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이지심 작곡 김기표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심신'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WK2 QjegljFY? si=hzgUQ743 sGN5 r7 DI
단 한번 단 한 번만이라도
가슴을 열어 나의 눈물을
너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단 한번 내 사랑아
그대 떠난 시간을
돌리고 싶어라
- 심신의 <그대 슬픔까지 사랑해> 가사 중 -
심신은 남자 솔로 가수로 1990년 데뷔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축제 때 그룹사운드 선배를 보고 록 음악에 심취했다고 하네요. 대학을 진학하고 6인조 하드록 밴드인 '외인부대'의 보컬로 활동합니다. 집안 반대가 심해서 가출하고 잡혀오는 일을 반복했다는 후문입니다.
세종 호텔 나이트에 노래하던 심신을 박수창 씨가 '바람과 구름'의 리드 보컬로 심신을 발탁합니다. 이때 큰 키와 잘난 외모 덕분인지 모델로도 발탁되어 패션모델로도 활동했습니다. 군대 시절 클럽에서 노래하다가 음반사 담당자에 눈에 띄며 가요계에 본격 데뷔하게 되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그의 데뷔곡입니다. 팝발라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노래 이후에는 빠른 템포의 곡으로 전환합니다. <오직 하나뿐인 그대>와 <욕심쟁이>가 연이어 히트를 치며 인기 가도를 달렸습니다. 하지만 당시 청춘스타이자 가수였던 강수지 씨와 열애설이 터지면서 인기가 급락하는 시련을 겪습니다. 이런 이유로 1994년과 1995년에는 드라마 배우로도 잠시 눈을 돌립니다.
주연발을 연상시키는 외모에 권총을 쏘는 듯한 춤은 팬들을 다 쓰러지게 하기에 충분했죠. 짜인 안무가 아니라 무대에서 만들어진 안무였다고 하네요. 록 음악이 대중들에게 이처럼 사랑받은 것도 꽤나 오랜만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음반을 내고 OST에 참여했으나 전성기만큼의 반향은 아니었죠. 이제 딸인 벨이 걸그룹 KISS OF LIFE 활동으로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부녀가 음악방송에서 무려 33년이라는 긴 간격을 두고 1위를 차지하는 진기록이 실제로 만들어졌죠. 음악을 사랑하는 아빠를 보고 자란 딸이 이제 아빠를 대신할 차례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그대 슬픔까지 사랑해>입니다. 제목이 좀 묘하죠. 사랑할 게 없어서 슬픔을 사랑한다고 말하나 싶거든요. 엄밀히 말해 이 제목은 그대 슬픔조차도 사랑해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대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의미 말이죠.
'그대 눈물 같은 바람이/ 나의 어깨를 스치면/ 내 가슴속에 추억들이/ 하나 둘 깨어 나/ 이 밤도 외로운 날 지켜주네/ 슬픈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있는 사람을'이 첫 가사입니다. 바람이 어깨를 스치고 추억을 상기시키는 상황을 묘사한 것 같은데요. 그냥 바람이 아니라 그대 눈물 같은 바람이라고 표현하고 있죠. 그대 눈물은 어땠던 걸까요? 이후 가사에서 힌트를 얻어봐야겠죠. 슬픈 어둠 속에 홀로 있는 외로운 사람을 위로하는 따스함과 온정을 가진 눈물이 아니었을까요? 이 밤도 외로운 날 지켜준다고 하는 것을 봐선 상대의 눈물에는 외로움을 달래지는 묘한 마력까지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그대 사랑하던 기억은/ 아직 내 곁에 있는데/ 그 시간들은 두 번 다시/ 올 수가 없겠지/ 단 한번 그날이 돌아온다면/ 나는 말할 텐데/ 그대 슬픔까지 사랑해' 부분입니다. 아직 상대를 잊지 못하는 화자입니다. 시간을 혹은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대 슬픔까지 사랑해'라고 말한다고 하네요. 이게 무슨 뜻일까요? 상대의 좋은 면은 물론이고 상대의 아픔까지도 충분히 감당하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단 한번 단 한 번만이라도/ 가슴을 열어 나의 눈물을/ 너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단 한번 내 사랑아/ 그대 떠난 시간을 돌리고 싶어라' 부분입니다. 상대가 떠나지 않았던 시간으로 돌리고 싶은 것은 이해하겠는데 왜 자신의 가슴을 열어 눈물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요? 그만큼 상대가 떠난 자리가 커서 많은 눈물을 흘렸음을 인정하고자 했던 걸까요? 그래서 자신에게 그만큼 중요한 존재임을 어필하고 싶었던 것이겠죠?
음. 오늘은 가사 중 '가슴을 열어 나의 눈물을 너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최근에 울어 보신 적이 있나요? 차가운 바람에 눈이 시려서 눈에서 찔끔 눈물이 난 적은요? 어릴 적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흘리던 눈물샘이 언젠가부터 막혀 있는 듯하다가 나이가 들면 드라마나 노래 등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때가 있죠. 누군가는 갱년기 증세라고 일갈합니다. 하하하.
