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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의 <언젠가는>

작사 이상은 / 작곡 이상은, 안진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상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2 FYTP6 Fvfpc? si=DOBlYCJ8 rYB6 xqeu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 이상은의 <언젠가는> 가사 중 -




이상은은 여성 솔로로 1988년 데뷔했습니다.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라는 노래로 대상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죠. 당시 그녀는 한양대 연극영화과 새내기였습니다. 이 노래 하나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각종 예능프로 등을 종횡무진하게 되었죠.

2집 <사랑할 거야>가 연이어 히트를 치지만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가수 생활을 잠정중단하고 미술 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오릅니다. 입학 준비를 하는 동안 3집 <더딘 하루>를 발매했죠. 미국 유학 중에도 그녀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습니다. 3집부터는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보여주었고 4집 <Begin>도 발표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1993년 발매된 정규음반 5집에 실린 곡입니다. 학교를 잠시 휴학하고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방송과 콘서트 활동을 한 앨범이죠. 이어 1995년 정규음반 6집의 <공무도화가>와 1997년 7집 <외롭고 웃긴 가게>를 통해 그녀의 음악세계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8집부터는 이상은이라는 이름 대신 '리채'라는 활동명을 사용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철학자 니체의 이름을 차용했다고 하네요. 8,9,10집은 일본에서 발매한 후 국내에 들여온 케이스입니다. 일본에서 라이브 공연 위주로 활동했고 2000년 다시 영국으로 미술 유학을 떠나게 되죠.

귀국 후 그녀는 인디밴드를 만들어 쇼규모 공연을 계속하며, 여행작가, 라이오 DJ 등으로 활동합니다. 댄스 가수로 시작했지만 다양한 장르와 실험적 음악을 선보였죠. 2009년 14집, 2014년 15집을 발매하며 작사, 작곡, 편곡, 녹음, 사운드메이킹, 믹싱 등 앨범 작업 일체를 홀로 다 해내는 기염을 토하고요.

책을 많이 읽은 책벌레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수 데뷔해서 돈을 벌면서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게 그렇게도 좋았다는 전언입니다. 정규 음반만 16집을 발매했고 다수의 미니 앨범도 발매할 만큼 왕성한 음악활동을 해 왔다고 봐야겠죠. 20년 넘게 거의 쉬지 않고 음악을 해 온 그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언젠가는'입니다. 무언가를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다질 때 사용하는 말이죠. 가사를 살펴보면서 왜 이런 제목을 붙이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이 노래의 핵심이 아닐까 싶네요.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가 첫 가사입니다. 네 흔히들 청춘이라고 말하는 시절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돌아보니 그때가 그리도 좋은 시절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고 할까요. 화자 역시 젊은 시절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지만 그땐 그게 사랑하는 것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는 모양입니다.

'눈물 같은 시간의 강 위로/ 떠내려가는 건 한 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 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부분입니다. 가사가 참 좋죠? '눈물 같은 시간의 강 위에/ 떠내려가는 건 한 다발의 추억'이라는 가사 말이죠. 얼마나 시간이 흘렀던 걸까요? 눈물이 얼마나 떨어져 모여야 강이 될 수 있는 걸까요? 아무리 한탄해도 잡을 수 없는 시간이었던 것일까요? 그 시간의 끝에서 뒤를 돌아보니 젊은 시절 철없던 사랑이 그토록 소중한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2절에서는 '젊은 날엔 젊음을 잊었고/ 사랑할 땐 사랑이 흔해만 보였네/ 하지만 이제 생각해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부분이 나옵니다. 1절 가사와 비슷한데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 제목이 떠오릅니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어야 하것만 당시에는 그 나름의 고민과 부족으로 온전히 젊음을 느끼기 어려운 구조죠. 각박하고 주머니가 얇아진 삶에 사랑은 어찌 보면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맘 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에 사랑하는 일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부분입니다. 다소 철학적인 가사라고 보이는데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살아온 인생사에서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그 시절과 사람을 언젠가는 한 번쯤 만나고 싶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과거. 꼭 좋기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음. 오늘은 제목 '언젠가는'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언젠가는'는 특정하지 않은 미래의 어느 시점을 뜻하죠. 대체로 우리가 죽기 전 어느 시점을 이야기하는 것일 텐데요. 여러분들은 언젠가는이라는 시점 그 뒤에 무슨 말을 넣고 싶으세요?

꼭 이루고 싶은 바람 혹은 희망 등의 말들이 그 뒤에 따라오는 게 타당해 보이는데요. '언젠가는 내가 원하던 목표를 이루겠다'라든지 '언젠가는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나겠다'라든지 이렇게요.

그런데 말이죠. 책 제목에 보면 3년 안에 1억 모으기라든지 100일 동안 연습하기 등 특정한 기간을 언급하며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식으로 접근을 많이 합니다. 이런 명확한 시점을 언급한 말들과 비교해 보면 '언젠가는'이라는 말이 갖는 고유의 의미가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가능성이 다소 희박한 상황을 표현하거나 안 될 가능성이 훨씬 높은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그래서 한편으로 '언젠가는'이라는 말에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쉽사리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확실한 시간이 주어지는 상황이면 그 시간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고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정한 시간과 목표를 정할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에는 그런 상황이 쏙 빠지고 막연하게 미래의 어느 시점에 자신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무언가가 이루어졌으면 한다는 마음이 실려 있는 듯. 하거든요..

언제 올 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사람을 기다리는 심정이랄까요. 내가 뭘 어떻게 잘한다고 해서 가신 님이 돌아오거나 안 돌아오거나 하지 않는 상황이죠. 하지만 사는 동안 꼭 한 번은 그 일이 우연이든 필연이든 발생했으면 하는 마음을 쉽게 내려놓지 않는 삶의 모습입니다.

예술이 밥 먹여주지 않는 것처럼 '언젠가는'이라는 접근이 지금의 시대에는 다소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일들은 목표와 시점을 언급하며 일을 잘게 쪼개서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우리 인생은 그런 접근만으로는 통하질 않죠. 생각하는 대로 되면 그건 인생이 아니잖아요.

막연히 되지도 않은 일을 꿈꾸고 지금은 딱히 그걸 위해 무엇을 하지 않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목적지에 이르고픈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사는 것은 인간이라면 너무도 당연한 권리가 아닐까 싶은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을 믿고 그것을 근거로 역사라는 이름을 쌓아 올렸던 인류의 모습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겐 먹고사는 현실적인 문제만큼이나 이상과 꿈으로 대변되는 이상적인 문제를 끌어안고 사는 일도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되네요. 지금 여러분들이 그리는 '언젠가는'에는 어떤 삶의 모습이 그려져 있나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더라도 머릿속의 상상에 불과하더라고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애써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 사람의 삶이 헛되지 않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면 어떨까요. 하하하. 언젠가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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