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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연의 <둘이서>

작사/작곡 김창환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채연'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vpKoG1 ZT4 Fw? si=Hhhpa0 x_kfDaG4 IN


나 나나 난난나나나나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사랑을 너에게 줄게


나 나나 난난나나나나


거침없는 너의 사랑 너와 나 단 둘이서


- 채연의 <둘이서> 가사 중 -




채연은 여자 솔로 댄스 가수로 2003년 데뷔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김종국의 팬으로 스타데이트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공식 데뷔는 '지니 리'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먼저 했습니다. 일본 방송에서 진행한 오디션에 합격한 뒤 고정출연했고 프로젝트성 그룹에 참여해 싱글 1집을 내고 일본인 멤버들과 4인조 혼성그룹으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그녀의 데뷔곡은 <위험한 연출>이었습니다. 이효리가 장악하고 있던 섹시가수 콘셉트에 도전장을 낸 격이었죠. 그래서 거부감을 느끼는 팬을 의식해서인지 후속곡은 귀여운 분위기의 <사랑 느낌>이었죠. 2004년 2집을 발표했는데,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여기에 실린 타이틀곡입니다. 그녀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노래는 탁재훈 씨가 도입부인 '난 나나나...' 부분에 '솨~'라고 붙이며 개그스럽게 밀면서 역주행을 하기도 했죠. 코요테의 비몽의 가사에도 유사 버전이 있습니다. 2006년 3집과 2007년 4집을 발매하며 정규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이 당시에 중국 활동도 병행했는데 과로로 실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죠.

2009년과 2010년에 미니앨범을 발매했고요. 한동안 중국에서 활동하다가 2015년 싱글로 국내에 돌아왔죠. 하지만 2집으로 정점을 찍은 후에서는 사실상 그때의 인기를 복원하는데 실패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선정성 논란을 자주 겪었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섹시가수 콘셉트를 끝내 지키고 싶었던 걸까요? 작곡가 김창완 씨와 호흡이 잘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늘 소개할 곡도 그가 작사작곡에 참여했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둘이서'죠. 다른 사람들을 제외하고 너와 나만이라는 의미로 읽히는 제목입니다. 엄밀하게 표현하면 '둘이서만'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둘이서만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이었을까요?

이 노래는 도입부에서 '나 나나 난난나나나나/ 나 나나 난난나나나나'라는 아주 중독성이 높은 하이라이트 구간으로 시작합니다. 끝날 때마다 '쏴~'를 자동으로 외칠 만큼 재미도 있고 박자도 제 격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나를 보고 있어/ 다가오고 있어/ 내가 보낸 눈빛에 끌려/ 나를 보고 있어/ 빠져 들고 있어/ 내가 보낸 최면에 취해' 부분입니다. 화자는 한 마디로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눈빛 하나로 상대를 제압하고 자신에게 오도록 유도할 정도로 능수 능란합니다. 마치 상대는 최면이라도 걸린 것 같은 형국이죠.

2절도 유사합니다. '나를 보고 있어/ 미소 짓고 있어/ 니가 내게 다가올 때까지/ 손짓하고 있어/ 내게 오고 있어/ 내가 보낸 눈빛에 끌려' 부분입니다. 마치 상대방에게 주문을 읊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나를 봐라 딴 데 보지 마라 나한테 빠져라 내게 걸어와라 뭐 이렇게요.

'오늘은 너를 택했어/ 나를 한번 안아봐/ 나의 외로운 맘/ 니 가슴에 모두 맡길게' 부분입니다. 상대는 간택을 당한 거였네요. 하하하. 외로운 늑대는 들어봤어도 외로운 여우라니. 화자가 이러는 이유 외로워서입니다. 오늘 자신을 다 맡길 테니 외롭지 않게 해 달라고 말하는 것 같죠?

'조급히 서두르지 마/ 좀 더 멋지게 다가와/ 가슴이 뜨거운 사랑/ 이 밤 너와 함께 느끼고 파/ 사랑의 노래를 불러/ 너와 나 하나가 되어/ 멈출 수 없는 그 춤을/ 이 밤 너와 함께 추고 싶어' 부분입니다. 밀땅을 하는 것 같죠. 상대를 홀리고 나서는 서두르지 말라고 말하고 있죠. 하나가 될 수 있는 밤을 만들자는 야릇한 대사를 날리며 멈출 수 없는 춤을 추고 싶다고 하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나 나나 난난나나나나/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사랑을 너에게 줄게/ 나 나나 난난나나나나/ 거침없는 너의 사랑 너와 나 단 둘이서' 부분입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거침없는 사랑을 하자고 하죠. 제목 둘이서는 단 둘이서로 훨씬 프라이빗한 느낌으로 전달되는 듯합니다.


