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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연의 <이별여행>

작사 김기호 작곡 신재홍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원미연'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3 w9 qasqk200? si=DalfoOnZarJmUlhp

언제까지 너에게 좋은 기억만을 남기고 싶어


이제는 모든 걸 변명처럼 느끼겠지


다시 한번 너에게 얘기하고 싶던 그 말 사랑해


너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바랐던 거야.


- 원미연의 <이별 여행> 가사 중 -




원미연은 1989년 데뷔했습니다. 1985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들녘으로>라는 노래로 출전했지만 입상을 하진 못했습니다. 그 당시 1등은 '바다에 누워'를 부른 '높은 음자리'였습니다. 1986년 KBS 특채 배우로 데뷔하여 연기자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89년 <혼자이고 싶어요>라는 곡으로 가수에 데뷔합니다.

오늘 소개해 노래는 1991년 발표한 그녀의 2집에 수록된 곡입니다. 그녀의 노래 중 가장 인기를 끌었었죠. 그녀의 히트곡은 이 외에도 '혼자이고 싶어요', '조금은 깊은 사랑, '위로해 주세요' 등이 있습니다. 1992년 발표한 3집에는 절친인 강수지를 비롯해 서태지 등이 참여해 화자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1995년 4집이 정규앨범으로는 마지막이었고요. 이후 싱글 앨범 3개 정도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습니다. 동기가 손현주 씨라고 하네요. 1998년부터 2006년까지는 부산에서 라이브 하우스를 운영했습니다. 2000년대에는 주로 예능에서 활동을 한 바 있고 2019년부터는 너튜브에서 사연과 신청곡을 받아 노래하는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네요. 워낙 성량이 좋은 가수죠.

음식에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신사동에서 퓨전 한정식 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냉면집을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음식점 때문에 손톱과 못 그리고 매니큐어도 맘대로 못했다는 후문입니다. 무대가 없어지는 중년 가수의 현실에서도 노래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그녀의 모습을 응원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이별 여행'입니다. 이별하기 전에 떠나는 여행을 뜻하는 것일까요? 이별을 앞두고 서로의 추억을 마무리하기 위해 그 길을 나서는 것만으로 굉장히 성숙한 관계의 모습일 텐데요. 여러분들은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 여행을 떠나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투명한 너의 눈빛이/ 어쩐지 부담스러워/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창가에 기대어 바라 보네'가 첫 가사입니다. 매일 만나던 누군가 혹은 자주 보는 누군가에게서 평소와는 다른 인상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평소 누군가의 모습을 잘 알던 터라 조금의 변화도 감지해 내곤 하죠. 화자는 오늘따라 달라진 상대의 모습에 당혹해합니다. 뭔가 마음을 내려놓은 듯한 투명한 눈빛, 침묵으로 일관하는 태도, 창가에 기댄 자세 등 뭔가 싸한 느낌을 받게 된 것이죠.

'이렇게 떠나가지 마/ 너에겐 정말 미안해/ 하지만 언제까지나/ 너를 잊을 수 없을 거야' 부분입니다. 화자는 불현듯 지금 이 장소가 이별 현장인 것을 알게 됩니다. 동시에 뭘 어찌한다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음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말은 가지 마, 미안해, 널 잊을 순 없어 정도의 말 뿐이었죠.

'벽에 걸린 그림처럼/ 너는 표정 없이 바라보지만/ 이 거리를 난 떠나가리/ 내가 아는 너를 위한 이별 여행을' 부분입니다. 헤어지자 선언을 했건만 상대는 무표정으로 일관합니다. 그래서 화자 역시 등을 돌리죠. 그리곤 상대를 위한 이별 여행을 떠나겠다 선언합니다. 이 노래에서의 이별 여행은 같이 가는 것이 아니라 화자 혼자서 상대를 정리할 목적으로 떠나는 콘셉트인가 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언제까지 너에게/ 좋은 기억만을 남기고 싶어/ 이제는 모든 걸/ 변명처럼 느끼겠지/

