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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ul 31. 2023

바이브의 <사진을 보다가>

작사 류제현, 노블레스 / 작곡 류제현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바이브'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FrotpMeB2kI

사진을 보다가 한쪽을 찢었어

지금 우리처럼 한쪽을 찢었어

.....

편지를 보다가 한쪽을 찢었어...

그래 잊고 싶어서 편지를 찢었어

...

나 혼자서도 잘 해낼 거라고

난 너 없이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

이렇게 다짐하지만

잠시 나도 모르게  어느새 널 기다려

....

내 지갑 속엔 지금도 버리지 못한 찢긴 니 사진

아직도 버리지 못한 반지 또 편지

....

항상 웃고 있는 너의 사진을 보다가


- 바이브의 <사진을 보다가> 가사 중 -




남자답게 널 잊고 싶어서

너와 함께 했던

사진 한쪽을 찢었어

편지도 한쪽을 찢었어


사랑을 하다가

한쪽을 잃었기 때문이야

사랑을 하다가

나 혼자 남았기 때문이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한 참을 펑펑 울었어

이 눈물로 널 잊어 보려고


하지만 빛바랜 추억이 담긴

아직도 버리지 못한

사진, 반지, 편지 따위가

내 지갑 속에 남아 있어


너 없이 혼자서도

잘해 낼 거라고

몇 번을 되뇌었는지 몰라

이런 게 이별이겠지


이렇게 다짐해 보지만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은

어느새 널 기다려.


사진을 보다가....




바이브는 윤민수와 류재현 씨로 구성된 듀오입니다. 이 노래의 작사는 멤버 중 한 분인 류재현 씨가 했네요. 바이브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한창일 때 데뷔했더라고요. 이 노래는 2003년 2집에 실린 노래입니다. 여담이긴 합니다만 윤민수 씨는 아들과 함께 TV 출연도 곧잘 합니다. 또 2014년에 와이후엔터프라즈라는 기획사를 차리고, 포맨, 벤, 임세준 등을 발굴하기도 했죠. 자. 본업인 가사 이야기를 시작하죠.

이 노래는 가사가 전반적으로 평이합니다. 몇 번을 꼬아서 생각할 필요가 없죠. 그래서 가사 이야기는 접어두고 추억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함께 했던 추억들을 처리하는 일이 고스란히 남게 됩니다. 같이 갔던 장소는 기억이 잊힐 때까지 한동안 안 가면 되지만 함께 보낸 여타 추억을 상기할 수 있는 물건 등이 한 두 개가 아니죠.

여자분들의 경우는 남자친구에게 사귀는 동안 받은 명품백이 있다면 헤어진 후 어떻게 하시나요? 돌려주시나요? 그것도 아님 가지고 다니기가 그래서 집 장롱에 잘 모셔놓나요? 남자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자친구로부터 값비싼 시계 등을 선물 받았다면 헤어진 후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아마도 헤어진 후 가장 많이 남는 추억 중 하나가 이 노래의 제목과 관련한 사진일 겁니다. 핸드폰을 열고 하나하나씩 터치를 하고 Delete키를 누르는 것으로 상대와 끝이라는 의식을 거행해 본 적 한 두 번쯤 있으시죠? 그런데 그런다고 그 시점부터 상대가 우리 머릿속에서 말끔히 없어지진 않죠.

사진이나 편지를 찢거나 태우는 일 혹은 반지를 어딘가에 버리는 일은 하나의 상징입니다. 너와의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마음의 의지를 드러내는 일이지요. 양의 피를 놓고 하늘에게 비 좀 내려달라고 소원을 비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다고 갑자기 비가 올리 없죠. 의식(ritual)은 물리적인 것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바꾸기 위한 활동입니다. 이제 너를 그만 떠올리겠노라고 다짐해 보는 거죠.

전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도 사진이 찍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주에는 사건만 있지 사물은 없다는 어떤 분의 이야기가 떠오르는데요. 우리가 사는 세계는 모든 것이 한 번도 같은 모습을 한 적이 없습니다. 쉽게 말해 1초 전후의 모습마저 다르죠. 그런 의미에서 우주는 흘러가는 사건만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진기 혹은 우리의 생각으로 어느 특정 장면을 기억하고 기록하곤 합니다. 흐르는 사건의 단면을 정지 화면처럼 담아두는 것이지요. 그럼 사건이 사물로 바뀝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인 것처럼 느끼죠. 아름다운 연인과의 추억을 사진에 담아 놓는다고 그 마음이 변치 않는다는 것은 아니죠. 결혼식장에 들어갈 때 우린 헤어질지도 몰라 이렇게 생각하는 커플이 어디 있겠어요. 평생 사랑하고 영원히 함께 하자라고 말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일가친척 및 지인들까지 함께 증거를 남기잖아요.

하지만 이러한 사진이라는 사물은 마치 앞서 말한 의식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무슨 행사를 할 때 결혼식, 졸업식 등 뒤에 ~식이라고 표현하잖아요.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중학교 졸업식이 끝났다고 중학교 때 가졌던 마음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어였한 고등학생으로 짠하고 변신하진 않죠. 다만 앞으로는 중학생 티를 좀 벗고 고등학생처럼 행동해야겠다 정도의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런 의미에서 사물을 남기는 행위는 흐르는 사건을 붙잡고 싶은 인간의 마음의 투영일지 모르겠습니다. 우린 사진과 같은 사물을 보면 현재의 상황을 놓고 과거의 행복한 기억 등을 떠올립니다.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거죠. 지금 진행되는 헤어진 후의 상황과 대조되며 마음 한 곳이 쓰라려 오죠.

우주의 본질은 사물이 아니라 흐르는 사건에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카르페디엠이 과학적으로 입증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를 담는 사진을 보거나 찢기보다 혼자이든 둘이든 현재를 즐기는 여러분들이 되길 바라면서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제 3편의 글을 몰아 썼더니 머리가 좀 방전된 듯요. 하하. 오래 간만에 클릭수가 많이 올라서 노력한 보람은 있었습니다. 듀오 노래를 검색하다 보니 여성 듀오 분이 생각한 거보다 많이 적네요. 내일도 남성 듀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럼 편안한 밤 되시와요~ Coming Soon- (NO.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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