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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Nov 04. 2024

영탁의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작사/작곡 구희상, 지광민, 영탁

안녕하세요?

오늘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영탁'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88 a2 RgUjRKk? si=BSVMHiNiVEKKW14 j

근데! 니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사랑을 믿었었는데

발등을 찍혔네


그래 너 그래 너 야 너

니가 왜 거기서 나와.


- 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 가사 중 -




영탁은 2007년 데뷔했습니다. 2005년 영화 가문의 위기 OST에 참여하기도 했고요. 데뷔 전에도 아마추어 음악 사이트에서도 유명했다고 합니다. '지방아이들 소울'이라는 4인조 팀을 결성해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서 우승한 기록도 있습니다. 2014년 해당 그룹에 있던 민금용과 함께 '제이심포니'라는 2인조 듀오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이때까지는 엄밀히 말해 트로트 가수는 아니었습니다. R&D와 발라드가 주 장르였죠.

그가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것은 2016년으로 '누나가 딱이야'가 데뷔곡이었죠. 그리고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를 2018년 발표하면서 관심을 받았지만 확실히 떴다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그에게 2020년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은 인새의 전환점이 되어주었죠. 임영웅 씨에 이은 선을 수상하며 중고 신인으로 재조명을 받았습니다. '막걸리 한 잔'이라는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러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영탁은 최근에 단독 콘서트도 성공적으로 마쳤고 전국투어가 주요 도시에서 이어진다고 하네요. 임영움, 이찬원 씨와 함께 트로계의 아이돌로 꼽히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박현빈 씨의 음악 색깔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짧고 강렬한 첫 소절과 반복되는 멜로디 등이요.

트로트로 가수 생활의 2막을 살고 있는데, 다른 가수의 노래를 커버하기보단 신곡 위주로 발매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수뿐만 아니라 작사, 작곡에도 욕심을 내서 제작자로서 성공했으면 하고요. '찐이야' 같은 명곡을 기대해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니가 왜 거기서 나와'입니다. 매우 익살스러운 느낌을 담았습니다. 화자를 속이고 나이트에 갔다가 걸린 여자 친구, 그 상황과 당혹감을 노래에 어떻게 표현했는지 가사를 잘 살펴보시죠. 단순 거짓말로 눈 한 번 질끈 감고 넘어가야 할까요?

이 노래는 처음에 두 남녀의 전화 통화로 시작합니다. 남 : 어디야?/ 여 : 집이야.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 남 : 아 그래? 잠깐 볼랬더니/ 오늘 피곤했나 보네. 언능 자/ 여 : 어 끊어' 이렇게요. 다들 한두 번 이런 식으로 상대방에게 거짓말해 보셨죠?

그리고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가장 앞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근데! 니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사랑을 믿었었는데/ 발등을 찍혔네/ 그래 너 그래 너 야 너/ 니가 왜 거기서 나와(이런 건 사랑이 아냐' 부분이죠.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로 봐서는 잔다고 하다가 다른 곳에서 발견된 것만으로 이 정도 표현은 좀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뒤에 무슨 사연이 더 있겠죠? 1절에서는 이 건 사랑도 아니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피곤하다 하길래/ 잘자라 했는데/ 혹시나 아픈건가/ 걱정도 했는데/ 뭐 하는데/ 여기서 뭐 하는데/ 도대체/ 너네집은 연신내/ 난 지금 강남에/ 시끄런 클럽을/ 무심코 지나는데/ 이게 누구십니까/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내 눈을 의심해 보고/ 보고 또 보아도/ 딱봐도 너야/ 오마이 너야' 부분입니다.

화자는 상대의 전화통화를 철떡 같이 믿고 오늘 몸이 안 좋아서 그러나 하고 걱정을 했더랬죠. 그런데 집에서 한참 떨어진 강남 나이트 문 앞에서 유유히 걸어 나오는 상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고 부인도 해 보았지만 눈앞에 또렷하게 보이는 상대의 모습에 그만 낙담하고 말죠.

