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VAYA Aug 01. 2023

포스트맨의 <신촌을 못 가>

작사 민명기 / 작곡 민명기, 민연재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포스트맨'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hUseSsrTidw

신촌을 못 가 한번을 못 가

혹시 너와 마주칠까 봐

널 보면 눈물이 터질까 봐

...

새빨개진 그 얼굴로

날 사랑한다 했었던

그곳엘 내가 어떻게 가니

....

오늘 그 거리가 그리워

운다 또 운다...

너도 어디선가 나처럼

울까 또 울까

...

이젠 너를 놓아줄까 봐

마지막으로 널 부른다

사랑해 널 사랑해


너를 만난 그곳은

참 행복했었다.


- 포스트맨의 <신촌을 못가> 가사 중 -




너와 마주칠까 두려워

널 보면 눈물이 터질까 봐

친구들이 나오라고 불러내도

난 신촌을 못 가 아니 안 가


술에 취해 새빨개진 얼굴로

날 사랑한다고 말했던

그 사거리의 포장마차가

여전히 그립지만...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

타게 됐던 막차 버스 안에서

입김을 불어 창가에 썼던

니 이름과 사랑한다는 말

그걸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둘만 있어도 좋았던 시간

잡은 손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고

사랑의 입맞춤도 끊이지 않았지

지금도 그 기억은 살아있는 것 같아


오늘 그런 네가 많이 보고 싶어서

그리움에 눈물을 흘리며 울어

너도 나처럼 어디선가 울고 있을까


너를 놓아주려고

이별의 노래를 불러 봐

널 부르는 마지막일지도 모르지만

사랑해 널 사랑해


너를 만난 그곳, 신촌

참 행복했었다.

그래서 난 죽어도 못 가.




포스트맨은 성태와 신지후 씨로 이루어진 남성 듀오입니다. 2010년에 데뷔했고요. 성태 씨는 맑은 음색, 신지후 씨는 허스키한 보이스를 지니고 있습니다. 검색하다 보니 두 분의 목소리와 외모가 바뀐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오네요. 아마도 멤버의 얼굴형 때문인 듯한데요. 계란형은 맑은 음색, 둥근형은 허스키라고 선입견을 갖은 탓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론 반대고요. 이 노래는 2014년 발매되었습니다. 신촌이라는 지역명으로 인해 제목이 잘 기억되는 곡입니다. 그럼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시죠.

신촌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했던 추억의 공간입니다. 특히 사거리에 있던 포장마차는 특별한 사연이 숨어있죠. 술을 잘하지 못하는 여인이 술을 한 잔 들이켜고 나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에서 용기를 내서 '나 너 좋아한다. 우리 사귈래' 이렇게 말했던 장소거든요. '너 이거 마시면 이제 나랑 사귀는 거다'라는 영화 명대사가 떠오릅니다. 여러분들도 이런 소중한 추억이 서린 비장한 장소 한 두 곳쯤 있으시죠?

이 노래의 화자는 헤어짐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상대와 마주치는 일이 아직은 힘들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상대의 얼굴이라도 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져 나올 것 같아서요. 특히 신촌이라는 장소는 그녀가 그곳을 자주 지나다니는 공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연이라도 마주칠 확률이 있는 장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술 한잔 사주겠다고 꼬시며 불러대도 안 나가고 심지어는 죽어도 못 가는 장소라고 말하죠.

가 볼 수 없지만 마음 한 곳에서는 그 장소가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그녀와 함께 자주 가던 그 거리를 생각하면 눈물을 흐르죠. 상대가 아직도 많이 보고 싶은 상태이니까요. 상대도 본인처럼 신촌을 못 오고 어디선가 울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사는 '데려다주던 아쉬워하던/ 막차 버스 안에서 우리/.... 뒷자리 창가에 앉아/ 호 입김을 불어 그리던 니 이름/ 그리고 널 사랑해/ 그걸 어떻게 잊니' 이 부분입니다. 이런 경험 있으시죠? 헤어지지 싫어서 이 핑계 저 핑계로 시간을 보내다가 함께 막차를 타는 일이요. 집 앞에 도착했지만 동네를 열 번 넘게 손 붙잡고 돌아다니는 모습요. 그리고 가장 뒷자리에 앉아서 버스 유리창에다가 입김을 불어서 '누구 바보', '누구 사랑해''난 니 거' 등등 이런 유치한 낙서를 하는 일요.

제가 이 부분을 좋아하는 이유는 화면으로는 단박에 설명이 되는데 이걸 함축해서 노래가사로 넣는 것을 못 봐서입니다. 작사가님 아주 탁월하십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막차가 상징하는 함께 있고 싶은 두 사람의 마음이 너무 아름답고요. 사랑하는 사람을 근사한 리무진에 태울 수도 있지만 같이 버스를 탄다는 것은 꾸밈없는 사랑의 모습이라 이쁘고요. 많은 좌석 중에서 가장 뒷자리는 (예전 버스 기준으로) 함께 앉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서 이것을 선택한 것이 기특하고요. 입김을 불어서 이름을 쓰거나 사랑해라고 적는 것은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표현한 것이어서 어여쁩니다. 여러분들도 동의하시나요?

마지막으로 처음에 언급했던 신촌이라는 장소에 대해 몇 자 더합니다. 저는 지방 출신이라 예전에 신촌과 홍대 등이 핫하다길래 얼마나 핫한지 보려고 발품을 팔아 직접 가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 대학들이 밀집해서 젊음의 거리로 한 때 각광을 받았던 장소였지요. 아마도 그것에 착안해서 신촌이라는 장소를 작사가가 픽하지 않았나 싶네요.

해외에서 사랑하고 이별한 것이 아닌 이상 우리가 주로 생활하는 공간은 생각보다 클 수도 또는 작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공간에는 헤어진 사람의 흔적이 있을 수밖에 없죠. 특히 가끔 가는 놀이동산 같은 곳이 대표적입니다. 이별했다고 놀이동산을 평생 안 갈 순 없잖아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연애 장소로 방문하는 곳들은 대부분 기쁨의 단어들로 메워진 공간입니다. 이별 전에는요. 하지만 이별 후에 그런 장소는 역으로 슬픔을 떠올리는 장소가 되는 반전이 있죠. 누군가에는 설레는 장소가 누군가에는 아픔이 샘솟는 장소로 돌변하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같은 장소도 어떤 추억이 쌓였는지에 따라 극과 극으로 변모합니다. 우리에게 이태원은 그런 의미가 아닐는지요.


PS. 여자 듀오를 매일 찾다가 실패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여성 솔로는 많은데 듀오가 별로 안 보입니다. 내일은 여성 듀오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세요. 무더운 수준이 아니라 날씨가 좀 살인적이네요. 건강 잘들 챙기시고요. 그럼 이만. Coming Soon~ (NO.25)

매거진의 이전글 더 자두의 <대화가 필요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