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강수지/ 작곡 윤상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강수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vl5 Y4 qeSzaM? si=0 W7 xGYOUchOKFNqv
그래 이제 우리는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모른 체 살아가야지
아무런 상관없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별이란 없을 테니까
- 강수지의 <흩어진 나날들> 가사 중 -
강수지는 여자 솔로 가수로 1990년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이진영입니다. 2002년까지 무려 10집을 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갔다고 합니다.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받고 1년 뒤 귀국해서 가수에 데뷔하죠. 윤상이 프로듀싱을 했죠.
1집이 그 유명한 <보라빛 향기>입니다. 그녀는 이곡으로 신인상을 탔지만 1위를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노래는 2집의 타이틀 곡인데요. 1위를 하지 못한 설움을 이 곡으로 풀었죠. 후속곡이었던 <시간 속의 향기라>라는 곡도 연달라 히트를 쳤고요. 좋을 일만 있기를 어려운 법. 가수 심신과의 열애설로 곤욕을 치릅니다.
1,2집은 가수 윤상 씨와 함께 작업을 하고요. 3집부터는 다른 작곡가와 합을 맞추죠. 3집은 <내 마음 알겠니>, 4집은 <그때는 알겠지>가 타이틀곡이었습니다. 다시 5집은 윤상 씨와 같이 작업을 하지만 인기는 그전에 비해 별로였습니다. 1995년 발매한 싱글 <혼자만의 겨울>과 <필요한 건 시간일 뿐>이 사랑을 좀 받았고요.
1996년 7집, 1997년 8집은 그냥 묻혔고요. 그래서인지 일본에서 활동을 도모했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았죠. 1998년 9집 이어 2002년 10집이 마지막 정규 앨범이었습니다. 2010년 디지털 싱글 앨범을 선보였고요.
미녀 가수로 거론되며 남성 팬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죠. 코미디언 김국진 씨와 결혼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제 눈에 들어온 부분은 작사 실력인데요. 히트곡의 가사의 작사가로 이름을 올리고 있네요. 이 노래도 그렇고 보라빛 향기도 그렇습니다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흩어진 나날들'입니다. 뭔가 제목에서 아련함 같은 정서가 느끼시는데요. 한 마디로 이별송입니다. 아마도 나날들은 옛 여인과 함께 했던 과거 시간을 말하고 있는 것 같네요. 가사가 시어처럼 참 짧습니다.
'아무 일 없이 흔들리듯 거리를 서성이지/ 우연히 널 만날 수 있을까/ 견딜 수가 없는 날 붙들고/ 울고 싶어'가 첫 가사입니다. 화자는 슬픔에 찬 얼굴을 하고 별일이 없는데도 거리로 나왔습니다. 마치 자신의 정처 없는 발걸음처럼 거리가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죠. 무엇을 그리도 찾아 헤매고 있던 것일까요? 바로 떠나버린 상대입니다. 우연이라도 마주치고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좀처럼 그런 백만분의 1에 해당되는 우연이 염원한다고 나타날 리 없습니다. 그러니 울며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요.
'어두운 마음의 불을 켠 듯한 이름 하나/ 이젠 무너져 버린 거야/ 힘겨운 나날들' 부분입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찾아낸 그립고 그립던 상대의 이름이 떠오르며 다잡고 있던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립니다. 그런 슬프고도 아픈 시간이 일상이라니. 힘겹다 못해 고통스럽게 느껴지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그래 이제 우리는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모른 채 살아가야지/ 아무런 상관없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별이란 없을 테니까' 부분입니다. 헤어진 상황을 화자만의 방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모든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다. 회자정리입니다. 짧고 길고 강렬하고 밋밋한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사람은 스쳐 지나간다고 말하고 있죠. 그리고 또 한 번 대못을 박습니다. 그렇게 한 번 지나가면 상관없는 타인이 되고 그러면 이별 따위가 끼어들 자리가 없을 거라고 말하면서요. 짧지만 강렬한 가사 같네요. 가수 윤상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음악과 강수지 씨의 여린 목소리가 잘 조화된 듯한 노래입니다.
