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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나티의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feat. 이수현)

작사 빅너티 작곡 dress, 빅너티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나티(서동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PuopphRmNqU? si=uCLGp61 qIn_zCzPp

길 잃었다

실없다

일없다

사랑에

길 잃었다

웃었다

누군가

웃는 바람에


길었다

질었다

굶주렸다

사랑 따위에

비웠다

지웠다

고작

너란 사람에

쉬웠다


- 박나티(서동현)의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 가사 중 -



박나티(서동현)는 2019년 데뷔했습니다. 쇼 미더 머니 8에서 공동 3위를 한 바 있습니다. 직접 곡을 만들고 노래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이고요. 당연히 랩 실력도 준수하고요. 첫 싱글 앨범은 '시발점 Remix'였습니다. 힙합퍼 치고는 미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가수입니다.

본명은 서동현이고 활동명이 BIG Naughty인데요. 쇼 미더 머니 예선을 준비하면서 즉흥적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Naughty는 짓궂은, 장난스러운 이라는 뜻입니다. 학창 시절 클래식을 많이 접했고 본인도 클라리넷을 8년가량 배웠다고 합니다. 음악엔 장르가 없죠. 하하하.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23년 발매한 세 번째 미니앨범 <호프리스 로맨틱>에 실린 곡입니다. 악동패밀리의 이수현 씨가 피처링했고요. 거의 듀엣 같은 느낌이죠. 무엇보다도 가사가 최고인 듯합니다. 좀처럼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들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이런 가사류를 좋아합니다만.

고막소년단 멤버와 솔로 가수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을 본뜬 건가 싶기도 하네요. 하하하. 래퍼다 아니다 논쟁도 있었는데 싱잉랩으로 정리된 듯하고요. 이 노래를 들어보면 알앤비 가수 쪽이 더 어울립니다. 최근에 폭망 한 <별들에게 물어봐> OST에도 참여했네요. 아직 어린 나이인 만큼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한 번 기대해 보시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제목이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입니다. 제목에서부터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죠. 사랑을 믿었다가 배신을 받은 것만 같은 느낌도 들고요. 화자가 이런 제목을 붙인 사연을 따라가 보시죠.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 어린 날의 추억일 뿐/ 추억이라 믿었던 것들은/ 오래 썩는 기억일 뿐/ 기억이라 믿었던 것들은/ 지금 너와 나의 기쁨/ 깊은 곳에서 숨 쉬는/ 불행들의 연료일 뿐'이 첫 가사입니다. 사랑->어린 날 추억->오래 썩은 기억->지금 너와 나의 기쁨-> 깊은 불행의 연료 이런 전개입니다. 사랑이 돌고 돌아 결국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불행의 연료가 되고 있는 상황이죠. 이별 후유증일까요?

'불행이라 믿었던 것들은/ 어린 날의 상처일 뿐/ 상처라 믿었던 것들은/ 새로운 살의 양분일 뿐/ 새살이라 믿었던 것들은/ 의미 없는 가죽일 뿐/ 그 살가죽을 뚫고 온 너를/ 사랑이라 믿었을 뿐' 부분입니다. 위의 가사가 이어지죠. 불행->어린 날의 상처->새로운 삶의 양분->의미 없는 가죽->가죽을 뚫고 온 너-> 사랑이라 믿음. 이렇게 이어지죠. 불행의 물레방아라도 도는 걸까요? 사랑->불행->사랑으로 희귀하고 있습니다.

2절을 볼까요?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 어린 날의 미련일 뿐/ 미련이라 믿었던 것들은/ 피지 못한 필연일 뿐/ 필연이라 믿었던 것들은/ 지금 너와 나에 깃든/ 더 짙은 색으로 태어난/ 시련들의 시작일 뿐' 부분입니다. 사랑->어린 날의 미련->피지 못한 필연->우리에게 업그레이드된 시련의 시작으로 정리할게요.

'시작이라 믿었던 것들은/ 끝의 예쁜 이름일 뿐/ 이름이라 믿었던 것들은/ 너의 작은 조각일 뿐/ 조각이라 믿었던 것들이/ 어쩌면 너의 전부/ 그 전부를 건넨 너를/ 사랑이라 믿었을 뿐' 부분입니다. 시작->끝의 예쁜 이름->너의 작은 조각->너의 전부->그걸 건네는 너->사랑. 여기도 사랑으로 끝을 맺네요. 2절도 사랑->시작->사랑으로 회귀하고 있는데요. ~일뿐이라는 가사와 이 구성을 감안하면 '사랑했을 뿐' 정도로 압축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했을 뿐 지금은 내 곁에 흔적도 없다 정도로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길 잃었다/ 실없다/ 일없다/ 사랑에/ 길 잃었다/ 웃었다/ 누군가/ 웃는 바람에/ 길었다/ 질었다/ 굶주렸다/ 사랑 따위에/ 비웠다/ 지웠다/ 고작/ 너란 사람에/ 쉬웠다' 부분입니다. 가사가 참 멋지죠. 사랑에 홀라당(?) 넘어가 아픔을 겪고 난 뒤 씁쓸해하는 화자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사랑이라 믿을 때쯤에/ 넌 왜 불행에 불을 지피는데/ 상처라고 믿었었는데/ 넌 왜 새살이 날 용기를 주는데/

미련이라 믿을 때쯤에/ 넌 왜 나타나 날 부추기는데/ 어젠 시작이라 믿었었는데 넌 왜/ 오늘의 끝엔 나를 밀어내는데' 부분입니다. 일명 줬다 뺐는 상대의 신공에 정신 못 차리는 화자입니다. 자신의 마음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상대를 보며 얄궂은 원망을 내뱉고 있는 듯하네요.


