표현한 노래입니다. 440일이나 멜론 차트에 있었고, 1억 스트리밍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리스너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활에 있을 때 불렀던 '생각이 나'의 곡이 이전 히트곡이었다면 이 곡을 계기로 바뀌게 되었다고 할까요.

가창력은 두 말하면 잔소리일 텐데요. 그리도 라이브를 잘한다고 극찬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부활 보컬 중에서도 이 분야에서는 타의 추정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하고 같이 무대에 서 본 가수들의 공통된 평입니다. 가수에게 그만큼 기복이 없다는 것은 장점 중 장점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워낙 끼가 많아서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이 기대됩니다. 그의 행보를 다 같이 지켜보시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아'입니다. 꽤나 시적이죠? 내일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추억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남은 시작점이니 내일이 있는 상태고 이별은 끝점이나 내일이 없는 상태죠. 불완전한 인간은 끝이 있어 아름다운 것처럼 사랑도 끝에 더 많은 추억이 배어있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요?

'아득한 시간 속에 아직/ 우리 사랑이 남아있을까/ 멀어지던 그날의 너를 따라 걸어도/ 텅 빈 거리엔 미움만'이 첫 가사입니다. 이별의 순간에 늘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됩니다. 왜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 것이죠. 몸은 갈 수 없으니 생각으로라도 지난 시간을 되짚어 봅니다. 하지만 좋았던 시절의 끝에 다가서게 되면 여지없이 이별이라는 단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너의 흔적을 마주칠 때마다/ 익숙함 속에 떠나보내던/ 소중했던 모든 날들은/ 후회로 남아/ 이렇게 또 내게 다가오나 봐' 부분입니다. 이별 후에는 과거의 시간을 떠나보내려 몸부림을 칩니다. 하지만 문득문득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했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는 현장을 목격하곤 하죠. 그 흔적은 지금의 혼자된 현실과 맞닿으며 깊은 후회를 남깁니다. 떠나간 사람을 보내지 못하는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이죠.

2절 가사를 볼까요. '저녁 빛에 밤이 물들면/ 길게 늘어진 그림자처럼/ 흩어질 듯 더 커져가는 너의 모습은/ 아직도 내 안에 가득한가 봐' 부분입니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끝으로 갈수록 옅어지며 금세라도 흩어져 버릴 것만 같습니다. 화자는 그 그림자를 사랑했던 사람과 동일시하는 듯합니다.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고 조금씩 그 사람의 모습이 침식하며 기억에서 사라져 간다고 할까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멍하니 혼자 남아/ 나도 모르게 널 그리워하다/ 떠오르는 네 생각에 하루를 살아/ 선명했던 우리의/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아/ 여전히 너를 사랑하게 하나 봐(2절 : 여전히 너를 사랑하고 있나 봐 바보처럼)/ 그날처럼' 부분입니다.

1절과 2절 가사가 약간 다른데요. 1절에서는 사랑하는 이유를 말하고 있고 2절에서는 사랑하고 있는 상태를 말하고 있죠. 1절에서는 화자의 마음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정도의 강도이지만 2절에는 사랑의 감정에 굴복해 아직도 사랑하고 있음을 시인하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후렴구에서는 '흩날리는 기억의 모든 순간마다 너를/ 매일 이렇게 불러본다/ 꼭 한 번쯤 너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 너무 사랑했다고 다시는 너를 떠나지 않겠다고/ 여전히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그날 보다' 부분이 나옵니다. 아마도 이별의 이유가 상대보다는 화자 자신에게 있는 것 같은 느낌이죠. 여기서 그날은 헤어지는 날을 말하는 것일까요? 헤어진 것을 후회하며 다시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겠다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음. 오늘은 제목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아'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남은 누군가와의 좋은 기억의 출발을 의미하는 반면 이별은 누군가에게서 받는 가장 나쁜 기억이라고 단순화해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성숙한 이별의 모습을 보이는 커플도 있지만요.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좋은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우리에게 남는 건 그 내용이 아니라 강도라는 생각 말이죠. 동의하시나요? 우리가 사랑을 기억하는 것은 좋은 추억들과 나쁜 추억들이 점철되어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강렬했던 떨림과 느낌이 아로새겨진 어느 지점이나 상황 그리고 그 속에 있는 나를 기억하는 것은 아닐까요?

