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문주란의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

작사 양인자/ 작곡 김희갑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문주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p_SJTg4 AZEA? si=5 OeQvzAh30 M5 XEDn

처음에 사랑할 때 그 이는 씩씩한 남자였죠

밤하늘의 별도 달도 따주마 미더운 약속을 하더니

이제는 달라졌어 그 이는 나보고 다해달래

애기가 되어버린 내 사랑 당신 정말 미워 죽겠네


결혼을 하고 난 후 그 이는 애기가 돼 버렸어

밥 달라 사랑 달라 보채고 둘이서 놀기만 하재요

할 일은 해도 해도 많은데 자기만 쳐다보래

웃어라 안아 달라 조르는 당신 골치 아파 죽겠네


남자는 여자를 정말로 귀찮게 하네


- 문주란의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 가사 중 -




문주란 1996년 데뷔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부산 MBC 톱 싱어 경연대회에서 1등을 한 후 가요계에 정식으로 데뷔하게 됩니다. <동숙의 노래>라는 곡으로 데뷔했고요. 본명은 문필연입니다. 이후 국제가요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했고, 1972년에는 TBC 가요상에서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1967년에는 군사영화에도 출연했고 1967년과 1968년에는 MBC 10대 가요제에서 10대 가수에 선정됐죠.

하지만 1969년 자실 미수(방송국 PD와의 실연으로 수면제를 과다 복용했음)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다행히 1970년 바로 컴백해 <문주란 독집>을 발매했죠. 1972년과 1973년 다시 10대 가수에 선정되고요 1974년에는 <공항의 이별> <공항의 부는 바람> <공합 대합실> 등 공항 시리즈로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1975년 사생활 문제와 계약파기 등으로 연예협회로부터 6개월간 방송정지를 받으며 가수 인생에서 2번째 시련을 겪습니다. 1981년 일본에 진출해 활동했는데 1982년 일본 동경음악제에서 최우수가창상을 수상합니다. 1983년 귀국해서 이산가족과 관련한 <누가 이 사람을>이라는 노래를 발표하며 재기하죠.

1986년 <백치 아다다>로 인기를 얻었으나 교통사고로 인해 세 번째 시련이 찾아오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1989년 <내 가슴속의 타인>이라는 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타이틀 곡은 아니었는데 이후에 역주행했죠. 저음이 상당히 매력적인 가수입니다. 이번 노래는 사랑으로 인해 시련을 겪었던 그녀의 삶을 대변하는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입니다. 고개가 끄덕끄덕 거리시나요? 하하하. '여자는 남자를 귀찮게 해'라는 버전도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 봅니다. 과연 남자는 여자를 어떻게 귀찮게 하는지 살펴볼까요?

'처음에 사랑할 때 그 이는/ 씩씩한 남자였죠/ 밤하늘의 별도 달도 따주마/ 미더운 약속을 하더니'가 첫 가사입니다. 수컷이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 허세를 부린 탓일까요? 화자는 처음과 지금이 너무도 다른 남자에게 따져 묻고 있습니다. 사랑이 어쩜 그리도 180도 변할 수 있냐고요

'이제는 달라졌어 그 이는/ 나보고 다해달래/ 애기가 되어버린 내 사랑/ 당신 정말 미워 죽겠네' 부분입니다. 먼저 알아서 척척 해 줬으면 좋겠구먼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줘야 하는 아기로 변신한 남자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래도 '내 사랑'과 무관심이 아닌 '미워 죽겠네'이라고 표현해 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껴야겠네요.

2절을 볼까요? '결혼을 하고 난 후 그 이는/ 애기가 돼 버렸어/ 밥 달라 사랑 달라 보채고/ 둘이서 놀기만 하재요' 부분입니다. 정복의 욕구가 살아진 수컷을 저격하는 가사가 아닐까 합니다. 혼인신고서에 도장이 찍힌 것을 확인한 수컷은 안도하며 긴장감을 잃어버리곤 하죠. 그리고 엄마와 함께 살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화자에게 밥과 사랑과 놀이를 요구합니다. 하하하.

'할 일은 해도 해도 많은데/ 자기만 쳐다보래/ 웃어라 안아 달라 조르는/ 당신 골치 아파 죽겠네' 부분입니다. 집안 살림은 끝이 없는데 사랑만 하자고 꿈을 꾸는 남자의 모습에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폭신폭신한 뜬구름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으려는 남자의 모습이죠. 뒤에서 말씀드리겠지만 수컷이 원래 그렇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남자는 여자를 정말로 귀찮게 하네 X 2'입니다. 제목과 다르게 '정말'을 넣어서 강조를 했고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같은 가사를 반복하며 마침표를 찍죠. 하하하. 가사에 나온 남성의 이미지라면 이런 말을 들어도 싸겠죠. 지금 시대라면 몇 번 이혼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캐릭터일 거고요. 전체적으로 가사가 쉬우면서도 익살스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 오늘은 '남자 VS 여자'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때마침 최근에 최성락 씨가 쓴 <사냥하는 남자 채집하는 여자>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이 책도 소개할 겸해서요. 올해 6월경 나온 책인데요. 재밌습니다. 하하하. 레전드 책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업그레이드 판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요.

