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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ug 21. 2024

차태현의 <이차선다리>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차태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NGaUVlvTTSM? si=z7 vPRUjlvRNLPQ9 e

이차선 다리 위 끝에

서로를 불러보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서

안 들리네


차라리 무너져 버려

다시는 건널 수 없게

가슴 아파 이뤄질 수 없는

우리의 사랑


- 차태현의 <이차선다리> 가사 중 -




차태현은 KBS 슈퍼탤런트 1기로 1995년 데뷔했습니다. <젊은이의 양지>라는 대작에서 극 중 전도연 씨를 짝사랑하는 역할이 그의 브라운관 데뷔였습니다. 1998년 드라마 <해피투게더>에서 전지현 씨와 <사랑해 당신을>에서 채림 씨의 상대역을 맡으며 조연급에서 주연급 배우로 거듭나죠. 그런 그가 일약 스타덤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였습니다. 상대역은 전지연 씨였고요. 기억나시죠? 2008년 박보영 씨와 함께 출연한 <과속스캔들>, 2017년 <신과 함께;죄와 벌> 등 대작들도 있었고요.

무엇보다도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가량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최근에는 조인성 씨 등과 마트나 가게를 일주일 맡아서 운영하는 <어쩌다 사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죠. 그는 배우와 예능인 그리고 가수까지도 도전합니다.

2001년 첫 정규앨범인 <Accident>를 발매합니다. 당시에 정상급 배우들이 가수를 겸업하는 것이 유행이기도 했는데요. 타이틀 곡인 <I Love you>가 생각보다 잘 되었죠. 그래서인지 2003년 두 번째 정규 앨범 <더북 (BU:K)>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딱히. 하하하

워낙 많은 작품을 하다 보니 OST에도 참여하는 일이 많았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2007년 개봉한 영화 <복면달호>의 OST입니다. 트로트 필이 물씬 풍기는 노래이고요. 훈련받은 가수보다 약간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이 노래와 어울리는 것 같아요. 김종국, 홍경민, 장혁, 홍경인 씨와 76년 용띠 클럽의 우정을 과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배우와 예능인으로 너무 잘 돼서 가수마저 잘 되었으면 큰 일 날 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이차선 다리'입니다. 상행선과 하향선 각각 차로가 하나씩 있는 다리를 뜻하죠. 물과 물 사이를 잇기 위해 도로를 놓았는데 그 폭이 가장 작은 크기의 2차선이라는 의미입니다. 왜 이 노래에서는 제목은 '이차선 다리'라고 붙였을까요? 가사를 함께 톺아 보시죠.

'이차선 다리 위에 마지막 이별은/ 스치는 바람에도 마음이 아파와/ 왜 잡지도 못하고 서서/ 눈물만 흘리고 있어'가 첫 가사입니다. 아. 이차선 다리에는 차도도 있고 인도도 있는 모양입니다. 거기서 화자가 이별을 했네요. 다리 위는 주변 건물로 막고 있는 것이 없어서 유독 바람이 불어 시원함을 느끼기 좋은 장소죠. 하지만 화자의 상황에서는 그 시원한 바람이 시린 바람으로 느껴집니다. 떠나는 연인을 잡지 못하고 울고 있죠.

'거닐던 발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흐르는 저 강물을 보아도/ 아무 말 없이 흘러만 가고/ 나만 홀로 서 있네' 부분입니다. 무심하다는 표현이 떠오르는데요. 이별한 화자의 마음이 요동치는 것과는 다르게 다리 아래 강물은 여지없이 어디론가 일정한 속도로 흘러가고 있죠. 마음과 강물의 교차를 통해 화자가 느끼는 쓸쓸함과 외로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임은 떠나갔거든요.

'건널 수 없을 거라/ 생각만 하고 있어/ 무거운 발걸음 저 다리 건너 서서/ 몇 번을 돌아보고/ 그대를 바라보면/ 잡지도 못하는 바보 같은 나' 부분입니다. 서로 갈라지지 않을 거라 머릿속으로 생각했지만 안 떨어지는 발걸음으로 어느새 다리를 건너오고 말았죠. 다리 너머에 있는 상대가 있지만 차마 그쪽으로 달려가지 못하고 힐끔힐끔 상대의 모습만 보고 있다고 할까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차선 다리 위 끝에/ 서로를 불러보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서 안 들리네/ 차라리 무너져 버려/ 다시는 건널 수 없게/ 가슴 아파 이뤄질 수 없는/ 우리의 사랑' 부분입니다. 아마도 두 사람이 원해서 했던 이별은 아닌 것으로 보이네요. 다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불렀다고 하는 것을 보면요. 다리폭파범이 되겠다는 발상이 꽤 재미있는데요. 서로가 헤어지지 못하도록 다리가 무너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네요.