여러분 주변에는 울보 있으신가요? 별 일도 아닌 것에 감동을 받거나 울 정도는 아닌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흐리는 분 말이죠. 돈 주고 시켜도 잘 안 되는데 울보들은 그걸 너무도 태연스럽게 하죠. 아니다. 자신들도 컨트롤이 안 돼서 힘들어하는 부분일 수도 있죠.
아시다시피 남자에게는 두 가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죠. 아무에게나 무릎 꿇는 것이 하나요. 나머지 하나는 바로 다른 사람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동의하시나요? 여자에게는 눈물이 가장 강력한 무기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이성 간에 싸움을 하다가 여자분이 눈물을 흘리는 순간 그 싸움의 승패는 이미 끝나 것이죠. 이걸 악용하시는 분도 없진 않죠. 하하하.
같은 눈물인데 남자는 감추면 감출수록 좋다고 하고 여자는 보이면 보일수록 유리하다고 하다는 것도 남녀차별 시대를 반영하는 속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 드라마 같은 걸 보면 아니 현실에서도 여자들보다 잘 우는 남자들이 많더이다. 하하하. 눈물은 인간의 것이지 남자나 여자의 전유물은 아닌 것이죠.
눈물을 흘리면 좋은 7가지 이유라는 텍스트를 봤는데요. 부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되어 기분이 좋아지고요. 해로운 호르몬도 배출시켜 준데요. 많은 감정을 경험하게 해 주고 안구를 촉촉하게 하고 교감에도 도움을 주고 혈압도 낮아지고 등등. 생각보다 눈물의 효능이 상당하죠. 우세요. 지금 당장. 하하하.
눈물을 보면서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슬플 때도 나오지만 기쁠 때도 나온다는 점이죠. 일명 기쁨의 눈물을 흘려보셨나요? 저는 아직 그런 다이내믹한 눈물 맛을 보진 못했네요. 쩝. 두 극단의 상황에서 흘리는 눈물에서 일정한 감정 영역을 넘어갔을 때 우리가 하는 행위가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 봅니다.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흘리는 눈물은 생물학적인 혹은 감정적, 심리적인 효능이 아마 대부분일 거고요. 반면에 누군가가 있는 곳에서 흘리는 눈물은 아마도 교감이라는 키워드가 작동하는 꽤나 특수한 상황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가 눈물 흘리면 누군가는 그것에 동조되어 같이 눈물을 흘리거나 슬프거나 기쁜 상황임을 인지하고 그에 상응하는 어깨를 다독이는 행동 등을 전개하잖아요.
그런데 말이죠. 눈물이라는 놈이 사람의 있고 없음을 가리진 않을 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잘 우는 사람은 보이는 곳에서도 잘 울고 그 반대로 그러하리라 예상됩니다. 눈물을 참으면 말이죠. 감정을 숨기는 것을 넘어서 감정 표현 능력이 감퇴한다고 하네요. 당연히 인간관계의 교감 능력도 동반 하락할 겁니다.
다시 가사로 돌아가 보죠. '가슴을 열어 나의 눈물을 너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이죠. 여러분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눈물을 보여주실 수 있나요? 엄마 앞에서 혹은 친구 앞에서 말이죠.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극단의 감정을 보여주는 일은 꽤나 쉽지 않습니다. 술 먹고 우는 거 말고요. 하하하.
어찌 보면 누군가가 눈물 흘리는 지점이 그 사람의 가장 약한 고리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가능하면 감추려고 하고 아무도 없는 화장실을 찾아가 대성통곡을 하기도 하잖아요. 만약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눈물을 스스럼없이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복 받은 삶이라고 할 수 있겠죠?
슬픈 눈물도 참 보기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먹먹한 눈물은 억울해서 흘리는 눈물입니다. 얼마나 답답하고 기가 차면 감정의 끝을 흔들어 눈물로 화답할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거든요. 세상살이가 복잡다단해지다 보니 예전보다 이런 억울한 눈물들이 TV에서 자주 보이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울게 되는 상황이면 그냥 웁니다. 주변 사람 의식해서 울음을 억지로 참고 감정을 억누르지 맙시다. 어찌 보면 울음은 '나를 도와줘' 혹은 '나와 함께해 줘'라는 인류 공통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말이 생기기 전, 글이 생기기 전에도 눈물은 그런 의미로 인류와 함께 했던 것은 아닐까요? 자주 우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하도 운동하는 것을 싫어하는지라 의무감으로 헬스장을 찾는 저에게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퇴근하면 바로 운동부터 하고 와야 밥 먹을 수 있다는 충격 요법을 적용 중입니다. 오래 글 쓰고 책 읽으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의 눈물을 흘릴 거라고 저 자신을 설득하면서요. 나중에 어떤 눈물일지 두고 보면 알게 되겠죠.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