이 책에서는 남자는 사냥을 하다 보니 멀리 보는 시각이 발달한 데 반해 여자는 채집을 하다 보니 가까운 것을 잘 보는 눈이 발달했다고 설명합니다. 웃긴 건 그래서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물건을 못 찾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하는 부분이었어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하하.

쇼핑도 그런 남녀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하는데요. 남자는 단백질을 구하기 위해서 사냥을 할 때 언제 동물이 또 나타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크든 작든 동물이 나타나면 바로 잡아야 하고 음식물의 부패를 위해 냅다 거주지로 이동해야 한다는 논리인데요. 그 결과 남자들의 쇼핑은 살 것만 사고 빠지는 목표지향적 소비형태가 되었는 설명입니다. 그럴듯하죠.

이에 반해 여자는 주로 채집을 어디에 하는지 알고 있고 과실 등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좋은 것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능숙하고 이 제품과 저 제품 중 뭐가 나을지를 고심한다고 말하죠. 이것도 그럴듯하죠? 하하하.

물론 여자라고 해서 남자라고 해서 쇼핑을 할 때 성별 특성이 100% 적용되는 것은 아니죠. 대체로 그런 경향이 있다고 받아들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이 부분을 편차라는 것으로 설명하는데요. 어떤 특성과 관련해서 남자는 그 편차가 넓고 여자는 그 편차가 고른 측면이 있다고 합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수학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명제의 경우 전체적인 평균값은 남자와 여자가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남자는 월등히 잘하는 사람과 월등히 못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에 반해 여자들은 평균값을 기준으로 그 부근에 대부분 위치하고요.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남녀 수명과 관련된 내용이었는데요. 어느 나라나 여자가 남자보다 5년 이상 더 오래 사는 현상이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어 있습니다. 생리학적으로는 여자들은 XX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반면 남자는 XY 염색체를 지니고 있는 차이가 있죠. 그런데 Y 염색체가 X 염색체에 비해 크기가 1/3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나이 갈 들수록 텔로미어라고 염색체의 끝이 줄어들면서 노화가 일어나는데, 남자들의 노화 속도가 여자들보다 훨씬 빠를 수밖에 없는 설명이었습니다. 끄덕끄덕. 하하하.

여기서 확장판이 결혼과 이혼, 독신과 관련된 수명 부분이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세 부류 중 누가 가장 오래 살 것 같으세요? 남자는 결혼한 사람이, 여자분들은 딱히 상관이 없다고 하네요. 이혼으로 인한 충격을 남자가 여자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다는 추가 설명입니다.

이 책은 이 밖에도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결론은 남자와 여자는 생물학적, 심리적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점이죠. 물론 여자분들이 생물학적으로는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류의 조상이 여자였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그랬습니다.

특정 종을 이어가기 위해 암컷이 필요한 것은 수컷의 정자이지 수컷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자는 수컷 소수와 암컷 다수로 무리 지어 다닌다고 하는데요. 수컷은 다른 수컷과의 싸움에서 지면 방랑자 신세가 된다고 해요. 그 무리를 유지, 존속시키는 것은 수컷이 아니라 암컷인 셈이죠. 그 암컷에게 없는 건 유일하게 종족 번식을 위한 수컷의 정자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부분에 동의할지 말지는 각자 판단에 맡깁니다.

다시 노래로 돌아가 보죠. 남자는 여자를 정말로 귀찮게 하고 있는 걸까요? 생물학적으로 여자는 출산과 양육이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태어납니다. 물론 독신으로 사시는 분들이 늘고 있긴 하지만요. 그래서 여자들은 자신의 고유한(?) 역할만큼 남성들에게 사회적 성공이나 연봉 등으로 그 갭을 메꾸려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남자는 능력, 여자는 미모라는 속설을 검증하기도 합니다.

이 노래에서 남자는 여자에게 밥 타령, 사랑 타령, 놀이 타령의 3종 세트를 선사하죠. 출산과 양육을 넘어서 빨래나 청소 등 집안일을 할 생각은 않고 말이죠. 남자가 자신이 맡은 일이라도 제대로 하면서 요구했을 리 만무합니다. 그러니 사랑은 하지만 귀찮은 존재가 된 것이겠죠.

전 그런 남자를 비판하기보다 남녀가 가진 고유의 특성을 이해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 남자는 결혼 전과 결혼 후가 딴판인지, 왜 말만 번지르게 하게 지키지 않는지 거꾸로 여자는 왜 그토록 미용에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는지, 왜 남자들을 놓고 갈등을 하는지 등등요.

생물학적인 진화의 과정이 남녀 간 차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순 없을 것 같아요. 그 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차이를 이해 못 하고 단순 평등만을 주장하거나 차별의 시선으로 바라보진 말아야겠죠. 어쩜 그 차이가 남녀 사이의 사랑을 실현하는 촉매제가 된 것은 아닐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당일 읽은 책과 노래가 이처럼 연결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어요. 큰 고민 안 하고 술술 써 내려갈 수 있어서죠. 나중에 은퇴하고 나면 이런 식으로 브런치를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 보게 되었네요. 사랑이라는 단어를 이해하려면 그 사랑을 성립시키는 남과 여를 이해해야 하는 걸 텐데요. 사냥만 해 온 저로썬 채집에 조금 눈을 뜬 그런 책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신유의 <시계바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