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박진영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갓세븐'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cPQx_b3 lvbU? si=8 mVd2 E4 qq14-GlQx
하지 마 하지 하지 하지 하지 마
니가 그럴 때마다 미칠 것 같아
내 눈을 보며 살짝 웃어주면
달려가서 너를 안아버릴 것만 같아
하지 마 하지 하지 하지 하지 마
니 손길이 닿으면 미칠 것 같아
말할 때마다 내 팔을 살짝 잡아
돌아서서 꽉 안아 버릴 것만 같아
- 갓세븐의 <하지 하지 마> 가사 중 -
갓세븐은 7인조 다국적 보이그룹으로 2014년 데뷔했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그룹명은 '행운을 가진 일곱 명'이라는 뜻입니다. 원래 그룹명이 GET7이었으나 발음 문제로 수정되었다고 하네요. 멤버 중 제이비, 진영, 영재, 유겸은 한국 국적이고 마크는 미국, 잭슨은 홍콩, 뱀뱀은 태국 국적입니다. 유닛으로 제이비와 진영, 제이비와 유겸이 활동한 적도 있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첫 선을 보인 힙합 그룹이었고요. 처음엔 힙합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는 멤버들의 자작곡도 대거 수록되며 팀 컬러도 변화를 꾀해 오고 있습니다. 2021년 JYP엔터테인먼트와 결별하며 소속사가 변경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그들의 정규 1집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곡으로 하루 만에 유튜브 100만을 돌파했을 만큼 리스너들에게 사랑을 받은 곡입니다. 박진영 씨가 작사, 작곡을 담당해서인지 그의 음악 스타일 냄새가 아주 많이 풍깁니다.
최근 3년 만에 컴백해서 새 미니앨범을 내놓았는데 스트리밍 플랫폼 아이튠즈 기준으로 전 세계 27개 지역에서 1위, 49개 지역에서 톱 앨범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고 하네요. 다음 달 초에 6년 만에 단독 콘서트도 진행한다고 하네요. 킬링보이스에서 그들의 노래를 쭉 듣다가 이 노래에서 귀가 쫑긋 했네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하지 하지 마'입니다. 뭘 그토록 하지 말라고 하는 걸까요? 가사를 쭉 살펴보면 아직은 적정한 선을 유지해야 하는 남녀 사이에서 화자의 이성을 놓게 하는 그녀의 특정 행위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하하하. 재밌는 발상으로 쓰인 가사인 듯요.
'하지 마 겨우 참고 있어/ 네가 아직은 아니라니까/ 쇼 윈도 앞에 달라붙어/ 바라보고 있는 아이처럼 괴로워하며/ 하지 마 눈을 감고 있어/ 네가 너무 예뻐 보일 때마다/ 너는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아는지 모르는지/ 하지 마 You're driving me crazy/ 하지 마 더 이상 못 참을지 몰라/ 하지 마 Please Stop baby stop it/ 하지 마 제발 하지 마 제발 하지 마' 부분입니다.
상대는 아직 공식적인 연인인증을 못 받은 상태인 듯하죠. 너무 앞서가다간 일이 어그러질 것 같아 화자는 조심조심 이 관계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갖고 싶은 물건을 쇼윈도 너머로 지켜만 보는 일처럼 힘든 일도 없죠. 그런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그것에 현혹되지 않게 눈을 감는 꼼수를 써 봅니다. 하하하.
'니가 한번 해봐 이게 할 수 있는 일인지/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단 말이지/ 너는 해본 적이 없으니까 모르지만/ 인내심의 한계까지 매일 다다르지/ 안 예쁘면 몰라 그렇게 예쁘게 생겨 갖고/ 안 웃으면 몰라/ 생글생글 미소로 날 갖고 놀아/ 미치겠어 돌아버리겠어/ 나 매일 만나는데 차라리 안 보면 몰라' 부분입니다.