다리는 강으로 끊어진 길을 잇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 노래에서는 그 다리가 있어도 보이지 않는 금지선이라도 그려져 있는 것처럼 다리를 사이에 두고 이쪽과 저쪽을 넘나들지 않습니다. 아마도 다리를 건넌다는 건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을 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2차선은 너와 내가 지날 수 있는 2인칭이라는 의미이거나 가장 작은 다리가 상징하듯 상대와 함께 하고픈 작디작은 바람을 은유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음. 오늘은 딱히 가사 중에 썰을 풀 주제가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하하하. 다리가 나왔으니 '건너감'이라는 걸로 주제를 잡아봐야겠네요. 흔히 다리는 물의 세계를 육지의 세계로 변화시키죠. 최종 목적은 물의 세계로 가로막힌 경로의 제약을 풀어내어 건너갈 수 있도록 함입니다.

우리 인류는 물의 세계를 단순히 건너가는 것으로 만족을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리마다 특유의 디자인과 휘향 찬란한 장식을 붙여서 도시 미관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다양한 체험 공간을 창출해 내기도 합니다. 본래의 목적인 건너감의 의미는 간데없고 주를 밀어내고 부가 왕의 자리를 찬탈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건너간다는 것은 세계의 뒤바뀜을 의미합니다. 잘 알고 계신 기억의 강을 떠올려 보면 그 강을 건너는 순간 이전 삶에 대한 기억을 깡끄리 잃어버리게 되죠.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 세계와 저 세계가 구분되고 나뉘는 것이죠. 강남, 강북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강을 두고 위쪽에 사는 사람들과 아래쪽에 사는 사람들이 나뉘고 문화와 삶의 모습이 달라지죠.

강을 건너는 것을 물리적인 건넘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인식과 사고 따위가 다른 영역으로 진행되는 것을 정신적인 건넘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교의 반야심경의 첫 구절이 '반야바라밀다'인데요. '반야의 지혜로 피안으로 건너가다'라는 뜻입니다. 최진석 교수님이 쓴 <건너가는 자>라는 책이 이걸 모티브로 하고 있죠. '익숙함에서 탁월함으로 얽매임에서 벗어남으로'가 해드 카피고요.

이 노래에서는 이차선 다리를 건너가는 것을 '사랑의 완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가 사랑을 완성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하늘과 땅 차이죠. 화자와 상대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가 되는 셈입니다. 연을 맺은 사랑과 그렇지 못한 사랑이 각각 그려진 인생이라는 지도는 전혀 다른 그림일 테니까요.

우린 살다 보면 아무리 애를 써도 일정 수준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뭔가 열심히는 하는 것 같은데 딱히 결과로는 안 나타날 때랄까요. 아니면 한 방향의 세계관이 너무 굳건히 잡혀서 도무지 다른 방향이 이해가 되지 않거나 보고 싶지도 않는 상황이랄까요.

작은 회사라도 한 회사의 사장이 보는 세상과 직원이 보는 세상은 다릅니다. 만약 직원이 하루라도 사장의 역할을 수행해 보는 일이 있다면 다른 세상이 보일 겁니다. 사장 역시 마찬가지고요. 우린 선택이라는 것을 통해 한 가지 인생만을 살기 때문에 그 굴레를 벗어나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문제는 외길 인생처럼 생각 역시 외골수의 길을 가기 쉽다는 점이죠.

그때 필요한 것이 '건너감의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서 외길 인생을 사는 우리가 다른 인생을 간접 경험하거나 개별성에 매몰된 우리가 보편성의 개념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죠. 물리적인 강은 건너가다가 빠져 죽을 수도 있겠지만 사고의 강은 빠지면 다시 시도하면 그만입니다.

여러분들은 자신의 앞에 놓인 세계를 뛰어넘어 다른 세계로 가기 위해 어떤 다리를 준비하고 계신가요? 그 다리 공사가 지지부진해져 지금의 땅에 머무르는 선택을 하시진 않았나요?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지금의 세계를 넘어가기 위해 다리를 놓으려는 시도가 아닐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연초에 올해는 200권의 책을 읽어보겠노라 혼자 다짐을 했습니다. 물론 잘 안 되고 있죠. 비슷하게는 가고 있습니다. 권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요. 지금의 시선을 뛰어넘는 다른 층위의 안목을 경험하고 싶은 의지라고 할까요. 5년 정도만 그리하여 1,000권의 책을 읽으면 세상 보는 눈이 이전과는 다른 건너감의 지혜를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답니다.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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