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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의 <동행>

작사/작곡 최성수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최성수'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u9fU0EzFOwE?si=9c_FvJ2AHHgia7Mm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줄 사람 있나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


사랑하고 싶어요

가슴 채울 때까지


사랑하고 싶어요

사랑 있는 날까지


- 최성수의 <동행> 가사 중 -




최성수는 1983년 데뷔했습니다. 버클리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을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분이죠. 음악카페 '쉘부르'에서 언더 그라운드 가수로 활동하다가 가수에 입문했습니다. 1980년대를 이끌었던 가수 중 한 사람 되었죠. 많은 곡을 자작곡 했고 그의 곡들은 생명력이 긴 것이 특징입니다.

1986년 1집 앨범 <남남>과 <애수>가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듬해 내놓은 2집이 연이어 히트를 쳤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여기에 실린 곡입니다. <풀잎사랑> <해후>까지 한 앨범에서 3곡이 히트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죠. 1994년 7집까지 발매하고 그는 돌연 미국 유학 길에 오릅니다. 대학을 못 나온 콤플렉스와 서태지와 아이들 출연으로 좁아진 입지가 영향이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귀국한 이후로 예당아트 TV 대표를 역임했고, 장안대를 거쳐 현재는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의 겸임교수입니다. 2022년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Whistkey on the Rock'을 리메이크 한 OST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11집까지 발매한 상태고요. 지난해 데뷔 40주년을 맞아 신곡을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연평균 50회 내외의 공연을 하고 있고 무대 규모에 상관없이 2시간 이상 목을 푼다고 합니다. 틈틈이 써 놓은 곡도 160여 곡이 넘는다고 하고요. 트로트, EDM, 랩까지 다양한 장르도 섭렵 중이라네요. 가수로서 프로로서 장수하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의 노래는 성악을 연상시킵니다. 그 유명한 '향수'라는 곡에도 발을 담글 뻔한 일화가 있고요. 한 때 성악가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서울대 음대에서 국악을 전공한 외삼촌을 병문안 갔다가 병실에 걸린 클래식을 기타를 본 후 연주를 배우게 되었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쓴 곡으로 뮤지컬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포부가 이루어지는 날 저도 그 무대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동행'입니다. 함께 걸어가는 일이죠. 최성수 씨 노래는 두 글자 제목의 곡이 많습니다. <해후> <애수> <남남> <후인> 등 한자어 기반으로 약간 무게가 있는 제목들이죠. 이 노래는 동행할 사람을 찾는 다소 슬픈 곡에 해당합니다.

'아직도 내겐 슬픔이 우두커니 남아 있어요/ 그날을 생각하자니 어느새 흐려진 안개'가 첫 가사입니다. 누군가와 헤어진 사건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그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슬픔이라는 단어를 만나곤 하죠. 길을 잃은 것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도록 '흐려진 안개'가 나타나 방향 감각을 잃게 하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지 일정한 시점이 지났지만 그 상처가 지금 시점에도 적지 않게 지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빈 밤을 오가는 날은 어디로 가야만 하나/ 어둠에 갈 곳 모르고 외로워 헤매는 미로' 부분입니다. '빈 밤'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아무것도 차 있지 않는 공간을 의미하는 '빈'이라는 형용사가 '밤'과 짝을 이루자 텅 빈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 같네요. 마음이 공허하니 갈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컴컴한 밤 그리고 텅 빈 마음, 그곳은 미로죠.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외로움이 원흉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줄 사람 있나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 사랑하고 싶어요 빈 가슴 채울 때까지/ 사랑하고 싶어요 사랑 있는 날까지' 부분입니다. 임은 떠났으니 자신의 마음을 달래 줄 혹은 위로해 줄 사람 어디 없냐고 찾고 있죠. 삶의 걸음은 이별로 인해 멈춘 것이 아니라 지속되어야 하기에 그 여정을 함께할 따뜻한 누군가를 바라봅니다.

그러면서 이 곡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화자의 마음이 드러나죠. '사랑하고 싶어요'가 화자의 진심이 아닐까 싶은데요.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떠난 임을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새로운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표현으로 읽어도 무리가 없는 점입니다. '사랑 있는 날까지'라는 가사에서는 사랑으로 상처받은 화자가 사랑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싶다는 바람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음. 오늘은 제목 '동행'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길에서 누구와 동행을 하고 있나요? 꼭 한 사람이어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학창 시절 알던 친구들,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동행한다면 이 보다 좋을 순 없겠지만 삶이라는 게 워낙 변수가 많고 복잡다단한 지라 그런 바람직한 모습에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죠.

