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김신우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승훈'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22 jU75 ekAEQ? si=GiLwv2-wdkNk3 EtN
다시 내게 돌아와 줘
기다리는 나에게로
그 언젠가 늦은 듯 뛰어와
미소 짓던 모습으로
사랑한 건 너뿐이야
꿈을 꾼 건 아니었어
너만이 차가운
이 비를 멈출 수 있는걸
- 이승훈의 <비 오는 거리> 가사 중 -
이승훈은 싱어송라이터로 1997년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이금성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합창을 했고 고3 때부터 기타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대학 때 음악 동아리를 활동을 하다가 해군 홍보단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합니다. 1995년 첫 앨범 '빗속의 연인'을 발매했으나 소속사 문제의 매니저가 사라지는 바람에 사장되었습니다. 1997년 다시 재발매를 하며 가수에 데뷔했는데, 오늘 소개할 곡이 타이틀 곡입니다.
누가 불렀는지는 모르는데 귀에 익숙한 노래죠. 한 번도 TV에 출연하지 않았음에도 10위까지 오르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2집부터는 팬들에게 더 다간다는 의미로 방송 출연을 시작했다고 하네요. 비가 오는 날이면 아직도 소환되는 노래 중 하나로 기억되어 있습니다.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한 김신우 씨는 군대 후임이었다고 하네요. 군대에서 1년 넘게 같이 생활하면서 이승훈 씨에 맞는 곡을 썼다는 후문입니다. 그의 노래는 악기 사용이 거의 없고 노래에 힘을 빼고 부르는 것이 특징인 듯합니다.
정규 앨범은 4집까지 발매했습니다. 2집까지는 노래를 받다가 3집은 본인이 직접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4집 앨범은 만들기는 했는데 상업적 판매는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리스너들에게 잘 알려진 곡은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유일해서 원히트원더 가수로 분류해야 할 듯합니다. 현재는 경기도 안산에서 실용음악학원을 운영 중이라고 하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비 오는 거리'입니다. 여러분들은 비 오는 거리 하면 뭐가 생각나시나요? 사랑 노래에서 비는 눈물과 동의어다라는 말씀을 드린 바 있는데요. 화자는 비 오는 거리에서 지난 사랑을 떠올렸던 모양입니다.
'비 오는 거릴 걸었어/ 너와 걷던 그 길을/ 눈에 어리는/ 지난 얘기는/ 추억일까'가 첫 가사입니다. 화자는 비 오는 거리를 걷습니다. 그 길은 익숙합니다. 상대와 함께 자주 걸었던 길이었기 때문이죠. 그때의 추억이 스멀스멀 머릿속에서 피어납니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까지도 말이죠.
'그날도 비가 내렸어/ 나를 떠나가던 날 밤/ 내리는 비에/ 너의 마음도/ 울고 있다면' 부분입니다. 상대가 떠나가는 날도 지금처럼 비가 내리는 밤이었습니다. 화자에겐 깊은 아쉬움으로 남겨져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지금 내리는 비처럼 상대가 지금도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가정을 해 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다시 내게 돌아와 줘/ 기다리는 나에게로/ 그 언젠가 늦은 듯 뛰어와/ 미소 짓던 모습으로/ 사랑한 건 너뿐이야/ 꿈을 꾼 건 아니었어/ 너만이 차가운/ 이 비를 멈출 수 있는 걸' 부분입니다. 네. 화자는 상대의 돌아옴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약속 시간에 늦어 발걸음을 재촉하며 뛰어서 화자와 만나며 미안한 마음에 멋쩍은 웃음을 짓는 모습으로 나타났으면 하고 바라고 있죠.
화자가 자신의 지난 사랑을 꿈이 아니라 말하는 건 다시 상대와 이어져 현실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 겁니다. 만약 과거사로 남아버리면 일장춘몽처럼 한 바탕 꿈을 꾼 것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요.
이 노래에서 의미심장한 가사는 '너만이 차가운/이 비를 멈출 수 있는 걸'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지금 내리는 비는 화자의 눈물이죠. 아마도 헤어진 이후로 비가 내리는 날엔 늘 화자 역시 눈물을 흘렸을지 모르겠네요. 비 오는 날 거리를 걷지 않는 선택도 있었겠지만 그건 사랑하는 마음을 정리하는 일이라서 화자는 원하는 방향이 아니죠. 이 사태의 해결의 열쇠는 오로지 한 사람, 상대와의 재회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되는 것이죠.
