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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6시간전

박상철의 <황진이>

작사 한솔 작곡 박현진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상철'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U41tRGV4DnA?si=55t1ptLhxEPWZSiJ

그래도 가야지 


너를 위해 가야지


황진이 너를 위해


내가 사랑한 나의 황진이


사랑아 사랑아 내 사랑아


- 박상철의 <황진이> 가사 중 - 




박상철은 2000년 데뷔했습니다. 처음부터 트로트 가수는 아니었고요. 그의 폭발적인 성량에서 알 수 있듯이 언더그라운 라이브 클럽에서 록 발라드를 불렀다고 하네요. 가수를 준비하던 중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박상철 헤어아트'를 개업하기도 했습니다. 어울려~~~~. 하하하.

1993년 전국노래자랑에서 유열의 <화려한 날을 가고>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유명 작곡가인 박현진씨를 소개받습니다. 2000년 1집 앨범 <부메랑>을 발매하고 정식 가수로 데뷔합니다. 기대와 다르게 1집은 잘 되지 않았고요. 2002년 발매한 2집 <자옥아>를 발매했습니다. 직접 방송3사 라디오국을 드나들면서 홍보했다는 전언입니다. 노력 덕분인지 노래가 히트를 했죠.

여세를 몰아 2005년 3집 <무조건>을 발표합니다. 노래는 거의 국민송에 가깝죠. 그만큼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웃긴 건 이 노래를 발표하고 초반에는 아이돌 버전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서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을 공략했다는 점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07년 발표한 4집의 타이틀곡입니다. 이 노래는 지금까지도 노래방 애창곡에서 상위를 차지할 정도로 생명력이 긴 곡입니다. 정규 앨범은 2011년까지 6집을 발매했는데요. 최근에는 이렇다 할 신곡이 발표되지 않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네요. 3자 제목의 신곡이 빵 터지길 기대해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황진이'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황진이는 조선시대 시인, 기녀, 작가, 서예가, 무악가, 무희입니다. 왜 이 노래 제폭을 황진이로 했을까를 문득 생각해 보니 황진이처럼 뛰어난 재주와 출중한 외모를 가진 여인을 상징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으네요.

'어얼씨구 ~ 저절씨구~/ 너를 안고 내가 내가 돌아간다/ 황진이 황진이 황진이'로 도입부를 시작합니다. 흥겨운 취임새에서 알 수 있듯이 좋은 일이 있으려나 봅니다. 그리운 황진이를 만나러 돌아가는 일이죠. 추측컨데 그동안 무슨 연유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느냐 긴 헤어짐의 시간이 있었던 모양이네요.

'내일이면 간다 너를 두고 간다/ 황진이 너를 두고/ 이제 떠나면 언제 또 올까/ 사랑아 사랑아 내 사랑아' 부분입니다. 여기서는 황진이를 떠나는 일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기약 없이 어딘가로 떠나야 하는 화자의 마음이 담겨 있죠. 다시 만난 환희와 기쁨을 위한 사전 설정이라고 보면 어떨까요?

'개나리도 피고 진달래도 피고 뻐꾹이가 울텐데/ 그리워서 어떻게 살까/ 능수버들 늘어지고 소나기 내리면/ 보고파서 어떻게 살까' 부분입니다. 황진이를 떠나 제대로 살 수 없는 화자의 심정을 토로하고 있죠. 2절에서는 1절 가사를 받아서 '봄, 여름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지나가면/ 그리워서 어떻게 살까/ 하늘에서 꽃송이 하얗게 내리면/ 눈물나서 어떻게 살까' 가사가 있습니다. 개나리~울텐데는 봄, 능수버들~내리면은 여름, 그리고 가을, '하늘에서~내리면'은 겨울을 말하고 있죠. 1년 내내 황진이 없이 보내야 하는 그리움을 담은 좋은 가사라고 보이네요. 여기에도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사계절이 활용되었을 줄이야.

