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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회상>

작사/작곡 김성호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성호'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HyLgtjX_J0s? si=4 rIh_Z-6 sG8 FsP8 L

때로는 눈물도 흘렸지

이제는 혼자라고 느낄 때

보고 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

찢어진 사진 한 장 남지 않았네


그녀는 울면서 갔지만

내 마음도 편하지는 않았어

그때는 너무나 어렸었기에

그녀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네


- 김성호의 <회상> 가사 중 -




김성호는 1978년 데뷔했습니다. TBS 해변가요제에 출전해 장려상을 받으며 가수로서의 삶이 시작되었죠. 대학시절 블루드래곤이라는 밴드에서 활동했습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건축미술학과에 입학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억누르기 힘들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사실 김성호 씨는 가수보다는 작곡가로 더 유명합니다. 다섯 손가락의 <풍선>, 박성신의 <한 번만 더>, 김지연의 <찬 바람이 불면>,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 등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죠. 20대 때 느꼈던 소중한 감정을 음악에 활용했다는 그의 인터뷰 내용이 인상적이었네요.

세월이 꽤 흘렀지만 지금도 꾸준히 리메이크되는 곡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작사도 잘하는 듯합니다. 그의 대표곡은 오늘 소개해 드릴 곡과 더불어 <웃는 여잔 다 이뻐>와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곡이 있죠. 전 이 세 노래를 모두 다 좋아한답니다. <회상>의 원래 제목은 <김성호의 회상>입니다.

너튜브에 보면 KBS <백투 더뮤직>이라는 영상에 이 세 곡을 지금 버전으로 다시 부른 버전이 있더라고요. 나이 들어서 부르는 히트곡이라서인지 아련한 느낌이 들더군요. 히트곡을 한 번쯤 써 보고 싶다는 열정으로 지금도 음악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무르익어가는 연륜이 만들어낼 노래가 심히 기대가 되는군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회상'입니다.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을 뜻합니다. 이 노래는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하다 헤어진 과거의 어느 시점을 돌이켜 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만큼 아련하기도 하고 착잡함도 느껴지죠.

'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지/ 그녀는 조그만 손을 흔들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의 눈을 보았지 음/ 하지만 붙잡을 수는 없었어/ 지금은 후회를 하고 있지만/ 멀어져 가는 뒷모습 보면서/ 두려움도 느꼈지 음/ 나는 가슴 아팠어' 부분이 1절입니다.

화자가 기억하는 그때 그 모습은 바람이 불었고, 상대가 작은 손을 흔들고 있었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으며, 자신의 눈을 바라보며 헤어지자는 말을 했던 것 같군요. 무슨 연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화자는 상대의 이별 선언을 듣었지만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면서도 끝내 잡지 못했습니다. 혼자 남는다는 두려움도 느꼈고 마음도 찢어졌지만 상대를 잡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그 지점이 지금은 후회라는 감정으로 갈무리되었죠. 아마도 잡지 못한 이유가 당시에는 커다랐게 보였지만 지나고 가보니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려움보다는 용기가 필요했던 시점이었던 것이죠.

2절을 살펴보겠습니다. '때로는 눈물도 흘렸지/ 이제는 혼자라고 느낄 때/ 보고 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 찢어진 사진 한 장 남지 않았네/ 그녀는 울면서 갔지만/ 내 마음도 편하지는 않았어/ 그때는 너무나 어렸었기에/ 그녀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네' 부분입니다.

2절에서는 자체 평가라고 해야 할까요. 이별하는 일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밝히고 있죠. 때론 눈물도 흘리고 외로워서 보고 싶기도 했지만 변변한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죠.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너무 어리고 철이 없었기에 상대와 같은 진실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이 이어지죠. 상대를 잡지 못하고 그냥 보낸 것에 대한 회한의 감정이 전해 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한 두 번 원망도 했었지만/ 좋은 사람이었어 음/ 하지만 꼭 그렇지 않아/ 너무 내 맘을 아프게 했지/ 서로 말없이 걷기도 했지만/ 좋은 기억이었어/ 너무 아쉬웠었어' 부분입니다.

