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
작사 김현철 작곡 김현철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장혜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하지만 그대여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어
내가 그대를 얼마큼
사랑하고 있는지를
사랑하는지를
-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 가사 중 -
장혜진은 여성 솔로 가수로 1991년 데뷔했습니다. 대학시절 체육학과 출신으로 체조 선수였다고 하네요. 이건 저도 몰랐네요.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중단하고 1987년 MBC 합창단에 입단했습니다. 그러다 당시 친구였고 부부의 연을 맺었던 강승호 씨가 제작자로 나서며 27살의 늦은 나이로 데뷔했습니다. 강승호 씨는 이후 김종서, 박상민, 박완규, 캔 등 실력파 가수를 대거 발탁하기도 했죠.
그녀는 1991년 1집 <꿈속에선 언제나>에 이어 1993년 2집 <Whiteism>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키 작은 하늘'이라는 불세출의 명곡이 들어 있죠. 1994년 3집에는 오늘 소개해 들릴 곡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1996년 성대결절을 공백기를 갖고 1997년 '꿈의 대화'가 실린 싱글을 발표해 인기를 얻죠.
2001년 6집 활동을 마치고 미국 버클리 음악 대학으로 유학을 갑니다. 장학생으로 입학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KBS로고송인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 KBS 한국방송'이 유학 가기 전 녹음한 그녀의 목소리라고 합니다. 2006년 귀국해서 7집 앨범을 발표합니다. 이 당시 윤민 수 씨와 함께 '그 남자 그 여자'라는 명곡을 부르죠. 그리고 2011년 MBC <나는 가수다 1>에 출연했습니다.
2014년 한양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를 맡았고요. 가수 활동을 하면서도 국내 실용음악계에서 가장 유명한 학원인 '서울 재즈 아카데미'에서 강사로 재직한 이력이 있습니다. 2021년 데뷔 30주년 앨범을 발매했고요. '비가 내리는 날''내게로' 등이 새로운 버전으로 실렸습니다. 늦은 데뷔에도 불구하고 30년 넘게 자신의 음악은 물론 후배가수들과도 적지 않은 콜라보를 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1994년 어느 늦은 밤>입니다. 뭔가 아련한 기억이 감춰져 있을 것만 같죠? 그녀에겐 이 날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아마도 이별의 아픔의 기록을 간직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여러분들은 기억하는 특정한 해와 계절이 있으신가요?
'오늘밤 그대에게/ 말로 할 수가 없어서/ 이런 마음을 종이 위에/ 글로 쓴 걸 용서해'가 첫 가사입니다. 화자는 이별하길 작심한 듯 보입니다. 차마 상대의 얼굴을 보면 그 이야기를 할 수가 없게 될까 봐 아니면 너무 미안한 마음에 자신의 마음을 말이 아닌 글로 대신합니다.
'한참을 그대에게/ 겁이 날 만큼 미쳤었지/ 그런 내 모습 이제는/ 후회할지 몰라' 부분입니다. 상대와 불같은 열정적인 사랑의 회오리가 한 차례 지나친 뒤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조금은 자제할걸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졌으니 이 순간 돌아오는 것은 깊은 후회라는 감정이었을까요? 아마도 두 번은 못 할 일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2절에서는 '외로이 텅 빈 방에/ 나만 홀로 남았을 때/ 그제야 나는 그대 없음을/ 알게 될지 몰라' 부분이 나옵니다. 마지막 '몰라'라는 가사가 1절과 매칭을 이루고 있죠. 지금까지는 같이 있었고 오늘이 지나면 둘로 나뉠 텐데 물리적인 벌어짐 이후에 정신적인 간극을 느끼는 지점이 바로 텅 빈 방에 혼자 있을 때라고 말합니다. 몸만 헤어졌지 마음은 아직 거두지 못했는데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현실을 자각한 것으로 봐야겠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하지만 그대여/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어/ 내가 그대를 얼만큼/ 사랑하고 있는지를/ 사랑하는지를/ 그대 이제는 안녕/ 1994년 어느 늦은 밤' 부분입니다. 상대로 하여금 자신이 사랑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것은 자신의 지난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과거를 좋게 해석하며 미래로 나아가고 싶은 거죠. 과연 그녀의 바람대로 됐을까요?
