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신유'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사는 게 뭐 별거 있더냐
욕 안 먹고살면 되는 거지
술 한잔에 시름을 털고
너털웃음 한번 웃어보자 세상아
돈이 좋아 여자가 좋아
술이 좋아 친구가 좋아
싫다 하는 사람은 없어
너도 한번 해보고 나도 한번 해본다
시계바늘처럼 돌고 돌다가
가는 길을 잃은 사람아
미련 따윈 없는 거야
후회도 없는 거야
아- 아- 세상살이 뭐
다 그런 거지 뭐
- 신유의 <시계바늘> 가사 중 -
신유는 트로트 가수로 2007년 데뷔했습니다. 아버지가 트로트가수인 신웅님입니다. 이 노래의 작사, 작곡가죠. 어머니인 한성자 님 역시 통기타 혼성 듀엣의 멤버였다고 하네요. 한 마디로 음악가족입니다. 원래 꿈은 축구선수였는데요. 축구를 접고 노래로 진로를 바꾸며 발라드를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너의 몸에는 뽕끼가 흐른다'라고 하면서 트로트 가수 되었다고 하네요. 하하하. 신기도 아니고 뽕끼라니...
2007년 '잠자는 공주'라는 곡으로 데뷔했지만 발라드 느낌이 나는 곡이어서 큰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미련이 많이 남았는지 2008년 발매한 앨범에서도 타이틀곡을 '잠자는 공주'로 이어갔죠. 당연히 무반응이었겠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여기 수록된 곡이었는데요. 3년이 지난 2011년부터 갑자기 이 노래까 뜨게 되면서 인기가수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답니다. 아버지가 부르기 위해 쓴 곡을 아들에게 주었다고 하네요.
2014년 '일소일소 일노일노' 앨범을 발매했고 2021년 정규 7집 이후에는 드라마 OST와 디지털 싱글 형태로 전환했습니다. 한 때 발라드 가수를 꿈꿨지만 지금은 정통 트로트를 추구하고 있고요. 임영웅 씨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다고 하네요. 워낙 미남이고 훤칠한 기럭지로 마니아 팬들이 많기도 합니다. 아직 40대 초반밖에 안 된 나이니 만큼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시계바늘'입니다. 표준어는 '시곗바늘'이 맞고요. 재깍재깍 무심히도 흘러가는 시계바늘을 보면서 화자는 무슨 생각에 잠겼던 걸까요? 아버지가 아들에게 준 노래이니만큼 인생의 교훈 같은 게 숨겨져 있는 걸까요?
'사는 게 뭐 별거 있더냐/ 욕 안 먹고살면 되는 거지/ 술 한잔에 시름을 털고/ 너털웃음 한번 웃어보자 세상아'가 첫 가시입니다. 묵직하죠. 화자는 사는 의미를 묻고 답하고 있습니다. 별거 없다고 그냥 주변에 욕 안 얻어먹고 살면 된다고 말하고 있죠. 삶이란 딱히 의미란 것이 없다 그냥 사는 거다. 남에게 민폐를 안 줄 정도면 그만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죠. 그런데 그렇게 대답을 하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허전해집니다. 생각하는 고등동물인 인간의 삶이 너무 폄훼되는 것 같기도 하고 무의미하게까지 느껴지니까요. 그래서 화자는 말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거들랑 그냥 술 한잔 부어가며 허허허 너털웃음을 짓고 넘어가라고요.
2절을 볼까요. '돈이 좋아 여자가 좋아/ 술이 좋아 친구가 좋아/ 싫다 하는 사람은 없어/ 너도 한번 해보고 나도 한번 해본다' 부분입니다. 돈, 여자, 술, 친구. 모두가 우리 인생에서 빼놓으면 섭섭해할 만한 것들이죠. 다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고요. 남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으면 괜히 샘도 나고 그렇습니다. 이왕 한 번 사는 인생이니 남들 하는 거 나도 해 본다라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도 당연해 보이죠. 전 이 가사에서 언급된 4개가 우리의 기쁨이자 아픔의 원흉이라는 생각도 헤 보게 되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시계바늘처럼 돌고 돌다가/ 가는 길을 잃은 사람아/ 미련 따윈 없는 거야/ 후회도 없는 거야/ 아- 아- 세상살이 뭐 다 그런 거지 뭐' 부분입니다. 아마도 화자는 우리의 삶이 시계 안에서 같은 경로를 돌고 도는 시계바늘처럼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인간의 길이란 꾸불꾸불, 울퉁불퉁, 삐딱삐닥해야 하는데 정해진 경로만 쫓아가다가, 여기서는 남들 하는 거 따라 해 보다가 그만 자신의 길을 잃은 상황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마저도 자신의 선택이었다면 미련이나 후회는 없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상살이가 다 그런 거라면서요. 시계바늘처럼 돌고 도는 삶을 안 살면 좋겠지만 그리 살더라도 어쩌겠냐는 반응이죠. 그냥 그것도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네요.