음. 오늘은 이 노래에서 화자가 보여준 '연애 선수'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다 하다 별 걸 다 다루는 것 같아요. 하하하. 그냥 재미로 읽어주심 좋겠습니다. 누군가가 질문을 할 때 양 극단의 상황을 제시하고 하나를 고르는 게임이 있습니다. 두 연예인 사진을 보여주고 한 명을 선택하게 하는 이상형 월드컵과다는 다르게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가 덜 불리한가를 따지는 게임의 묘미를 가지고 있죠.
예를 들어 아내나 남편, 딸과 아들이 동시에 물에 빠졌다고 했을 때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다면 누굴 구할 거야 뭐 이런 류들의 질문이죠.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라고 묻는 질문처럼 진땀을 흘리기 일쑤입니다. 오늘의 주제인 연애 선수와 관련해도 이런 질문 한 번쯤 받아보셨는지요? 연애 선수가 좋아 아니면 연애를 전혀 모르는 초짜가 좋냐고요. 여러분이라면 어떤 사람을 상대로 고르시겠어요?

혹자는 연애를 많이 해 본 사람에게는 쉽게 휘둘린다고 엄포를 놓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 많은 경험이 물 흐르듯 관계를 진전시키는데 도움을 줄 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연애를 전혀 안 해본 사람의 경우에는 답답함에 미쳐 버릴 것 같다고 말을 하기도 하고 어디에도 때 묻지 않은 그 순수함의 가치를 부각해도 하죠. 아시다시피 정답은 없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연애를 수적으로 많이 해 본 것과 연애 선수와는 결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연애를 많이 하면 일정 수준까지는 연애 스킬이 올라가겠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다 연애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일명 카사노바의 조건은 연애의 숫자만으로 표현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사람이었던 지아코모 카사노바는 희대의 바람둥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귄 여성만 130여 명에 이른다고 하고요. 신분도 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외교관, 복권 창시자, 작가, 탐험가였고 뇌섹남에 패셔니스트 모드까지 장착했다고 전해집니다.

한국에도 이와 필적할 만한 인물이 있죠. 박인수는 군인 출신이었는데 불명예제대를 하고 댄스홀을 무대로 활동했다고 하죠. 훤칠한 외모와 대위 신분증으로 상대를 안심시킨 후 70여 명의 피해자를 양산했죠. 하지만 피해 여성들이 대부분 잠적하면서 징역 1년이라는 약소한 처벌을 받는데 그칩니다.

이쯤 되면 왜 이런 피해자들은 바람둥이에게 매료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봄직 합니다. 물론 신분을 숨기거나 거짓을 진실처럼 말하며 법적 테두리를 넘나든 것은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부분이지만 그런 것은 차치하고 그만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탁월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문제는 이런 능력이 양날의 검과 같아서 특정 대상에게만 한정되어 발동하지 않는 것이겠죠. 능수능란한 혀놀림에 상대는 카사노바를 철석같이 믿었을 테고요. 앞서 언급했던 연애과다자와 연애과소자가 던지는 질문은 곱씹어 보면 볼수록 재미있습니다. 나하고도 연애가 쉬웠던 사람은 다른 사람과도 쉬워서 떠날 때 쿨하게 보낼 수 있지만 연애과소자는 이게 어떻게 얻는 기회인데라는 생각으로 물귀신 작전에 돌입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상황을 놓느냐에 따라 연애과다자에 손을 들어줄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말이죠.

어떠세요? 이쯤 돼서 한 번 더 물어봅니다. 어떤 상대를 선택하실래요? 그래도 쉽지 않죠. 이렇게 결론이 안 날 땐 질문은 잠깐 접어두고요. 질문의 오류를 찾아보죠. 어떤 과거를 살았느냐로 묻고 있잖아요. 연애를 많이 했냐 적게 했냐로요. 저라면 미래를 예상해 보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과거지사야 어찌 되었든 날 만난 후로도 그 모드로 쭉 가는 것인지 아니면 변화를 꾀하는지를 지켜보겠다는 말씀이죠.

이런 질문들 속에는 자신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는 많은 중요한 선택 중 가치 판단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극단의 상황으로 답변자를 내몰아서 그것들이 좀 더 명확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죠. 그걸 캐치해서 자신의 삶에 반영한다면 더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거고요.

연애를 많이 해 봤다고 해서 연애 고수는 아닐 겁니다. 유사한 일을 무한 반복하는 것도 병이라면 병이죠. 몇 번의 경험으로 높은 인식값을 꺼낼 수 있는 이가 진정한 고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적당한 선에서 그칠 줄 아는 능력이야 말로 연애 고수가 가져야 할 제1의 원칙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너무 연애 고수를 부러워하진 맙시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원래 올해 500 브런치로 마감하려고 했었는데, 탄핵 정국에 휘말리는 바람에 남은 2024년 동안 다 써도 500이라는 숫자가 되질 않네요. 그래서 가볍게 포기했습니다. 하하하. 2025년 새해 어느 날 500이라는 숫자를 보는 것도 꽤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요. 연애 횟수가 고수임을 뜻하지 않듯이 브런치 숫자가 글쓰기 고수임을 뜻하는 것은 아님을 잊지 않도록 하렵니다.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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