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승엽의 <찬찬찬>

작사 김병걸 작곡 이호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편승엽'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fgyMtbK9 Cz4? si=pXmzufW-MZiUgFO5

차디찬 그라스에 빨간 립스틱

음악에 묻혀 굳어버린

밤 깊은 카페에 여인


노오란 스탠드에 빨간 립스틱

그 누굴 찾아 여길 왔나

밤 깊은 카페에 여인


가녀린 어깨 위로 슬픔이

연기처럼 피어오를 때


사랑을 느끼면서

다가선 나를 향해

웃음을 던지면서

술잔을 부딪히며

찬찬찬


그러나 마음 줄 수 없다는 그 말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그 말


쓸쓸히 창밖을 보니

주루룩 주루룩 주루룩 주루룩

밤새워 내리는 빗물


- 편승엽의 <찬찬찬> 가사 중 -




편승엽은 트로트 가수로 1991년 데뷔했습니다. 어려서 유복하게 자랐지만 갑작스러운 아버지 사업의 부도로 힘든 시절을 보내야 했다고 하네요. 당시 가전제품 대리점을 운영했다고 전해집니다. 생계를 위해 탤런트 시험에도 응시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1991년 <서울 민들레>라는 곡으로 가수 데뷔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1집은 폭망 했죠. 가수 김수희 씨와의 인연으로 1992년 2집을 내놓는데요.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죠. 가요 차트에서 순위권에 오른 건 그로부터 3년 후인 1995년입니다.

박상민, 조정현, 이선희 씨등과 동갑이고요. 연예계의 최강 동안 가수 이승환 씨와 초등학교 동창 사이라네요. 하하하. 결혼과 이혼이 3번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가수 활동이 활발하지는 못했습니다. 2002년 5집을 발매하고 2006과 2018년 싱글 앨범을 발매했지만 원히트 원더라고 봐야 할 것 같네요

그래도 딸이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걸그룹 비피팝의 리더로 가수 활동을 한 바 있습니다. 지역 축제 등을 중심으로 현재까지도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때늦었지만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 더 좋은 음악들을 많이 남길 수 있었을 텐데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찬찬찬'입니다. 가사에도 나오지만 의성어입니다. 술잔을 부딪히는 소리죠. 모르는 이성과 술잔을 기울이는 행운이 찾아오면 의례 그다음 단계로의 진전을 생각하지만 이 노래를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네요.

'차디찬 그라스에 빨간 립스틱/ 음악에 묻혀 굳어버린/ 밤 깊은 카페에 여인'이 첫 가사입니다. 밤은 깊었고 술집에는 음악이 흐릅니다.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요염한 자세로 얼음이 들어간 술잔을 기울이는 요염한 자세의 누군가를 보게 되는 장면이 아닐까 싶네요.

2절에서 화자는 한 여인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노오란 스탠드에 빨간 립스틱/ 그 누굴 찾아 여길 왔나/ 밤 깊은 카페에 여인' 부분입니다. 빨간 립스틱이 부각되는 것 같지만 2절에서는 밤 깊은 시간에 이 카페에 온 여인이 사연이 궁금해진다고 할까요? 아마 친구도 없이 솔로 술집을 찾은 것 같죠?

'가녀린 어깨 위로 슬픔이/ 연기처럼 피어오를 때/ 사랑을 느끼면서/ 다가선 나를 향해/ 웃음을 던지면서/ 술잔을 부딪히며/ 찬찬찬' 부분입니다. 두 소절의 가사가 참 좋죠. '어깨 위로 슬픔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는 어떤 모습이려나요? 하하하. 화자는 이때가 기회일 거라 여기고 그 여인에게 추파를 던져 봅니다. 그런데 웬걸. 그녀도 싫지 않은 눈치네요. 웃음으로 받아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술을 같이 마시는 합석을 하게 되죠.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반전입니다. 남자는 잔뜩 기대했겠지만요. '그러나 마음 줄 수 없다는 그 말/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그 말/ 쓸쓸히 창밖을 보니/ 주루룩 주루룩 주루룩 주루룩/ 밤새워 내리는 빗물' 부분입니다. 술 한 번 같이 마시는 사이에서 다시 한번 만나보자는 애프터 신청이라고 했던 것일까요? 그녀가 사랑의 상처로 똘똘 뭉쳐 있어서 그 실타래가 쉽게 풀리지 않은 걸까요? 벽을 느낀 화자는 먼 산 바라보듯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봅니다. 역시나 화자를 대신해 눈물이 빗물이 되어 주루룩 주루룩 시원하게 내려주고 있습니다. 노래에서 계골미랄까요. 다소 해학적인 분위기가 풍긴다고 해야겠죠.


