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의 <사랑하기에>

작사/작곡 조정열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정석'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SIcHvuRlCZM? si=Pv46 afAhYvSxCIT_

하지만 나는 믿을 수 없어요


그대 떠난다는 말이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요...


- 이정석의 <사랑하기에> 가사 중 -




이정석은 1986년 MBC 대학가요제로 데뷔했습니다. <첫눈이 온다구요>라는 곡으로 금상을 수상했죠. 학창 시절 예고에 다니는 학생들이 멋있어 보여서 지원했으나 낙방합니다. 그 설움을 고등학교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것으로 풀죠. '남사당'이라는 그룹사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며 MBC 강변가요제에 도전하지만 1차 예선에서 탈락하고 절치부심하여 같은 해 대학가요제에 도전해 입상합니다. 1987년 정규 1집을 발매하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데,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1집의 타이틀곡입니다. 가요톱텐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할 만큼 많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1988년 발표한 2집에서는 대학가요제 동기였던 조갑경 씨와 듀엣곡 <사랑의 대화>를 불러 큰 히트를 쳤고 1989년 3집에는 <여름날의 추억>이라는 노래가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돌연 1992년 5집을 끝으로 미국으로 떠나죠. 귀국해서 1999년 정규 6집을 발매하지만 아이돌 세상에 그의 설자리는 없었습니다.

이후 외식 사업도 하고 보컬 트레이너 강사로도 활동했습니다. 2007년 싱글앨범을 발매했고 2015년에는 <어게인 1988>라는 리메이크 싱글 앨범을 발매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도 가수로서 지방 행사 등에서 활동을 하는 것 같고요. 선행 기사도 제법 보입니다. 11년 만에 신곡 '비가 내리고 있어'라는 신곡도 발매하셨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떠나 보실까요? 제목이 '사랑하기에'입니다.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말도 안 되는 표현을 제대로 저격하는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헤어질 때 이 표현을 쓰면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납득이 안 되는 상대는 고구마 100개 먹은 것 같은 답답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죠.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 사랑한다면 왜 헤어져야 해/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가 첫 가사입니다. 아주 제대로 된 발론 제기죠. 사랑하는데 왜 떠나야 하냐고 되묻고 있습니다. 사랑하면 같이 있어야지 떠나는 게 맞냐고요. 화자는 그래서 그 말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하얀 찻잔을 사이에 두고/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 사랑한다는 말 하기도 전에/ 떠나가면 나는 어떡해' 부분입니다. 화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상대와 마주 앉아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오히려 고백은 화자가 받은 꼴이 되었죠.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상대로부터요.

'홀로 애태웠던 나의 노래가/ 오늘 이 밤 다시 들릴 듯한데/ 그 많았던 순간 우리에 얘기/ 저 하늘에 그대 가슴에 들릴 듯한데' 부분입니다. 떠난 상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들끓습니다. 사랑 고백을 해 보려고 마음 조리며 애태웠던 자신의 노래가 다시 들리는 듯합니다. 또 함께 써 내려갔던 이야기가 더해져 하늘을 타고 상대에게 전달되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날 사랑한다면 왜 떠나가야 해/ 나에겐 아직도 할 말이 많은데/ 정령 내 곁을 떠나가야 한다면/ 말없이 보내 드리겠어요' 부분이죠. 가사를 잘 보면 할 말이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구차한 변명을 대면서 왜 떠나려 하느냐로 해석되죠. 말장난 같지만 할 말을 다 들어주면 가도 된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리고 이상한 건 그다음 가사입니다. 영 가겠거든 할 말 안 하고 고이 보내드리겠다 거든요. 뭔가 이상하죠?

'하지만 나는 믿을 수 없어요/ 그대 떠난다는 말이/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요' 부분입니다. 간다면 보내줄 건데 납득은 안 된다 정도로 받아들여야겠죠? 저도 화자의 편에 서고 싶은 심정이네요. 사랑 운운하며 이별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입니다. 하하하.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음. 오늘은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좀 더 확장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이별의 이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여러분들은 사랑을 하다가 헤어질 때 상대가 하는 이별 이유에 대해 납득을 하셨나요? 저는 이유조차 몰랐던 적도 있었던 것 같거든요. 이론.

