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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ug 06. 2023

길구봉구의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

작사/작곡 이현승, 길구, 봉구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길구봉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7xnofxQ_Xkg


뭐가 그리 내 눈에 깊이 박혔는지

너무 선명해서 이젠 보낼 수가 없잖아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

널 잊어내도록 

널 씻어 내도록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

남은 마음까지도 

멀리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 

내 맘 전해지도록 

너에게로 다시 갈 수 있도록


- 길구봉구의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 가사 중 -




웃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나를 늘 안심시켰던

그런 너를 기억해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너란 존재가 내 마음에 

너무 깊이 박혀서


널 지우는 일이 오히려 더 

너를 선명하게 할 뿐이야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좋겠어

너에 대한 기억 모두를

그리고 나의 남은 마음까지도

다 가져갔으면 하고 바래 


헤어질 결심으로 

혼란스러웠던 내 마음이

니 생각만 하면 제자리를 찾아가


내 얘기가 너에게 닿아 

널 흔들 수 있다면 

널 다시 볼 수 있는 걸까.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좋겠어 

그런 내 맘 전해지도록 

너에게로 다시 갈 수 있도록




길구봉구는 남성 2인조 보컬 듀오입니다. 여느 보컬 듀오가 그렇듯 멤버가 각각 허스키와 맑은 보이스를 맡고 있죠. 데뷔전에는 유명한 가수분들 코러스로 참여했고, 보컬 트레이너로도 활동한 바 있다고 검색됩니다. 본명이 강길구, 이봉구인데요. 우연히 이름이 구로 끝나서 형제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네요. 

이 노래는 2014년 나온 곡이고요. 2017년 발표한 <이별>이라는 곡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프로젝트성으로 듀오가 등장하지만 일정한 인지도를 쌓고 꾸준함을 갖는 경우는 많지 않은 듯 합니다.그래서  듀오를 시작할 때는 몰랐는데 하면 할수록 진짜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한편으로는 이 프로젝트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저 자신을 두둔하고 있습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실까요. 가사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니 제목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는 두 가지 의미로 곡 중에 나타납니다. 첫 번째는 잊어보려고 하는 대상. 그녀와의 아름다운 추억 그리고 그것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는 마음을 한 방에 날리기 위한 바람이죠. 과거가 발목을 잡으며 너무 고통스러워 바람에게라도 부탁해 보는 처연한 마음이 그려지네요. 

두 번째는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전달하는 전령사 역할로 등장하죠. 가사의 말미에 보면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와 같은 운율로 '내 예기를 들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고 있거든요. 바람이 본인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그녀의 마음까지 흔들었으면 하는 거죠. 그럼 잃어버린 그녀가 다시 내게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요.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물에 빠진 놈 살려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그녀의 기억에서 못 헤어 나와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에게 첫 번째 바람이 그것을 잊어내도록 씻어내도록 불어줬잖아요. 그런데 이제 살 만해 진 건지 이 번엔 자신의 마음까지 전해서 그녀를 흔들어서 다시 나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두 번째 바람을 요구하는 것 같아서요. 하하하. 욕심이 과하다 싶은 거죠.

제가 주목한 가사 중에 하나는 '뭐가 그리 내 눈에 깊이 박혔는지/ 너무 선명해서 이젠 보낼 수가 없잖아'입니다. 가사 내용으로 유추컨대 상대방은 웃는 모습도 너무 아름답고 괜찮아 넌 잘할 거라고 말하는 따뜻한 심성을 지닌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과의 추억은 가슴 깊은 곳에 박혀 있는 거죠. 그래서 그걸 꺼낸다는 것이 상대방의 추억을 더욱 선명하게 하는 일이 돼버리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엉켜버린 나의 마음이/ 너로 제자리를 찾아가'라는 가사도 눈에 띕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과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엉켜버렸다'는 가사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런 엉켜버린 마음이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직 포기하지 않았음'으로 바꾸면 혼란이 없는 상황으로 전환되죠. 그래서 너로 인해 제자리를 찾아간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람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속성과 누군가에게 무엇을 전달하는 메시저 역할을 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작사가가 이별의 아픔을 이렇게 표현한 노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왠지 혼자 남았는데 바람이 부는 상황은 쓸쓸함을 더하기도 하죠. 두 멤버의 노래 배분도 꽤 잘 이루어진 것 같고요.

바람은 자연현상 중 하나이지만 그 자체가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죠. 나의 바람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바람을 소환해서 이별과 매칭시킨 것은 작사가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이네요. 우리 주변에 부는 바람이 다 누군가의 바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여러분에게 바람은 살면서 어떤 의미인가요? 자. 그럼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드디어 <가사실종사건> 듀오 편이 대망의 한 곡을 남기고 있네요. 가급적 프로젝트 듀오는 제외하고 팀으로 활동하는 듀오를 찾으려고 했답니다. 거기다가 솔로로도 활발히 활동하는 분들은 듀오에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듀오의 영광은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하하. 다음 주 주말에는 지금보다는 조금 기온이 내려가 있겠죠. 모두들 얼마 남지 않은 주말 잘 보내시고 열대야 없는 밤이 되시길 바랍니다. Coming Soon- (NO.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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