음. 오늘은 '좋았다 말았네'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이 노래에서도 화자는 술집에서 한 여인을 발견하고 유독 슬퍼 보이는 틈새를 놓치지 않고 합석을 하는 데 성공하죠. 하지만 술잔을 기울이면서 여인의 본심을 안 순간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말죠. 이런 상황 말입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남녀 사이의 전개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면 그다음엔 서로 연인이 되는 스토리를 의례 상상하게 되죠. 하지만 이 노래 속 여인은 그 반대의 길을 걸어가죠. 화자의 착각이었을까요? 어젯밤 술자리까지는 엄청 가까워진 것처럼 느꼈는데 오늘이 되니 전혀 딴 사람 대하듯 하는 상황이 떠오르지 않나요? 여러분들은 이런 테러 당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전 연예는 좋으나 결혼은 안돼 뭐 이런 표현이 머릿속을 맴도는데요. 서로가 그 상황에 맞은 역할에는 충실하지만 결국 지향점이 다른 상황 말이죠. 노래 속 여인은 혼자 술을 마시느니 자신에게 호의를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과 술잔을 같이 기울이면 술맛도 나고 적적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고 화자는 술까지 같이 마셨으니 사랑도 한 번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겠죠. 누구 하나 잘못한 사람이 없는데 결론은 눈물로 마감되었네요. 하하하.

어떤 상황을 어색하지 않게 하기 위해 상대방에서 호의를 베풀곤 합니다. 그런데 그 호의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단순 호의로 해석되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참 해석난망입니다. 그냥 씩 웃는 이성의 모습만 봐도 누군가는 잘 웃는 편이네부터 나에게 호감이 있나 봐까지 해석이 극과 극으로 나타날 수 있죠.

이런 우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린 말이나 행동 그 자체보다 그 아래 숨어 있는 비하인드 라인 같은 것을 잘 캐치해 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명 맥락이죠. 다른 말로는 메타 인지라고도 하고요. 이 노래에서 화자가 왜 그렇게 좋다가 말았는지를 한 번 해석해 보겠습니다.

시작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인이 밤 깊은 시간에 외로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인데요. 화자는 궁금해할 뿐 그 이유에 근접도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 여인이 오늘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실연을 당한 상태였다면 화자가 그녀에게 손을 뻗었을까요?

두 번째는 가녀린 어깨 위로 슬픔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모습에 사랑을 느꼈다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가녀린 어깨의 여성이 막 울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감싸주고 싶죠. 어깨도 내어주고 싶고. 그런데 말입니다. 그 슬픔이 무언인지 의문을 품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냥 지나치죠.

마지막으로 다가간 화자에게 웃음을 던지는 것을 냅다 오케이 신호로 자기 좋을 때로 해석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술잔을 부딪히긴 했지만 떨어져 있는 자리에서도 눈이 마주치면 의례 상대를 보며 웃음을 짓고 술잔을 부딪히는 시늉을 하기도 하잖아요. 지나치게 성급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화자는 떡 줄 생각도 안 하는 여인에게 추파를 던진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말과 행동은 때와 장소, 분위기 등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화자와 같이 빗물 같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면 앞뒤의 전개 상황 파악이라는 맥락과 자신의 인지 과정이 합리적이었는지를 따져 물을 수 있는 메타 인지 능력을 잃지 말아야겠죠?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브런치를 이틀간 쉬었네요. 거의 매일 쓰던 저로서는 꽤나 긴 시간이었습니다. 더위 때문인지 체력이 달려서 시간 날 때마다 밀린 잠을 자느냐고 그랬네요. 아무리 맛있는 거 먹고 즐거운 거 보아도 잠을 따라가진 못하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에어컨 커놓고 밀린 잠 한 번 주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최고의 휴가로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다시 기운을 내서 또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오늘은 그럼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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