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의 <잊혀진 계절>(Cover. 배기성)
작사 박건호 작곡 이범희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용'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 이용의 <잊혀진 계절> 가사 중 -
이용은 남자 솔로 가수로 1981년 데뷔했습니다. 국풍 81 젊은이의 가요제에서 <바람이려오>라는 노래로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각종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벼락스타가 되었죠. 그리고 그의 인생곡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세상에 나옵니다.
이 노래는 1982년 발매된 그의 1집에 실린 곡입니다. 원래 이곡은 조영남 씨가 부르려고 했다는 후문입니다. 이 앨범으로 그는 1982년 MBC 10대 가수 가요제 최고 인기 가수상을 수상합니다. 당시는 조용필 천하였는데요. 80년부터 86년까지 MBC와 KBS 가수왕 대부분을 조용필 씨가 차지했거든요. MBC에서는 1982년에 이용 씨가 이 노래로 한 해 태클을 거는 데 성공했고요. KBS는 1984년 김수철 씨, 1986년 전영록 씨가 2번 태클을 거는 데 성공했다고 하네요. 대단하죠?
일명 도둑 결혼으로 미국으로 떠나버렸다가 소리소문 없이 귀국을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이 싸늘해서 복귀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죠. 1991년 말이 되어서야 간신히 무대에 서게 됩니다. 불미스러운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노래의 힘이 너무 강력했던 탓인지 역사 속에 묻힐 뻔했던 그는 구사일생합니다.
아들은 미국에서 성악교수를 하고 있고 딸은 방송연예학과 교수라고 하네요. 1984년 자서전을 출간한 바 있는데, 그 연유가 궁금해지네요. 사실 잘 몰라서 그렇지 2021년까지 14집을 발매했습니다. 최근 근황을 찾아보니 올해 5월에 CCM 앨범을 낸 것이 검색되네요. 집사가 되셨답니다. 장인어른과의 오랜 약속이었다고 하네요. 10월만 되면 조회수가 높아지는 곡이죠.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잊혀진 계절'입니다. 과거의 아련한 사랑을 그리고 있는 노래입니다. 가사를 보면 마치 시 한 편을 읽는 것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가사실종사건>에서 취급하기에는 격하게 짧은 게 흠이죠. 하하하.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부분입니다. 이별한 날이 10월 31일이었던 모양입니다. 하마터면 '시월의 어느 날 밤이' 될 수 있었는데, 마지막 밤에 헤어지길 다행이었다고 말해야 할 정도네요. 여기서는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라는 가사가 인상적인데요. 헤어짐의 현장에서 오가는 말들을 표현한 듯합니다. 서로에게 펼쳐질 앞으로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던진 말들을 함축해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부분입니다. 긴 침묵으로 일관했기에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얼굴에 드러날 듯 말 듯한 표정 정도가 아니었을까 하는데요. 화자는 상대의 표정에서 '쓸쓸함'이라는 감정을 읽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묻죠. 나만큼 너도 날 사랑했기에 지금 이 순간이 안타깝고 슬픈 거냐고요.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발악이든 변명이든 했으면 했지만 상대는 초지일관 이별에 순응하는 자세를 견지했다고 보이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부분입니다. 상대와 헤어진 10월 31일은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반복해서 돌아오죠. 돌아오는 날짜처럼 떠난 사람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 봅니다. 하지만 계절은 돌아오지만 떠나간 님은 돌아오지 않으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슬퍼 눈물 흘릴 수밖에요.
음. 오늘은 가사 중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군대에서 물구나무를 서도 제대일은 다가온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시간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는 말도 궤를 같이 하죠. 시간의 흐름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계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특정한 일을 기억할 때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처럼 연도를 기억하는 경우도 있고요. DJ DOC의 <여름 이야기>처럼 계절로 기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별의 <12월 32일>처럼 특정일로 기억하는 방법이 있죠. 이 노래는 계절을 제목으로 삼았지만 사실은 10월 31일을 특정하고 있죠.
우리는 매년 새해가 밝을 때마다 '한 해가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라고 읊조리며 알차게 보내기 위해 작심삼일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1분기가 지나고 봄을 지나 여름이 올 때쯤 계획이 뭔지도 기억이 안 나는 상황을 맞이하죠. 그리고 지금 이 맘 때가 되면 올해는 글렀다면 내년으로 슬그머니 눈을 돌립니다. 하하하.
저도 그랬습니다. 저라고 별 수 있었겠어요? 그러다 문제의식을 느끼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봤습니다. 죽을 때까지도 기억하는 한 해 한 가지 추억을 만들자고요. 여행도 좋고 새로운 뭔가를 시도하는 것도 좋고요. 사실은 제가 올해 책 200권을 읽기 시작한 것도 그런 맥락 선상에 있습니다. 한참 지나 내가 언제부터 책과 부쩍 가까워졌지라고 생각하면 2024년이라는 연도가 팍 떠오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요.
3~4년 전부터 이런 활동을 했는데요. 첫 해는 난생 처음 골프채를 잡아봤고 골프장이라는 곳에 발걸음을 해 봤습니다. 두 번째 해는 첫 번째 책을 내고 반성의 의미로 브런치를 시작했죠. 그리고 세 번째 해는 두 번째 책을 낼 거고 책 200권 읽기에 도전 중이죠. 뭐 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마다 기억에 남는 하나의 무언가를 제 자유의지로 세우고 도전해 본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사처럼 언제나 계절은 돌아옵니다. 아니 불의의 사고가 없다면 내년에도 우린 살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 그리고 내년의 나는 달라야 하잖아요. 물론 신체적으로 성장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겁니다. 그런데 그걸 이러쿵저러쿵 설명하려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뭘 못하다가 처음 했다. 그래서 지금은 익숙해졌다'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 이해도 쉽고 설명하기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방법을 '시간을 자신의 몸에 기록한다' 정도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싶은데요. 기억하면 잊히기 쉽고 왜곡하기 쉽지만 기록을 하면 상대적으로 오랜 세월 남죠. 흘러가는 시간에 기록 도장을 찍는 노력을 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하면 뭔가 바쁘게 살아오긴 했는데 뭘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에 처하기 쉽고요. 물론 사진과 일기 등도 좋은 방법이지만 전 '한 해 딱 하나만 건지자'를 모토로 합니다.
가사에서처럼 우리는 내일이 있어 꿈을 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 꿈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반추해 보면 막연히 꿈만 꾼 것인지 아니면 이루고자 했으나 이루지 못한 꿈을 남긴 것인지를 알 수 있죠. 꿈이 단순히 꿈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게 하려면 한 해에 죽을 때까지 추억할 수 있는 사건 하나를 만들어 놓는 것에서 출발해 보면 어떨까요?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제가 커피를 내려 마시기 시작한 게 2015년입니다.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죠. 커피를 너무 좋아하지만 비용도 생각해야 하고 커피맛에 대해 유독 민감도가 높은지라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방법이었습니다. 그 사이 커피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 커피값도 굳었죠. 그리고 저만의 커피 스타일도 구축됐고요. 2015년을 드립 커피의 해로 지정해도 괜찮겠죠?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