드라마에서 보면 돈 많고 백 있는 집안의 아버지가 두 사람 사이를 반대해서 갈라놓으려고 깍두기 형님들을 동원하곤 하죠. 헤어지지 않으면 존재 자체를 없애버리겠다고 엄포를 놓는 바람에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지만 사랑하는 이를 살릴 셈으로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표현이 성립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주인공은 이에 굴하지 않고 사랑하는 이를 지켜내기 위해 극중에서 사투를 벌이지만요.

이건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고요. 실제 현실은 많이 다르죠. 보통 이 표현은 '나랑 있으면 너만 불행해져. 더 좋은 사람 만나는 게 좋겠어. 널 사랑하니까 떠나줄게'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버전으로 등장하죠. 하하하. 여러분도 이런 말들의 향연 속 주인공이 되신 적이 있나요?

납득이 안 되는, 납득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별의 이유들 말입니다. 그냥 깔끔하게 한 눈을 팔던가 아니면 더 이상 사랑하는 감정이 안 느껴진다고 말하면 될 것을 괜히 본 건 있어 가지고 똥 폼을 잡다가 그만 상대방의 속만 되려 뒤집어 놓는 상황을 만들어 놓게 되죠.

떠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별의 이유를 꼭 집어서 상대를 납득시킬 이유는 없습니다. 또한 상대 역시 그 이유에 납득을 해야만 이별을 허락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헤어지는 데 명확한 이유가 없을 때도 많고 그걸 말로 똑부러지게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은 까닭입니다.

만날 때 우린 이래서 만났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듯이 헤어질 때도 그동안의 시간과 쌓은 정을 운운한다고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남남이었던 두 사람이 님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님이었던 두 사람이 남남이 될 가능성은 늘 상존하는 것일 테니까요.

백번 양보해서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궁색한 변명을 대는 이는 마지막 이별의 현장을 아름답게 수놓고 싶은 바람이 있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바란다고 해서 상대도 그 이유에 고개를 끄덕여 주길 기대해서는 곤란하겠죠. 돌아올 후폭풍은 그런 이별 사유를 댄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일지도 모르겠네요.

헤어질 때 무슨 말을 해야 살벌한 공기가 순화될 수 있을까요? 어느 날 갑자기 결심을 한 후 한 방에 터트리고 깔끔하게 마무리하자는 식의 접근으로는 어떤 말로도 상대가 납득시키기 어려울 겁니다. 그전에 전초 작업이라도 해서 헤어짐이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들을 보내어 감정의 격함을 달래라도 봐야 하는 걸까요.

설사 이별의 사유를 찾았다고 해도 그 말을 내뱉는 것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도 있습니다. 굳이 상대가 말하지 않으려는 이별 사유를 듣지 않으면 안 헤어지겠다고 버티는 것도 좋은 태도는 아닐 겁니다. 말하지 않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을 터. 그냥 묻고 가는 게 방법일 수도 있을 테니까요.

사랑은 헤어짐이라는 단어를 품고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만 보이다가 어느 순간 사랑 뒤편에 있었던 헤어짐이라는 단어를 보면 다른 단어처럼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말은 사랑했기에 헤어진다는 말이 더 맞을 겁니다. 헤어질 것을 각오하고 만나는 게 사랑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여러분들은 헤어질 때 어떤 표현을 주로 쓰시나요? '여기까지야. 더는 못하겠다. 너를 위한 거야'처럼 자신이 멋있어지는 말이 아니라 '힘들겠지만 여기까지만 하는 게 어때? 너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힘이 드네. 너의 생각은 어때?'처럼 상대를 배려하는 류의 말을 건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네요. 칼날 같은 말들이 오고 가는 헤어짐의 현장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이런 말을 꺼내기란 쉽진 않겠죠? 아무리 그래도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막무가내 선언은 극도로 자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하하하.


PS. 제법 나이가 쌀쌀해졌네요. 해도 많이 짧아졌고요. 바야흐로 겨울이 발밑까지 와 버린 기분입니다. 여차하면 첫눈이 쥐도 새도 모르게 내릴 것만 같아요. 전 첫눈을 보면 이정석 씨의 <첫눈의 온다구요>라는 노래를 플레이할 계획입니다. 긴 겨울을 잘 나기 위해서 가끔 겨울 노래를 찾아서 브런치에 소개해 볼까 합니다. 올해 첫눈 오는 날에는 미스터 투의 <하얀 겨울>이라는 노래를 다뤄 볼 생각입니다. 모두들 건강 유의하시고요. 편안한 밤 되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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