장혜진 씨에 따르면 이 노래를 녹음할 때 아들이 아파서 병원에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잠긴 목소리로 녹음실에 들어섰는데도 오히려 제작자인 김현철 씨는 그 목소리가 더 매력적으로 들렸다고 하네요. 노래를 잘 들어보니 원곡은 목소리가 좀 잠긴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귀 쫑긋 새워보세요.
음. 오늘은 가사 중 '말로 할 수가 없어서'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동한 팽개쳤던 챗GPT에게 오늘의 주제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말로 할 수가 없다'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감정이나 상황이 너무 복잡하거나 강렬해서 언어로 정확하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 표현이 사용될 수 있는 몇 가지 상황을 예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깊은 슬픔이나 고통: 큰 상실이나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했을 때, 그 감정이 너무 강렬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2) 극도의 기쁨이나 감동: 예상치 못한 큰 기쁨이나 감동을 받았을 때, 그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때 3) 복잡한 상황: 너무 많은 요소들이 얽혀 있어서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4) 난해한 문제: 지극히 어렵거나 복잡한 문제에 대해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거나 불가능할 때 5) 명확하지 않은 감정: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너무 모호하거나 복잡해서 정확하게 정의하거나 설명할 수 없을 때. 이 표현은 결국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는 한계나 무력감을 나타내며, 그 감정이나 상황의 깊이와 복잡성을 강조하는 데 사용됩니다.라고 나오네요. 제법 똑똑하죠?
이 노래에서 화자는 챗GPT가 제시한 사례 중 몇 번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시나요? 2)은 당연히 아닐 테고요. 음. 제가 생각한 답은 없네요. 그래서 다시 챗GPT에게 다시 물어봤습니다.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 가사에서 '말로 할 수가 없다'는 위에 제시된 경우 중 몇 번에 가까울까?라고요. 그랬더니....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 가사에서 "말로 할 수가 없어요"라는 표현은 주로 1번과 2번에 가까운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사 속에서 이 표현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그로 인한 깊은 슬픔, 아픔, 그리고 그리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느끼는 상황을 묘사합니다. 이 감정은 너무 깊고 복잡해서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즉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강렬한 감정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라고 답을 해 주네요. 기특하죠? 조금 빈 구석이 보이긴 하지만 말이죠. 하하하.
챗GPT의 허점을 공략할 시간입니다. 제 해석은 이렇습니다. 화자가 말로 할 수 없는 이유는 말에는 감정이 실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곤조곤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별의 현장이라는 것이 감정이 춤을 추는 상황이라 마음의 컨트롤이 잘 되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까, 어떤 단어를 골라야 할까. 뭐 이런 생각들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장애물이 나타나게 되죠. 그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해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도 바쁜 찰나에 급변하는 상대의 낯빛이라도 보게 된다면 마음은 흘러내리고 무슨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는 말을 내뱉기가 일쑤죠. 말의 그런 점 때문에 자신의 감정에 타인의 존재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화자는 말이 아니라 글을 택한 것은 아닐까요? 요동치는 감정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을까요?
여러분들은 말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글로 전하신 적이 있나요? 이 노래의 화자처럼 이별 선언을 말이 아니라 글로 하신 적은 있나요? 인생살이 하다 보면 오해도 사고 자신의 뜻이 잘 전달이 안 되어서 속상할 때도 많습니다. 챗GPT가 판 치는 디지털 세상이지만 아직까지도 글의 유용성은 나름 있다고 판단되는데요. 가끔은 화자처럼 말이 아니라 글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자주 편지를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편지의 일부는 가지고 있고요. 남자들 사이에 뭐 그리 할 말이 많았는지 1~2장도 아니고 3장을 넘기는 게 기본이었죠. 하하하. 다시 읽어보면 시시콜콜한 내용 일색인데. 그땐 그게 지금의 챗GPT와 노는 것보다 의미 있고 재미도 있었답니다. 생각보다 먼저 나가는 말이나 한번 쓰고 언제든 지울 수 있는 글보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삐뚤빼뚤한 편지글이 사라지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1인의 넋두리였습니다. 하하하. 오늘은 그럼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