음. 오늘은 제목에서 '무언가를 믿었던 것들'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갖는 믿음이라는 것에 대해서인데요. 여러분들은 얼마나 믿음이라는 단어를 믿고 있으신가요? 믿음을 의심해 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믿음이 강할 때 우리는 확신을 가졌다고 말합니다. 소신이나 신념 같은 단어가 동의어로 꼽히죠. 누군가는 우리 인생에서 이런 확신을 잘 가지지 못해 애를 먹습니다. 뭐 하나 시도하려고 해도 확신을 갖지 못해서 쭈뼛쭈뼛 뒤로 물러서거나 장고의 시간에 빠져듭니다.

어떤 것에 대한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대상으로 하는 듯합니다. 만약 눈앞에 책상이 하나 있다고 한다면 그걸 없다고 믿는 이는 없겠죠. 하지만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거론하면 누구는 있다고 하고 누구는 없다고 해서 말다툼의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신의 유무가 대표적이죠.

브랜드에서는 우리 뇌에 믿음 체계라는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브랜드를 만들 때 고객들의 믿음 체계를 깊숙이 파고들어야 성공한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것이죠. 파워 브랜드라는 말에는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강한 믿음 체계가 구축되어 있음을 의미하죠.

그런데 말입니다.(요 말 오랜만에 써보네요. 자주 써야 하는데. 완전 다른 생각을 할 때 쓰는 말이라서. 하하하)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믿음은 믿음으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인류를 살상하는 대규모의 전쟁도 어찌 보면 서로 다른 믿음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 있죠.

내가 믿는 것과 네가 믿는 것이 꼭 같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중도에 그 믿음이 옳았는지 그렀는지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죽을 때까지 그 답을 모른 채 죽은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걸 가지고 네 편 내 편을 가르며 피 터지게 싸우는 일도 빈번하고요. 그렇다면 우린 어떤 믿음에 손을 들어줘야 하는 걸까요? 어떤 것들을 믿음의 영역으로 그리고 어떤 것들을 믿지 않는 영역에 놓아두어야 하는 걸까요? 어렵죠?

믿음은 한 방향적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하죠. 잘못된 믿음이 가져온 결과는 역사 속에 수도 없이 많습니다. 유대인 학살과 같은 인종 차별도 동양인이나 아프리카인을 서양인보다 낮은 단계로 보고 계몽하려고 했던 시도도 있었잖아요.

우리가 가진 믿음에 대해 늘 의심해야 합니다. 지구를 중심으로 모든 천체가 돈다고 믿었던 시대의 폐해를 생각한다면 말이죠. 철학과 인문학이 의심의 학문으로 자리 잡은 것도 우연은 아닐 겁니다. 의심하지 않고 확신의 단계로 진행되는 것만큼 무섭고 살 떨리는 일도 없죠.

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봅니다. 밥을 꼭 숟가락으로 먹어야만 하는 건지, 손으로 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말이죠. 밥을 꼭 3끼를 먹어야 하는 건지 두 끼만 먹고사는 현대인들도 탈없이 잘 살고 있잖아요. 과학기사를 보다면 자본에 오염이 되어서 커피를 마시는 게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몸에 해롭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그럽니다. 아주 상반된 주장을 태연하게 하고 있죠. 양쪽을 보지 않고 혹은 자신이 본 사실에 대해서 의심을 품지 않으면 잘못된 믿음이나 확신의 영역으로 진입할 게 불 보듯 뻔합니다.

무언가에 대한 믿음은 마음에 안정감을 심어줍니다. 갈팡질팡하는 시간은 우리를 힘들게 하죠. 그래서 우린 빨리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 선택에서 깊고 진중히 생각하기보다 빠르게 어느 한쪽을 고르고 자신의 고른 것이 옳은 쪽으로만 생각을 확대해 가곤 합니다. 그게 깨지면 죽는 줄 알고요.

사랑은 이별을 위해 존재한다. 양이 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믿음은 깨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요? 자신의 믿음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전혀 흔들리 않는 것보단 또 다른 믿음을 얻기 위한 중간 단계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이런 마인드라면 믿음이 곧 정답이 아니라 '지금의 생각' 정도로 머무를 수 있을 겁니다.

과거 어떤 것들에 대해 가졌던 믿음을 돌아보면 지금은 전혀 다른 믿음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때는 그게 변치 않는 믿음일 것 같았지만 지금은 아닌 것이죠. 언제라도 자신의 믿음을 거둘 수 있는 용기와 자신의 믿음을 깨부수기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행위가 반드시 필요할 겁니다.

이 노래의 제목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 역시 살아가면서 사랑의 대상이 바뀌고 사랑의 정도가 변하는 게 온당하겠죠. 여러분들이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은 지금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나요? 지금의 믿음과 확신으로 나 자신과 주변인들을 힘들게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 몸에 이상신호가 와서 병원을 다녀왔네요. 한 번도 제 몸이 평균 이상이라고 믿어본 적은 없었습니다만. 각종 병과 관련해서 제가 갖고 있는 믿음이 몇 개 있는데요. 첫 번째는 어떤 병이든 빨리 치료하는 게 좋다는 거고, 두 번째는 아는 병으로는 잘 죽지 않는다는 거고, 세 번째는 평소 운동 같은 것으로 몸 관리하는 것이 미래에 낼 돈을 버는 거다입니다. 하하하. 이 말에 동의하시나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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