화자의 인내심이 타들어가고 있는 것 같죠. 굴뚝같은 마음을 꽁꽁 감추고 있어야 하는 심정은 고문을 연상시킵니다. 특히 상대의 필살기인 예쁜 얼굴과 환한 웃음을 보면 그야말로 그냥 녹아 떨어질 듯합니다. 더 심각한 건 매일매일 상대를 마주하며 허벅지에 바느질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죠.
'하지 마 점점 못 참겠어/ 너는 나를 친구라고 하면서/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내 팔짱을 끼고 걸어 미치겠어 난/ 하지 마 심장은 빨리 뛰고 얼굴은 자꾸 빨개지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 이젠 너무나 힘들어/ 너는 내 맘을 아니 모르니' 부분입니다.
상대의 농간이 극에 달한 것 같죠. 친구라고 하면서 자연스러운 터치를 시연하질 않나 팔짱을 끼고 아무렇지 않게 같이 걸어갑니다. 화자는 이 정도 되면 죽으라는 소리죠라는 말을 내뱉을만합니다. 하하하. 그래도 미인을 얻기 위해 참고 또 참으며 애 먼 소리를 하죠. 그만하고 좀 정식으로 사귀자고요.
'남자를 고를 때 원래 이리 시간이 걸리니/ 이만하면 알잖아 왜 유난히 이러니/ 내가 너의 이상형과 그렇게 많이 다르니/ 나 정말로 아주 괜찮은 남자야 I'm a good boy/ 타석에 한 번만 세워주면 만루 포/ 너는 나에겐 숭례문보다 소중한 국보/ 그러니 기회를 줘 그게 내겐 가장 큰 축복' 부분입니다.
자꾸 내숭을 부리는 상대에게 그만 좀 하라고 애원하고 있죠.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어필도 해 보고요. 그 한 번의 기회를 얻어보고자 절차부심하는 화자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하지 마 하지 하지 하지 하지 마/ 니가 그럴 때마다 미칠 것 같아/ 내 눈을 보며 살짝 웃어주면/ 달려가서 너를 안아버릴 것만 같아/ 하지 마 하지 하지 하지 하지 마/ 니 손길이 닿으면 미칠 것 같아/ 말할 때마다 내 팔을 살짝 잡아/ 돌아서서 꽉 안아 버릴 것만 같아' 부분입니다.
눈웃음을 치고 팔을 잡는 행위 따위를 하지 말아 달라고 하네요. 그런 행위는 애간장이 끓고 있는 화자가 욕정에 못 이겨 선을 넘는 기폭제가 되는 것들이죠. 자기도 모르게 상대를 와락 끌어안아버릴 것만 같은 충동을 느끼고 있습니다. 남자라면 누구나 다 이런 심정일 듯요. 쿄쿄쿄. 밀땅의 고수를 만난 남자의 비참함인가.
음. 오늘은 '하지 마'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뭘 쓸까 머릿속을 뒤적뒤적거려 봤으나 대략 난감이네요. 하하하. 십계명이 떠오르기도 하고 엄마의 잔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와 별개로 해야만 하는 일을 뜻하는 투두리스트(To do list)나 하고 싶은 일인 버킷리스트라는 것도 있죠.
이 노래에서 하지마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하지마와 어감이 조금 다릅니다. 장난을 치는 친구에게 하지 마라고 한다면 자신을 괴롭히는 나쁜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데 반해 보통의 경우 선한 행위로 인식하는 예쁜 눈웃음 혹은 미소를 짓지 말라고 하고 있어서입니다.
진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유혹하기 위해 하는 행위라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 노래의 상대는 우린 친한 친구 사이니까 눈웃음도 짓고 가벼운 스킨십도 할 수 있는 상황인지라 그 자체를 놓고 뭐라고 하기도 좀 그런 상황인 것이죠.
물론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화자가 원흉인 것은 당연합니다. 현대판 사랑과 우정 사이라는 길을 걷고 있어서죠. 애정과 우정이 같은 정으로 묶이니 무 자르듯이 딱 잘라 오늘부터는 우정 아니고 애정이다라고 말하는 것도 그러다가 애정도 잃고 우정도 잃는 불상사가 두려운 마음도 있을 겁니다.