'노는 남자 싫다매/ 술은 못한다매/ 그것 땜에 나는 다/ 끊어버렸는데/ 지금 넌 왜/ 혀가 꼬이는 건데/ 도대체/ 근데 지금 니 옆에/ 이 남잔 누군데/ 교회 오빠하고/ 클럽은 왜 왔는데/ 너네 집 불교잖아' 부분입니다. 상상할수록 웃음이 떠나지 않는 가사네요. 이 가사에서 왜 그렇게 화자가 억장이 무너졌는지가 나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진실로 말한 것이 없는 상대였기 때문이죠. 노는 거, 술, 한눈팔기, 종교 등 지금까지 화자가 믿었던 상대와 관련된 정보들 모두를 의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이 정도면 사기가 아닐까 싶네요. 상대가 거기서 나오는 타이밍이 화자가 진실을 직시하는 순간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음. 오늘은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술 먹고 하는 진실게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빙 둘러앉아서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해야 하는 사람은 진실을 말하거나 앞에 놓인 술잔을 마시는 것으로 답변을 피할 수 있는 게임이죠. 많이들 해 보셨나요?

우리는 겉과 속이 다르다는 표현을 자주 합니다. 평소 A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정반대의 행동을 할 때 쓰는 표현이죠. 우리 모두는 적지 않게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을 합니다. 그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순 없죠. 오히려 마음의 소리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니까요.

겉으로만 보려는 사람도 문제고 속만을 열심히 들여다보려는 사람도 문제입니다. 그 중간 어딘가 서 있어야 두 다리 뻗고 잠을 잘 수 있죠. 이런 속임은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키지 않게 속이는 인물과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죠.

겉모습을 사실이라고 한다면 속 마음을 진실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워낙 가짜뉴스가 많고 그래픽 기술이 발달하면서 겉모습을 사실이라고 말하는데도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보통은 사실은 진실과 궤를 함께 합니다. 오늘따라 멋지게 꾸민 외모나 복장에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묻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사실과 진실이 어긋난 경우에 있죠. 누군가를 칭찬한다는 사실이 본받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라 비꼬는 것일 수 있고요. 누군가를 보고 웃는 행위가 즐거워서가 아니라 불쾌함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특히 권력관계가 있는 경우 낮은 권력이 높은 권력에 보이는 사실은 대부분 진실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는 직장에서 월급 받는 이유를 사실과 진실의 괴리를 감당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브랜드 공부할 때 <Moment Of Truth>라고 우리말로 '진실의 순간'이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고객이 해당 브랜드와 접촉하는 순간을 말하는데, 이것이 쌓여 고객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말하죠. 원래 투우사가 빨간 천으로 황소를 흥분시켜 재주를 부리다 소의 급소를 찔러서 죽이는 순간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이 노래에서도 강남 나이트클럽 입구에서 화자가 상대를 본 순간이 '진실의 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집에서 자겠다고 했으나 나이트클럽에서 나오는 걸 본 순간이 아니라 왜 니가 거기서 나오냐는 화자의 질문에 상대가 하는 답변을 듣는 순간이죠. 새빨간 거짓말들의 향연  듣는 순간 말이죠.

진정으로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라기보다는 거짓말을 거짓말로 덮으려는 진실 때문인 것이죠. 그리고 그 결말은 믿지 못할 사람과는 헤어지는 게 정답으로 이어지죠. 하지만 혹자는 사실만을 보고 흥분하거나 진실 보기를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저자세를 취하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 그냥 넘어가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살다 보면 굳이 몰랐으면 더 괜찮을 수도 있는 '진실의 순간'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 노래의 화자처럼 강남의 거리를 걸은 것이 상대의 거짓말을 알아내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는데도 우연히 '진실'이라는 단어가 자신의 발밑에 와 있는 것이죠. 미처 몰랐던 따뜻한 마음도 있지만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도 있죠.

여러분들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 '진실의 순간'이 오면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사실로만 덮어두나요? 이 참에 한 점의 티끌도 남기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시나요? 전 사실보다 진실을 추구하는지라 후자에 가까울 것 같은데 말이죠.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예전에 심리테스트라고 주워들은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본인이 사막을 걷고 있다고 생각해 본다. 밤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고 추위를 느끼던 중 동굴을 발견했다. 동굴로 향했는데 너무 지저분했다. 여기서 질문. 1) 그냥 잔다 2) 내가 잘 곳만 적당치우고 잔다 3) 최대한 깨끗하게 하고 잔다. 몇 번을 고르셨나요? 하하하. 여기서 동굴의 청결도는 사귀는 상대방의 연애 과거사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제가 왜 '진실의 순간'과 관련해서 이 이야기를 떠올렸는지 아시겠죠?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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