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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의 <어쩌다>

작사/작곡 윤건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윤건'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cNhPt5 cAiDg? si=D91 J8 B5 i4 zo6 j-3t

그런 네가 없어도 아직은 살 만하다고


또 내 맘을 속여가며 웃어주고


그런 뒤에 돌아서 나 혼자 견딜 이별에


눈물은 네가 되고 내가 되지 항상


- 윤건의 <어쩌다> 가사 중 -




윤건은 1999년 힙합 댄스 아이돌 그룹 ‘TEAM(팀)’으로 데뷔했습니다. 그룹의 인지도를 위해 '호기심천국' 실험맨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수영장에 뛰어들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연세대 작곡가를 졸업했고 가수 디바의 프로듀싱을 맡을 정도로 음악적인 능력이 상당했다고 전해집니다.

2집을 준비하던 중 나얼을 만나 3인조를 꿈꿨으나 기존 팀원이 다 이탈하며 팀이 해체되었습니다. 내친김에 2인조로 결성한 그룹이 그가 직접 작사, 작곡한 <벌써 일 년>이라는 곡으로 유명한 브라운 아이즈였습니다.

2003년 그가 브라운 아이즈를 탈퇴하면서 팀이 잠정 해체됐고 이후 솔로 및 작곡가로 활동합니다. 이때 1집 솔로 앨범 <갈색머리>를 발매하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바로 여기에 실린 노래입니다. 그의 첫 번째 솔로 앨범으로 그의 음악색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곡들이었죠.

그는 5년 후인 2008년 브라운 아이즈로 재결합해 '가지 마 가지 마'라는 명곡을 남깁니다. 다시 솔로로 돌아와 2012년부터 짙은 감성의 솔로곡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죠.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나얼과 함께 할 때가 음악적인 성과가 뛰어났습니다. 나얼의 목소리에 그의 작사, 작곡 능력 조합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2023년까지 음원을 발매하다 지금은 잠시 휴식 중인 걸로 파악되네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어쩌다'입니다. 어쩌다 이 곡을 쓰게 되었는지, 어쩌다 저는 이 곡을 고르게 되었는지 등등. 알 수 없는 인생사를 표현하는 한 마디의 말입니다. 화자는 어떤 이유가 궁금해서 제목을 이렇게 붙이게 된 것일까요?

'어쩌다 지나친 거릴 돌아보게 돼/ 난 네가 있는 게 아닐 텐데 맞을 텐데/ 어쩌다 오간 대화에 네 이름 오르면/ 모두 놀란 듯이 나의 표정을 살피는데'가 1절의 전부입니다.

뜬금없이 가던 길을 돌아보며 누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아닌 느낌을 받을 때가 한 번쯤 있죠. 단순히 착각이었는데 착각이라 인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고요.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다가 X의 이름이 나오고 다른 사람들이 더 겸연쩍어하며 내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X가 일종의 금기어로 인식되기 때문이겠죠.

2절을 볼까요. '날 스치는 사람 중에 왜 너 하나만 없는지/ 오늘까지만 울면 내일은 너를 잊을까/ 나 하나씩 너의 얘길 모두 지워가며' 부분입니다. 화자는 어쩌다 마주친 사람 중에 떠난 상대만 없냐고 애석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상대를 잊지 못해 발버둥 치는 상황에서 한 번만이라도 그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끓습니다. 하지만 마음과 다른 현실. 하나씩 너와 나의 이야기를 지워나갈 수밖에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그런 네가 없어도 아직은 살 만하다고/ 또 내 맘을 속여가며 웃어주고/ 그런 뒤에 돌아서 나 혼자 견딜 이별에/ 눈물은 네가 되고 내가 되지 항상' 부분입니다.

화자는 척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별을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있죠. 주변에서 걱정하는 듯하면 괜찮다고, 아직 살만하다고 말했고 억지웃음을 지어가며 마음을 숨기려고 애썼죠. 하지만 누구도 안 보는 장소에 가서 오롯이 홀로 마주하면 참았던 눈물에 샤워하는 하는 형국이랄까요. 어쩌다 이런 사랑을 해서 이다지도 마음이 심장이 아픈 걸까요?