어찌 보면 인생에서 동행하지 않는 시점을 염두에 두고 혼자 걸어가야만 하는 시간과 동행하는 대상이 교체되는 환승 등을 더 주목해야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에 유시민 작가가 했던 말이 생각나는데요. 정치 성향이 완전 반대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냐?라고 물었더니 '본인은 친구란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는 사이, 정치를 비롯해 아무 이야기든 할 수 있는 사이'라고 하며 손사례를 쳤죠.

맞습니다. 누군가와 동행을 하려면 어느 정도 뜻이 맞아야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 줄 수 없어도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조건이겠죠. 하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정치 성향도 바뀌고 취향도 바뀌고 그럽니다. 물론 사랑이나 우정이 '변치 않음'을 가장 핵심 가치로 삼고 있어서 이런 부분에서 충돌을 일으키죠. 변하지 않는 것은 없듯이 그 변화까지도 품을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과 우정으로 거듭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동행을 굳이 사람으로 한정 짓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음악이 될 수도 있고 미술이 될 수도 있고 목공이 될 수도 있고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곁에서 함께 걸어가는 것은 협의의 의미이고, 자신의 인생길에서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무엇이 광의의 의미의 동행일 테니까요.

동행을 한다고 하지만 서로가 같은 것만을 보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죠. 물리적인 길은 같아도 정신적인 사유의 공간에는 자신만의 성향과 취향 따위가 자리 잡기 마련입니다. 작곡가나 작사가가 부부가 되었더라도 같은 음악만 듣고 늘 협의하에 음악을 만들지는 않겠죠. 오히려 곡의 품질만 떨어뜨릴 수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동행의 진정한 의미는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 정도가 어떨까 싶네요. 내 삶을 살지만 타인의 삶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사이 말이죠. 부부가 그렇고 부모가 그렇고 자녀가 그렇고 우정이 그렇고 사랑이 동반된 그런 관계가 아닐까 싶네요. 또 음악이 그렇고 미술이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요.

인생의 라이프 사이클 상 적어도 한 두 번의 동반자 교체는 불가피합니다. 훌륭한 동반자를 잘 찾는 일 혹은 잘 만나는 일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친구 따라 강남 간다' 뭐 그런 속담류죠. 우린 어떤 사람을 동반자로 삼아 험난한 인생길을 뚜벅뚜뻑 걸어가야 하는 걸까요? 동반자의 조건 말입니다.

저는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동행자를 바꾸려 하지 않고 지켜보는 힘'이 아닐까 하는데요. 동행자의 걷는 속도, 스타일 등을 자신에게 편한 방식으로 바꾸려 하면 문제가 발생하죠. 동행을 하다 보면 사랑하는 사이든 우정이 짙은 사이든 한두 번쯤은 위기가 찾아올 겁니다. 그때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지켜봐 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 관계가 쉽게 놓아지진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 입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격언이 있죠. 동행은 빨리가 아니라 멀리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같이 걷는 사람과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받게 되고요.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받고 그때마다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지가 중요하죠. 내가 힘들 때 손을 잡아주었으면 상대가 같은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같은 행동을 해야겠죠. 일명 도덕률, 황금률, 서 등의 자세가 필요하겠네요.

무소의 뿔처럼 혼자 걸어가는 인생길. 그 길 위에서 짧던 길던 동행자를 만나는 일은 불가피합니다. 기분 좋은 혹은 기분 나쁜 동행자가 지금 이 순간에도 쉴 새 없이 바뀌고 있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동행을 할지 말 지 누구와 무엇과 동행할지는 자신이 정한다는 점만은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네요. 남 뒤 꽁무니만 따라다리는 걸 어깨를 마주하며 걷는 동행과 혼동해선 안 되겠죠.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동행은 꼭 한 명, 한 개여야 하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가족은 물론 책과 글과 음악과 현재 동행을 하고 있고요. 미래에는 미술 같은 것도 동행 리스트에 담아 볼까 생각하고 있답니다. 자신의 삶의 궤적에서 무엇을 담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좋을지는 각자의 몫이니까요. 동행하면서 '가는 사람 안 잡고 오는 사람 안 막는' 정신으로 임하면 어떨까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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