예전에 들었던 법륜 스님 이야기가 생각나는데요. 차를 타고 가다 보니 여학교 앞에서 나이를 꽤나 먹은 몇몇 분이 교복차림으로 서로 깔깔거리며 웃고 있더랬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입학한 언니 오빠가 부럽고, 초등학교 입학하면 중학교 입학한 언니, 오빠가 부럽고, 중학생은 고등학생을, 고등학생은 대학생을, 대학생은 취직해서 사회 나온 언니 오빠를, 취직한 사람은 결혼한 사람을, 결혼한 사람은 애를 가진 사람을, 애를 가진 사람은 애가 벌써 큰 사람을 뭐 이런 식으로 한평생 남부러워하다 이처럼 학교 정문이라는 가장 나쁜 기억의 현장에서 웃음을 짓고 있더라는 말이었는데요. 웃기죠?

이 이야기의 핵심은 우리 삶의 진주는 사실 진흙탕 속에 있는 것인데, 옷이나 신발에 진흙이 묻는 것을 무서워하면 그것을 끝내 볼 수 없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인생의 가장 고난의 순간에 가장 큰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뭐 이런 맥락이었죠.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가 남자들이 군대 간 이야기, 축구 이야기, 그리고 군대 가서 축구한 이야기라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죠. 인생에서 가장 힘든, 자신의 자유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몇 개 안 되는 군대라는 곳에 가서 고생 꽤나 했던 이야기를 왜 이리도 술만 먹으면 읋어대는지 법륜 스님의 말씀을 빌어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만남은 한 마디로 설레죠. 하지만 사귀다 보면 설렐 일이 무궁무진합니다. 처음 손을 잡는다든지 포옹을 한다든지 첫 키스를 한다든지 말이죠. 그래서 만남 자체는 중요한 이벤트이긴 하나 강도 측면에서는 그다지 크진 않습니다. 하지만 헤어짐은 다르죠.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으로 변해 있는 상대를 보며 때론 눈을 흘기고 독설을 내뱉으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부정하는 순간이니까요. 어떻게 만났더라 하는 기억 상실은 있을 수 있어도 우리 왜 헤어졌지 하는 물음은 꽤나 이상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별하는 일은 가장 슬픈 현장을 몸소 경험하는 것이죠. 이별을 할 때마다 우릴 힘들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로 하여금 웬만한 일에 놀라지 않는 담대함과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인생 교훈을 안겨다 주기도 합니다. 물론 이 노래에서는 이별 후도 상대를 향한 화자의 사랑하는 마음이 여전하기에, 아직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만남보다는 이별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잊었다고 할 때는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전 과정을 관조할 수 있을 때란 생각입니다. 어떤 부분만을 콕 집어 기억을 더듬는다는 건 아직 마음의 정리가 완벽히 끝난 상태가 아니라는 방증이죠. 그 전체의 과정에서 자신을 사랑했던 것인지 아니면 상대를 사랑했던 것인지를 속아보고 반추해 보는 과정에서 우린 한 뼘 한 뼘 마음의 크기가 자라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이 노래의 화자는 아쉽게도 그 단계까지는 진입하지 못한 것 같군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 그냥 스킵할까 하다가 불이 나게 타자를 처서 어찌 됐건 올리게 되었네요. 이런 걸 브런치 중독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하하하. 저에게 브런치의 처음과 끝이 어떤 모습일지 이 노래를 들으니 조금 궁금해지기는 하네요. 저도 화자처럼 브런치와 이별하는 시점이 있을 텐데 이 노래처럼 이별에 방점을 찍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뜩 드네요.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네요. 해도 빨리 떨어지고. 모두들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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