음. 오늘은 가사 중 ' 우리는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처럼'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가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르는데요. 바로 오늘의 주제는 '시절 인연'입니다. 이 제목의 트로트 노래도 있죠. 원래 불교 용어인데요. '모든 연에는 오고 가는 때가 있다'는 의미죠.
여러분들은 유년 시절 친구들을 지금도 자주 만나고 사시나요? 아니 학창 시절 정도로 그 수준을 달리해도 아마 몇 명 없을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시절 인연'의 속성 탓이겠죠. 학교 또는 학원이라는 같은 울타리로 묶여 있다가 그것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지면 인연도 흩어지는 것이죠.
아마도 시절 인연에서 시절의 길이가 가장 긴 것은 가족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네요. 큰일이 있지 않는 한평생을 함께 연을 맺고 사니까요. 자주 보고 가끔 보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그다음은 애매합니다. 평생 친구, 직장 동료 뭐 이런 관계들이겠죠.
저는 직장을 꽤나 많이 옮겼는데요. 그래서 제 삶에 유독 시절 인연이 많아지더군요. 어떤 회사를 다닐 때 알던 사람들이 그 회사를 나온 뒤에는 0에 수렴하는 일을 꽤나 많이 겪었으니까요. 이런 경험 때문인지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과 나는 얼마나 되었지 그리고 얼마나 갈라나 뭐 이런 질문을 자주 던져보게 되더군요.
학창 시절 졸업식 때 더 이상 자주 못 볼 친구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펑펑 흘리적이 있으신가요? 친구가 부모보다 더 먼저였던 시절이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때 즈음부터인 것 같아요. 삶에서 시절 인연이 발생하고 그것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나름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요.
물론 정든 사람들을 내일부터 못 본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마음은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한 경우죠. 이별도 그런 시절 인연의 단면이죠.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그런 관계가 아니라 하루도 보지 못하면 무언가 할 일을 빠트린 것 같고 심지어는 숨도 제대로 안 쉬어지죠.
시절 인연이라는 말에는 우리의 인연이 '일정한 시간' 안에서만 작동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누군가와 만나는 것은 우연이라고 치더라도 누군가와 만나는 것은 필연에 해당되는 것이죠.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한 치 앞도 모르게 인생인 까닭에 늘 가까이에 있던 인연은 지속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죠.
그러다 어느 날 찾아온 불행으로 인해 시절 인연이 다 하면 우린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을 합니다. 떠난 것도 슬프지만 그 인연이 계속될 거라 착각했던 자기 자신이 원망스럽죠. 그전에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할 걸, 사랑한다고 말할 걸, 이왕이면 더 자주 할 걸 이러면서요.
개인적으로 저는 시절 인연에서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정도 관계가 이어지면 시절 인연이라는 단어를 포개보곤 합니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고 이동이 많은 시대에 10년도 참 긴 시간이죠. 그 사이에 각자 신변의 변화 속에서도 연이 끊이지 않고 지속된다면 꽤나 제 인생에 중요한 관계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이 노래처럼 누군가의 이별로 슬프고 아플 때 시절 인연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또 아무리 미워하는 사람일지라도 시간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다 내게 왔다가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되뇌어 보는 거죠. 시절 인연이 가고 또 다른 시절 인연이 찾아오면서 우리의 삶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인연이 다하면 그 사람과의 지난날들은 시간 속에서 흩어지고 궁극에는 누군가의 마음이나 기억 속에서도 흩어져 가죠. 평생을 흩어지는 것들을 붙잡고 있는 진귀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한 편으로는 그런 모습이 헛헛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래야 우리가 미래를 살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여러분들은 시절 인연을 어떻게 다루고 계시나요?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에게도 무덤덤해지셨나요? 시절도 인연도 어느 것 하나 쉽게 품을 수 있는 단어가 아니죠. 하하하. 떠나가고 오는 시절 인연이야 어찌 되었든 지금 만나고 있는 시절 인연에게 더 잘해 봅시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어제 회사 동호회에서 <미키 17>를 본 관계로 오늘 브런치를 스킵할까 하다가 글이 생각보다 빨리 써져서 올려봅니다. 내일은 어쩌지? 하하하. 내일 걱정은 내일 모래 하면 될 것 같고요. 여러분들과의 시절 인연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밤 보내시고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