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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Oct 21. 2024

김혜연의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작사 서판석 작사 정의송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혜연'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MXDhNrWZvTA? si=ZIf8 n0 qY5 psGBEYM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내님은 어디에 있나

서울에 있나(서울에 있나)

대전에 있나(대전에 있나)

대구에 있나(대구에 있나)

부산에 있나 찍고


나 홀로 남겨두고 어디로 갔나

봄이 오면 돌아온다던 그 사람인데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

그리움에 눈물이 맺혀 어느새 글썽


그님을 만나러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찾아봤지만

아무 데도 간 곳이 없더라 헛수고더라

나는 그만 주저앉아 울고 말았네(찍고 찍고 찍고)


- 김혜연의 <서울대전대구부산> 가사 중 -




김혜연은 1993년 데뷔했습니다. 고등학교까지 육상선수였고 대학도 체육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0년 아버지의 권유로 나간 <전국노래자랑>에 참가해 인기상을 받은 후 작사가 서판석의 소속사에서 '김나현'이라는 예명으로 <꿈속에서도 먼 그대>를 발표했습니다. 당시에는 댄스 가수였고 남성미가 넘치는 록 사운드였던 탓에 당연히 잘 안 됐습니다. 그게 1992년인데요.

 절차부심하여 트로트가수로 전향하여 <바보 같은 여자>를 발표했죠. 정통 트로트는 아니었고 댄스트로트였습니다. 데뷔 앨범이 대박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올리는 데는 성공합니다. 이후 댄스 트로트는 그녀의 주력 장르가 되죠. 그리고 1994년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을 발표하며 인기 가수 반열에 오릅니다.

이후 <간 큰 남자> <예쁜 여자> <유일한 사람> <화난 여자> <유리구두> 등을 연달아 내놓았고 중박을 쳤지만 남편의 사업 악화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임신 9개월 때도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네요. 그런 그녀에게 기회를 준 것이 <1박 2일>에서 가상송으로 사용된 <참아주세요(뱀이다 뱀이다~)죠.

자녀를 4명이나 낳으며 다산의 여왕으로 불립니다. 과거 <전국노래자랑>에서 송해 씨는 그녀를 '분위기 메이커'로 소개하곤 했습니다. 생계형 가수로 보내야 할 때도 있었고 뇌종양을 진단받기도 하는 등 쉽지 않은 인생살이를 보냈지만 밝고 명랑한 이미지를 지킨 그녀의 투혼과 음악 인생에 박수를 보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서울 대전 대구 부산'입니다. 우리나라 지역명을 북에서 남쪽으로 찍으며 내려오죠. 전국 8도를 말하고 싶었던 것인데, 이렇게 표현하니 입에도 잘 붙고 다소 익살스럽기도 합니다. 2절에서는 개성, 해주, 청진, 평양까지 언급하며 통일송의 면모를 보여주죠.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내 님은 어디에 있나/ 서울에 있나(서울에 있나)/ 대전에 있나(대전에 있나)/ 대구에 있나(대구에 있나)/ 부산에 있나 찍고'가 첫 가사입니다. 전국을 누비며 님을 찾는 화자의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서울대전대구부산 찍고' 부분이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라고 봐야겠죠? 굳이 억지 해석을 달자면 서울대전대구부산을 번이나 반복하는 것이 운율상으로도 좋지만 그만큼 전국팔도를 샅샅이 훑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나 홀로 남겨두고 어디로 갔나/ 봄이 오면 돌아온다던 그 사람인데/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 그리움에 눈물이 맺혀 어느새 글썽' 부분입니다. 님은 언제까지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떠난 상황으로 그려집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 채 화자는 그 님을 하염없이 기다리고요. 이 정도면 현대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고 사극의 주 무대인 조선이나 고려 시대 정도가 맞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제 추측인데, 임은 돌아오지 않을 생각으로 떠났지만 화자가 상처받을까 봐 선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 님을 만나러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찾아봤지만/ 아무 데도 간 곳이 없더라 헛수고더라/ 나는 그만 주저앉아 울고 말았네(찍고 찍고 찍고)' 부분입니다. 선한 거짓말과 괘를 같이 한다고 보이는 가사입니다. 원래부터 떠난 이유가 화자가 찾지 못할 곳으로 가는 것이었으니까요. 그제야 임이 돌아오지 않음을 알고 화자는 주저 않아 울고 말죠. 이 정도면 해외로 나갈 가능성에 무게가 싣고 수사선상을 확대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하하하.