음. 오늘은 '연상'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상은 연관 지어 생각하다는 의미죠. 이 노래에서 화자는 비가 오는 거리를 걸었는데, 비+그 거리가 조합되며 헤어진 그날을 연상합니다. 그리고는 비를 눈물로 등치 시키고 비를 멈춤으로써 헤어진 그날도 멈추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보고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는 일은 흔하죠. 하늘에 떠 있는 둥그런 달을 보고 쟁반을 떠올린다던가 어떤 조형물을 보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어떤 물건과 유사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목소리가 좋은 경우에 옥구슬처럼 굴러간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너무 에누리 없는 사람을 칼날 같다고 말하기도 하죠. 무언가의 특정 이미지가 우리의 머릿속에서 비슷한 물건을 찾아 떠올리게 하는 것이죠.
문제는 해당 사물만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는 점이죠. 그것에 묻어있는 특정 감정까지 달고 나오죠. 이 노래에서 화자는 '차가운 비'라는 가사 표현을 썼는데요. 겨울인지 온도가 어땠는지 주변 상황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 아니라 만나고 싶은 이를 못 만나는 현실을 그리 표현한 것이죠.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암기를 잘하기 위해서 이러한 연상법을 활용하곤 했었습니다. 외워야 하는 단어의 앞글자만을 조합해서 '아버지가 가방에 들어가신다' 뭐 이런 문장을 만들어서 절대 잊지 않으려고 애썼던 기억 한 두 번은 있으시죠?
연상은 A와 B의 연결 고리가 존재합니다. 밑도 끝도 없이 A와 B를 연결하려고 시도하면 폭망 하게 되니까요. 위에서 예를 든 둥근달에서 둥글다는 모양을 그리고 쟁반의 둥근 모양이 공집합을 형성한다고 보고 이 두 개를 연결해서 연상되도록 하는 것이죠.
연상이 잘 못 이루어진 사례는 기시감과 미시감 같은 현상일 겁니다. 어디서 보거나 경험한 적이 없는데도 유사한 것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기시감도 그렇고요. 이미 본 것인데 연결 고리를 찾지 못해 처음 보는 것 같이 대응하는 미시감도 그런 경우입니다.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연상은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눈으로 보는 달을 보며 모두가 쟁반을 떠올린다면 뇌의 진행 방향과 배경 지식이 비슷해서 대화가 통하기 쉬운 것이죠. 달을 보며 쟁반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하는 사람과 대화는 반대로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그나마 쉬운데요. 반대로 눈에 안 보이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떤 상황을 겪고 거기서 떠올리는 모습이 제각각이기 때문이죠. 이 노래에서 언급한 비를 볼까요. 어떤 이는 그날 화자처럼 비를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인식해서 우울한 어떤 날을 연상할 거고요. 반대로 농사를 짓는 어떤 이는 가뭄 뒤에 오는 비로 막힌 하수구가 뚫리는 것 등을 연상할 수 있죠.
감정의 영역이야 누가 무엇을 생각하든 크게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같은 일을 겪고도 연상을 잘못하면 재판장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물에 비취 달을 보는 것 같다'는 표현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같은 상황을 놓고도 누군가가 보고 싶은 대로 정보를 취합해 다른 연상을 떠올리는 것이죠.
그래서 연상이 올바른 것과 짝을 이루려면 그 첫 번째는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사건의 일부를 보고 전체를 다 봤다고 생각해서는 옳은 연상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뜻이죠. 이 노래에서 화자는 같이 걷던 길, 그리고 내리는 비라는 두 가지 기제 때문에 X를 연상하죠. 제대로 본 것일까요?
이전에도 비 오는 날 상대와 이 길을 같이 걸었다까지의 연상은 누구나 가능할 테지만 그 연상 작용 후에 '내리는 비에/ 너의 마음도/ 울고 있다면'이라는 가사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지점부터가 과거 연인과 같이 걸었던 비 오는 거리를 걷는 화자만의 감정이 실리는 부분이니까요.
누군가는 이 지점에서 지금은 곁에 없는 씁쓸함을 연상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한 때마다 함박웃음을 나누던 아름다운 빛바랜 헛헛함을 연상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뭐가 옳다기보다 각자의 연상 메커니즘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일이죠.
저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인간이란 잘못된 연상으로 고통받는다고요. 자신이 할 수도 없고 벌어질 수도 없는 일을 할 수 있고 있음 직하게 생각을 해서 불행을 좌초한다고요. 그러니 무언가를 볼 때 제대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요. 여러분들의 연상 메커니즘은 제대로 잘 작동하고 있나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연상을 가장 잘 활용하는 분야는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 매체가 아닐까 싶은데요. 외모가 비슷한 사람을 보고 뒤에서 어깨를 두드리다가 전혀 다른 사람인 줄 알고 허탈해하는 장면 같은 거죠. 또는 잠재의식에서 만난 사람을 현실에서 만나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도요. 모두가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오류이긴 한데, 이토록 인간적인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