음. 오늘은 제목 '어쩌다'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인과 관계에 익숙합니다. 멀리 있는 A가 종을 치면 건너편 B가 종소리를 듣게 되는 식이죠. 그래서 B 종소리를 들으면 누군가가 종을 치고 있겠구나 하고 추측합니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시적 물리적 세계에서는 어느 정도 이러한 인과 관계가 잘 들어맞는 편입니다. 양자로 대표되는 미시적 물리적 세계에서도 확률로서 존재하긴 하나 인과 관계를 벗어나진 않죠.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어딘가에는 있지만 어딘지는 잘 모른다 정도 선에서 그치니까요.

그런데 한 사람의 현 상황에 대한 인과 관계는 되짚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우리의 인생사가 연간 복잡다단한 게 아니기 때문이죠. 어느 하나의 원인으로 퉁쳐서 결괏값을 설명하기엔 부족한 점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럴 때 쓰는 표현 중 하나가 어쩌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이라는 표현을 생각해 보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 패턴을 모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안 먹던 커피가 먹고 싶은 날이 있긴 한데, 비가 오는 날인지 마음이 쿵쿵한 날인지 도대체가 일관적인 경향이 보이지가 않는 것이죠. 예상치 못한 순간 불쑥 튀어나오는 듯하다고 할까요.

인과 관계에 얽매이면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찾느냐 진을 뺍니다. 물론 그렇다고 원인이 단박에 찾아지는 것도 아니죠. 수많은 조건들이 모여 이루어진 하나의 결과를 다시 풀어헤쳐서 그중 가장 핵심 요인을 파악한다는 게 말로는 가능한데 실제로 해 보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예전에 '어쩌다 어른'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죠. 또 '어쩌다 선진국'이라는 책도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타이밍에 무언가가 이미 되었거나 돼버린 상황을 풍자한 제목들인데요. 우리의 의지가 작동해서 벌인 일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일생 생활에서 어쩌다의 반대말은 의도가 아닐까 하는데요. 어쩌다 그 일을 하게 되었느냐라고 물었을 때 어떤 의도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반박은 하면 어쩌다의 힘은 쭉 빠지게 되죠. 어찌하다가 그 일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 일정한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실행한 일이었으니까요.

우린 살면서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게 좋거나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는 것들 속에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떠나는 누군가의 의도를 낯낯이 알아낸다고 해서 속이 후련하기보다는 착잡해질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그냥 그대로 덮어두고 넘어가는 것이 상책일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세상만사가 인과 관계로 이루어진 것은 맞지만 암흑 물질이나 에너지처럼 우리가 그 탄생을 모르기에 작동 원리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기존 패턴과는 다르게 다른 길로 뻣어가는 '블랙 스완'도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이런 모든 걸을 아우르고 있죠.

지금 내가 하는 거의 모든 행위는 일종의 습관일 수 있고요. 그 길을 벗어난 것도 꽤나 많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딱 잘라 설명하기란 쉽지 않죠. 아마도 잠재의식 속에 있는 무언가가 우리에게 시키는 일이라서 일수도 있고요. 습관에 질린 우리의 유전자 하나가 만들어낸 돌연변이 현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뭐라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 쓰는 '어쩌다'. 그 속을 헤엄쳐 그 원인을 밝혀내는 일이 꼭 무용하지만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의도치 않고 우연히 발견한 행복감인 세렌디피디(Serendipity)를 경험하는 모티브가 되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이 말을 일상에서 자주 쓰게 되면 반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기도 하네요. 그냥 바람 따라 물 따라 보내지는 곳에 와 버린 느낌이랄까요. 전 어쩌다 이런 글을 쓰고 있을 걸까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어쩌다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도 있지만 지난 시간에 대한 한탄이나 후회 같은 감정을 담고 있는 듯합니다. 이 노래의 어쩌다도 왠지 그런 정서가 느껴지죠. 모든 일이 우리의 의도대로 되지 않기에 어쩌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의도한 사람은 없었을 테니까요. 여러분들은 어쩌다가 저의 브런치를 열독하고 계신가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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