2절은 '서울 대전 대구 부산'이 '개성 해주 청진 평양' 이렇게 북한의 지역명으로 바뀝니다. '남북이 가로막혀 갈 수가 없네/ 통일되면 찾아온다던 그 사람인데/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 그리움에 눈물이 맺혀 어느새 글썽/ 그 님을 찾으러/ 개성 해주 청진 평양 가고 싶지만/ 아무 데도 갈 수가 없더라/ 원통하구나/ 나는 그만 주저앉아 울고 말았네'인데요. 화자의 수색 범위가 북한까지 뻐지 다니 대단하죠? 임이 월북이라도 한 걸까요? 분단된 한반도 현실에서 임을 찾기 위해 38선을 넘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결국 임은 돌아오도 만날 수도 없는 설정이죠. 북한은 그런 장소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이네요. 참고로 마지막 가사에 '서울 대전 대구 부산'이 '서울 전주 광주 목포'로 가사가 변형되기도 합니다.


음. 오늘은 '지역'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제 첫 책 <지구복 착용법>에서는 지역과 연관된 섹션이 있는데, 그게 거리입니다. 거리가 멀어지면 맘도 멀어진다는 속설처럼 거리 하나가 우리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죠. 교통수단이 발달했지만 자신이 사는 지역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한계 중 하나로 언급했습니다.

오늘은 지역을 언급하면서 알릴레오북스에서 소개한 최정윤 님의 <유전자지배사회>라는 책을 접목시켜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선거 이야기를 해 볼까요. 지금 미국에서는 대선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에 보궐 선거가 끝났고요. 선거를 보다 보면 후보에 따라 지역별 투표 양상이 달라집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보수는 경상도, 진보는 전라도로 극명히 나뉘었죠. 다른 나라도 엇비슷합니다.

스포츠를 볼까요. 모든 팀이 지역을 근거로 하죠. 야구를 예를 들면 서울은 두산과 LG가, 인천은 SK, 대구는 삼성, 부산은 롯데, 기아는 광주 뭐 이런 식이죠. 유럽 축구도 다 지역 기반이고요. 저는 이런 지역 기반 스포츠에 예전부터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요. 스포츠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팀과 지역에 있는 팀이 다를 수 있는데, 왜 하나같이 충청도 하면 한화팬이겠네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오늘 <유전자지배사회>를 보다가 이 부분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친구 5명이 술을 같이 마시며 야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친구 4명은 지역팀을 응원하고 한 명만 다른 팀을 응원하죠. 결론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연히 다른 팀을 응원하는 한 친구의 입지가 좁아졌을 겁니다.

<유전자지배사회>는 우리의 입장과는 하등의 관계없이 유전자의 입장에서 번식과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언급한 책입니다. 만약 선사시대에 자신의 부족과 대치를 하고 있는 다른 부족을 응원하는 누군가를 떠올리면 그 사회에서 버티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러니 생존을 위해서는 소속된 부족을 응원하는 것이 누군가의 생존에 유리했겠죠. 그 DNA가 살아남아 지금 우리의 몸에 있는 걸까요? 하하하.

이 책 소개를 들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보수와 진보 성향을 결정하는 것에 유전자가 영향을 준다는 점이었는데요. 논쟁의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만 과거에는 보수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고 하네요. 지금은 생존 자체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어서 진보 성향이 적지 않게 늘어났다나 뭐라나.

아무튼 지역 연고 성향은 보수에 가깝죠.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얼버무리며 얼싸안는 모습입니다. 그에 반에 진보는 도파인과 관련이 있다고 서술되는데, 익숙한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 유전자의 기본 Processing일 수 있다는 말이죠.

이 두 개를 연결해 보면 특정 지역에서 보수를 유지하는 게 그동안 잘 살아온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개 중에 개천에서 용 나는 케이스가 있긴 하지만 절대다수는 잘 사는 부모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도 이색적으로 나가옵니다. 보수는 나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 후보를, 진보는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후보를 1순위로 삼는다는 가정도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이고요. 진보이신 분들은 보수로 전환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요?

유시민 씨는 이 책에 대한 한 줄 평에서 '인간만이 유전자의 논리를 거부한다'라고 말했는데요. 생물학적 인간이 넘어 인문학적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살아선 안 되겠죠. 그런데 기본 설계가 그리 되어 있어서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인간은 유전자의 경로를 따라가게 됩니다. 그러니 지역, 연고에 기대를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죠. 그걸 거부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 혹은 자신의 팀을 비판하는 행위도 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모두가 생물학적인 인생을 살면 그게 약육강식이 범람하는 동물세계와 뭐가 다르겠어요. 저는 평생 지역을 그리고 유전자를 거부해 보렵니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저는 지역 연고팀이 잘 되길 바라지만 좋아하는 팀은 따로 있습니다. 야구, 축구, 농구가 그렇습니다. 프리미어 축구도 우리 선수가 소속되었다고 그 팀을 좋아하지 않고 플레이 스타일을 보고 판단하죠. 생존에 위협을 받기 딱 좋은 스타일이죠. 그래서 제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은 그 종목 자체를 사랑하려고 한답니다. 하하하. 상상인데, 국내에서도 제주팀과 평양팀이 프로 리그에 들어오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통일은 어렵더라도 스포츠는 같이 해보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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