상대의 행위는 그냥 행위일 뿐인데 화자의 눈에 콩깍지가 쓰여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겠죠. 그냥 행위를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로 오인하여 받아들이고 있으니까요. 우스개 이야기지만 이렇게 조금만 더 시간을 보내면 몸에서 사리가 나오는 부처가 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네요. 하하하.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선의라는 것에 대해서요. 누군가에게 밝은 미소를 건네고 친근감을 표현하는 가벼운 터치를 하는 것은 선의가 분명하죠. 그런데 화자처럼 애매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어쩌면 고문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말이죠.
이일야 님이 쓴 <철학자와 함께 읽는 동화>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동화 속에서 생각해 봄직한 철학적인 주제를 뽑아서 책으로 엮은 내용이었습니다. 거기에 보면 <여우와 두루미>라는 동화가 언급됩니다. 여우가 두루미를 초대해서 납작한 그릇에 음식을 주자 두루미가 부리 때문에 잘 먹지 못하자 이번엔 두루미가 여우를 초대해서 호리병 같은 곳에 음식을 주며 복수하는 내용이죠. 이 챕터에서 뽑은 주제는 배려였습니다.
처음에 여우가 두루미에게 음식을 준 것은 선의였죠. 납작한 그릇에 주면 두루미가 거의 먹지 못할 것임을 알고 그런 행위를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일로 두루미는 상처를 받았고 처절한 복수극에 나서게 되죠. 배려가 빠진 선의는 악의로 한 순간 돌변하게 되는 것이죠.
이 노래에 적용을 시켜봅니다. 상대는 선의로 눈웃음을 난사했죠. 하지만 화자는 그 눈웃음을 지켜보다간 선을 넘을 것 같아서 눈을 감아버립니다. 마치 상대가 보여준 눈웃음이 여우가 두루미에게 내준 납작 접시에 담긴 음식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자는 넌지시 우리 사귀어볼래 류의 말을 꺼낸 것 같습니다. 상대는 화자의 말에 '아직은 아니'라고 답했다고 가사가 나와 있죠. 그렇다면 상대는 화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더 언행에 주의를 기울였어야 합니다만 실제는 친구라는 틀을 고스란히 가져가면서 화자를 힘들게 하는 상황으로 내몰았습니다.
만약 화자가 충동으로 그 선을 넘어서 친구로서의 관계로 끝났다면 상대의 눈웃음에 대한 해석은 180도 달라졌을 겁니다. 나를 향한 선의나 호의가 아니라 자신을 흔들기에 충분했던 그래서 파투가 났다고 생각하며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도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불의의 사고죠. 이 표현은 아무리 좋은 선의라도 배려가 없다면 혹은 생각이 더해지지 않으면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아무리 좋은 칭찬도 호의도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에게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을 가지는 일도 힘든 세상. 그리고 호의를 베풀기에는 더더욱 힘든 세상입니다. 하지만 호의를 베풀 때도 주의를 살피는 노력이 필요한 듯합니다. 자신의 선의만을 믿다간 걷잡을 수 없는 결과와 마주할 수도 있어서입니다.
역사는 말합니다. 수많은 전쟁이 자신들의 선의를 입증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제도 역시 선의로 만들어졌지만 배려가 빠진 순간 그 어떤 체체보다도 인간을 피폐하게 만들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죠. 여러분들은 선의와 호의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긴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첫날이었습니다. 다들 피곤하시죠? 저도 피곤합니다. 낮잠 자는 버릇이 있어서 월요병을 달고 사는데 오늘을 그 끝판왕을 체험한 듯하네요. 하하하. 선한 의지와 선한 결말이 한 쌍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 부조리죠. 길게 놀면 일하는 게 수월해져야 하는데 습관이 몸에서 빠져나가서 더 힘들다는 역설도 그렇고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