좋았다가 미웠다가 감정이 널뛰기를 합니다. 처음부터 만난 것이 잘못이었다고 했다가 그래도 그만한 사람은 없었지 이렇게요. 좋은 결말이 아니었기에 좋은 기억으로만 정리할 수 없었던 복잡한 마음이었으라 추측되네요. 우린 이런 마음을 '아쉬움'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음. 오늘은 '과거를 돌아보는 일'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흔히들 나이가 먹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흰머리가 생기거나 술 먹은 다음날이 예전 같지 않을 때처럼 신체적 저하를 보면서 그렇게 느끼기도 하고요. 누군가는 책이나 노래 따위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읽히거나 들릴 때라고 말합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잦아질 때가 아닐까 싶네요. 나이 지긋히 드신 분들의 이야기를 옆에서 들어보면 지금이나 미래보다는 과거의 일이 주를 이룰 때가 많습니다. 일명 왕년에로 시작하는 류죠. 인생의 가장 반짝이던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인간의 바람일 겁니다.

과거의 사건들 그리고 그 속의 나를 헤집다 보면 거기엔 웃음도 있고 아련함도 있고 가슴 한편이 먹먹해지는 수많은 감정들이 춤을 추곤 합니다. 그리고는 한 번쯤 이렇게 묻게 됩니다. '그게 최선이었을까'라고요.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들끓게 되죠. 매 순간 최선을 다해져 살자고 다짐해 보지만 지나간 시간의 장면들 속에는 그러지 못한 페이지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니까요.

아마도 이 노래 주인공 역시 지난 이별 장면을 떠올리면서 아쉬움이라는 단어로 감정이 귀결되는 이유는 바로 '그게 최선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지난 시절 어떤 장면에 이 질문을 투척했을 때 아쉬움이라는 단어가 보이나요?

영화나 드라마에 보면 과거를 재현한 장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과거 시점을 나타내기 위해 흑백 영상으로 처리하기도 하죠.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과거의 어떤 장면이 디테일까지 담아서 기억이 나는 건가? 내가 기억력이 별로여서일까?라고요. 저는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만이 꿈틀 되거든요. 당시의 주변 상황이나 상대방의 모습이 명확히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을 해 봤더니 너무 사건 현장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죠. 이 노래를 만든 김성호 씨의 인터뷰 내용 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청춘의 아름다운 기억을 그냥 스쳐 보내기보다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음악에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지점입니다.

예전에 가수가 너무 되고 싶어서 5 선지에 끄적거렸던 어설프기 짝이 없는 노래 몇 곡이 남아 있습니다. 가끔 그걸 들쳐볼 때마다 그 시절 음악에 심취했던 제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기록'의 중요성이 느껴지는 지점이죠. 누군가가 보고 싶을 때 남은 사진 한 장이 가져다주는 힘이라는 게 분명 있는 듯합니다. 우린 헤어지면 흔적을 깡그리 지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죄다 갔다 버리기 바쁘지만요.

'지난 일을 돌아보는 일'이 원활하려면 그때의 상황과 감정이 잘 기록되어 있어야 합니다. '지난 일을 돌아보는 일'은 '기록하는 일'에 있고, 현재의 기록하는 습관이 언젠가는 '지난 일을 돌아보는 일'을 도와주게 되는 것이죠. 기록은 망각이라는 메커니즘의 함정을 극복하는 인간의 유일한 능력이니까요.

자. 각자 과거의 기억하고 싶은 사건 하나를 꺼내 봅시다. 그리고 기억나는 것들을 하나씩 적어봅시다. 잘 되시나요? 안 된다면 오늘부터라도 기록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기억은 우리 스스로가 필요한 대로 왜곡되기도 하니 기억보다는 기록의 길을 쫓아가는 삶은 어떨까 싶네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사실 <가사실종사건>을 하는 목적 중에 하나도 바로 기억에 있습니다. 머릿속에만 든 것을 암묵지라고 한다죠. 그걸 어떤 방식으로든 꺼내서 공유해야 제 값을 하는 것이죠. 저도 모르겠습니다. 제 머릿속에 몇 곡의 노래가 있을지 그리고 그 곡들마다 달 수 있는 해석지가 얼마나 있을지를요. 5년 아니 10년 후쯤에 지금의 글을 보면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조금은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하하.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시고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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