다시 한번 너에게/ 얘기하고 싶던 그 말 사랑해/ 너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바랐던 거야' 부분입니다. 가사가 압축적입니다. 헤어지는 상황에서 화자는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사랑했었다는 말을 남기고 싶어 하죠. 그리고 한편으로는 상대에 대한 자신의 기대가 너무 컸던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것을 헤어짐의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고요. 상대를 위한 이별 여행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음. 오늘은 제목 '이별 여행'에서 착안해서 '여행으로서의 사랑 VS 궁전으로서의 사랑'에 대해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정지우 씨가 낸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라는 책에서 본 내용인데요. 책이 참 인상적이더군요. 제가 근래 들어 봤던 책 중에 가장 내용이 좋았다고 할까요? 여러분들도 언제 한 번 시간 내서 보심을 추천합니다. 여러 사랑에 관한 말들이 있지만 이 책은 다양한 각도에서 사랑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이 책의 일부 내용을 공유해 보겠습니다. "사랑의 태도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길에 만난 두 사람이 함께 미래를 꿈꾸며 동반자가 되어 손잡고 떠나기를 바라는 '여행으로서의 사랑'이다. 다른 하나는 두 사람이 안정된 상태에서 궁전을 짓고, 궁전에 초대받고, 궁전에서 살아가는 '궁전으로서의 사랑'이다" 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결혼이라는 중간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하면 여행으로서의 사랑으로, 다다르면 궁전으로서의 사랑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쉽게 말하면 연예는 여행이고 결혼은 궁전이다 정도로 요약되네요.

제가 이 책의 이 구절을 왜 떠올렸나 하면 사랑이라는 단어를 이별이라는 단어로 바꿔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죠. '여행으로서의 이별, 궁전으로서의 이별' 이렇게요. 뭐가 달라 보이시나요? 연예하다가 헤어지면 '여행으로서의 이별'이고 이혼하면 '궁전으로서의 이별'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죠. 사랑은 언제나 이별이라는 단어와 함께 짝을 이룰 때 비로소 온전해지는 것일 테니까요.

또 한 가지 생각은 우리는 여행과 궁전으로 나뉜 사랑과 이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가 공존하고 있는 사랑과 이별을 한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결혼은 아니지만 동거를 할 수도 있고요. 단둘이 2박 3일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죠. 이는 바로 여행 중에 작은 궁전을 경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궁전의 삶을 내려놓고 다시 여행으로서의 사랑을 꿈꾸는 사람도 있고요. 재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다시 다른 궁전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물론 궁전의 생활도 처음과 중간, 마지막은 각각 다른 모습의 여행일 테고요.

이런 여행과 궁전의 속성을 생각해 보면 머무르느냐 떠나느냐들 의미하는 자유로움의 크기가 차이를 보이죠. 어떤 괴팍한 철학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평생 연애만 하다가 죽는 날 결혼 신고를 했다고 하는데요. 이유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결혼'이라는 제도에 갇히게 할 수 없어서였다고 하네요. 그럼 왜 결혼 신고를 했냐면 남아 있는 연인에게 자신의 저작권 수입을 양도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네요. 이 철학자 정도는 되어야 여행으로서의 사랑을 논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하하.

여행은 무슨 일이 발생하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사랑의 짜릿함을 배가 시킵니다. 하지만 그만큼 언제든 상대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해프닝도 각오해야 하죠. 궁전은 불확실성이 일부 거치지만 일상이라는 현실에 중압감을 느낍니다. 대신 그 일상이 조금이나마 안정감을 갖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행을 갈망하는 사랑도 궁전을 갈망하는 사랑도 괜찮습니다. 때에 따라 그런 사랑 저런 사랑을 경험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은 뭘 선택해도 다 만족스럽지가 않고요. 특히 사랑만이 아닌 그 반대급부인 이별도 있으니 그 점도 생각해 봐야겠죠. 이별도 여행이라고 하잖아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일상으로 잘 복귀하셨나요? 하루만 버티면 또 이틀 쉽니다. 하하하. 쉬는 기간 동안 책을 좀 봤더니 쓸 말이 많아지는 현상을 보게 됩니다. 역시 쓰기는 읽기가 동반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 잠깐 그 메커니즘이 깨지니 글 쓰는 게 아주 신나지는 않았거든요. 그럴 땐 펜을 놓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루틴의 위력을 생각하면 저는 뭐든 쓰는 편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좀 더 품격 있는 <가사실종사건>이 되기 위해서는 쓰는 제가 먼저 품격을 높여야겠죠?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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