음. 오늘은 가사 중 '시계바늘처럼 돌고 돌다가/ 길을 잃는 사람아'에 대해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시계바늘은 세상의 흐름과 관계없이 늘 일정한 속도로 하루에 두 바퀴를 같은 궤도를 돕니다.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죠. 유일하게 그 시계바늘을 세울 수 있는 건 건전지를 물리적으로 빼거나 바닥에 내동댕이쳐서 망가뜨리는 방법 밖에 없죠. 그런다고 해도 시계바늘만 고장 날 뿐이지 시계바늘이 가진 시간의 흐름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죠.
'시계바늘처럼 돌고 돈다'는 표현에서 '반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건 자연스럽기까지 합니다. 특히 일터에 나가야 하는 달력의 검은 날이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비슷한 시간에 들어와서 하루 일과를 마감하기도 하죠. 어찌 보면 시계가 작정하고 눈속임을 해서 한 시간을 삼키면 1시간 일찍 일어나야 하고 1시간을 덜 잘 수도 있을 겁니다. 시간이 시키는 대로 자신의 삶이 예속되는 기분마저 드네요.
우주의 어느 공간에는 이러한 시간의 절대성이 무너지기도 하지만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사는 지구라는 공간 안에서는 그런 일을 경험할 순 없죠. 그래서 시간의 힘은 그 무엇보다도 강력합니다. 인간의 힘으로 시간을 시계라는 공간에 가두고 그 공간 속에 시계바늘을 예속시켰지만 그 결과 인간이야말로 시계와 시계바늘에 예속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시계바늘이 수억, 수조, 수구글을 도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그 속에서 길을 잃었을 겁니다. 방황하지 않는 인생이 없듯이 어떤 직업을 가질지, 어떤 사람을 만날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등등 각기 다른 고민들로 길을 잃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죠.
여기서 시계바늘은 시간을 뜻한다고 볼 수 있지만 정형화된 무엇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영어로는 Streotype(스테레오타입)이라고 할 수 있죠. 인생으로 치면 일명 '아빠 엄마 말씀 잘 듣고 공부 잘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고 대기업 들어가서 성실히 일하며 결혼해서 자식과 배우자랑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는 것'을 말하죠. 스테레오타입의 다른 표현은 '진부함'인데, 딱 들어맞는 것 같죠.
전 간단하게 스테레오타입을 라이도 주파수 중 하나인 FM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있는 것이나 사람 유형을 AM이라고 하죠. 우리가 원칙대로만 하는 유형의 인간을 보면서 FM이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시계바늘은 FM계의 대통령쯤 되는 것으로 취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FM 같은 인생을 말하지만 그런 인생을 사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죠. 저 역시 FM보다는 AM에 가까운 유형이라고 말하고 싶은데요. 다른 이들도 FM과 AM이 일정하게 혼재된 상태로 존재하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FM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고 볼 수 있죠.
자신이 FM인지 AM인지도 모른 상태에서 FM만 쫓아가다 보면 결국 길을 잃게 될 겁니다. FM의 길은 이미지상으로 반듯하고 널찍한 왕복 8차선을 연상시키죠. 하지만 우리 삶의 길은 그렇지 못하죠. 가끔은 수풀로 우거져 길이 안 보이기도 하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하는 촌극도 생기곤 합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가는 영화가 생각나는데요. 그날그날 잘못된 실수를 발견하고 그다음 날은 그걸 고치면서 보내게 되죠. 결국은 완벽한 하루가 반복되는 삶으로 마무리가 될 텐데요. 우리가 꿈꾸는 삶이란 게 무한한 반복을 통해 시계바늘과 같은 FM의 길을 가서 완벽한 하루를 만드는 것은 아닐 겁니다.
FM이 너무도 지겹고 무료한 나머지 AM의 길을 걷기도 하고 그 길로 쭉 가는 이도 있고 너무 갔다 싶어 FM 쪽으로 방향을 일부 트는 사람도 있죠. 우리의 인생길은 사람 수만큼이나 많은 갈래길이 있는 관계로 FM이라는 한 길로 모이지 않을 텐데요. 그 길 위에서는 반복되는 시계바늘을 봤다고 해서 어이쿠 늦었구나 하는 반응보다는 너는 너의 시계가, 나는 나의 시계가 있다고 말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게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기존의 체계나 타인이 만든 시계가 아니라 자신만의 시계를 보며 걸어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길입니다. 자신이 만들었기에 중간에 고장도 나고 시간도 잘 맞지 않을지라도 그래서 길을 좀 잃더라도 누군가가 만든 시간의 함수에 갇혀 정해진 길을 걷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삶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지금 여러분들의 손목에 있는 시계의 시계바늘은 FM인가요? AM인가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