'그래도 가야지 너를 위해 가야지/ 황진이 너를 위해/ 내가 사랑한 나의 황진이/ 사랑아 사랑아 내 사랑아' 부분입니다. 마치 전쟁이라도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 처자식을 두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은 나라가 없으면 처자식의 안위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인 것처럼요. 화자 역시 그리움을 뒤로 하고 그래도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래의 첫 소절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떠난 화자가 다시 돌아오는 시점이 임박한 것 같은 흥겨움을 표현한 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토록 보고 싶고 만나고 싶었던 황진이를 다시 만나게 되니 어깨춤이 덩실덩실하는 상황인 듯 하네요. 현대판 황진이라면 그동안 고무신을 거꾸로 신지는 않았을까요? 하하하.


음. 가사 중 '그래도 가야지'에 대해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전 이 가사에서 장례식에서 흔히 쓰는 말인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를 사랑하거나 아끼는 사람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그 아픔과 슬픔을 딛고 내일을 살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담겨 있는 표현이죠.

시간은 앞으로만 흘러 갈 뿐입니다. 그 시간 선상 위에 올라탄 우리 역시 앞으로만 걸어가는 형국이죠. 기억은 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역행하는 유일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기억 역시 시간 앞에 서서히 옅어지고 끝내는 흩어지게 됩니다.

과거에 우리를 넘어뜨렸던 슬픔, 아픔, 괴로움 따위가 우리의 현재 삶에 발목을 잡을 수 있을지언정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로 인해 속도가 더뎌지는 듯 하고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 발이 무겁게 느껴지더라도 우린 그 자리에서 그대로 서 있어서는 안 됩니다. 

훌훌 털어버리고 산뜻한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더라도 무거우면 무거운 대로 가벼우면 가벼운 대로 어떤 상태이든지 간에 어제 아닌 현재를 살아가야 하니까요. 시간을 한껏 즐기는 삶이든 시간에 떠밀려 사는 삶이든 그 자리에 있을 수는 없는 게 우리 인생이 아닐까요?

이 노래에서는 황진이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오랫 동안 보지 못할 때 쌓여가는 그리움과 눈물이 어디론가 향하는 화자를 힘들 게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화자는 '그래도 가야지'라고 말하고 있죠. 발길을 잡는 건 장애물일 뿐이지 불가능을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가야지라는 표현에는 장애물은 있지만 그걸 설사 넘지 못하더라도 상수로 놓고라도 가겠다는 표현으로 읽힙니다.

우리 삶도 그런 것이겠죠. 나를 괴롭히는 수많은 장애물이 즐비한 인생에서 그걸 한 방에 깨끗이 쓰러버리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그것들과 동거하는 식으로 삶을 세팅하는 것이죠. 그것 때문에 가던 길을 멈춘다거나 서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우린 오늘이라는 시간을 살아내야 합니다. 내일은 달라질 거라고 희망이 있을지 모른다고 해서가 아닙니다. 실제로 내일은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고 찾던 파랑새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내서 우리는 삶의 무모함과 잔혹함에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질문이 힘들 있는 내일을 살게 하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나에게만 삶이 그러한가?라는 질문을 통해 모두가 그러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내가 지은 죄가 많아서 유독 그런가?라는 질문에서 삶은 인과 응보가 작동하지 않는 부조리가 판 친다는 사실도 알게 되죠. 그렇게 살아낸 시간들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담금질하며 세상의 작동원리에 눈 뜨게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누군가의 '죽고 싶어'라는 말은 사실 '살고 싶어'라는 말이 있죠. '죽고 싶지만 그래도 살아야 합니다' '멈추고 싶지만 가야 합니다' 그게 우리의 인생인 것이죠. 월요일 아침마다 가고 싶지 않은 직장을 우리는 그래도 나갑니다. 인생은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이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게 살아내다 보면 과거의 슬픔, 기쁨. 괴로움 따위는 다른 의미로 변주됩니다. 그때 느꼈던 A와는 전혀 달는 값을 찾게 되죠. 누군 그걸 나이 먹는 거다라고 말하지만 전 그게 '그래도 살아야지'가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여러분.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현재를 걸어갑시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두 번째 책을 내고 났더니 정신적 공백 사태 같은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좀 멍하고요. 서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받습니다. 힘을 분산해서 써야 하는데 너무 몰아쓴 후폭풍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럴 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도 방법이겠죠. 하지만 전 좀 쪽팔린 걸 각오하고 그냥 쓰려고 합니다. 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도 그냥 문자를 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실천하는 제 나름의 방법이라고 할까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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